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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3/28
    [시/류인서] 그 남자의 방
    간장 오타맨...
  2. 2005/03/27
    [시/이상국] 저녁의 노래
    간장 오타맨...
  3. 2005/03/24
    [시/도종환] 처음 가는 길(2)
    간장 오타맨...
  4. 2005/03/22
    [시/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2)
    간장 오타맨...
  5. 2005/03/21
    [시/문태준] 맨발
    간장 오타맨...

[시/박규리] 치자꽃 설화

  • 등록일
    2005/03/29 01:26
  • 수정일
    2005/03/29 01:26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에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 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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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인서] 그 남자의 방

  • 등록일
    2005/03/28 02:16
  • 수정일
    2005/03/28 02:16
몸에다 무수한 방을 가진 남자를 알고 있다 세상에, 남자의 몸에 무슨 그리도 많은 방을! 햇살방 구름방 바람방 풀꽃방, 자신이 한 그루 풍요한 유실수이기라도 한 듯 온갖 환한 방들을 몸 안팎에다 주렁주렁, 과일처럼 향기롭게 익어가는, 둥싯 떠다니는 그 방 창가에다 망상의 식탁을 차린 적 있다 안개의 식탁보 위에 맹목의 주홍장미 곁에 내 앙가슴살 한 접시 저며내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의 방을 기웃대다가 내 침침한 방을 도리어 그에게 들키던 날 주름 깊은 커튼 자락 펄럭, 따스한 불꽃의 방들 다 두고 물소리 자박대는 내 단칸방을 그가 탐냈으므로 내게도 어느 결에 그의 것과 비슷한 빈 방 하나 생겼다 살아 꿈틀대던, 나를 달뜨게 하던 그 많은 방들 실상, 빛이 죄 빠져나간 텅 빈 동공 눈알 하나씩과 맞바꾼 어둠의 가벼운 쭉정이였다니 오, 그는 대체 그동안 몇 개의 눈을 빼주었던 것일까 그 방의 창이 나비의 겹눈을 닮아 있던 이유쯤 더 이상 비밀이 아니구나, 저벅저벅 비의 골목을 짚어가던 먼 잠속의 물발자국 소리도 그의 것이었을지 ---『창작과 비평』 200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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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상국] 저녁의 노래

  • 등록일
    2005/03/27 01:00
  • 수정일
    2005/03/27 01:00
나는 저녁이 좋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어스름을 앞세우고 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딸네집 갔다오는 친정아버지처럼 뒷짐을 지고 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벌레와 새들은 그 속의 어디론가 몸을 감추고 사람들도 뻣뻣하던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가며 하늘에는 별이 뜨고 아이들이 공을 튀기며 돌아오는 골목길 어디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돌아다보기도 하지만 나는 이내 그것이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안다 나는 날마다 저녁을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는 누구나 건달처럼 우쭐거리거나 쓸쓸함도 힘이 되므로 오늘도 나는 쓸데없이 거리의 불빛을 기웃거리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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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처음 가는 길

  • 등록일
    2005/03/24 22:45
  • 수정일
    2005/03/24 22:45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말아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 베드로시안은 「그런 길은 없다」에서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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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등록일
    2005/03/22 02:00
  • 수정일
    2005/03/22 02:00
* 이 글은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무념 무상] 에 관련된 글입니다.

* 도종환 시인 사이트에서 시 한수 퍼날라 봅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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