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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4/07
    [시/신경림] 목계장터
    간장 오타맨...
  2. 2005/04/06
    [시/루디야드 키플링] 만일
    간장 오타맨...
  3. 2005/04/05
    [시/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간장 오타맨...
  4. 2005/04/04
    [시/도종환] 목백일홍(4)
    간장 오타맨...
  5. 2005/04/03
    [시/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간장 오타맨...

[시/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 등록일
    2005/04/07 16:41
  • 수정일
    2005/04/07 16:41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제 어쩌면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떠난 뒤에 더 무성해진 초원에 대해 아니면, 끝날 줄 모르는 계단에 대해 우리 시야를 간단히 유린하던 새떼들에 대해 청유형 어미로 끝나는 동사들, 머뭇거리며 섞이던 목소리에 대해 여름이 끝날 때마다 짧아지는 머리칼, 예정된 사라짐에 대해 혼자만이 아는 배신, 한밤중 스탠드 주위에 엉기던 피냄새에 대해 그대, 내가 사랑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나란히 접은 책상다리들에 대해 벽 없이 기대앉은 등, 세상을 혼자 떠받친 듯 무거운 어깨 위에 내리던 어둠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립항들, 시력을 해치던 최초의 이편과 저편에 대해 그대, 내가 배반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첫번째 긴 고백에 대해 너무 쉽게 무거웠다 가벼워지던 저마다 키워온 비밀에 대해 눈 오는 날 뜨거운 커피에 적신 크래커처럼 쉽게 부서지던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느날 오후에 대해 아, 그러나, 끝끝내 , 누구의 무엇도 아니었던 스물살에 대해 그대, 내가 잊었을지고 모를 이름이여 그렁그렁, 십년 만에 울리던 전화벨에 대해 그 아침, 새싹들의 눈부신 초연함에 대해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요 행여 내 노래에 맞춰 춤을 춰줄, 아직 한 사람쯤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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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목계장터

  • 등록일
    2005/04/07 16:09
  • 수정일
    2005/04/07 16:09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天痴)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있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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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디야드 키플링] 만일

  • 등록일
    2005/04/06 13:20
  • 수정일
    2005/04/06 13:20
*** 시를 읽다 좋아서 퍼온다. 아래 글이 인상적이다. 그림도...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로 만든다 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 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너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 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왜 만일 이라는 말을 시작했을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이라고 가정하면서 왜 이렇게 구체적인 정황들을 이야기하는 걸까.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이런 일들을 겪었기 때문이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으며, 지치도록 기다려야 하거나 거짓과 타협해야 하는 경우도 올 수 있고, 진실이 왜곡되거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자신을 신뢰하고, 인내하고, 다시 시작하며, 덕과 상식을 잃지 않고, 그러면서도 너무 착한 척하지 않고, 너무 많이 아는 척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가는 것임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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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 등록일
    2005/04/05 14:26
  • 수정일
    2005/04/05 14:26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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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목백일홍

  • 등록일
    2005/04/04 08:38
  • 수정일
    2005/04/04 08:38
* 이 글은 갈막님의 [사월의 노래.] 에 관련된 글입니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목백일홍은 어릴 때 화단에 심던 백일홍과 다르며 나무에 꽃을 피워 나무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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