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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입각에 대한 언론보도 중에서 몇 가지

 

*프레시안 <유시민 보건복지장관에 반대하는 세가지 이유>

 

*오마이뉴스<국민들은 유시민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프레시안<몸 낮춘 유시민, 비판을 마음에 새기고 일하겠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2&article_id=0000023263§ion_id=100&menu_id=100

 

*프로메테우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권 부적격>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121&article_id=0000002416§ion_id=100&menu_id=100

 

2006/01/05 18:49 2006/01/0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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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여인’이 신음한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자발적으로 난자 기증했던 한 미혼여성의 충격
과배란 후유증 호소에 홀대하던 그들, 제공자 선의까지 무너뜨릴 줄은…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차라리 하루가 다르게 속속 밝혀지는 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때마다 “설마 그럴 리가….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뀌겠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난치병 환자들의 ‘구세주’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해져만 갔다. 끝내 <사이언스> 논문이 철회되면서 ‘줄기세포 선구자’는 ‘나라 망신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환자 맞춤형 세포 치료제는 실현 가능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으로 0.01%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005년 논문으로 1%의 희망을 가졌던 환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몸과 마음의 상처는 환자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12월21일 위아무개(27)씨는 황 교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 황 교수와의 ‘인연’은 난자 기증을 하려고 연구실에 연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통화를 시도할 때마다 황 교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답신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날이 바뀌어도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울분을 토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의 몸 밖으로 나간 난자가 무엇에 쓰였는지에 대해 한마디 들으려 했을 뿐이다. 가족조차 모르게 진행한 일이 과학적 진실 앞에서 너무나 초라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에 출석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에 연락을 주시기 어렵겠죠. 설령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해도 저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쓰기 힘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상처받은 것은 난치병 환자들이 감내해야 할 아픔의 터럭만큼이나 될지 모르겠네요.”

 




국보급 과학자의 절박한 호소에 가족 몰래





△ 황우석 교수는 난자 기증 여성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위아무개씨가 지난 12월21일 진료를 받으려고 강남 미즈메디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니까 위씨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위씨의 손에 <나의 생명 이야기>라는 책만 잡히지 않았어도 처절한 아픔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황 교수는 ‘배아 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의학이 난치병 극복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치료용 복제를 이용해 환자가 스스로의 유전물질을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췌장세포나 손상된 척수를 복구하는 신경세포 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여성의 난자가 필수적이라는 데 있었다. 이전에도 배아 줄기세포의 놀라운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국보급 과학자’가 난자의 필요성을 전하는 절박한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의학적으로 과장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뒤늦은 고백에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다. 배아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는데 제가 병원 수술대에 누울 때까지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위씨가 난자를 기증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환자에 적용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한 상황에서 환자 치료를 위한 연구를 시작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했다. 언젠가 자신의 난자를 이용한 연구가 밑거름이 되어 배아 줄기세포가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돼 환자의 체내에 주입될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은 위씨의 발걸음을 서울대 수의대 황 교수 연구실로 향하게 했다.


정보없이 미혼녀가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사실 위씨는 다른 난자 기증자하고는 사뭇 달랐다. 집안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가 필요한 사람도 없었고, 난자 매매로 급전을 마련해야 할 처지도 아니었다. 단지 대학을 휴학하고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외삼촌 내외를 간병하면서 환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한 달여 동안 경험했을 뿐이다. 더구나 위씨는 출산 경험은 차치하고 결혼 근처에도 가지 않은 미혼녀였다. 그런 직장 여성이 황 교수 연구실을 찾은 것은 뜻밖의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황 교수를 만났을 때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셨어요. 혹시 여성단체에서 난자 수급 과정의 문제를 밝히려 함정을 파놓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치였죠. 그러다가 안규리 교수를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고 ‘기증자가 환자와 혈연관계가 없을 때’라고 표시된 난자 기증 동의서에 서명했어요.”

그것으로 연구 목적의 난자 기증에 관련된 준비는 마무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황 교수 연구실에서 마련한 난자 기증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었다. 지난 2001년 인간 배아 줄기세포 추출을 시도해 배반포 단계까지 진행시킨 미국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만 해도 난자 기증자를 ‘24살에서 32살 사이의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난자 기증자들의 심신이 건강한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심리 검사와 감염성 질병 등을 포함한 건강 검진을 했다. 이런 기준이 위씨에게 적용됐다면 자발적인 난자 기증자가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임을 염려해야 하는 미혼인데다, 동의서 작성 2년 전부터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위씨는 난자 기증 절차를 밟았다. 황 교수를 통해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지난 1월23일 강남 미즈메디병원에 도착한 위씨는 노 이사장을 만나 간단한 진찰을 받았다. 국내에서 불임 치료 전문가로 꼽히는 노 이사장의 진료는 미혼인 위씨를 불편하게 했다. “나름대로 연구에 보탬이 되려고 기증자를 눕히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질 내부를 쑤시는 듯했다. 노 이사장이 ‘올해 1, 2월에 난자 기증자에게 금품 제공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내가 거기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공정가격’인 150만원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난자 매매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아주 기분이 더러웠을 것이다.”

실제로 위씨도 난자 기증 과정에서 합법적인 ‘금품’을 제공받았다. 노 이사장에게 받은 것은 아니다. 난자 기증 동의서를 쓰는 날 안 교수에게서 교통비 명목의 실비로 현금 30만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한 것이다. 시술비는 직접 받지 않고 미즈메디병원 부담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설마 시술비를 받지 않은 것을 두고 금품 수수 운운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따지고 보면 30만원은 교통비도 되지 않았다. 난자 생성을 촉진하는 ‘과배란유도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이동에 불편을 겪어 한동안 흔들림이 심한 버스 대신 택시를 타야 했다. 게다가 난자 흡입술 이후 몸고생을 하면서 들어간 치료비를 생각하면 ‘짜디짠 실비’였을 뿐이다. 만일 위씨가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를 기대했다면 수천만원을 준다 해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 위씨는 난자 기증을 위해 수술대에 오른 뒤 크고 작은 고통을 겪었다. 위씨는 자신의 진료기록부를 보고서야 29개의 난자가 채취된 것을 알았다.



어쨌든 위씨는 난자 기증자로 전문의를 만나서 과배란 유도제를 투여하기 전에 각종 검사를 받았다. 여러 검사라 해서 심도 있는 검진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혈액과 소변으로 10여 개 항목을 살펴봤을 뿐이다. 그것도 1차 검진에서 특정 수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자 병원 의료진이 “난자 기증을 시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다른 항목을 추가해 재검진을 실시했다. 생리가 불규칙한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없는 여성이라면 과배란 유도제로 인한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의료진의 생각이었다. 다음날(1월25일) 특이사항이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과배란 유도제 투여가 시작됐다. 위씨는 나머지 9일치 약제를 받아서 돌아온 뒤 난자 흡입술을 받기 전날까지 집에서 투여했다.


난자를 무려 29개나 내놓다


“과배란 유도제를 투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복부 팽만감이 나타나고 열이 심했다. 그래도 의료 기술의 진전을 위해 누구라도 감수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참아냈다. 난자 흡입술을 받으려고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부모님을 비롯한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그만큼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맹목적인 확신만 있었던 것이다.” 난자를 무려 29개를 내놓고 수술대에서 내려왔다. 서서히 의식이 들면서 숨쉬기가 힘들고 배가 불러왔다. 이내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고향에 내려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명절 때 내려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연휴 첫날 안 교수에게 고통을 호소해야만 했다. 연일 야간까지 하는 근무 여건에 과배란 후유증이 심각해졌다. 병원에 가서 고통을 호소했지만 의료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무리 난자 기증자로서 ‘임무’를 마쳤다지만 병원 쪽의 홀대는 위씨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설 아침을 병원에서 맞았는데 “적당히 쉬었으면 돌아가줬음 좋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해 서둘러 퇴원 수속을 밟아야 했다. 이날치 위씨의 진료 기록에는 ‘안규리 선생님 통화 뒤 입원 원함. 휴식을 위해 입원함’이라고 적혀 있고, 12일치에는 ‘다리와 배가 불편하다. 외음부가 부어 있음. 초음파상 난소는 5cm 커지고 복수는 많이 줄어듦’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정리됐다. 그리고 2월17일에 ‘진료 기록 복사해 한양대로 보냄’이라고 적혀 있는데 한양대 기관윤리위원회의 검증은 어떤 절차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설령 위씨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해도 난자 기증 동의서 한 장이 대신했을 뿐이다.


각종 여성질환으로 지금도 병원 신세


지금까지 보고된 과배란 후유증의 대표적 사례로는 빈혈이나 나팔관 염증·복막 감염·간 기능 저하·폐 응고 등을 꼽을 수 있다. 심할 경우 난소암 위험이 높아지고 불임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지만, 국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해마다 난자 흡입술이 1천여 건이나 이뤄지는 대형 병원이 있지만 대체로 최후의 임신 수단으로 선택하기에 불임의 인과관계는 따지기 어려웠다. 위씨는 복수가 차서 배가 3인치가량 늘었다가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지금껏 각종 여성 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게다가 체중이 난자 흡입술 이전보다 7kg이나 줄기도 했다. 위씨 같은 미혼의 난자 기증자는 불임 가능성을 추적 조사해야 할 것이다. 만일 난자 기증의 임상적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만든다면 미혼여성 항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 "제 고통이야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겠지만…." 미혼여성인 위씨는 난자 기증을 위해 처음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



그렇다면 위씨의 난자는 어떤 경로를 밟은 것일까. 지난 5월 황 교수가 영국 런던에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을 때 위씨는 급성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온 황 교수는 전화상으로나마 위씨에게 “이번 연구에 선생님이 많은 공헌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위 선생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황 교수는 185개의 난자 가운데 31개를 배반포로 분화시키고, 여기에서 11개를 줄기세포로 확립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다면 위씨의 난자에서 줄기세포가 2개쯤 확립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잘해야 배반포로 분화됐을 것이고, 아니면 사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언젠가 황 교수는 위씨에게 체세포 핵이식 과정을 비롯해 배반포에서 줄기세포를 꺼내 배양하는 실험의 전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끝내 그런 날은 없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실험실 문턱을 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공동 연구자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인간적 아픔을 느끼는데, 실험 장면까지 거짓이었다면 마음이 갈래갈래 찢겨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했는지조차 모르게 됐다. 당분간 산부인과 치료를 받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다. 왜 그렇게 과학적 속임수를 써가면서 서둘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일이었는데….”






“백의종군보다 더 큰 결심을”



난자 기증 여성이 황우석 교수에게 띄우는 편지


황우석 교수님께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아직도 제 눈에는 병상에 누워 계시던 교수님의 까칠한 모습이 선합니다. 어떤 언론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미지 연출’에 능란하신 분이라는 것도. 눈문을 비롯해 연구 성과의 상당수가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도 저는 여전히 교수님, 아니 선생님이라 부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무엇이 언제부터 왜 이렇게 엇갈려버린 것일까요. 생명에 관한 순수하고 맹목적인 열정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했던 제 믿음은 이제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빈 껍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교수님의 어떤 말로도 이제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죠.

저는 사실 교수님이 난자 수급 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자리에서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히셨을 때 누구보다 반가웠답니다. 그동안 연구자로서 본연의 모습보다 정치적인 색채를 띠는 것 같은 교수님의 행보를 보면서 안타까움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성실로 무장한 듯 보였던 교수님이 명예욕에 사로잡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의 주인공이 되시다니요. 제 충격과 상심은 이루 말로 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난치병 환자들이나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참담한 감정은 인간적인 신뢰가 깨어지는 아픔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더구나 제 소중한 난자들을 채취해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 데 사용한 것인가요? 저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지만 바로 이런 것이 생명이구나, 하면서 살붙이에 대한 정이 무엇인지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답니다. 제가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자부심을 처음으로 느낀 것이 난자를 기증하면서부터였기 때문에 이후에 어떤 고통과 후유증도 그럭저럭 이겨낼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기꺼이 제 작은 생명을 내어주었는데 그 생명의 온기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적지 않은 여성들의 피와 눈물은 정녕 이대로 스러지고 마는 것인가요?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도요?

본질을 호도하는 언론의 보도와 궁지에 몰리고 나서야 발뺌하기에 바쁜 관련자들의 모습도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합니다. 교수님, 이제라도 좋으니 진실된 모습으로 쓰러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일으켜주세요. 잘못을 시인하고 백의종군보다 더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줄기세포 연구에 혼신을 다해 성과를 거두어주세요. 그것만이 저와 다른 많은 이들을 그리고 교수님을 살리는 길입니다.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마음만은 꼭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2005년 12월23일

난치병 극복을 기원하며 난자를 기증한 여성


2005/12/31 00:26 2005/12/31 00:26

공연 하루 전

from SHOUT! 2005/12/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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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사진도 몇 장 같이 올려야지

지금은 간단하게 메모만...

 



 

소극장에 저녁6시 도착

특이하게도 동사무소 4층에 위치

 

무대 세트와 등장인물, 진행순서에 따라 조명을 맞춰보는 중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음향관련기기들이 배치되고

10시가 되어서야 셋팅이 90%정도 완료

다들 걱정스러운 얼굴

 

향미는 아직 감기가 낫지 않아서 목상태가 별로다

나도 며칠동안 하루 세 번 꼬박꼬박

그 독하다는 종합감기약을 먹었더니

머리가 무겁고 사물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욱, PD-150, 내 인생의 걸림돌

카메라를 가벼운 걸로 바꾸고 싶다

11월말에 수리하고 나서 갑자기

오디오레벨 조절이 안되더니

오늘 다시 정신차려서 해보니까 된다

왜 안됐는지 그 이유는 비밀, 쪽팔리니까...

 

공연실황을 촬영할 영상담당자가 따로 있었다

한시름 덜었다고나 할까

근데 음향팀에서 공연실황 오디오녹음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장비의 문제로 공연에 필요한 사운드를 트는 것만 가능

음......부지런히 레벨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찍는 수 밖에...

 

내일(목) 오후 1시 최종리허설 약속

 

 

 


2005/12/29 01:19 2005/12/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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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속에 갇힌 말>이 상영되었던 영화제와

    관련정보를 링크했습니다

    (2006년 7월 1일 오후 2시에 최종업뎃)



1. 제4회 인디다큐페스티벌

 

   *홈페이지     : http://www.sidof.org/

   *<돌 속에 갇힌 말> 소개

     http://www.sidof.org/zbbs/view.php?id=films&no=107&category=

 

 

 

2.제9회 수원인권영화제

 

   *홈페이지     : http://rights.or.kr/swhrff/

   *상영작 소개 : http://swhrff.or.kr/guide02.htm

 

 

 

3.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홈페이지     : http://www.basff.org/

   *<돌 속에 갇힌 말> 소개  http://www.basff.org/pageB/B1_14.asp

 

            

 

4. 안양변방영화축제

 

   *홈페이지     : http://www.afff.co.kr/

   *<돌 속에 갇힌 말> 소개  http://www.afff.co.kr/sub_program04_02.htm

 

 

 

5. 제9회 인권영화제

  

   *홈페이지     : http://sarangbang.or.kr/hrfilm/2005hrfilm/

   *<돌 속에 갇힌 말> 소개 

  http://sarangbang.or.kr/hrfilm/2005hrfilm/program_view.php?mv_gubun=1&mv_num=324

 

 

 

6. 제10회 인디포럼영화제

 

   *홈페이지     : http://www.indieforum.org/2005/main.php

   *<돌 속에 갇힌 말> 소개

   http://www.indieforum.org/2005/film_2005/film_info.php?numm=663

 

 

   

7. 제7회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 http://www.jiff.co.kr/

 

 

 

8. 2005 부산인권문화제

*홈페이지     : http://www.humanfesti.org/

*<돌 속에 갇힌 말 소개>: http://www.humanfesti.org/menu03_view.asp?idx=41

 

 

 

9. 제10회 전주인권영화제

*홈페이지    : http://chrff.icomn.net/

*개막작 소개:http://www.icomn.net/~onespark/bbs/view.php?id=chrff_movie&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3

 

 

그 외에도


 2004년 구로구민회관

 

 2005년 원주 다큐멘터리 동호회 나무

               실업극복국민재단

               구로동맹파업 20주년 기념행사 - 구로노동자문학회

               민주노동당 대전광역시당

               미디액트 ('다큐멘터리연구' 강좌 중 수업교재로 상영)

               대전 여성해방연대

               명동 미지센터

               국회의사당 소회의실

 

2006년   연세대 학술네트워크(6. 7. 당일 장비문제로 취소, 재상영 추진중)

               한겨레신문 문화센터 (6. 21)

               다큐나루 작업실(6. 27)

 

 

 등에서 상영회를 가졌다


2005/12/29 00:57 2005/12/2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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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아래글의 출처

*참고:브릭:http://bric.postech.ac.kr/

          브릭의 소리마당:http://gene.postech.ac.kr/b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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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인터뷰 당사자가 Bric에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http://www.ddanzi.com/new_ddanzi/199/199in_01.asp
(트래픽 초과때문에 접속에 장애가 있을 수 있음.)



 

당사자가 빙빙 돌리지 않고 그냥 정확하게 문제되는 부분에 있어서 사과를 합니다. 보기 좋습니다.

 

근데 딴지일보의 멘트가 짜증나는군요. 인신공격성 멘트를 그대로 실어서 결과적으로 물의를 빚은데 대해서 연대책임을 질 생각은 안하고 사과문 게재에 "통탄을 금치"못하고나 있으니...

총수가 이런 말을 합디다.

 

"사태가 발발한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도대체가 딴지가 말하는 "현장"의 실체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인터뷰 당사자가 단지 전공이라는 것 외에 어떻게 "현장"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지요? Bric에는 황우석 시기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토론한다 이건가? 참, 기가 막힘.


* * *

- 사 과 문 -

1. 생물학 논문의 상당수에 과장 또는 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은 전달상에서 심각한 오해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다른 많은 곳에서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시는 많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진실성이 명예이자 생명인 과학에서 어떻게 조작이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 도중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표현을 과도하게 하였습니다.

 

2. 내용은 전적으로 개인으로서의 의사표현이었으며, 어떠한 단체나 집단도 대표하고 있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행여 이 문제로 인해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시다면 다시 한번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3. 브릭 및 여타의 커뮤니티에 대해 근거없는 비방 표현을 담고 있음에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이 역시 대화 과정에서 어떤 커뮤니티든 그 모든 내용을 전부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대화가 그렇게 흘러가 버렸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사과 올립니다.


2005/12/29 00:24 2005/12/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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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출처 관련 복지부와 정치권 ‘책임’ 물어
     
최순영, 유승희 의원 “정치인들 반성해야

윤정은 기자
2005-12-27 03:14:26

 

약 한달 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대한 진위공방이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발표로 “황우석 교수팀 2005년 논문 조작”이라고 일단락 지어졌다. 그러나 아직 최종 발표가 남아있고, 2004년 논문 등 이전의 연구 조작 및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과 사실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밝혀야 할 산적한 의혹들이 한두 개가 아닌 지금 상황에 벌써부터 “황우석 교수를 믿어주자”는 섣부른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공방의 과정에서 진실 규명보다는 황우석 교수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던 정치인이 아직 조사도 마치지 않았는데, “난치병 환자의 꿈, 바이오산업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황우석 교수에게 다시 “연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난자기증운동 붐 조성한 언론과 정치권 질타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이 발언을 한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대해 “의혹을 은폐하고 진실을 왜곡하려는 처사”라며 “사회지도층으로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 동안 여론을 호도하던 정치인들이 황교수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이어 유승희 의원은 “국가 예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비롯해서 감사원에서도 조사를 해야 하고, 계좌추적 및 검찰 수사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 또한 최근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난자 출처 의혹 및 연구원 난자제공 과정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입장 표명을 했다. 특히 최근 미즈메디 노성일 이사장이 실토한 “1000개 난자 제공” 사실을 언급하면서, 난자 및 시술현황에 대해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와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책임을 물었다. 연구의 윤리성을 심의할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그간 “난자 출처를 심의했으나 별 문제가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 “직무유기”라고 규정하고,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규모, 출처, 제공과정의 윤리성과 적법성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7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실 주최로 여성의원들이 모여 “국정조사를 통해 황우석 연구의 난자 제공 과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성의원들은 “무비판적으로 영합했던 정치권의 과오가 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유감을 표했다. 또, “난자 제공 과정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보다 난자 기증 운동 붐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던 언론과 일부 정치권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난자기증재단 이사로 참여한 여성의원들

26일, 그 동안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 목적 난자를 기증하도록 홍보 역할을 해왔던” 여성의원들 중 난자기증재단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과 진수희 의원,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의 입장에 대해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송영선 의원실은 “앞으로 난자기증재단 이사회가 곧 있을 예정”이라며, “(송 의원이) 아직까지는 어떤 입장 표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진수희 의원실은 “난자기증재단 활동은 황우석 교수 연구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며 “상황이 이렇다 하더라도 생명나눔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장향숙 의원실에서는 “(장 의원이) 이사의 직책인줄 몰랐다”며 “난자기증재단 홈페이지에 이사로 올려져 있다면 확인해봐야 한다”는 다소 당혹스러운 답변을 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난자기증재단은 별다른 공식적 설명 없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재단을 이끄는 사람들’에서 이사들의 이름과 약력을 일제히 삭제한 상태다.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발표가 결코 이번 사태의 끝이 아니다. 논문 조작에 관련된 조사가 끝난 다음에도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하고, 여론을 호도하던 정치인들과 책임을 방조한 정부 기관과 인사들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묻는 조사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론을 조장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던 언론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www.ildaro.com

[이어진 기사를 보시려면]  지금 해야하는 질문은 무엇인가
 난자 관리하는 법률 제정되나
 황우석 교수가 장애인의 유일한 희망?
 세계 여성건강권 기준 떨어뜨린 한국
 외국의 ‘난자기증’ 정책 비교
 ‘난자 모으기 운동’ 문제있다
 난자매매보다 더 위험한 것은
 무비판적 열광이 “한탕주의” 과학 낳아
 난자의 출처 묻는 이유는
* '일다'에 게재된 모든 저작물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옮기거나 표절해선 안 됩니다.

2005/12/28 23:54 2005/12/28 23:54

<SHOUT> 불현듯이

from SHOUT! 2005/12/2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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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다가

'W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이제 일주일 남았다

어제 저녁에 리허설을 촬영했고

아마도 30일까지는 이들과 같이 움직이게 될 듯

홈페이지를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더 자세한 소식은 차차 전하기로 하고

웹 홍보물에서 퍼온 글로 그들에 대한 소개를 대신한다

 

* * *

 

 

W의 첫걸음마!

W가 거리를 통과해서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가슴 떨리고 혼란스러운 혼례를 앞두고 어색한 함을 받듯이...
설레임과 두려움을 벗삼아 거리에서부터 한발한발 딛고 가다보면
어느덧 공연장 문턱을 넘어서고 있겠지 하는 맘입니다.
모두들 오랜만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잘 걸을 수 있도록 동지들의 응원을 바랩니다.
아주 조금씩 준비를 했습니다.
낯선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모든 가능성과 희망에 너그러워져서
스스로 취해가듯이
그렇게 공연을 한 잔 한 잔 마셔보렵니다.

"W"가 뭐야?

2005 겨울전람회 “W-불현듯”입니다.
개인 문화예술활동가들이 한 날 한 장소에서 각 자의 작품을 주욱 늘어놓습니다.


정윤희의 미술전시 ‘일상 공간의 신선하고 재미난 변신’

권춘희의 퍼포먼스 “파블로프의 개, 춤추다”

푸른살이의 어른을 위한 동화 “이 세상 처음 눈뜰 때 갖고 있던 그런 날개”

이란희의 영화 상영 “열 아홉, 스물”

송연수의 연극 공연 “변태 revolution"

최금예의 인형극 공연 “소녀, 이별하다”

박향미의 노래 공연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김하연의 무대 미술


2005년 12월 29일(목), 30일(금) 오후 7시

학산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W’란?

생산하는 “W”, 표현하는 “W”, 길을 찾는 “W”, 연대하는 “W”
W는 여자, 생산하는 자다. W는 표현의 무기이다.
마음이 기거하는 가슴, 몸을 지탱하는 엉덩이, 그리고 길을 걷는 발뒤꿈치이다.
W는 우리가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고 찾고 있는 길의 이미지, 형상(刑狀)이다.
W는 길을 찾는 동무들 간의 연대의 손(가락)짓이다.
‘V’자를 양 손으로 그린 후 양 검지를 붙여보시라!


‘불현듯’이란?
 

불이 현 듯, 불을 켜서 일어나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이렇게 돌연, 갑자기, 문득, 별안간 깨달음을 얻으셨을까?
우리도 어느날 별안간 몸 안에서 불꽃이 튀겨 이렇게까지 되었답니다.


이 시대를 문화예술로 살아가는 까닭은?

우리들은 각 자 미술, 연극, 음악, 노동문화 등의 분야에서

진보적이고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 나름의 노력들을 기울여왔다.

한때는 예술 집단에서였고, 현재는 대부분 개인 작업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각 영역에서 잔뼈가 굵어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자들이다.

우리들은 지난 시절 집단에서의 갈등, 전망의 혼란, 결혼과 육아

그리고 시대의 (멈춰진 듯한 숨가쁜) 변화를 경험하였다.

우리들은 그 여정이 지속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소소한 일점을 찍으며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하려고 한다.

우리들은 스스로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문화예술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제 몸을 태우는

바람 앞의 불씨로 형상(形象)한다.

우리들은 그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욕망하며

유일무이하게 그런 힘을 가진 인간의 입김을 쏘이고자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공간으로 그들을 유혹한다.

우리들의 소박한 공연이 힘겨운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즐거움과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5/12/21 01:49 2005/12/2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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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reenreview.co.kr/archive/80KangYanggu.htm



과학기술의 덫에 갇힌 언론

   강양구


   지난 11월 과학기술부는 황우석 교수에게 2005년에 26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개별 과학자에게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파격적인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런 과학기술부의 방침은 민주노동당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런 파격적인 지원에 당연히 따라야 할 공식적인 선정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번 지원은 ‘이종간 장기이식’, ‘인간배아 복제 연구’ 등 첨예한 윤리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연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이런 ‘정당한’ 지원철회 요구는 언론과 정부로부터 묵살당했다.1)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민주노동당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무서운 것이 없어 보이던 민주노동당의 한 ‘스타 의원’도 황 교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자살골’에 비유하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일도 있다. 지난 11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원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황우석 교수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의원들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황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보조석에 앉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없어 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염두에 두면 ‘진풍경’이었다. 그날 강연회에서 황 교수는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에 쓰인 난자를 어떻게 얻었는지, 여성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난자를 기증했는지”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이 황 교수를 불편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언론에서는 ‘과학기술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황 교수의 모습만이1)보도되었다.2)

  잠시 살펴본 것처럼 2004년은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기자들에게는 아주 ‘보람찬’ 한해였을 듯싶다. 진보, 보수 구분 없이 전 언론사 과학기술 담당기자들이 황우석 교수를 ‘스타 과학자’로 만드는 데 나섰고, 그 결과 그는 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과학기술 담당기자들이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슈를 만드는 것이 드문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자들로서는 뿌듯했을 법도 하다. 물론 인간배아 복제 실험이라는 감히 다른 나라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미국의 과학잡지《사이언스》에 게재한 황 교수의 능력(?)이 그 바탕이 됐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모두가 한목소리로 황우석 교수와 생명공학 띄우기에 나설 때, 명색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한없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황 교수나 생명공학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과학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반(反)과학기술주의자’라는 비난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1년 가까이 지내면서, 언론이 과학기술을 보도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이 글은 이런 개인적인 고민의 결과물이다.



  과학기술 보도, 어디로 가는가

  최근 들어 언론의 과학기술 관련 보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과학기술이 삶에 주는 큰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런 관심의 증가는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의 증가와 함께 언론의 과학기술 관련 보도에 대한 문제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보도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그 질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과학기술 보도의 질에 대한 비판은 보통 ‘전문성의 결핍’에 대한 지적으로 모아진다. 과학기술자들 중에는 노골적으로 “기자를 만나는 일이 제일 싫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심지어 경멸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과학기술 보도에는 아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과학기술 연구를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서는 흔히 언론의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 강화’가 중요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과학기술자들뿐만 아니라 언론 스스로도 이것에는 깊은 공감을 표시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과학기술 분야를 오래 담당해온 기자들이 아예 ‘과학기술 전문기자’를 자칭하며 과학기술만 담당하는 게 큰 추세로 자리잡았다. 더 나아가 일부 언론에서는 전문인력을 기자로 채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미〈동아일보〉의 경우 총 10여명의 이공계 출신 석사 졸업 이상자를 과학기술 담당기자로 뽑아 잡지와 신문에 배치했고,〈중앙일보〉와〈한겨레〉에서는 의사를 공채해 의료분야를 전담하게 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근본적인 의문을 품어봄직하다. 도대체 과학기술 보도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인가? 대개 언론은 과학기술 시대에 과학기술(자)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과학 기사의 배포를 위해 최초로 만들어진 통신사인 ‘사이언스 서비스’가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래 언론은 지속적으로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3)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보도가 지향하는 것도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언론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수록 과학기술(자)과 대중의 거리가 가까워졌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중은 과연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에 대해서 과거에 비해서 더 호의적인가? 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갈수록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 불신의 정도를 정확히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최소한 그 추이를 짐작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그 한가지 방법으로서 대중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영화 속에서 과학기술이 어떤 식으로 비춰지는지 살펴보자. 영화 속에 비친 과학기술 이미지를 계속 추적해온 한 과학기술 학자는 “영화 속에 비춰지는 미래사회의 모습은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의 전망이 우세하며, 과학자의 이미지 역시 이타적이고 선하기보다는 사악하고 미친 과학자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4) 상업적인 영화들이 대중들의 정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제작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영화 속 과학기술 이미지는 대중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근본적인 우려와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중은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져올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자와 대중 사이의 거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지적도 살펴보자.《코스모스》,《콘택트》등의 저자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평생을 ‘과학기술 대중화’에 노력해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인《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미국에만 국한해 볼 때 ‘과학기술 대중화’는 실패했다고 단언하고 있다.5) 대중들이 현대 과학기술에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기보다는 오히려 현대 과학기술이 부정하는 ‘사이비 과학’이나 ‘반(反)과학’에 더 경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건의 완고한 ‘과학주의’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그의 지적을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와 연관해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비록 세이건이 ‘과학기술 대중화’가 실패한 한가지 원인으로 언론의 상업적 접근을 지적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언론은 훨씬더 일찍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졌고, 그 질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과학기술자의 성과를 언론 또는 대중에게 매개하는 세이건과 같은 훌륭한 과학 저술가들도 다수 활동하고 있다. 이런 미국에서도 과학기술자와 대중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기보다는 오히려 대중은 현대 과학기술이 주는 여러가지 ‘확신’들에 반감을 갖고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자와 대중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 이 현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 강화’라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해법인가? 언론의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 강화가 언론과 과학기술자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대중과 과학기술자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더 멀게 하는 것은 아닐까?



  과학기술 보도의 현실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언론사 과학기술 담당기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보도의 특징을 크게 다음과 같은 네가지로 요약했다. ‘최초’의 힘, 경제적 관점, 애국주의, 재미있는 ‘이야기’.6) 이 네가지는 사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보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과학기술 보도의 특징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먼저 기자들은 그 속성상 끊임없이 ‘최초’를 좇는다. 특히 항상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주목을 받는 과학기술 영역의 경우 이 ‘최초’가 더욱더 힘을 발휘하는 분야이다. 기자들은 “이런저런 자연의 비밀이 국내에서 처음 규명됐다”, “이런 구조의 물질이 개발되기는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등의 의미를 과학기술 연구를 보도할 때 찾고자 한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특별히 주목받아 미국의 과학잡지《사이언스》에 실린 것도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 줄기세포를 추출해냈기 때문이다.

  한편 과학기술이야말로 현재와 미래의 경제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도 과학기술 보도의 큰 특징이다. 보도내용 가운데는 “이것이 실용화 또는 상용화하면 수입 대체효과는 ○○○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분야의 미래 세계시장은 ○○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등으로 연구결과를 경제가치로 환산하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한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서도 각 언론들이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것은 “10년 후 황우석 교수 연구가 우리나라를 먹여살린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민족주의가 힘을 발휘하는 우리나라에서 ‘애국주의’가 과학기술 보도의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나라 과학기술자가 해냈다는 사실은 과학기술 연구 자체보다 더 대중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태극기를 꽂고 왔다”는 제목이 등장한 것은 과학기술 보도의 ‘애국주의’를 가장 선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7)

  과학기술은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보도되기도 한다. 최근 각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과학기술면이나 국제면의 과학기술 기사에서 특히 이런 보도를 찾기 쉽다. 이 경우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하면서 도래할 장밋빛 미래가 은근히 제시되곤 한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을 정복할 길을 열었다”는 식의 보도 역시 이런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여기서 제시한 과학기술 보도의 네가지 특징은 과학기술이 언론에 의해 특정한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과학기술이야말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과학주의’가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사회와 비교적 무관하게 발전하며 그 과학기술의 발전이 그 사회의 발전 방향을 결정한다는, ‘기술결정론’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런 통념이야말로 과학기술 보도를 재구성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유럽의 근대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적어도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만을 놓고 봤을 때 언론은 아직 18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세가지 특징

  언론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주의 한계 안에 갇혀 있는 것과 달리, 정작 현대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세기 현대 과학기술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현대 과학기술의 성격을 규명하고 그 특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은 이 글의 과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가장 중요한 특징 세가지를 포착할 수는 있다.
  

  (1) 자본의 힘

  우선 과학기술에 대한 자본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국가는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고, 그것과 관련한 자원을 배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미 과학기술에 대한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자본이지 국가가 아니다. 단적으로 2005년도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7조원 정도지만, 삼성의 연구개발 예산은 삼성전자 4조 8,000억원을 포함해 총 7조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다른 기업들의 연구개발 예산을 넣으면 자본이 주도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은 정부의 그것을 압도한다. 더구나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7조원의 상당 부분은 기업의 연구개발 예산이 쓰이는 분야를 보조하거나, 그것과 경쟁하는 용도로 쓰일 게 뻔하다. 과학기술 영역의 경우에는 국가와 자본의 시각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학기술에 자본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8)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은 기업의 막대한 후원에 의존하게 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변화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생명공학처럼 이윤추구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는 장려되는 반면 생태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여러 분야들은 지역사회, 환경 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유전자조작 작물(GMO)을 생산하는 초국적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대학의 경우 GMO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제약을 받게 됐다.

  과학기술 연구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관행이 사라진 것도 큰 문제다. 우선 기업들이 연구를 설정하는 데 깊숙이 개입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과학기술자 사이에 연구 과정에서 얻은 여러가지 정보를 공개하는 전통적인 관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구와 관련된 비밀을 지킬 것을 과학기술자에게 요구하고, 이를 승낙할 때만 연구비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상당수의 과학기술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도 다른 실험실보다 더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 기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의 과학기술 연구를 ‘전쟁’으로 인식한다. 이기면 막대한 ‘부’가 약속되는. 과학기술 연구를 전쟁으로 인식하는 한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관행이 설 자리는 없다.

  이렇게 기업이 깊숙이 개입한 과학기술 연구의 성과는 고스란히 기업의 것으로 귀결된다. 영국의 노벨상 수상 생물학자인 존 설스턴은 영국 쪽 책임자로 10여년이 넘게 참가한 ‘인간 유전체(게놈) 프로젝트’를 회고한 책에서 이런 현대 과학기술의 경향을 통렬히 고발한다.9) 현대 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를 수행한 그의 다음과 같은 얘기는 이 시대 자본이 주도하는 과학기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세기에는 과학과 인간성 사이에 균열이 있었다…더욱 좋지 않은 것은 개발과 탐구가 단기 이윤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4반세기의 이익을 위해 개인, 기업과 국가가 광적으로 성급하게 서로 경쟁하도록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거대한 초국적기업은 이제 국가보다 더 강력해졌다. 도처에서 그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고 특히 부자 나라의 수도에서 집중적으로 로비를 하는 경우, 그 힘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우리는 지금 개인 소유권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 공공의 선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유전자 시대의 적들》385, 400, 403쪽)
  

  (2) 무너지는 과학기술자

  과학기술 연구가 그 기반부터 기업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자 공동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실은 암담하다. 현대 과학기술의 두번째 특징은 과학기술자 공동체가 이미 ‘자기비판을 통한 쇄신’과 같은 ‘반성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우선 과학기술 활동이 분화되고 개별 분야의 전문성이 심화되면서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검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초끈 이론’이라는 물리학의 최신 이론이 있다. 우습게도 우리가 접하는 이 ‘초끈 이론’은 최소한 두 단계의 중개 과정을 거친 것이다. ‘초끈 이론’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들이 내놓은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자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초끈 이론’에 대한 최초 논문을 해설하는 2차 논문이 나온 뒤에야, 과학 저술가나 언론이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초 논문의 똑같은 진술에 대해서 2차 논문들조차도 상이한 해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최초 논문의 진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과학자들끼리 논란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현대 과학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 이와 같은 검증의 어려움이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과학기술자들은 의도적인 기만행위에 나서기도 한다. 연구결과에 대한 과학기술자 공동체 내의 검증이 어려워진 현실을 틈타 그 결과를 조작하거나, 다른 연구를 표절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02년 과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던, 물리학자 얀 헨드릭 쇤의 논문조작 사건일 것이다. 독일출신의 30대 초반의 물리학자인 쇤은 1997년 미국의 벨 연구소에 자리를 잡은 뒤 약 4년여에 걸쳐 약 100여편의 논문을 쏟아내며 동료 물리학자들을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4년여에 걸친 쇤의 연구는 모두 날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리 애를 써도 쇤의 실험을 재연하는 데 실패한 몇몇 과학자들이 실험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국 쇤이 데이터를 날조하는 방법을 통해 연구결과를 조작해왔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과학계는 수차례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명한 연구소에서 실험 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졌다는 점,《네이처》,《사이언스》같은 유명한 잡지에도 쇤의 조작된 연구가 25편이나 실렸다는 점 등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들 연구소나 유명 과학잡지들이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에 목을 매면서 과학기술 연구의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이다.10)

  사실 이런 기만행위는 오히려 부분적인 문제이다. 이미《네이처》나《사이언스》같은 유명한 과학잡지들조차도 초국적기업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2002년에 있었던 ‘GMO의 유전자 전이’ 연구에 대한《네이처》의 미심쩍은 태도일 것이다. 버클리대학의 대학원생이자 환경과학자인 데이비드 퀴스트와 그의 지도교수인 멕시코인 생물학자 이그나시오 차펠라는 멕시코의 유전자조작 옥수수의 유전자가 인근 농장에서 재배되는 토착 종자에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2001년 11월에《네이처》에 보고됐고, 2002년 4월에《네이처》에 게재될 예정이었다. 만약 이 논문이《네이처》에 발표된다면 그 파장은 매우 컸을 것이다. 하지만《네이처》는 이 논문을 싣는 대신 그것을 반박하는 두편의 글을 게재했다.《네이처》가 GMO를 생산하는 초국적기업의 압력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네이처》에 실린 반박 글의 저자들이 모두 버클리대학에, GMO를 생산하는 초국적기업 노바티스의 막대한 지원금을 끌어오는 데 직접 관련된 인물이라는 사실만이 진실을 짐작케 할 뿐이다.11)《사이언스》역시 만만치 않다.《사이언스》는 2003년 1월에 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의 후원을 받고 있는 과학자 로저 비치가 쓴 GMO 지지 글을 게재해 큰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개한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업과 과학기술자 사이에 일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때로 자기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연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한다. 쉘과 같은 석유 메이저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과학기술자들이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는 것을 넘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도 이런 유착관계에 해당된다. 신약의 부작용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것을 감수하면서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데는 큰 이해갈등이 따를 것이다.
  

  (3) 되돌릴 수 없는 현대 과학기술

  앞에서 살펴본 현대 과학기술의 두가지 특징이 다분히 현상적인 것이라면, 지금부터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본질에 관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과학기술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그 효과 자체가 되돌릴 수 없다는 큰 특징을 갖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또 이 세가지를 극적으로 결합시켜주는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은 과학기술자 스스로도 그 결과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과학기술자의 불안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빌 조이의〈미래에 우리는 왜 필요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이다.12) 2000년 4월에《와이어드》에 발표한 이 글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식인들 사이에서 큰 토론을 촉발시키고 있다. ‘IT업계의 현자’로 칭송받는 과학기술자이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창립자인 그는 이 글에서 “생명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 과학기술이 결코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이 세가지 기술이 ‘인류의 절멸’에 이르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을 묵시론적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 그는 대신 과학을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달라이 라마의 “타자에 대한 사랑과 자비심”과 같은 강력한 윤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빌 조이의 글이 현대 과학기술의 압도적 영향력과 그 돌이킬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과학기술자 내부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면, 최근 국내외 지식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는 현대 과학기술의 힘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한겨레〉에서 계속 연재하고 있는 ‘인문의 창으로 본 과학의 풍경’에서 보이는 인문·사회과학 지식인들의 모습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많은 지식인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유전자 복제’를 놓고 황우석을 만난 뒤 글을 쓴 왕년의 ‘진보적 지식인’ 이진경 교수는 단연 돋보인다.13)

  이진경 교수는 황우석 교수에게 끊임없이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인위적인 변이’가 가능해졌다면, 이제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변이’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식의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심지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황우석 교수에게 실망했는지 “생물학 자체가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이진경이 몰랐을 뿐이지 현대 과학기술은 그 공공성 때문에 처음부터 충분히 정치적이었다. 현대 과학기술은 그 영향의 범위가 국지적이고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와 같은 최신의 과학기술 연구는 처음부터 그 공공성 때문에 매우 정치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대부분의 현대 과학기술이 그 연구개발 재원을 시민들의 세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는 점이나 공공성을 갖는 과학기술 연구에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과학기술 활동을 ‘탈정치화’하려는 시도들이야말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당장 황우석 교수 역시, 글머리에 언급한 것처럼 2005년에 세금 265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진경 교수가 과학소설(SF)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이런 현대 과학기술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이해가 결여된 탓으로 보인다. 사실 이진경 교수뿐만 아니라 많은 지식인들의 글에서 과학주의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런 무비판적 태도야말로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다르게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반(反)과학기술’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과 비판적 성찰의 부재이다.



  현대 과학기술에 포섭된 언론

  앞에서 거칠게나마 현대 과학기술의 세가지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언론은 과학기술의 변화된 모습을 예의주시하고 이런 세가지 특징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가? 변화된 과학기술의 모습을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사회의 대응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자극했는가? 오히려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한가지 두드러진 예를 살펴보자. 앞에서 물리학자 얀 헨드릭 쇤의 과학 기만행위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런 역사상 최대의 과학 기만행위가 국내 언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주 흥미롭다. 황우석 교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평소 우리나라 언론들이 ‘맹신’하는《네이처》나《사이언스》는 2002년 10월 초 머릿기사로 쇤의 기만행위를 다루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은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그해 6월에〈중앙일보〉에 한번 보도되었고, 기만행위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된 9월 말에〈동아일보〉에 짤막한 기사가 실렸을 뿐이다.〈연합뉴스〉가〈뉴욕타임스〉를 인용해 꽤 긴 기사를 송고했지만 언론들이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은 것도 의아한 일이다. 언론들이 쇤의 기만행위를 몰랐을 리는 없다. 쇤의 기만행위를 다룬《네이처》에 같이 실린 말라리아 모기의 유전자 판독에 대한 기사는 거의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했기 때문이다. 한가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쇤의 ‘조작된 연구’가 나노기술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해 왔다는 점이다. 2002년 말은 우리나라가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전세계적인 ‘나노기술 열풍’에 본격적으로 편승하던 때였다.

  이처럼 오늘날 언론은 현대 과학기술의 변화된 모습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 담당기자들은 정부, 기업, 외국의 과학기술 관련 잡지들에서 보도할 거리들을 찾는다. 이들 정부, 기업, 외국의 과학기술 관련 잡지들이야말로 앞에서 살펴본 현대 과학기술 활동의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 행위자들이다. 언론은 이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을 공고화, 재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현재 진행되는 생명공학 연구의 방향을 시민들이 수긍하게 만든다. 동시에 그 분야에 정부의 예산이 더 많이 투입되도록 한다. 또 언론은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도해 비판적 접근을 차단한다. 물론 언론의 보도는 기업의 주가를 높이고 자본에 대한 과학기술의 예속을 더욱더 가속화한다. 언론을 통해 이런 과정이 반복될수록 기존 과학기술의 구조는 더욱더 단단해지고 발전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언론은 기존 과학기술의 방향과 다른 흐름을 철저히 보도에서 배제한다. 지역사회, 인권, 환경 등을 고려한 과학기술은 그런 흐름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소중한 성과들도 언론에서 배제돼 아예 사회적 공론화의 기회를 잃는다. 그 결과는 너무나 명백하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합의만 한다면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 수준으로도 충분히 실현가능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과학기술’이 계속 포기된다. 이미 1960년대 말 영국 루카스 항공의 노동자들이 간파했던 것처럼 “소리의 속도보다 빨리 가는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정교함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을 체온저하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간단한 난방체계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현대 과학기술 시대의 역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1969년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은 비용감축을 위해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려는 경영진에 맞서 그때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협력해 그때까지 그들이 만들었던 전투기 엔진이 아닌 150개의 혁신적 제품을 설계하고 그중 일부를 시제품으로 내놓았다. 여기에는 저렴한 의료기구, 저연료 엔진, 도로?철도 겸용 버스, 태양 집열장비 등 인권, 환경, 지역사회의 필요를 고려한 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1970년대 10여년 동안 진행된 이 계획은 경영진에 의해 거부되었고, 결국 노동조합의 지도자들이 해고당함으로써 실패로 끝나고 만다.)14)



  ‘전문성 강화’, 대안이 아니다

  언론이 현대 과학기술 구조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인식하면 앞에서 품었던 의문이 어느정도 해결된다. 왜 언론이 대중들에게 과학기술을 더 전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대중과 과학기술(자)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는가?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가 대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변화상을 대변하고 심화시키는 역할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대안으로 언급되는 ‘전문성 강화’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현 구조에서 언론이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곧 정부, 기업, 과학기술자의 이해관계에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잘 갖춘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즉 정부, 기업, 과학기술자들이 생산하는 여러가지 기사거리들을 더 잘 받아쓰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그 전문성의 정체인 것이다. 이 경우 언론은 전문성을 강화할수록 기존의 과학기술을 둘러싼 구조를 더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결과가 나온 이후 5월,《네이처》는 ‘한국의 줄기세포 스타들, 윤리적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황우석 교수의 난자 획득 경위, 기관심사위원회(IRB)의 통과 문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공동저자로 포함된 경위에 대한 의문 등 여러가지 윤리적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프레시안〉,〈한겨레〉,〈동아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들은《네이처》가 제기한 윤리 문제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짧은 설명을 붙인 후 바로 황우석 교수의 반발과 해명을 그대로 싣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네이처》가《사이언스》의 경쟁지이고 특종을 놓쳤기 때문에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를 훼손시키려 한다고 크게 보도했다.〈프레시안〉을 제외한 전 언론이 식물학자인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논문의 공동저자로 포함된 것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부에 흠집을 내는 기사라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던 일부 보수 언론들도 이 대목에서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소한 이번 건에 관한 한 언론들은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과학기술계의 이해관계에 완전히 동일시한 셈이다.15)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과학부에서 정치부로 옮긴〈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다음과 같이 과학기술계와 거리두기의 어려움을 고백한다. “정치 관련 기사를 쓰니 예전에 과학기사를 쓰던 때보다 훨씬더 자유롭게 느껴지더군요. (과학부 기자가) 과학계로부터 거리를 두기란 매우 어렵죠. 지금은 내가 지닌 기자로서의 타고난 감각을 동원해서 대통령에 관해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과학부에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요.”16)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언론의 조심스러운 문제제기가 나오자마자 일제히 “황우석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나선 과학기술 담당기자들 중에서 이런 고백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언론이 이렇게 과학기술 핵심 행위자들의 충실한 대변자로 자처할수록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언론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자들은 기자들이 ‘받아쓰기’도 제대로 못한다고 불평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기자들보다도 훨씬 ‘전문적 능력’을 갖춘 과학기술의 대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여년 사이 기자들보다도 훨씬더 정확하게 최신 과학기술 연구의 성과와 의미를 짚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기자들보다 더 쉽게 대중들에게 이것을 중개해주는 과학 저술가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언론은 결국 그들의 목소리를 싣는 공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당수의 과학기술 담당기자들은 과학기술자들의 말을 받아쓰는 수준으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비판적 과학 저널리즘’의 조건

  이제 긴 글의 결론을 맺을 때다. 지금은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선회가 필요한 때다. 과학기술 시대에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현대 과학기술 활동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것의 사회적 영향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그 감시와 성찰의 결과를 대중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언론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비판적 과학 저널리즘’의 상이다.

  언론이 이런 역할을 맡고 나설 때 오히려 요구되는 것은 과학기술자-정부-기업의 시각이 아닌 전혀 다른 전문성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시민적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거나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존의 행위자들(과학기술자, 관료, 기업가 등)의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조망하고 과학기술 보도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회학자 넬킨은 이미 1990년에 미국 언론의 과학기술 보도를 분석한 후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언론은) 과학 활동이 내포하는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함의들,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성격, 그리고 인간사에 적용되었을 때 과학이 보여주는 힘뿐만 아니라 그 한계까지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17) 이것은 기자들이 항상 추구해야 할 사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 대담한 해석, 비판적 탐구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요구’라고 볼 수도 없다.

  녹색평론사가 주최하는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의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일본의 토다 키요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양으로 ‘역사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교양’, 두가지를 강조했다.18) 우리나라의 언론이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비판적 교양을 가지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가? 바로 이것을 진지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계속해서 과학기술의 사제들(과학기술자, 관료, 기업가)의 시종이나 나팔수 역할만 한다면, 결국 성난 시민들이 몽둥이를 들이댈지 모를 일이다.



1) “‘황우석 수백억 지원’ 놓고 과기부-민노당 격돌”,〈프레시안〉2004년 11월 16일.
2) “‘난자’ 질문에 분노하는 황 박사”,〈여성신문〉인터넷판, 2004년 12월 1일.
3) 도로시 넬킨〈과학과 언론보도〉,《대중과 과학기술》김명진 편저, 잉걸, 2001, 155쪽.
4) 김명진〈영화 속에 나타난 과학기술 이미지〉, 2004년도 한국과학기술학회 후기 학술대회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 자료집, 한국과학기술학회, 2004년 12월 4일;〈대중영화 속의 과학기술 이미지〉,《대중과 과학기술》잉걸, 2001.
5) 칼 세이건《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상헌 옮김, 김영사, 2001.
6) 네가지 특징은 이 글을 참고했다. 오철우〈과학과 언론의 소통 가능성〉, 2004년도 한국과학기술학회 후기 학술대회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 자료집, 한국과학기술학회, 2004년 12월 4일.
7) “‘인간복제, 설계도’ 황우석 교수, ‘미 생명공학기술 고지에 태극기 꽂고 왔다’”,〈동아일보〉2004년 2월 9일.
8)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 관찰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인상적으로 서술한 다음 글을 참고. 에이열 프레스·제니퍼 위시본〈닫힌 대학〉,《시민과학》통권 제29호,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2001년 7월.
9) 존 설스턴 · 조지나 페리《유전자 시대의 적들》유은실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4.
10) 쇤의 기만행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리는 다음 글을 참고. 김명진〈과학계를 강타한 ‘역사상 최대’ 기만행위 사건〉,《시민과학》통권 제41호,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2002년 11월.
11)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리는 다음 글을 참고. 프레드 피어스〈멕시코 옥수수 스캔들〉,《시민과학》통권 제39호,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2002년 8월.
12) 빌 조이〈미래에 우리는 왜 필요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녹색평론》통권 제55호(2000년 11-12월호).
13) 이진경 “자연을 거슬러 자연을 꿈꾸다”,〈한겨레〉2004년 11월 15일.
14) 마이클 쿨리〈루카스 항공에서의 협동계획〉,《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송성수 편역, 녹두, 1995.
15) “‘황우석 교수 연구, 윤리적으로 문제있다’ 파문”,〈프레시안〉2004년 5월 7일.
16) 넬킨, 같은 책, 165쪽.
17) 넬킨, 같은 책, 166쪽.
18) 토다 키요시 · 김종철 대담〈환경과 평화의 세기를 위하여〉,《녹색평론》통권 제73호(2003년 11-12월호);“미국의 패권은 오래 못 간다”,〈프레시안〉2003년 10월 1일.



2005/12/19 18:14 2005/12/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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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05.12.9-12.16 상암CGV) 기간에

'끝나지 않은 세월'을 상영했고 보고싶었지만 갈 수 없었다

어떤 영화였을까 궁금해서 검색하다보니 아래와 같은 글이 있어서

이곳에 옮겨둔다

 

-------------------------

출처: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멘터리마당 게시판

 

김태일 감독

2005-12-14 18:16:53

 

 

故 김경률 감독 사망이후 소식을 전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김경률 감독의 갑작스런 부음을 접했습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김경률 감독을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제주도 극장에서 만났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였고 어색함을 달래려고 담배를 함께 피웠습니다.
그때 ‘끝나지 않은 세월’을 만들면서 빚을 많이 졌다면서 오늘 저녁 함께 술 한잔 하고 싶지만 품앗이로 도와준 극단에 배우를 맡아 연습하러 가야한다며 헤어진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서독제에서 김경률 감독의 마지막 작품인 ‘끝나지 않은 세월’을 봤습니다.
장편극영화였고 투박하고 영화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긴 했지만 장면 하나 하나에 배어있는 감독의 마음을 봤습니다. 4.3항쟁을 알리려는 그의 몸부림 제주도 말을 고스란히 담아 육지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면서까지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착과 긍지가 느껴졌습니다. 잠깐사이 그와 나 사이에 놓인 긴 강은 시간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몸부림치며 독립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몸과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함께 끝나지 않은 세월 작업의 피디겸 미술부감독을 맡았던 고혁진씨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차에 그는 처음 본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다음 달 초까지 5백만원을 갚지 않으면 영화판권 전부를 채권자에게 넘기기로 김경률 감독이 약정서를 썼다. 고인의 혼과 열정이 담긴 영화를 지키고 싶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모금 활동를 벌리고 싶다’는 요지의 말 이였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유일한 것이 작품인데 그것조차 넘어가게 생긴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모두의 운명은 어쩌면 김경률 감독입니다.
우리들의 작은 마음의 표시가 그의 작품을 지키고 제주도에 영상 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분께 급한 글을 올립니다.

십시일반으로 함께 합시다.

그의 영화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 모금활동에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후원금 납부 계좌
제주은행 10-02-225705(예금주: 고혁진)

2005/12/17 13:28 2005/12/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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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겨야 한다] 에 관련된 글.

11월 28일 KBS 정문에서

<우리 모두가 구본자다(태준식 연출)>를 방영불가 조치한

열린채널에  항의하는 1인시위에 참석했다

김환태 감독과 같이 갔는데

당시 나는 바로 맞은 편 건물에서 알바를 하던 중이라

아는 얼굴이 어찌나 많이 지나가는지

난감해서 피켓을 직접 착용하지는 못했고

유인물을 같이 나눠주면서 촬영만 했다

늦었지만 사진 몇 장 같이 보자고...

 



 




 


 


 

 


 

 



2005/12/13 17:29 2005/12/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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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다녀왔습니다

개막작으로 상영한다는 소식은 지난달에 들었는데

상영일정을 잊고 있다가 하루 전날 다시 연락을 받아서

허겁지겁 달려갔는데요

관객과의 대화에 한번도 지각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30분이상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뒤풀이만 하고 왔습니다

기다리신 분들, 정말 죄송하구요

앞으로는 미리 일정이나 시간을 잘 확인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주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든 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구요

내년에 더 건강한 모습으로 또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전주인권영화제 홈페이지 http://chrff.icomn.net/

*개막작 소개

2005/12/09 20:39 2005/12/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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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시 <푸른영상>사무실에 다닐 때

은기, 라는 친구가 있었다

사북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던 그 친구는

어느날 노가다 알바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지하철 역에 쓰러져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오늘, 또 다른 사람의 죽음을 들었다

나는 언제 어떻게 사라질까

 

 



은기는 나와 동갑이었고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사무실 청소도 열심히 하고

기획안 작업도 꾸준히 했다

회원소식지를 발송하게 되면

주소목록을 뽑고 붙이는 단순노동을

말없이 독차지하곤 했다, 고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이란 것은

미화되거나 왜곡된다

내 방에는 은기와 김동원 선배, 김태일 선배와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놓여있는데 

게을러지려고 할 때 마다 그를 떠올리려고 애쓴다

애를 쓰지 않으면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멀어진 시간, 멀어진 마음이 가슴을 먹먹하게도 한다

 

김경률 감독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은기와 달리 기억해야할 아무 것도 없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상영작 목록에서 <끝나지 않은 세월>이라는 제목을 본 것 말고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뇌출혈로 쓰러진 그의 소식을 접하고 할 말을 잃었다

 

며칠 전, 사흘 동안 한 숨도 자지 못했을 때

'이러다 죽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다음 작품을 만들어보겠다고 무리해서 온갖 알바를 하고 있지만

이러다가 작품은 커녕 사람노릇도 못하게 몸이 망가지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그건 아직 살아있는 자의 사치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지원제도가 많아졌다고 한다

조만간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이 설립될 것이라고 한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가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목숨은 구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그저 눈물 뿐

 

관련글 (1)

http://www.siff.or.kr/zbbs/view.php?id=fre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52

 

관련글 (2)

http://blog.jinbo.net/hyunhyun/?pid=209


2005/12/05 02:29 2005/12/05 02:29

이겨야 한다

from 영화+독립영화 2005/11/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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必勝님의 [시청자위원들의 21일 최종결정을 앞두고..] 에 관련된 글.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낙관했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결국 방영이 되었으며

그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열린 채널'에서 방영되지 못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준식 감독은 이미 오랫동안 독립영화를 제작해왔고

최소한 '열린 채널'이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아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세상에 낙관할 일이란 없다

 

관련자료 http://blog.jinbo.net/hyunhyun/?cid=2&pid=194



 

<돌 속에 갇힌 말>의 경우에는

촬영 전 출연자들께 '각종 독립영화제에 출품, 상영한다'는 협조는 구했지만

방송이나 인터넷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전협의는 못했기 때문에

방영제의를 받았을 때 거절하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출연자들과 의논하거나 방영에 대한 원칙을 세울 시간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방송사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방영보류결정이 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의 경우는 다르다

제작에 참여한 유족이나 관련자들의 의지가 분명하고

방영되어야할 이유도 충분하다

고인이 된 구본주씨를 모욕한 삼성화재도 문제지만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보류를 통보했다가 소송이 완결되자

이제와서 방영불가라는 입장을 밝히는 방송사는 더 한심하다

돌아가신 분을 두 번 죽음으로 내몰고

이미 수모를 겪은 작품을 다시 한번 모욕하는 행위다

 

제작진이 밝힌 '열린 채널'의 기획의도는 생색일 뿐이며

사전심의나 공정성을 내건 방송사의 '내부 원칙'이

어떤 영상물을 방영할 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KBS 열린 채널'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이 프로그램의 존재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

사람과 사람의 기본적인 예의가 묵살되는 곳에서는

돌들이 일어나 외칠 것이다

 


2005/11/21 15:02 2005/11/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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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 http://www.unforgiven.co.kr

 

1. 윤종빈 감독 피소

http://www.film2.co.kr/news/news_final.asp?mkey=9238

 

<용서받지 못한자> 윤종빈 감독 피소

2005.11.16 / 김수진 기자


육군이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26)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육군 측은 15일 윤종빈 감독에게 전화상으로 고소 방침을 통보한 데 이어 16일 국방부 브리핑을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육군은 윤종빈 감독이 군의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가짜 시나리오를 제출해 군을 속였으며 완성된 영화가 군의 실상을 왜곡하는 등 육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고소 배경을 밝혔다. 육군은 그러나 18일 개봉을 앞둔 <용서받지 못한자>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 별도 방침을 밝히지 않아 영화는 당초 예정대로 18일 정식 개봉될 전망이다. 그러나 윤종빈 감독은 조만간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를 완성하기 위해 군 기관의 허락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분명히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한다"며 "당시에는 이 영화를 학교 졸업영화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 군의 협조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일반 극장에서의 상영이 진행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처분이 결정된다면 기꺼이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정우, 서장원 주연의 <용서받지 못한자>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PSB 관객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뉴커런츠특별언급, 넷팩상 등을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올해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79년생 윤종빈 감독이 대학 선후배들과 만든 졸업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에는 "군대에서 병장과 이등병으로 만난 중학교 동창 태정(하정우 분)과 승영(서장원 분)을 통해, 제도의 불합리한 상황과 한국 남성들이 군복무 기간에 겪는 심리적인 비참함을 동시에 포착해냈다"는 평을 들었다. 현재 <용서받지 못한 자>는 베를린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된 상태이다.



2. 중앙대 총학 간부, 선처를 호소

    http://www.film2.co.kr/news/news_final.asp?mkey=9259

 

  

3. 육군 관계자, 거짓 행위에 관용 필요없다

   http://www.film2.co.kr/news/news_final.asp?mkey=9260

 

* * *

독립영화, 안팎으로 괴롭다

200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개부문 수상에 빛나는  이 영화도

이렇게 피곤한 상황을 맞이했는데

다른 영화들은 오죽하랴

답답하다

 

 

 

 

2005/11/20 21:26 2005/11/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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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식 감독이 KBS 열린채널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어제부터 KBS 별관에서 1인시위를 하는 중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서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적이다가

방영보류 이후 5개월만에

KBS 독립영화관 게시판에 접속했다

6월 9일 이후 두 차례 공지되었던 관련글이 삭제되고 없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최근 방영된 내용에 대한 칭찬만 가득하다

참 재미있다

어떻게 자기들이 공지한 글을 삭제할 수가 있나

잊혀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KBS 독립영화관에서 6월 9일 방영예정이었던 <돌 속에 갇힌 말>이
방영여부를 알 수 없게 된 지 5개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독립영화관 제작진은
방영예정일에 축구관련 프로그램이 긴급편성되었다는 1차 공지와
'계약서 미작성'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문'을 이유로 방영이 보류되었으며

방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2차 공지를 올렸으나

현재 삭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6월 9일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계약서 미작성 건은
당시 담당 피디의 교체로 인한 인수인계과정에서 늦어진 것이며
VOD 서비스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었으나
적극적인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자체가 철회되었던 것이므로
제작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내왔다는 공문에 대해서는
그 내용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제작진의 방영보류 결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본인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문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되었고
지난 7월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함께 면담요청을 했습니다만
이것마저 거절당했습니다

공문도 보여줄 수 없고, 계약서도 작성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정확하게 해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공지를 삭제하고 연락을 하지않는다고 해서
이 일이 없었던 일처럼 잊혀지지는 않을 겁니다

<돌 속에 갇힌 말>을 방영하자는 제안이 제작진으로부터 왔었고
사전심의를 통과했으며 녹화까지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방송이 보류되는 과정을 납득할 수 없었고
이관형 피디와의 전화통화에서 황당한 발언을 듣기도 했지만
'독립영화관'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인정했기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작자가 돈이 없고 법을 몰라서 소송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양심을 믿고 말없이 기다린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겁니까?

삭제된 공지글을 다시 올려주십시오
방영보류에 대한 제작진의 현재입장을 다시 한번 표명해주십시오
그리고 지금이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문을 공개하십시오
모든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당시 공지글의 약속을 이행하십시오

전화 한 통화로 방영을 약속했다가
전화 한 통화로 방영을 보류해도 되는 독립영화란
이 세상에 단 한편도 없습니다
'독립영화관'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도 계속 독립영화를 방영할 계획이라면

이 프로그램의 제목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이 사건에 대해 지금이라도 보다 책임있는 답변을 하십시오


2005/11/19 13:57 2005/11/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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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멘터리마당 게시판에서 옮겼습니다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를 제작한 태준식씨의 글입니다

방영기 01~05까지 입니다

 

-------------------------------------------------------

열린채널 방영기 01

 

005-09-09 12:28:10
안녕하세요. 저는 태준식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 열린채널 방영예정이었던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가 방영보류 결정이 났기에 그간의 과정에 대해 간단히 보고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8월 4일. 열린채널 접수. 담당 PD와 대화
  '재판에 계류중인 건 방송되기 어렵다'

  '이미 KBS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소재이다. 문제될 거 없다'

  '그런가? 그렇다면 신청서에 그 부분을 명기해라. KBS에 나왔던 소재라고..' 명기 함

- 8월 12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편성 결정. 9월 10일 방영 결정
- 8월 16일. 담당 PD와 통화
  '9월 10일 방영결정 났다''날짜를 좀 더 당길 수 없나?'

   '없다. 그리고 자기가 보기에 논란이 있을 거 같다.

   삼성화재나 이건희측에서 방영 후 손해배상 or 명예훼손으로 건다면 개인인 제작자가

   책임질 수 있는가?

   서약서나 그런 거 쓰는데..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소송에 휘말리는 그런 경우도 있다'

  '상관없다. 운영협의회에서 수정 사항은 따로 없었나?'

  '없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KBS 심의실에서 볼 것이다.

   제작자가 잘 알아서 마스터를 가져와라''???'
 - 8월 25일. 담당 PD 통화
   '테이프 가져와라. 그리고. 제목을 우리 모두가 구본주이다가 맞는 말인데 바꿔라'

   '싫다''알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심의실에서 볼 것이다. 최종 결정은 심의실에서 한다.

    알고 있어라''??'
- 9월 6일. 삼성화재 홍보실 000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고 담당 PD로부터 연락 옴.
   '삼성화재에서 전화가 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다 책임질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다. 제작을 단체에서

    한 걸로 알고 있더라(대책위 까페에서 소식을 보고 연락한 거 같음) 개인이 제작 했고

    연락처를 알려줬다''공문 오면 나도 좀 보자''알겠다'
- 9월 7일. 방영 마스터 테이프 열린채널 전달
- 9월 8일. 삼성화재에서 공문을 직접들고 KBS 찾아 옴.

   공문 fax로 받음. 공문내용 추후 공개하겠습니다.
- 9월 8일. 심의실에 테이프 들어감
- 9월 8일. 오후 6시 담당 PD 통화
   '그 공문에 대한 KBS의 입장은 무엇인가?''난 모른다. 심의실에서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9월 10일 방영예정일 뿐이지 방영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

    방영결정은 심의실에서 한다'
- 9월 8일. 저녁 열린채널 홈페이지에서 '~구본주다'가 다음주 방영 예정 작품으로 대체됨.
- 9월 9일. 오전에 담당 PD 전화
    '어제 밤 늦게 심의실에서 최종 방송 보류 결정이 났다.

     이유는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이기 때문이다.''알았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뒤집고 KBS 심의실에서 일방적으로 방영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지요. 그러니까 KBS가 월권을 한 것인데요. 하지만 결정 과정에 삼성화재에서 보낸 공문 몇 장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여러분들이 판단 해 주셨으면 합니다. 얼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고(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조합 제작 작품) 일정정도 문제가 되었음에도 KBS에서 ~대가리 같이 또 다시 같은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방영보류 결정까지 날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왜 만든 사람도 여기 있고, 이 작품에 대해 방영결정을 내린 책임 있는 단위도 따로 있는데 지들끼리 이 작품의 방영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결정을 내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열린채널 방영기 02

2005-09-12 16:04:31,


아래는 열린채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글입니다. KBS의 입장인 거 같습니다.. 꽤 신속하게 대응하는 거 같군요.. 별 내용은 없이..

========================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열린채널>에 관심을 보여준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시청자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접수되어 최종 방송되기

까지의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 방송신청함.
    *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열린채널> 운영 기구임.
2. 신청받은 프로그램에 대하여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심사,

   선정여부를 결정함.
3. 선정된 프로그램은 KBS 심의팀의 "사전심의"를 받음.(방송법 제86조에 의거)
   * 방송법 제86조
    "방송사업자는 자체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방송프로그램(보도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제외한다)이 방송되기 전에

     이를 심의하여야 한다."
4. "사전심의"에서 지적사항이 없을 경우, KBS 1TV <열린채널>를 통해 방송됨.

    위에서 기술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프로그램에 대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ㅇ 본 프로그램에 대하여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결정하고 제작자에게 통보한

    방송관련 일자 9월10일은, "방송확정 일자"가 아니라 "방송예정 일자"이었습니다.
    (KBS 실무부서에서 제작자에게 여러번 주지를 시켰습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프로그램이 선정된 후, KBS 심의팀의 사전심의를

    받아야만 방송이 확정되는 것입니다.
ㅇ KBS 심의팀에서 본 프로그램에 대하여 내린 심의 지적사항은 "방송보류"("방송불가"가

    아님)이었고, 그 근거는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11조에 의거한 것이었습니다.

*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11조
  "방송은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되며…"

본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은 현재 항소심에서 계류중입니다.
(특히 본 프로그램은 사건 당사자들 쌍방의 의견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일방의 주장 내지는

정당성만을 일관되게 담고 있습니다.)
ㅇ 본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이해당사자인 삼성화재로부터 회사의 주장을 담은 공문이 왔지만, 이로 인하여 "방송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결코 아닙니다. 프로그램과 관계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은 어느 누구의 의견이라도 받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측의 공문은 이같은 측면에서 받은 것이고, 그것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의견과 주장을 담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어떠한 내용이라도 모두가 방송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인 전국의 시청자가 보는 공중파 프로그램이므로 '방송심의에관한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열린채널>에 관심을 보여주신 시청자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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쨋든.. 열린 채널이던 열리다 만 채널이던.. 모든 프로그램은 KBS의 심의실을 거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KBS의 퍼블릭 액세스 마인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글인거

같구요. 삼성화재 공문과 관련해서는.. 음... 왜 내 이야기는 전혀 참고하지 않고(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방영보류를 했는지 알 수 없네.. 한쪽편 의견만 참고했으니 굴복했다고

볼 수 밖에..

또 소식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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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채널 방영기 03

 

2005-09-14 01:31:17,
밑에 글은 열린채널 게시판에 제가 올린 글입니다. 방영보류에 대한 KBS 입장에 대한 저의 입장 되겠습니

다.. 켁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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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를 만들고 열린채널에 방영신청을 한 태준식이라고 합니다. 먼저 신속하게 의견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친히 KBS 입장을 말씀하셨기에 저 또한 입장을 밝혀야 할 거 같은 생각에 두서없고 긴 글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선.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이 접수되어 최종 방송되기까지의 과정을 1번부터 4번까지 번호를 매겨 가며 친절한 주석을 달아 알기 쉽게 설명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중 3번 - 3. 선정된 프로그램은 KBS 심의팀의 "사전심의"를 받음.(방송법 제86조에 의거) - 은 그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롭게 생긴 순서라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이 작품을 신청하고 나서 실무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이하 운영협의회)라는 프로그램 선정 단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그 과정을 KBS 자체 내의 형식적인 과정으로 이해했던 관계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또, 밑의 KBS 의견이라는 글을 보기 전까지 이 ‘열린채널’ 홈페이지 어디를 봐도 KBS에게 심의를 받아야지만 최종 방영 확정된다는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심의’라는 단어 찾기를 통해 열린채널 홈페이지에서 걸러진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월 말일까지 방송신청 된 프로그램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가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과 작품수준 등을 참작하여 면밀한 심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선정하며 선정된 프로그램은 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프로그램은 편성 신청된 후 방송을 하게 됩니다. 또한 프로그램이 선정된 후 방송신청인은 서약서와 함께 대한보증보험의 이행(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여야 됩니다. 이행(지급)보증보험증권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방송은 보류됩니다.”
- 열린채널 홈페이지 시청자참여제작프로그램 소개 메뉴 중 프로그램 심사와 선정 결과 중

 

무엇이 맞는 건가요?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글이 맞는 건가요 아니면 밑의 KBS 의견 글이 맞는 건가요? 의견 글이 맞다면 시청자가 열린채널에 방송하기 위해서는 운영협의회의 심의(또는 심사)와 KBS의 심의를 이중으로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또한 의견 글이 맞다면 방송을 확정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단계인 KBS의 심의팀 ‘심의’과정이 그동안 전혀 공지가 안 되었던 문제가 발생하는데, 저같이 홈페이지에 있는 말만 믿고 방송 신청했다가 KBS 심의로 인해 미끄러지는 경우는 어디에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요? 그리고 명색이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을 두 번이나 ‘심의’ 한다는 것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라는 간판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두 번째, KBS의 심의팀이 밝힌 방송보류 이유인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우선 고 구본주씨 사건은 저만이 이야기한 소재가 아닙니다. 즉, 저만이 이 사건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바로 KBS 자사 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이나 ‘세상의 아침’에도 해당 보험사인 삼성화재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중요한 꼭지로 이야기되었던 소재인 것입니다. 물론 그때도 마찬가지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구요.(하다못해 KBS 9시 뉴스에서도 나왔었습니다. 익명 처리되긴 했습니다만)

저는 이 부분에서 KBS의 자의적인 법 적용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KBS에서 만든 자사 프로그램에서는 항소 중인 사건임에도 방송을 해도 별 문제가 될 게 없고 시청자가 만든 프로그램에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방송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소재에 대한 독점 욕구인가요? 아니면 개인인 시청자를 민감한 소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인가요? 또 방송심의규정에 맞게 운영협의회가 면밀한 심사를 통해 이 작품을 선정했으리라 생각되는데 왜 KBS 심의실에서는 이 작품에 방송법 규정을 들이대며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운영협의회는 KBS 시청자 위원회의 산하기구로 각 계에서 추천을 받은 인물들로 구성되며, 이들 또한 방송심의규정에 대해 KBS 못지않게 진지한 성찰과 집행의지를 가지고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열린채널 프로그램을 심사하고 선정하였습니다. 운영협의회가 방송법 제 11조를 까먹어서 이 작품을 선정했을까요? 그리고 달랑 법 조항 하나만을 근거로 방영보류의 이유를 밝히셨는데 이 작품이 단순히 재판이 계속되는 사건을 다루었기 때문에 보류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거 같아서 방송보류를 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만일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방송보류를 했다면 작품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답답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이 한쪽의 이야기만 담고 있다는 것(실재로 한쪽의 이야기만 담고 있느냐는 밑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만)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재판부는 이미 양쪽의 의견을 다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KBS는 사실상 방영보류 근거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삼성화재의 공문은 단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참고하는데 쓰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설마 KBS가... 하지만 삼성화재가 한쪽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라고 한다면 저와 유족, 대책위 또한 한 쪽의 중요한 이해당사자입니다. 헌데 방송보류 되었던 이유가 삼성화재의 공문에 실렸던 내용과 일치한다면 결과적으로 삼성화재의 의견만을 반영한 결정이 된 건 아닌지요. 그러니까 참고를 해보니 삼성화재의 말이 맞는 거 같아 그쪽에 손을 들어준 꼴이 된 건 아닌지요. 한쪽의 이해 당사자였던 저와 유족, 대책위에게는 사전에 어떠한 의견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방영도 되기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법률적 검토 운운하며 KBS에 공문을 보내는 그네들의 작태도 분노스럽습니다만 이 공문은 참고까지 하시면서 저희들 의견은 한 번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영보류 결정을 내리는 KBS가 더  XXXXXXXX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주류 미디어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발언의 기회입니다. 이번 사건 속에서 KBS가 공정한 태도를 보였는지 아니면 삼성자본의 입장에 선 것인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할 겁니다.

 

네 번째, 이 작품은 쌍방의 의견을 담지도 않고 한쪽의 의견만을 일관되게 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저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이 작품을 보지도 않은 시청자에게 이 작품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KBS의 글만 보면 이 작품이 굉장히 편협한 작품인 것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고생해서 만든 작품에 대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방송 뉴스나 방송 다큐의 일반적 포맷으로 보면 일면 이해 안가는 작품 스타일이기에 그렇게 생각은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방송 뉴스나 방송 다큐만을 만들어 본 공정하신 분들의 의견일 뿐 한 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라고 보기에 너무나도 강도가 셉니다. 혹시 방송도 모르는 실력 없는 시청자가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이야기한건 아니신지요? 제가 만든 작품 어디가 그렇게 불공정한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쩝.. 길고 지루한 글..
마지막으로 이 열린채널 홈페이지에 있는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소개 글을 이 자리에까지 끄집어내 소개하고자 합니다.

 

“<열린채널>은 구성 작가, 성우, 연출, 조연출, 카메라 촬영, CG, 녹음, 음향효과 등 다양한 분야의 시청자가 참여하여 제작되고 있습니다. 사회 저변의 개혁 문제, 노동자, 농민, 인권, 환경, 장애인, 여성, 소외 계층 등과 관련된 내용들을 시청자의 눈과 귀로 직접 듣고 본 내용을 KBS를 비롯하여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시청자 스스로가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이 소개 글에 이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의견과 주장을 담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어떠한 내용이라도 모두가 방송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인 전국의 시청자가 보는 공중파 프로그램이므로 '방송심의에관한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 KBS 의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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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 거의 도배수준으로 되는 거 같은데.. 제가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보기 힘드시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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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채널 방영기 04

 

2005-09-27 16:56:54
아래는 다시 열린채널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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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제작자 태준식입니다. 지난 9월 9일 KBS 심의실에서의 방영보류 통보 이후 KBS는 저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이 게시판을 통해 간단한 입장만을 밝히셨을 뿐입니다. 다시 한 번, 제작자의 입장에서 아주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 몇 가지를 재차 질문 드립니다. 이 게시판을 통해 답변 부탁드립니다.

 

첫째, KBS 심의실에서의 방영보류 이후(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심의 or 검열’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렇다면 다시 방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이 게시판 KBS 입장에서 밝히셨듯이 이 작품이 방영불가가 아니라 방영보류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입장에서 더욱 궁금합니다. 기다려라, 아님 다시 봐도 방영 안 되겠다. 또는 재판이 끝나면 방영 된다 등등 뭔가 말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떨어진 파일럿 프로그램 가지고 방영해 달라고 때 쓰는 하청 프로덕션도 아닌데... 방영보류 통보를 받은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둘째, KBS 심의실에서의 방영보류 이유로 방송법 제 11조를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특히(!) 불공정하게 다룬 작품이라 그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작품 어느 부분이 불공정한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KBS 자사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소재를 다루었었는데 그렇다면 그 프로그램들은 아주(!) 공정했기에 항소심에 계류 중임에도 방영이 되었었던 건가요? 제가 보기에 그 프로그램 역시 유족과 대책위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삼성화재라는 보험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명확하게(자명한 사실이기에) 견지하셨습니다. 저는 그 입장이나 시선과 다르게, 별스럽게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셋째, KBS 심의실을 통과하여야만 ‘열린채널’의 방영이 확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열린채널에 대한 소개 부분 어디를 봐도 그런 공지는 없었습니다. 하여, 이 홈페이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개 글에 '방송심의규정에 맞게 <운영협의회도 심의>하고 하여야 하니 방송심의규정을 특히(!) 숙지하셔서 제작해 오셈~' 이라고 올려야 될 거 같습니다. 어떠신지요?

저는 삼성자본의 이중성과 한 개인에 대한 폭력에 대해 내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서글픔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이 사회 권력의 편이 아닌 빼앗기고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서서 KBS가 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리라 예상 했었습니다. 왜냐면 국민의 방송이라고 KBS 스스로가 이야기하고 그걸 (순진하게도)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성화재의 공문과 똑 같은 입장으로 이 작품에 대해 방영보류 결정을 내리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간만 보내시는 데에 서글픔과 배신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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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랄 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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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채널 방영기 05

 

2005-10-28 13:40:13
故 구본주씨에 대한 항소사건을 만들어 자본의 속성을 만천하에 (스스로)폭로한 삼성화재가 항소를 취하 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조정에 의한 재판 종결인데 유족이나 대책위 쪽의 요구사항을 거의 다 들어줬다고 합니다. 외부적으로 항소취하라는 말이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KBS 열린채널에서 이 작품 관련 방송보류 근거로 내세웠던 '재판에 계류중인~'이라는 것이 사라졌습니다.

KBS는 국감이나 기타 기자들의 취재에 '방송불가'가 아니라 '방송보류'라고 강조했었고 '재판이 끝나면 재심의를 통해 방송결정'이라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딴지를 걸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일단! 지켜는 봐야할 듯 싶습니다. 그럼...

 

2005/11/19 13:11 2005/11/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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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요나라> 첫번째 한일공동순회상영회 안내
○ 일정 : 11월 16일 오후 1시 50분
○ 장소 : 서울 시네코아 2관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
<안녕, 사요나라>
11월 16일 첫번째 한일공동순회상영회 초대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위원회입니다.

한독협 배급위원회는 첫번째 사업으로 "독립영화 극장 개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1월 24일 개봉을 시작으로 2주간 서울, 부산, 전주, 대구, 제주에서 진행될 "독립영화 극장 개봉 프로젝트"에는 김태일 감독의 독립다큐멘터리 <안녕, 사요나라>와 안슬기 감독의 독립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 두 편이 선정되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한독협 배급위원회와 <안녕, 사요나라> 상영위원회가 함께 하는 <안녕, 사요나라>의 배급은 극장 배급과 아울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영화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연대하기 위해 추진될 ‘한일 공동 상영회”를 함께 추진합니다.

역사적인 한일 공동순회 상영의  첫 번째 상영이 2005년 11월 16일 오후 2시 시네코아 2관에서 진행될 계획입니다.

이날 상영회에는 김태일 감독, 주인공 이희자 여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유족들과 역사학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활동하는 나눔의 집 등 한일 관계 단체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며, 이후 전주, 대구, 부산 등과 함께 일본의 동경, 오사카, 시코쿠 등으로 퍼져나갈 예정이며, 더 많은 지역, 더 많은 아시아인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 <안녕, 사요나라>의 첫 번째 한일 공동 순회 상영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일시 : 2005년 11월 16일 오후 2시

★ 장소 : 서울 시네코아 2관

※ 무료 상영입니다.
※ 1시 50분까지 입장해 주십시오.



★ <안녕, 사요나라> 공식 홈페이지
          
http://www.annyongsayonara.net


2005/11/15 22:25 2005/11/1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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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김희철 감독의 다음홈피에 갔다가

부산인권문화제에서 <돌 속에 갇힌 말>이 상영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http://www.humanfesti.org/

 

9일날 상영되었다는데 나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어떤 테잎으로 어떻게 상영했을까?

혹시 인권영화제에서 틀었던 테잎이라면

급하게 영문자막을 넣느라 화면상태가 좋지 않아서

미리 연락을 받았더라면 한글판으로 보내드릴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한독협에서 테잎을 보낼 때

영화제 측에 감독 연락처를 알려주지 못했고

영화제 측에서는 한독협에서 당연히 연락했을거라고 믿어서

따로 연락할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별일 아닌 듯 싶지만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되지만

양쪽 모두 아무리 바빠도 한번 더 챙겨보세요

감독들은 이런 문제에 예민해질 수 있거든요

 

그리고 알엠, 고마워!

 

 

 


2005/11/10 00:38 2005/11/1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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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 갇힌 말>에 관한 자료를 모두 입력했다

 밀린 방학숙제를 개학 전날밤에 간신히 마치고

 아침을 기다리는 학생같다

 

 

  


 1년동안 영화제 출품을 통한 상영으로 관객을 만났었고

 이제 다른 방식으로 상영회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 9월에 성공회대학  사회과학부에서 기획한 '열린영화제'에서

 상영 예정이었다가 예산부족으로 연기되었고

 구로타임즈와 대전 모 대학에서 상영회를 준비하다가

 KBS 방영취소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압력으로 연기되었다

  

 방영취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독협에서 두 차례 대책위원회가 열렸고

 사무국장이 KBS제작진과 면담을 주선하려고 노력했으나 무산되었다

 이후 한독협에서 소개한 김 모 변호사를 만나서

 KBS독립영화관의 방영취소 결정에 대한 소송을 의논했으나

 소송결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들었고

 나는 법적 대응을 포기했다

 

 이런 식의 선례를 남기면

 다른 감독들이나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어떻게든 사과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루한 소모전을 겪고 싶지 않았고

 6월 9일 이후 7월말에 이르는 동안

 이미 지쳐버렸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자책한다

 굳이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제3자의 중재를 통해서 조정을 거치거나

 당사자들이 만나서 결론을 맺었어야 했다

 아마 나는 이 일에 대해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 기간에

 KBS독립영화관 제작진 중 한사람을 얼핏 봤지만

 그는 연신 시선을 피하다가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사람은 또 있었다

 오래전 MBC에서 같이 일했던 그 사람

 방송국에 처음 들어가 어리버리하는 바람에

 두 달 만에 어이없이 해고되긴 했지만

 독립영화를 보러왔다는 이유만으로 반가웠는데

 끝내 내 시선을 피했던 그 사람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 뭐가 두려운가요?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수없이 되뇌었다

 - 너는 그 때 도대체 뭐가 두려웠던 거지?

   무엇때문에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물러섰던 거지?

   혼자라서?

   노조원도 아니고 그럴듯한 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니라서?

   그게 아니잖아,

   이기고 싶은데

   이겨야 하는데

   이길 수도 있는데

   그런데 자신이 없어서, 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냥 접어버린 거 아니야?

 

 그래, 내가 졌다

 두 번이나 졌다

 하지만 다음에는 결코 조용히 물러나지 않겠다

 그런 마음에서 며칠동안 자료정리, 그리고 다시 나아가야지

 

 

 

2005/11/06 01:19 2005/11/0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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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news&id=321

 

[인권, 영화를 만나다] '독립'을 포기한 KBS 독립영화관
선관위 압력에 <돌 속에 갇힌 말> 방영 취소
 
     
이진영 
 

  한국방송(KBS)의 독립영화 소개 프로그램 '독립영화관'에서 87년 구로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돌 속에 갇힌 말>의 방영을 갑작스레 취소하고 이를 감독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게다가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사건의 관련기관인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의 입김이 <돌 속에 갇힌 말> 방영 여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나 감춰진 한국 현대사의 복원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행되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돌 속에 갇힌 말 스틸 사진 [출처] 제9회 인권영화제



올해 인권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한 <돌 속에 갇힌 말>은 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구로구청에서 발생했던 부정투표·폭력적 시위진압 등의 사건 면면을 파헤치면서, 얼룩진 한국 현대사의 몸통을 체험한 감독 자신에게 각인된 폭력의 기억을 말하는 다큐멘터리다.

'독립영화관' 측은 <돌 속에 갇힌 말>을 6월 9일자로 방영한다고 홍보했을 뿐 아니라 관련 내용의 사전 녹화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하지만 방영예정일 오전에 감독에게 취소 결정을 알렸고 시청자들에게는 홈페이지를 통해 "축구방송 관계로 한 주 쉬게 되었다"고 간단히 공지했다. 이후 작품의 갑작스런 방영 취소에 대한 항의가 봇물처럼 밀려들자,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 당일까지 계약이 미완료 되었고, 해당 작품에 대해서 서울시 선관위가 이의를 제기, 해당기관의 명예훼손과 방송금지가처분 등이 예상되어 방영이 취소되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독립영화관' 측이 방영 취소의 이유로 계약 미완료를 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나루 감독은 "계약서 내용에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제공이 포함돼 제작팀과 계속 협의하고 있었을 뿐 계약서 작성 자체를 거부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독립영화관'에 국내 작품이 방영된 선례도 있다고 알려져 계약서 작성 문제는 방영 취소의 중요한 이유는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KBS '독립영화관'의 홈페이지



오히려 주된 이유는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 선관위의 압력으로 보인다. '독립영화관'의 서병철 프로듀서는 "<돌 속에 갇힌 말>의 9일 방영이 취소되고, 16일 방영을 고려하던 중 서울시 선관위에서 '구로구청에서 부정투표함 및 반출 부정이 없었다'는 89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한 공문이 도착했다"고 입을 떼었다. 또 선관위 측이 전화로 "만약 작품이 방영 된다면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방송이 유보될까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 결국 청산되지 못한 현대사가 '말하려는 자'의 입을 틀어막은 셈이다.

선관위 김범식 홍보과장은 "<돌 속에 갇힌 말>은 87년 대선 당시 구로구청에서 부정투표가 발생했다고 바라보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영화의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문제가 되었던 투표함은 부정 투표함이 아니며, 투표함을 반출했던 행위 역시 사무실이 협소했기 때문에 이를 개표장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5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는 당시 부상한 김병오 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바 있어 선관위가 군사독재 시절의 판례를 근거로 드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홍보과장은 "작년 말부터 <돌 속에 갇힌 말>이 영화제 등에서 상영된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영화를 접할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고 밝혀 영화의 행보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공중파를 통해 작품이 공개되면 "국민들이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KBS에 공문을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

이에 대해 나루 감독은 "기본적인 의견 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관의 입장을 방송사에 통보하는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며 "만약 이전부터 작품의 제작과 상영 여부를 알고 있었다면 사건을 둘러싼 선관위의 입장을 좀더 솔직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영화가 제기하는 의혹에 선관위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관련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규명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했었다는 것.

감독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선관위의 입장을 들으려 시도했으나, 부정투표 사건에 관하여 답변을 해줄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구로항쟁 참여자이자 작품에서 인터뷰 대상자로 등장한 한 노동자는 주변 친인척 등에게 방영 사실을 알리며, 지금까지 입을 열지 못했던 속내의 상처를 나누기를 바랬는데, 그런 사람의 소망이 짓밟혀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한편 나루 감독과 독립영화 관계자들은 우선 KBS 책임자를 상대로 면담을 시도해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한 다음 이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인권하루소식 제 2835 호 [입력] 2005년06월18일 10:06:39
 
 
 
   
 

 

 

영화‘돌속에 갇힌 말’ 방송국에 갇혀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의혹 다룬 다큐 방영 연기 
 
 
구로타임즈 webmaster@kurotimes.com
 
 
 87년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의혹을 다룬 다큐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등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돌속에 갇힌 말’이 방송국에 갇혔다.

당초 지난 6월9일 밤 KBS ‘독립영화관’(제1TV)프로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던 ‘돌속에 갇힌 말’은 방송사 저작권계약 미완료를 이유로 방송이 미뤄지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이의제기로 방송이 잠정 유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 독립영화관은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초 방송예정일이던 9일 긴급공지를 통해 방송 200회 특집에서 ‘돌속에 갇힌 말’을 방영키로 결정했으나 방송권료 협상에 따른 저작권계약이 완료되지 못해 다른 방송으로 대체됐음을 알린데 이어, 13일에는 방송 논의 중 선관위의 이의제기를 받아 논란이 증폭될 우려가 있어 잠정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 ‘돌속에 갇힌 말’방영 유보에 대해,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KBS 독립영화관 담당 서병철 PD는 “부정투표가 아니라고 결정한 대법원 확정판결(89년)로 법리적 해석은 끝났다”며 “방송될 경우 선관위에서 명예훼손 및 방송금지가처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돼 방송을 잠정적으로 유보했다”고 밝혔다.

또 계약과 관련해 “계약서가 늦게 나가는 등의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전제하고 9일 당일 방송이 되지 않은 이유는 “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선관위측은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사건을 구로구청 부정투표함으로 단정 하고 있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의혹은 증거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의혹이 이제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부정투표함’이라는 표현 역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이 다큐영화를 만든 나루(38) 감독은 선관위에서 내용까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나루 감독은 “6개월 동안이나 알고 있었으면서 방송만 문제시 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최소한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미리 알려줬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선관위에서) 방송 당일에 막으려고 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영화를 보고 공청회에서 토론하자”고 의견을 피력했다.

나루감독은 이와 함께 KBS 방송사측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 감독은 “방송제안을 해왔으나, 계약전반에 대해 모르고 있어 서너번씩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계약 전날에야 보내줬다”며 계약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가 방송되지 않은 것과 관련, “이미 (방송사측에서 9일 당일 ) 정오 경에 (방송)안된다는 연락이 왔다”며 “선관위 공문이 결정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방송여부와 관련해 KBS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기현 기자>haetgue@kurotimes.com   2005년 0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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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통권 25호 (80~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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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에 대한 오류

- KBS독립영화관의 <돌 속에 갇힌 말> 방송취소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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