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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이 글은 달군님의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

                    레이님의 [죽어도 '동지'가 될 수 없는 우리.]

                    동동이님의 [죽어도] 에 관련된 글입니다.


 

 

기표와 기의의 기호학적 접근부터 해보자.
기표는 기의를 드러내지만 기표의 다양한 표현방식(코드)에 의해 기의는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다.
이미지하나, 텍스트 한 문장(기표)에는 여러가지 상징과 이데올로기(기의)를 함의할 수 있다. 단순한 이미지하나, 텍스트 문장하나일 수도 있지만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한 사회를 지배하는 관념을 공고히 할 수도,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무기가 될 수도, 지배문화를 지배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킬 수 있는 표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장의 포스터로 얘기들이 무성하다.
포스터 하나가지고 왜 난리들을 치냐라고 언뜻 예민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꺼라 생각도 된다. 하지만 포스터안의 담긴 이데올로기를 생각해보면 단지 카피하나, 이미지하나, 포스터한장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할 수 있다.

일단 포스터를 언뜻보았을 떄 오..감각 많이 좋아졌네..직설적 표현과 강성한 투쟁방법이 노조의 일반화된 접근법이었다면 이번 포스터는 접근방식에 여러가지 고민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노조, 사회단체의 그러저러한 포스터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돈좀 들인, 기획이 보이는 포스터임을 순간 감지가능했다. 감각이 돈들인만큼 보일까에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기도 아니기도 하다. 여튼..

 

포스터를 조금 들여다 보면 이렇다.
회색빛 서울을 배경으로 벤치에 앉은 등진 남녀. 회색빛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어두운 비정규직의 불안한 미래, 보이지 않는 뿌연 그들만의 사회 등 현재를 드러내는 다양한 해석이 되어질 수 있다. 이를 배경으로 앉은 남녀와 그 중심에 텍스트를 박아 넣은 절묘한 디자인(배치, 레이아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내 이 이미지는 논란의 여지를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남녀의 관계설정이라 할 수 있는 행위,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텍스트. 남성중심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에 입각한 편향적 관점이라는 것과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고려되지 않은 표현방식이라는 것에 슬슬 화가 치밀게 됨을 느낀다.


예를 들면 여성의 어깨에 손을 얹은 남성의 일방적 팔걸이자세라든지,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카피글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은 비혼자, 장애인, 동성애자, 여성에 대한 관점은 온갖데 없고 가부장남성의 시각임으로 분석가능해진다. 사실, 의도한바가 보이지 않는게 아니고 디자인감각이 뒤떨어지지도 않은데 왜 따지고 드냐라고 하면 생뚱맞은 평이 되어질 수도 있겠으나 이미지와 텍스트가 가진 기표가 의도한 바를 드러내는 기의가 편향적이다라면 기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드러나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상대적으로 최근 본 인권영화제 포스터는 대표적으로 잘만들어진 창작물이라 생각된다.
지구모양의 둥근형태안에 다양한 인간들이 여러가지 형태와 칼라로 자리잡고 있는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는 ’인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나 영화가 보이지는 이미지는 아니다. 하지만 아래 텍스트로 인권영화제임을 보조해준다. 아동이 슥슥 그린 듯한 친근한 이미지가 인권영화제를 인간적으로 와닿게 해서 그래서 더 따뜻한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권영화제 포스터로는 잘만들어진 창작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주저함이 없다.

잼나는건 전체의 형태이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연결해서 보면 "열쇠구멍"의 형태를 띄는데 인권영화를 보려면 이 공간으로 들어와보라고 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인권을 여는 열쇠,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신기하다. 포스터는 인권영화제를 드러내는 얼굴중의 하나이므로 이 포스터를 통해 이번 인권영화제의 정체성을 살짝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민주노동당 비정규직법안저지 포스터는 기획의 미숙함이 보여진다.

비정규직과 관련한 여러가지 계층별 상황시리즈로 기획되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포스터의 영향력을 다양한 계층의 민중에게 다가가려면 면밀하고 치밀해야한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감안할 때 좀더 신중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다양함을 내포하지 못하는 다수의 주장은 소수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것이 포스터 한 장에도 담길 수 있다는 것.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

기획의 미숙함 탓이리라 믿고 싶다.

역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거다.

 

 

그러므로 포스터에 딴지를? 걸만한 똑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런 희망에 재뿌리는 상황을 다시 경험하지 않길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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