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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생긴 거랑 달리 몸이 그닥 건강치 못한 관계로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젬병인 곳이 기관지라

가장 많이 가야 하는 곳이 이비인후과다.

특별히 좋았던 병원이 없었던지라 되는대로 아무데나 가는 편인데

오늘 갔던 병원은 진짜 대박이었다.

 

목이 너무 아픈데 마감은 코 앞이고 걱정이 되어 나름 급하게 병원을 찾아갔더니

목을 들여다보고 첫 마디가

"원래 편도선이 잘 붓는다고 그러지 않아요?(최대한 띠껍게 읽어야 한다)" 였다.

"네... 종종"

"그럼 바로 병원에 와서 치료 받아야 된다는 생각은 안 해요?(더욱 띠껍게 읽어야 한다)"

"(당황한 나) 네... 근데 어제 저녁부터 아픈 거라 바로 온 건데.."

"그래요? 흠. 지금 목 상태가 아주 안 좋아요. 보통 사람들은 목감기 그냥 앓고 지나가는데 환자분은 편도선이 적.당.히 커서 무조건 편도선 부어요. 처음엔 빨갛게 되고 그 다음엔 고름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 벌써 고름 나와요."

"-_-;;"

"그 전에 주사 맞고 약 먹고 하면 나았어요?"

"네.-_-;;"

"그럼 주사 맞고 약 먹어요."

"-_-!!!!!"

 

 

대략 이런 대화였다. 기분 조낸 나쁨.

거기다 간호사도 완전 무성의하게 주사 놓고.

엿튼 의사들은 자세히 생각하면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를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얘기한다. 자기들은 만날 공부하고 보는 일이라 그냥 '일'이겠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는 그들의 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까? 아니 알기에 더 그러는 걸지도 모르지.

 

여하튼 여섯 알의 약을 먹고 나니 아픈 건 조금 나아졌지만 너무 졸립고 노곤하다.

아픈 건 정말 싫다.

건강해지자. 병원 가기 싫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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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어지러워.

 

어지럽지 않았는데도 문득 그렇게 말을 내뱉고 나니 정말 어지러워졌어. 어지러운 방을 봐도 어지럽고 정리되지 않은 구성안을 봐도 어지럽고 만들어야 할 교안이나 연락해야 할 사람들의 리스트만 봐도 어지러워. 1년 넘게 피지 않던 담배를 다시 집어들고 한대 푸 물고나니 또 어지럽고 어지러워.

 

손톱을 깎고 머리를 감고 설거지를 하고 카메라의 베터리를 충전하고 엘워드를 다운받으며 맥주를 마시고 어지러운 방 한 켠에 내가 누울 자리 정도만 대충 짐을 밀쳐 놓았는데도 계속.

 

꿈에 대추리 할머니들이 잔뜩 나왔어 웃는 얼굴이 선한 할머니들이 꿈 속에서 한참을 우시고 또 우시고 걱정어린 한숨만 푹푹 쉬시는 통에 일어났는데도 마음이 저릿저릿 그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내복 바람에 민화투를 치던 모습만 생각나는 한 할머니는 서울 한 거리에 앉아 길가의 나무를 쳐다보셨는데 그게 너무 슬퍼서 나는 꿈 속에서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가슴만 꾹꾹 누르다 말고.

 

지겨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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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토요일은 중요한 날이었다.

행복하게 통영으로 날아가 바다를 구경하고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다가

바다와 안녕하고 너와도 잠시 안녕하고

그러고 싶었는데

 

아니면

함께 청와대 앞으로, 광화문으로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함께 만나고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수원에서 부끄러워 부르지 못했던 진도아리랑을 부르고 싶었는데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늦잠자다 절반을 흘려보낸 일요일이나

하루종일 무기력했던 월요일은

아마도 토요일의 미안함이었는지도.

 

너에게 고작 빵 두 개를 들려보내고 나서

집으로 올라오는 오르막이 유난히 힘들었던 건

나도 그냥 그 기차를 타고 가버리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진짜 봄이 오면 진짜 봄나들이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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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6

빨래를 돌리고

필요한 곳에 전화를 돌리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빨간 줄을 죽죽 긋고 있는 지금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어?

그의 물음에 왜 나는 재깍 대답하지 못했을까를 고민 중

무기력한 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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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4

무지 힘든 하루가 흘러갔다.

두어달간 나에게 희망을 주었던 유일한 것인,

여행은 물 건너 가버렸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생리를 시작했고

일거리는 하나를 해 치우는 즉시 새로운 녀석이 들어온다.

 

발전적인 논의를 한답시고

상처를 주는 말들이 그 공간을 떠돌때

나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

그만큼의 복수를 하고 싶은 내 속깊은 마음이-_-

새록새록

 

블로그에 지친다는 말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은데 말야.

사실은 댓글을 절로 달고 싶은

발랄깜찍모드의 글을 쓰고 싶어 글쓰기를 누르는데 말야

어찌나 요놈의 손가락은 지멋대로 자판을 눌러대는지.

 

수원역

지난 금요일

토요일

담배

 

쓸 얘기가 많은데 맘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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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돌아와서 생각하니

어쩌면 정말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뒤늦게서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지쳐있어서

나도 이렇게 지쳐버린건가 하고

그제서야.

 

사람들의 미묘한 눈빛 변화 하나하나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신경쓰고 있을 수는 없는 거라고 말해보지만

여전히

바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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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나는 말이 많은 사람에 속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나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 때도 말은 많았을 거야.

그렇게 많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면서

뒤돌아서 후회했던 것이 몇 번이었나,

들으면서 마음아팠던 적이 몇 번이었나를 기억하면

이 밤을 아마 또 꼬박 지새워야 할지도 모르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누고 싶어한다는 아침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말을 하면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기린말 워크샵에 갔다.

 

오붓하니, 어쩐지 지난 번보다 좋았다.

자꾸만 눈을 마주쳐주는 선생님 덕분에 용기내어 말할 수 있었다.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결국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알았다.

 

다른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것도

나는 아직 겪어 본 적도 없는 콩님의 이야기에도 눈물이 글썽거린 것도

우리들 마음이 모두 어느 지점에서 하나의 에너지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란 걸,

알았던 좋은 날.

 

하루 정도는

기린 말 흉내정도는 냈는데

하루가 또 지나니,

수첩에 껴 놓은 작은책에게 미안하게

여전히 입에서는 독설이 얼굴에서는 불만이 그득그득

 

내 욕망을 아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변명하지 않는 나와 마주치는 것이 이렇게 힘들지도 몰랐다.

열심히 기린을 흉내내면

꼬리 말고 심장이 기린이 되어

푸앙푸앙 신나는 펌프질로 온 몸에 즐거운 피를 넘겨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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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앙부앙

마음이 급해졌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아침엔 회의가 있고

 

근데 요 며칠 간 참 많은 일들이 있어서

포스팅으로 꼭 남겨놓고 싶어서

마음이 더 안달복달이다.

 

그래서 한 가지 일을 끝낼때마다 포스팅 하나씩 써도 되는 걸로 마감을 정했다.

오늘 밤에 과연 몇 개의 포스팅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두둥.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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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다

지갑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없던 하루라 지갑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대여섯시간을 그냥 보냈다.

급하게 점심으로 컵라면을 사먹다 그 즈음 어디에 흘린 거 같은데

흔적을 본 사람은 있다하나 실물을 가진 사람은 없다.

 

만날 만원도 못 들고 다니다가 어제 간만에 거금 오만원을 뽑았다.

밥 사먹고 남은 돈은 고스란히 날렸다. 젠장 orz

 

늘 덜렁거리는 나는

뭔가를 잘 잃어버리는데

꼭 후회할 일들이 벌어진다.

이번엔 다른 것보다 모아둔 영수증인데

사무실 월세며 집 전기세나 상하수도비 등등

꺼내 놓아야지 판넬에 붙여놔야지 생각만 두 달하고 안 했던 일이

요로코롬 뒷통수를 친다.

에이씨.

카드는 신고를 하긴 했는데

다시 카드 만들 생각을 하니 갑갑하고

그럴려면 또 신분증도 들고 가야 하니 그럴려면 집에도 다녀와야 하고

그러기엔 요즘 시간이 참 빠듯하다.

 

에이씨.

마침표를 먼저 찍겠다고 괜히 블로그에 써 놔서

마침표부터 찍었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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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도 초대

schua님의 [초대합니다] 에 관련된 글.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근처에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사람들의 열정과

또 출연자(?)들 간의 관계가 놀라웠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후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아마 그런 것들이 나를 혹하게 했을지도 모른다고,

요즘 종종 생각해 본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를 고민해보다가

오래 전 일기장에서 "꼭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야"라는 구절을 발견했을 땐

아니! 이런 운명적인 일이!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뭐 일기장엔 수많은 꿈들이 적혀 있었겠지만 ㅎ)

 

여차저차해서

아무 경험도 없던 나는

슈아와 함께 장편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처음엔 더 뭐가 뭔지 몰라서

카메라도 못 피하고 인터뷰 촬영도 이상하게 하고 촬영 분량만 많고 별 쓸게 없기도 하고 그랬다.

하면서 힘도 많이 들었고 지치기도 했다. 나는 왜 이거 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을 골백번도 넘게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재미도 있었다.

슈아 말처럼 산 넘어 산이긴 했지만

다큐에 등장하는 언니들을 만나는 시간도 좋았고

화면들을 들여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그래도

여하튼

작게나마 함께 작업을 한 다큐멘터리가

첫 극장 상영을 하려고 한다.

내가 만날 "좋아요, 괜찮아요" 이런 말만 해서

슈아는 "우리 조연출은 너무 소박하다"며 아쉬워했는데

난 그냥 모든 경험들이 신기할 뿐이다. 후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4월 6일 6시랑 4월 12일 5시에

신촌 아트레온에서 상영한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 를 참조.

티켓을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사비를 털어서라도 (쿨럭) 노력해 볼테니

많이들 와주삼.

 

영화제가 끝나면

슈아랑 어디 봄나들이라도 가서 회포를 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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