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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처럼 쓰는 편지(2)
    손을 내밀어 우리

2월

 

1.

1월 3일 아침,

문경 가은의 어느 골짜기에서

내가 올려다 본 하늘에는 저렇게 달이 걸려 있었다.

 

눈 내리는 산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가까스로 찾아들었던 그 곳에서

나는 2009년과 다른 새해를 꿈꾸었다.

 

그리고 한달은 쏜살같이 달렸고

작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시간들이 이어졌다.

 

주말을 통틀어서

한 달의 2/3를 다른 도시에서 보냈고

술은 연말보다 더 많이 마셨고 더 자주 취했고

급기야 15년만에 처음으로

핸드폰을 분실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월 31일 밤에,

정초에 본 저 달을

사진 속에서 한참 들여다 보면서 새벽을 맞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1월과 다른 2월을 보내겠다고,

작년 그리고 지난 1월에 못다한 일들

차근차근 꼭 하고야 말겠다고,

 

2.

1월에 사건이 많았다.

 

우리 노조는 임원의 임기가 끝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시작되었고

 

민주노총 임원 선거 때문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슴앓이 좀 했고

 

두 군데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데

한 곳은 너무 복잡하고 문제도 많아서

여러 날을 끙끙거려야 했고

 

연구소 안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한 조합원이 죽는, 믿지 못할 사건이 터졌고

 

그 와중에도

만날 사람은 많았고

부고도 여러 개 날아왔고

눈 덮인 산과 바람 부는 산에 다녀왔고

아이들과 함께 아바타를 봤고

할머니 제사가 있었고

기타 등등.

 

지난 1월,

카메라로 메모해둔 것을 하나씩 되새김질하면서

반성하고

차분히 성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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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아침에 읽은 시

아침에 일어나나자마자

신현림의 신간 <침대를 타고 달렸어>를 펼쳤다.

 

무심코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구절을 만났다.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나왔죠

"상상력은 권력을 쟁탈한다"고

이 시대에 딱 맞는 얘기죠

돌들이 사랑 넘치는 빵이 되거나

황사 대신 향기로운 장미꽃잎들이 불어오거나

전쟁터에 쏟아진 포탄이 빼빼로 과자거나

 

......맨날 운동적 상상력이 어쩌고 하면서

하는 일들은 여전히 상상력의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를 꾸짖는 것 같다.

 

올해가 딱 1주일 남았다.

몇 달이나 미뤄둔 일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일이든 투쟁이든 글쓰기이든

유쾌하고 경쾌한 상상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좀 자유롭게 놓아 둘 일이다.

 

성탄절, 교회에 가든지

집에 있든지 어디 여행을 가든지

여전히 투쟁의 현장에서 묶여 있든지

여기 오는 분들 모두,

뜻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내가 못 본 이야기를 해 봐요

 

                                                        신 현 림

 

내가 못 본 이야기를 해 봐요

모르는 사연, 모르는 음악을

막 씻은 야채처럼 신선한 말을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나니

성경 말씀처럼 다 어디선가 들은 소리

 

앤디 워홀이 말했죠

"돈이 되는 건 모두 예술"이라고

돈이 안 되면 예술도 쓰레기가 되고

안 팔리는 책이 재활용 종이로 돌아가면 다행인가요?

나는 얼마죠?

당신은 얼마면 사나요?

 

돈이 많으면 쉬 늙고,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이 간단하단 사실을 생각해 봐요

다들 돈의 감옥, 권태의 감옥으로

찰칵, 찰칵, 찰칵

스스로를 가두는 이기적인 힘에 끌려가죠

찰랑, 찰랑, 찰랑

무슨 일이든 감정의 물결이 일어나야만 해요

돌아 버리겠어요

주기보다 가진 것을 더 많이 떠드는 세상살이

뻔한 인생살이가 지루해서 돌아가시겠어요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나왔죠

"상상력은 권력을 쟁탈한다"고

이 시대에 딱 맞는 얘기죠

돌들이 사랑 넘치는 빵이 되거나

황사 대신 향기로운 장미꽃잎들이 불어오거나

전쟁터에 쏟아진 포탄이 빼빼로 과자거나

 

말랑말랑한 사랑의 상상력이 그리워요

가지려고만 드는 세상에서

남 주고, 나누고, 보살피는 손들이 그립고

사랑 넘칠 나 자신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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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안개 속에서 긿을 잃다.

 

그저께, 밤 늦은 시간,

강남에서 유성으로 오는 고속버스를 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1시 20분,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불과 5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내 차가 서 있는 사무실 앞까지

유유자적하게 걷기로 했다.

인적 드문 거리에는 택시들이 주로 달리고

24시간 노동하는 편의점, 해장국집, 족발집들과

밤에만 반짝하는 노래방들이 안개 속에 깨어 있다.

 

혹시라도 달리는 차가 나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짐짓 걱정도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

사무실 앞길로 접어들자 안개 속 아경이 몽환적이다.

왼쪽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원룸형 빌딩,

오른쪽으로는 청계천을 꿈꾼다는 유성천,

그 사이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안개의 땅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고 곧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어랍쇼,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낯설다, 아니

익숙한 곳이기는 한데 내가 도달하고자 한 곳은 아니었다.

이게 웬 일이람?

그곳은 사무실을 한참 지나친 곳이었다.

 

되돌아 보았다.

사무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보이지 않고

길 가에 세워둔 내 차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이냐?

오던 길을 다시 걸었다.

곧 백설공주가 사는 성처럼 안개 속에 우뚝 선

사무실 건물을 만났다.

길을 잃을 수도 없는 직선도로 위에서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내가 몽유병이라도 걸렸다는 말인가?

 

길은 언제나 걷던 그 길이었고,

차는 곧 쉽게 찾아서 움직일 수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안개 속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사진 속에는

물에 반사된 건너편 모텔의 네온사인과 가로등,

사무실 앞 가로수, 낙엽이 덮인 길가 잔디밭,

아스팔트를 떠도는 마지막 잎새들,

그런 새벽 풍경들이 맘 편한 자세로 누워들 있고,

저 앞 길 건너편에는

세웠던 그 자리에 내 차가 또렷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어디를 걷고 있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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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간다

노란 은행잎이

연구단지의 가로를 이리저리 몰려다니면

여지없이 가을이 다 가는 것이다...

오래 전에 그렇게 썼었던 것 같고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단풍은 유난히 도드라진다.

붉은 색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햇빛이 좋을 때 가장 좋다고 했던가,

2주전에 마니산 갔을 때 봤던

단풍나무의 붉은 잎이 생각난다.

 

10월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2/3를 서울을 오가면서 지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공간에 잠깐씩 오는 게 힘든 일도 아닌데

소소한 일상들이 그냥 파묻혀 간다.

 

늘 갖고 다니던 카메라가 고장이 난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두달을 그냥 두었다가

그저께 서울간 김에 수리점에 갖고 갔더니

수리비가 최소 13만원, 최대 18만원 든다고 했다.

 

노트북도 수리비가 40만원쯤 나온다고 해서

결국 할부로 질러 버린게 얼마 되지 않았고

3년반을 잘 버티어오던 휴대폰도

밧데리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바꿨는데

이제는 카메라까지...

기계들도 나를 배겨내지 못하는 모양...후후.

 

그렇게 10월이 간다.

노동연지부의 전면파업은 어느새 40일째 이르고,

용산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도

신문법 방송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나를 딴 세상으로 밀어내고 있다.

 

10월에 못다한 일들도 많지만

이번 주말은 벼락치기로 보내기보다는

난마처럼 얽힌 생각타래부터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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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지부 창립 18주년...

우리 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가

9월 14일부터 간부(쟁대위) 파업, 9월 21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거의 한달째 파업인데 조합원들이 참 밝고 꿋꿋하고 한결같이 열심이다.

왜 파업을 하는지는 따로 시간나면 쓰기로 하고

(검색창에 박기성을 치면 기막힌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

그저께 난지도에서 있었던

노동조합 창립 18주년 행사에 다녀와서

지부 카페에 올린 글을 여기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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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기념행사에 다녀와서...>

 

한강이 온 가슴 활짝 열고 있는 난지도 캠프장,

따스한지 따가운지 헷갈리는 가을 햇살의 시샘 듬뿍 받으며

노동연구원지부 창립 19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아, 연혁보고를 듣다가 보니

19주년이 아니라 18주년이었습니다.

이은정 동지의 보고대로 91년에 출범한 것이 맞다면요.

 

가람아 사랑해애~~~ 그리고

생일 축하노래가 울려퍼지면서 기념식이 끝났습니다.

이런 기념식 마무리는 처음이었습니다.

참 여유롭고 분위기 좋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는 잘 먹었습니다. 

대천에서 갖고 왔다는 윤미례 동지의 엄마표 김치,

아버님이 주셨다는 정성미 동지의 가시오가피술,

햅쌀에 밤과 강낭콩 듬뿍 넣어 지은 밥(이름을 잊었네요-.-),

차려내는 음식마다

모든 조합원과 그 가족들의 정성이 넘치는 것들이었습니다.

 

참 잘 놀았습니다.

풍성하게 차린 밥과 고기와 술, 갖가지 음식들을 놓고

그저 즐기면 되는 줄로 알았습니다.

왁자지껄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는

주변의 10대, 20대들까지 압도해버리더군요.

한잔 주고 두잔 받으면서 참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동지들의 이쁜 아이들도 보고

오래된 조합원들의 사연도 힐끔힐끔 듣고

10년 20년이 되었어도 직원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야유회 한번 제대로 못했다는 기억도 엿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뭉클하고 뜨거운 심장의 박동을 내 가슴에서 느낍니다.

 

세상을 살리는 파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멋들어지게 지어낸 하나의 구호로 생각했더니 그게 아닙니다.

 

무수한 박기성들을 양산하는 이 땅의 전도된 상식 앞에서

우리네 소박한 마음들을 하나로 모으고

일터에서 만나는 동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심장과 머리와 손발이 제각기 돌아가는 이율배반의 사회를

물이 아래로 흐르고 산바람 강바람 순리대로 불어오듯이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을 일치하게끔 하는 것,

파업은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서 내 마음까지 참 넉넉해졌습니다.

노동연지부 동지들 덕분입니다.

김가람 동지의 선창에 따라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사랑해애, 하고 외쳤던

그 느낌이 입술에 팔딱팔딱 살아나는 듯합니다.

 

이렇게 잠시 흔적을 남기고

이제 내가 속한 생명지부의 조합원 동지들을 만나러 갑니다.

이 저녁 내내 노동연지부 동지들 얘기를 안주 삼아

난지도에서 다 마시지 못한 소주 실컷 마셔볼 생각입니다.

 

내일, 여의도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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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휴교

그저께,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이었나,

가문비가 그러더라.

-2학년 5반에 신종 플루 환자가 있어서 그 반만 쉬게 했어.

-우리 교실은 3학년들하고 같은 건물에 있는데, 3학년들한테 전염되면 큰일이라고,

 교실을 다른 곳으로 옮겼어.

-아니, 3학년들하고 매점에서도 만나고 복도에서도 만나는데, 층과 벽으로 가로막힌

 교실을 왜 옮기는 거야?

 

뭐, 그렇게 줄레줄레 얘기하고 넘어갔는데

다음날 오후에 아내가 외출했다가 와서는 그런다.

-가문비, 니네 학교 1주일간 휴교했다고 문자 왔어.

=에이, 그거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왜?

=월요일에 학교가라고 깨우면 나 오늘 학교 안가, 하고 놀리려고...ㅎㅎ

 

3학년들이 감염될까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도 1학년과 2학년들만 휴교하는 거,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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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조용하다

8월...

장기하의 말마따나

뭐 별일없이 산다.

 

8/13 강촌에서 강연 하나(이공계학생회들), 그리고 서울에서 공제회 TFT 회의

8/14 서울에서 회의(공공특위 운영위)

8/15-17 상태도행(이용석열사 계승사업회 생가방문 프로그램)

8/18 회의1(지역본부), 회의2(서울사무소)...서울에 두번 갔던 날

8/19 회의(서울, 정책위)

8/20 분당에서 미니인터뷰 하나, 그리고 안산에서 회의, 고딩때 친구들 만남, 선배 만남

8/21 수련회 하나, 끝나고 나서 술연회로 새벽까지 이어지고

8/22 서울에서 하루종일 사람 만나고 또 만나고

8/23 일요일, 사무실이 좋다?

8/24 12일만에 대전에서 풀타임 체류? 간담회/회의 등 준비

8/25 간담회...회의...그리고 서욿행(교육) 예정

 

이번 주말(금,토,일)에는 수련회가 3개 겹쳐 있다.

당분간 이렇게 사는 것이 쉽사리 바뀔 것 같지가 않다.

우아,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여, 내 청춘아~~후후

 

참, 이렇게 살고 있는데

가문비가 어느 새벽녁에 보낸 문자 하나...

"이성우님 사랑하는 큰딸이 있는 집을 떠나신지

 벌써 만 3일이 지났습니다. 빠른 귀가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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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주말에 영월, 태백, 삼척, 정선을 한바퀴 돌아왔다.

강원도를 곧잘 오고가면서도

동강은 멀리 스쳐가기만 해서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둘러보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겨 그냥 조금만 맛보고 왔다.

 

낙동강, 섬진강, 금강...

웬만한 강들의 상류를 가보기도 했고

어릴 적에 그런 곳에서 살기도 했지만

이번에 처음 가본 (정선군에 속한) 동강 상류쪽은

물의 양, 물살의 흐름, 물의 빛깔, 물의 맑고 투명함,

주변의 풍광, 모든 것이 그저 놀라움과 감동이었다.

 

동강의 눈부신 자태를 보면서

뙤약볕 아래에서도 풍덩 뛰어들 생각은 나지 않고

래프팅 같은 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겠고

그저 자연에 대한 외경심만 펄펄 우러나오던데

동강댐은 웬말이며

동강이 죽어간다는 흐느낌은

대체 무슨 영문이더냐?

 

내 영혼과 눈을 맑게 하고 싶은 날에는

동강에 한번 더 가야겠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숨쉬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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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놀랜 강

오늘 날짜 매일노동뉴스를 보다가

윤동주상을 받은 시인에 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공광규 시인, 금융노조 정책실장이란다.

 

인터넷 검색해 봤더니

<놀랜 강> 외 9편이 올라와 있다.

다른 시들은 특별한 감흥은 없고,

<놀랜 강> 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하고 명쾌해서

여기 옮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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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의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이 시에 대한 시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놀랜 강'은 2MB의 4대강 살리기를 빙자한 대운하 정책에 한반도에 있는 모든 강들이 놀라 파랗게 질려 있다는 뜻입니다. 제 졸시에서도 나와 있듯이 '강은 수천 리 화선지'로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을 똑똑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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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쓰는 편지

1.

그대의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나는 끝없이 얘기를 합니다.

 

얘기가 되풀이될수록

나는 시나브로 얘기들 뒤로 사라지고

 

침묵이 오래 흐를수록

그대는 반달같이 단아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내 얘기는 그저 껍데기일 뿐입니다.

그대는, 참인 명제입니다.

 

2.

늦은 밤에 간신히 잠들었다가

이내 가위에 눌렸습니다.

 

어두운 길에서 괴한이 나를 꼼짝못하게 하고

칼을 들이대면서 가진 것 모두 다 내놓으라고 합니다.

 

내 몸이 조금만 뒤틀려도

괴한의 칼이 내 옆구리로 날카롭게 파고 듭니다.

 

절체절명,

위기의 상황이거늘

나는 무엇을 내놓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복잡한 셈을 하고 있습니다.

 

다 버리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숨을 헐떡이면서 내가 취한 행동은

눈을 부릅뜨는 것이었습니다.

 

캄캄한 새벽,

장맛비,

세상은 빗소리가 그윽합니다. (2009.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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