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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철의 회화&만화

을지로 순환선/종이에 혼합매체/87×216cm_2000/1995년

 

작가노트

정태춘의 앨범 ‘1992년 서울 종로에서’를 들으며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하다가 전철타고 봉천동 달 동네를 갔다 오는 길에 구상을 했다. 95년 봄이 오길 기다리는 늦겨울, 어느 평일날 오후 신도림역으로 들어가는 전철안과 밖의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지하에서 지상을 번갈아 가면서 서울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 빙빙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을지로 순환선. 각기 다른 꿈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 뒤로, 창밖에는 그들 각자의 목적지인 생활과 생계의 터전인 서울시가 펼쳐 보인다

 

그의 그림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림앞에 시선을 가까이 할수록 볼꺼리는 무궁무진하다.

소문에 의하면 미대건물위에서 바라본 풍경을 돋보기로 갖다대며 사물의 하나하나를 묘사했다는

설도 있었다. 아마 진실일 것이다.

자칫 구체적 표현이 과하면 화면구성이 답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체적 표현을 하면서도 그의 그림엔 강조와 여백이 공존한다. 화면이 열려있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더 현실적이고, 세상을 향한 시선이 좀더 따뜻하게 와 닿는거.

훌륭한 작가이다.

 

>>사족

위에서 바라본 건물에 대한 묘사를 자세히 볼수 있는 그림이 있음 보는재미가 훨씬 더할텐데.. 아쉽게도 없다. 캔버스의 크기도 가로 2미터가 넘는 대작인데 500픽셀로 축소했으니 그림에 대한 감동은 실제보다 떨어질 것이 분명...실재로 볼 기회되면 꼭 보시라 권하고 싶다!



와우산/종이에 혼합재료/74×105cm/1994_전체


와우산/종이에 혼합재료/74×105cm/1994_부분


신촌문화축제/종이에 혼합재료


코리아판타지/단편만화_표지

 


코리아판타지/단편만화_부분

"십시일반`에 실린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야기를 다룬 단편만화 28페이지 만화인데..
작업기간은 4달 걸렸다.
가리봉동의 `중국동포의 집,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가서 김해성 목사님을 뵙고 취재를 하고...
그곳에서 읽은 `장난감 강아지와 운동화두컬레`라는 목사님의 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코리아판타지_작가노트>

 

낙서일지
끄적거리다 보면 뭔가가 되어 있는 종이를 보며 스스로 신기해하던 기억은 꽤 어린 시절부터 있었다. 그 신기함을 즐기다 보니 본격적인 그림보다는 낙서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낙서할 때면 사람 얼굴부터 그리게 되는데 아마도 사람에겐 사람이 제일 관심 있는 대상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눈하고 코만 잘 그리려고 했었다. 한참을 지난 다음에 얼굴을, 머리카락을 그려댔지만 뒷통수나 목덜미는 있는지도 모른채 몸이며, 손을 그렸다. 손 그리기가 힘드니까 낙서장의 사람들은 괜한 팔짱을 끼거나 주먹을 불끈 쥐곤 했다.
그림속에서 손가락을 어느정도 펼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뒤통수와 목덜미의 선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저 밑의 다리며 발도 잘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린지 10년,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릴 수 있는 것을 더 잘 그리는 것보다는 안 그려본 새로운 것을 찬찬히 보면서 그리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 사람의 제각각의 생김새 모두를 사랑하며 관찰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발을 그리다 보면 그 발이 딛고 있는 땅 , 몸을 그리다 보면 몸을 에워싸고 있는 공간이 있는데도 일부러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안 가본 길을 찾아가듯이 펜이 움직이며 이리저리 다녀야 눈에도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것을 안 다음에는 사람 밖의 것들도 낙서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날, 그토록 피해 다니던 언덕길을 자연스레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후로 사람과 공간을 함께 그리는 재미를 누리면서 낙서한지 다시 10년 , 사람을 그리려니 이야기가 궁금하고 공간을 그리려니 둘러싸고 있는 관계를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만화를 그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릴 수 있는 것을 머리 속에서 외어서 그렸고, 다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종이에 담는 맛에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 세상들을 얽어매고 있는 관계의 끈들도 보기 좋게 그려 낼 수 있는 낙서를 하고 싶다.

 

최호철/시각이미지 생산자

 

최호철 작가의 개인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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