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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떨어지고

낙엽도 나이테와 같이

나무가 성장하면서 흘리는 눈물같은 것이렷다,

물기도 영양분도 다 알뜰하게 소진했으니

남은 것은 마지막 안간힘,

천지인의 한 가운데서

나부끼고 흔날리며 살아온 날을 경배한다.

나는 과연 마지막 순간에

기쁨에 겨운 눈물로 내 삶을 돌아다 볼 수 있을까,

바람에 나를 맡겨

낙엽처럼 회귀할 수 있을까.


 

 

어제,

10시에 기획예산처 앞에서 집회가 있었고

12시에는 팔레스호텔에서 광주, 전남지역으로 이전하는 15개 공공기관 대표들과

입지선정위원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여섯 군데의 예비 후보 중에서

장성, 담양, 나주가 최종 후보지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집회와 간담회 사이에 20분쯤의 여유가 생겼고

길을 걷다가

기획예산처와 팔레스호텔 사이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내 발 아래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들을 보며 생각했다.

 

왜 이 가을에는

유난히 단풍의 색깔이 고와 보이고

뒹구는 낙엽에도 전에 없이 그윽한 눈길이 가는 걸까.

새벽 어스름 푸르스름한 하늘빛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귀가길에 건너다 보이는 갑천 저편 둔산 지역의 야경에

아련하고 아지 못할 향수가 어린다.

 

내 마음 이리도 어리고 어리석은데

모습은 이미 엉거주춤한 어른이 되어 버렸네.

생각은 날로 넘치고 하는 짓은 철들 날이 기약이 없고...

 

가던 길 가자,

의심하며 가고 물어서 가고 배우고 익혀서 가고

가다가 아니면 되돌아 와도 좋고

기어이 가던 길의 끝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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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읽으며

사직서

 

노동운동에 대한 전망을 잃었습니다.

조직이 많이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사직서를 낸다는 것이

함께 운동해온 동지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의 원칙이나 전망을 더 이상 찾지 못하는 가운데

하루 하루를 조직과 동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버티는 것은

조직이든 제 개인적으로는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면, 제가 이곳에 없으면

조금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여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2005년 10월 31일

 

이런 것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매사 부족한 나에게 고민거리는 늘 넘친다.

 

지난 주 초에 한 동지가 사직서를 냈다.

나는 한사코 수리하기를 거부했고

겨우 두 달의 말미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루에 몇번씩 이 사직서를 꺼내 읽는다.

이 동지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것의 절반 이상

내게 책임이 있음을 사무치게 느낀다.

 

하루에 몇번씩 나를 채찍질한다.

이 동지가 우리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해야 할 것들, 내가 놓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한다.

 

하루에 몇번씩 꼭 다짐한다.

어떤 동지라도 이렇게 아픈 사직서를 던지는 일 없도록

그래서 나와 그(녀), 우리 모두

넘치는 일에 더해서 사직서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는 일 없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자고, 일 똑바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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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나무

행사, 회의, 수련회, 집회 등등

임원과 사무처 동지들이 외근이 많아서

아침부터 사무실이 썰렁하다.

 

모처럼 내가 점심이나 쏘겠다고 바람을 잡았다.

조촐하게 11명이 우르르 몰려나가서

취향대로 설렁탕, 갈비탕, 꼬리곰탕, 도가니탕 등등을 먹고는

사무실로 오는 길에 작은 공원에 잠깐 들렀다.

 

혼자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11월의 나무라고 하는

화살나무를 발견했다.

 

핏빛으로 붉게 물든 화살나무 단풍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사진 몇장 올리고, 화살나무에 대한 설명은 덧붙여 둔다.

 

잎과 열매...

위로 올려다 보니, 줄기...

 

그리고 사람들...



-이름: 화살나무(노박덩굴과, Euonymus alatus Sieb.)

-지방명: 참빗나무, 홑잎나무, 살낭, 족뀌남(제주), 햇님나무

-영명: burning bush, Winged euonymus, winged spindle-tree

-한자명: 귀전우(鬼箭羽), 신전목(神箭木), 팔수(八樹), 위모(衛矛), 사능수(四稜樹)

 

-일반적 특성:

전국의 산기슭과 암석지 등에서 높이 3m 안팎으로 자라는 낙엽성 작은키나무이다. 수직적으로는 해발 100~1,700m까지 자라며,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만주 등에 분포하고 있다. 줄기에는 2~4줄의 날개가 있으며 잎은 서로 마주나기(對生)한다. 꽃은 5월에 황록색으로 피고 10월에 붉은 색으로 성숙되는데 열매는 12월까지 나무에 달려 있다. 종자는 황적색의 종의로 싸여 있으며 백색이다. 유사종으로는 줄기에 코르크질의 날개대신 사마귀같은 돌기가 있는 회목나무(E. pauciflorus), 줄기에 날개가 없는 회잎나무(E. alatus var. ciliato-dentatus), 잎 뒷면에 털이 있는 것을 털화살나무(E. alatus for. pilosus) 등이 있다.

 

-쓰임새:

관상용과 약용으로 이용된다. 화살나무는 가을의 핏빛처럼 붉은 단풍이 아름답고 빨간색의 열매는 12월까지도 줄기에 달려 있어 겨울의 하얀 눈과 함께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상수로서 화살나무의 장점은 줄기의 코르크층이 발달하여 형성된 날개이다. 적갈색 또는 갈색을 띄는 이 날개는 봄과 여름의 푸른 잎과 가을의 단풍잎과도 잘 어울리는 특징이다. 주로 공원수, 조경수 등으로 많이 식재하고 있다. 또한 우리 조상의 눈에 비추어진 화살나무는 관상보다는 약용으로서의 가치가 보다 높게 평가되어 민간과 한방에서 정신불안, 구충, 어혈, 항암 등의 약재로 사용하여 왔다. 이외에도 이른 봄의 새싹은 “홑잎나물”이라 하여 식용한다.

 

-유래:

화살나무라는 이름은 나무 가지에 발달하는 코르크 날개가 마치 화살의 날개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학명의 “alatus”도 라티어로 “날개가 있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한자이름인 “귀전우(鬼箭羽)”는 뜻은 “귀신이 쏘는 화살의 날개”라는 의미로 이 나무의 코르크 날개가 주로 약용으로서 효험이 있어 왔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11월의 나무로 선정된 배경: (2003. 11. 산림청이 선정한 11월의 나무)

11월은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해지면서 나무가지도 늦가을의 찬바람에 단풍잎을 하나둘 땅위로 내려놓는다.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낙엽이 성가시게 느껴질때 사람들의 시선도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러나 가지에 붙은 붉은 색 열매와 독특한 날개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잃지 않는 나무가 있다. 줄기에 코르크가 발달하여 형성된 날개가 마치 화살의 날개와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화살나무”가 그렇다. 핏빛의 붉은 색 단풍과 열매, 그리고 독특한 줄기의 날개가 아름다운 화살나무는 11월에 더욱 돋보이는 나무이기에 이 달의 나무로 선정하였다.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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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현근님의 [관악산...] 에 관련된 글.

오프에도 산에도 함께 하지 못한 마음을 글 하나 묶어서 전해요~^^;;

 

사진도 한장 빌려다 쓸께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지금쯤이면 계룡산을 비롯한 중부권의 산들이 단풍절정기에 막 들어서고 있겠다. 주말이면 단풍에 취한 사람들로 산과 길마다 몸살을 앓는다. 빨강, 노랑, 갈색이 서로 뒤섞여 타오르는 가을산의 풍경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곧 낙엽이 지면 다시금 인생의 허무함을 논하게 될지라도 지금 눈앞에서 이글거리는 저 선연한 색채 앞에서 무엇을 앞당겨 걱정하랴.


단풍의 정체는 무엇인가. 색깔의 근원으로 따진다면, 붉은색 계통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 밝은 오렌지색은 카로틴(Carotene), 노란색에서 오렌지색 계열은 크산토필(Xanthophyll), 그리고 갈색계통은 탄닌(Tannin)에 의해서 발현된다. 겉으로 보면 가을이 되어야 나타나는 듯하지만, 이러한 물질들은 사실 봄부터 생겨나서 어린 잎과 줄기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엽록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키는 역할을 한다. 모름지기 잎의 주인이자 나무의 생명은 한결같이 엽록소이다.


가을이 되어 밤이 길어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는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물이 무엇보다 부족하므로, 물 쓰임새를 줄이기 위해서 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들어 물과 당의 이동을 막는다. 그래도 잎은 가을의 남은 햇빛으로 광합성을 계속한다. 이 때 만들어진 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의 산도를 높여 엽록소를 파괴한다. 그 동안 엽록소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카로틴, 크산토필이 비로소 나타나고, 한편 남아있는 당을 이용해서 안토시아닌이 생합성된다. 탄닌까지 포함해서 단풍의 색깔에 관련된 물질은 모두 뿌리가 같다. 당에서 출발해서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나무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색을 보여준다면 단풍의 아름다움은 훨씬 못할 것이다. 단풍의 색깔은 같은 나무라도 잎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르다. 온도, 햇빛, 물의 양에 따라서 단풍의 색채는 달라진다. 예컨대 붉은 색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햇빛이 좋을 때 가장 좋다. 현란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운 단풍의 색깔은 붉은색과 노란색과 갈색의 무수한 조합들이 만들어내는 변주곡이다.


하지만 단풍은 수명을 다한 나뭇잎이 안간힘을 써서 태우는 마지막 촛불같은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청장년의 시기를 지나 황혼으로 접어드는 때이다. 결코 드러나는 일 없어도 한평생 자기 몫의 노동을 다하고, 남아있는 생이 얼마가 되든지 끝까지 아낌없이 제 몸을 던진다. 그래서 단풍은 몇 가지 감춰진 색소의 조합에 머물지 않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를 아로새기듯이 지금 이 산과 저 산에서 활활 불타고 있는 것이다.


여느 해보다 더 곱고 뜨거운 단풍 앞에서, 우리네 노동운동판이 제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투쟁을 하든지 교섭을 하든지 선거를 하든지, 제발 상식과 순리를 좇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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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를 타다

너무 고단한 날들이다.

 

그 놈의 맡은 일 때문에

충주호리조트에서 민주노총 수련회 끝나고

눈 부릅뜨고 새벽길을 달려서 광주에 갔다.

 

오전에는 회의,

오후에는 헬기를 타고 광주-담양-장성-나주 일대를 둘러봤다.

 

내일은 기필코 사무실에서 내 몫을 다해야 하므로

헬기에서 찍은 사진 몇 장만 맛보기로 올려 두고,

고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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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to 블로거

알엠님의 [블로거 투 블로거] 에 관련된 글.

전번에 알엠의 간장오타맨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감동깊게 읽었는데

그게 간장오타맨에게서 내게로 바통이 넘어왔다.

 

나는 알엠이나 간장오타맨처럼 그렇게 맛깔스런 글도 못쓰고

더군다나 사람(블로그 또는 블로거)에 대한 글이라니

이를 어째, 이 일을 어쩌나 하면서 차일피일하다가

어차피 누군가에게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알타리무로 깍두기 담그던 밤에, 뒤늦게 부랴부랴 썼다.

 

꼬마게시판 시절을 거쳐 블로그 시절까지 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고 그들 모두가 고맙게도

내게 좋은 동무, 멋진 동지들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술 한잔 나누지 못한 블로거들이 제법 있으니

풀소리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블로그만 통해서 봐 놓고서 인간 풀소리를 너무 아는체 했으니

노동자대회 전야제쯤에서 만나면 벌주나 한잔 사야겠다.^.~



풀소리의 작은 목소리(http://blog.jinbo.net/jium)


세상은 전쟁터이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지 않아도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호환과 마마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날마다 쫓겨나고 두들겨맞고 급기야 죽임을 당한다. 사는 것이 공포가 된 세상에서 마음에 병이 깊은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비규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일까,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요즘 세상은 목소리 크면 장땡이다. 교통사고 가해자, 공해물질 배출업자, 한통속이 되어 뇌물을 주고 받은 재벌과 정치인, 모두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내가 뭘 잘못했어? 아니, 나만 그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노동운동판도 이 세상의 축소판이 되어버렸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고, 한줌도 안되는 권력과 자본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 시나브로 우리 안에도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이 생겼다. 현장을 들먹이고 대중을 얘기하지만 정작 그 현장 대중들 가까이에 가서 묵묵히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정파운동 대신에 깡패집단과 같은 패거리문화가 판을 친다고 사뭇 걱정들은 하면서, 정작 함께 일을 도모하자고 하면 의심의 눈길부터 보내기 일쑤이다. 삿대질과 고성은 길거리에서나 운동권의 회의장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참 살기에 팍팍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낮은 목소리로 솔직담백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풀소리는 그런 사람이다. 딱 한 번, 그것도 겨우 20분 남짓, 공식회의에서 그의 해맑은 얼굴을 마주했을 뿐, 블로그를 통해서 그와 만나고 교류했지만, 그것으로도 그를 알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가 작고 사소한 것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그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진실되고 일관된 것인지를 안다. ‘세상의 무게가 어디에 있는가 / 성심을 다 한다면 / 작다고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풀소리가 오래 전에 이웃들에게 보낸 연하장에 인용한 강행원 화백의 글이 곧 그의 마음이다.


언젠가부터 민주노조운동의 상층 간부들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모호하게 포장하는 데 익숙해졌다. 심지어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그렇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도무지 아리송한 표현들이 넘친다. 그건 잘못되었다고, 나는 늘 주장한다. 대중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책임있는 간부라면 주요한 현안에 대하여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중이 알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그 산하 조직에서라면,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입장, 올해 초의 잇따른 대의원대회 파행, 강승규 사건의 해법,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장 2조의 문제 등등 간단치 않은 사안들에 대해 일관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구성원들이 인간적인 관계와는 별개로 주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


풀소리는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힘주어 말한다. 민주버스노조의 상근간부로, 민주노동당의 열심당원(중앙위원)으로, 또한 학교운영위원으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풀소리가 세상에 내는 작은 목소리’들을 보라. 민주노총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여 허전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담배 연기에 실어 보내고, 민주노동당 게시판의 소모적 논쟁을 지켜보면서 현재의 질곡을 넘어서는 고뇌와 진정성을 촉구하고, 학교에서의 체벌에 대한 현실적 선택을 제안하고 받아들인다. 그의 고민과 생각들을 따라가다가 보면, 내 입장과 같아서 반갑다거나 달라서 불편하더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공감하며 타자를 존중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란 그 자체로 권력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가장으로 행세한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보는 남편이란 그저 똑같은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다. 풀소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아내의 불만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 돈 별로 못 벌어오는 것, 아니면 어머니 팔순잔치 초청장에 아내의 이름을 빼놓은 것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나는 킥킥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풀소리의 아내가 곧장 호통을 쳤다. “당신의 나이에 비해 사고나 행동이 안 막혀 있고 자유롭다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자의 자세에서 나온 걸로 보여. 난 수레를 같이 끄는 사람이 필요한 거지 어쩌다 도와주는 마음 좋은 이웃이 필요한 게 아냐.” 푸하하하, 풀소리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도 나와 같이 어쩔 수 없는 남자라니까.


가끔 나는 풀소리의 말에서 신영복의 사색이나 도종환의 시정을 느끼곤 한다. 애정의 최고 단계는 강요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하는 말이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고 궁금한 사람은 그의 “애정(affection)”론을 읽어보라. 불감증 환자가 되어버린 듯한 자신에 대한 성찰이 눈물로 배어나오는 “잘 못 사는 것 같다”도 읽어보라.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은 동지들 앞에서, 총연맹 지도부는 사퇴해야 하지만, ‘민주노총이 망한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거야’ 하고 말하는 그의 마음을 함께 호흡해 보라. 내가 더 말할 게 없다. 그는 참 맑고 깨끗하다. 그런 동지를 알게 되어서 고맙고, 인연을 맺어 준 진보넷 블로그가 또한 고맙다.

(200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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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어제 장보러 갔다가 예정에 없이 알타리 한단을 샀다. 1,980원.

집에 오자마자 깍두기를 담그려고 했는데 후딱 일요일이 다 지나가 버렸다.

 

오늘,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오니 그게 눈에 밟힌다.

에이, 내친 김에 해치우자.

 

밀린 일들을 컴퓨터 앞에 늘어놓고선 한밤중에 양념거리들이 있나 찾아본다.

유효기간 지난 까나리액젓에다가 오래된 생강, 베란다에 매달아놓은 통마늘,

냉동실에 들어있던 고춧가루 등등이 줄줄이 불려나오고,

1시간도 안되어 뚝딱 끝냈다.

 

일단 사진만 올려두고,

만드는 방법은 저게 맛이 제대로 들고 난 다음에 추가할란다. 

오늘밤에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있어서 자칫하면 또 밤새게 생겼다.

내일 오전에는 충주호리조트까지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왼쪽은 무청이다. 가문비가 김치에 섞인 무청을 잘 안먹길래 찌개나 고등어조림에 쓰려고, 손질해서 데쳐 두었다.

 

깍두기만 확대한 것이 다음 사진이다. 맛있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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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했지?

사무실에 온전하게 붙어있지 못한 지 오래이다.

 

오죽하면 사무처장 발목에 족쇄 하나 채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등장했을까.^.^

 

사무실을 자주 비우는 것은 큰 스트레스 중의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챙겨야 할 현장의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건 내 일이 아니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이번 주는 지난 주와 다를 줄 알았는데 시작하니 역시 마찬가지다. 쩝.



24일, 월요일은 하루 종일 회의가 이어진다.

임원회의(08:30), 상집회의(10:00)...

오후 4시경부터 한시간 반 가량 노동안전 전문월간지 "일터"의 인터뷰가 있었다.

 

25일, 화요일은 분당 장애인고용촉진공단 회의실에서

연맹 투본회의/중집위가 아침부터 하루종일 있었다.

모처럼 공공산별노조 건설에 관한 중집위원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원칙은 동의, 현실성은 다소 부족'이라는 소식지의 카피처럼

넘어가야 할 산이 얼마나 험하고 많은지 다시금 확인했다.

 

26일, 수요일은 15번째 맞이하는 과학기술노동자 대동한마당이 있었다.

하루종일 대덕연구단지 운동장에서

일년만에 만나는 현장의 조합원들과 어울리고 술마셨다.

날이 어두워지자 평소의 새벽시간과 같은 취기가 올라왔다.

바람이 시원하더라.

 

27일, 목요일은 대대준비팀 회의와 실장단 회의로 오전이 끝났고,

오후에는 2시간짜리 사회보험노조 조합원 산별교육을 하고,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 이취임식으로 달려갔었지.

전집행부와 현집행부 간부들만 참가한 참 조촐한 이취임식이었다.

손님이라면 나와 초대, 2대 위원장, 그리고 사측 실무자 3명.

 

28일, 금요일 아침에는

광주시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배일도 구캐이원나으리, 김남일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이 단상에 자리잡았고

단하의 손님들 자리에는 궤도연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연맹 산하 조직의

간부들이 의례적이고 일상적인 행사 하나를 아주 낯설게 대면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광주전남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6개의 후보지 중에서 3개가 선택되었고

실사를 거쳐 마지막 한 곳을 선정하는 일만 남았다.

밤에는 당초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진행되는 사회복지수련회에 가기로 했는데

광주에서 대전에 돌아오니 벌써 10시 반,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되고 있던 여성위원회 수련회로 곧장 갔다.

"밥, 꽃, 양"의 임인애 감독을 만났고, 우리네 투쟁의 한계를 다시 한번

절감한다.

 

29일, 토요일, 연맹 총력결의대회가 대학로에서 있었다.

끝나고 세종문화회관지부의 광화문 음악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소주 여러 잔 거푸 마셨다.

결혼한지 16년 되는 날이었다.

 

30일, 일요일, 아내의 생일이다.

광주 망월동에서 고 이용석 열사 2주기 제사가 있는데, 포기했다.

아침에 조개를 넣은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 딴거는 끓여서 뭐하냐? (평소에나 잘 해라!)

 

다시 월요일이다.

 

오늘은 민주노총 비대위원이 되어 더욱 바빠진 위원장을 대신하여

한국원자력연료노조 조합원 교육,

내일과 모레는 충주호 리조트에서 민주노총 단위노조 대표자 수련대회와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참, 모레 아침에는 광주에서 혁신도시 입시선정을 위한 실사 참가,

모레 밤에는 다시 서울에서 회의 하나,

이렇게 제목만 바뀌면서 시간은 숨가쁘게 채워질 것이다.

 

하늘도 보고 별도 보고

산에도 오르고 바람도 맞고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살자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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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이 아침,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유성으로 오는 길,

길 가에 빨갛게 물든 갖가지 나뭇잎들 감상하며

미끄러지듯이 한가롭게 차를 몰고 있는 있는데...

 

그 반대편 방향,

동학사 또는 갑사, 아니면 안면도나 낙화암 가는 길,

끝없이 이어져서 이윽고 멈춰선 자동차 행렬,

오매,

저 끝의 차가 단풍산으로 가면

단풍은 기다리다가 지고 말겠네.

 

나는 이 오후에,

혜화동 마로니에 나무에도 단풍이 지는지

한번 보러 가야겠다.

 

이용석열사 추모 주간-

이용석열사 정신계승!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연맹 총력투쟁 결의대회

10/29 (토) 3시 /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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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모두가 초심 얘기를 하시는데

 저도 초심이 되겠습니다.

 양초처럼

 저 자신을 태워 불밝히도록 하겠습니다."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충북 초평저수지에 자리잡은 진천청소년수련원에서

서울대병원지부노조,

그리고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여 공공연맹에 가맹신청한 병원노조들이

합동상집간부수련회를 가졌다.

 

수련회는 시종일관 활력이 넘쳤고

70여명 참가자들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하고 있었다.

 

그 끝 순서가

병원노동조합협의회 준비위원회 출범식이었고,

그 자리에서 어느 집행위원이 했던 말이

촛불과 같은 '초심'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먹은 마음이든 양초의 마음이든

둘 다 필요한 시기이다.

 

(결의문과 사진 몇장은 나중에 올리도록 하고,

 수련회 참관기는 시간이 허락하면 써볼 작정이지만,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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