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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강력한 노동운동과 공산당으로 기억되는 나라다. 또 집권정당의 집권연수가 평균 1년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정치가 불안정한 나라로도 소개됐다(물론 5년 장기집권한 베를루스코니도 있다). 반면 15개 이상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해 있어왔기 때문에 공산당, 기민당 등의 대표정당이 있어왔지만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어 정치적 다원주의가 보장되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4월 총선을 계기로 이탈리아 정치체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06년 베를루스코니의 5년 장기집권을 무너뜨린 중도좌파(프로디총리 정권 등장)의 집권은 사회복지 삭감, 계속되는 재정적자, 8%를 넘는 실업률 등 우파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 결과였다. 그러나 집권한 프로디 정부는 2008년 1월, 불과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실각했다. 여기에는 연금지출 삭감, 아프카니스탄 파병연장, 법무부장관의 부패스캔들 등 중도좌파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에 대한 차별성을 갖지 못한 이유가 존재한다.
2008년 조기총선에서는 중도좌파정부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본격화된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요구가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의 승리로 귀결됐다. 무지개좌파(재건공산당, 이탈리아의공산당, 녹색당, 민주좌파 등 4개 연합)를 비롯해 좌파세력들은 단 한 명도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좌파가 몰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 결과를 두고 개악된 선거제도로 인해 군소정파들의 의회진출을 막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좌파세력들의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용과 집권만을 위한 합종연횡 등에서 연유한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식 양당체제를 꿈꾸며 민주당을 출범시키는 일부좌파들의 전향, 이에 반대하며 독자적인 좌파 정치를 제기했지만 새로운 정치적 전망과 정책을 제출하지 못한 채 선거연합으로만 전락해버린 무지개 좌파 등의 행보는 좌파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이탈리아 민중들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새로운 정치적 전망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한 베를루스코니가 다시 전민중적 저항에 직면한 지금, 이에 대한 책임을 우파만이 아니라 좌파에게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 시대를 거스르는 닮은꼴 정치인
민주주의 공공의 적
탄젠토폴리(tangentopoli), 즉 부패공화국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제1공화국 총리를 일곱 번이나 지낸 줄리오 안드레오티(Giulio Andreotti)와의 대담에서 “총리는 둘 중에 하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리한 범죄자거나(한 번도 잡히지 않았으니까), 아니면 역사상 가장 박해받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오고갔다. 이것은 이탈리아의 권력과 부패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예술로 승화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2008년 영화 <일 디보(IL Divo)>에서 백미로 꼽히는 장면이다. 제1공화국이 몰락하고 이탈리아 정치의 지각변동이 있은 후 어쩌면 이탈리아 총리는 “가장 박해받는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가장 영리한 범죄자”였으니까.
이탈리아 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SB)는 1990년대 초중반 이탈리아 정풍운동의 결과로 제1공화국이 몰락하는 지각변동을 거친 후 우파로서는 처음 집권한 총리이다. 그러나 제2공화국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를 통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이제 그는 “가장 영리한 범죄자”를 넘어 ‘가장 뻔뻔한 범죄자’이자 ‘이탈리아 민주주의의 공공의 적’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이탈리아만의 사정이 아니다. 1980년대 말 어렵사리 시작된 한국 민주주의도 10여 년간의 더딘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아갔지만, 민주화 이후 처음 등장한 우파 대통령에 의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MB와 SB는 최대유사인물의 커플이다. 때문에 SB가 MB의 자서전을 이탈리아어판으로 출간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의혹, 인맥동원, 인터넷에서 불어오는 저항
MB와 SB의 부정과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MB의 삼성비자금과 부동산 및 BBK 의혹, SB의 건설사업 부정 운영과 핀인베스트(Fininvest) 탈세 및 언론사 인수합병 의혹 등은 경제사범만으로도 특정범죄가중처벌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권력이 있어 의혹은 의혹으로 멈춰 있다.
MB와 SB는 권력을 부리는 데 있어서도 대단히 닮은꼴이다. 2B는 공통적으로 사사로운 정치스타일인 개인형 리더십을 활용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공론을 참지 못하며 도구성 참모와 소모성 부하들을 좋아한다. MB는 연이어 방송 3사를 장악하려고 시도했으며, SB는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보도한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와 ‘루니타(L’Uni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2B는 또한 정책을 두고 다른 정치인들과 소통하고 이들의 합리적 토론을 조성하기보다 학벌이나 재계 혹은 친인척 인맥을 동원해 자신의 정책을 집행하는 인형의 집을 만들고 있다. MB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만끽하고 있으며, SB는 총리에 만족하지 않고 권력구조를 강력한 대통령제로 바꾸어 군림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것이 그가 MB의 자서전을 번역하려는 배경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본을 위한 정치다. MB의 종부세 인하와 SB의 부자 세금 감면 조치가 대표적이다. SB는 2001년과 2003년에 이어 금년에 세 번째로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한다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명분은 해외 은행 계좌에 은닉된 부자들의 돈을 본국으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즈가 지적한 것처럼 그것은 부자 탈세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B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는 국민탄핵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 블로거 모임의 자발적 제안으로 지난 12월 5일 로마에서는 10만여 명이 모여 SB의 사퇴를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MB를 단죄하는 시위가 한창이며 MB 탄핵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지난 10월 유럽의회가 SB의 언론탄압을 성토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으며, 9월에는 노엄 촘스키 등 20개국 저명인사 173명이 MB의 반민주적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머피의 법칙
물론 누구나 육안으로 판별하듯이 인물이 확연히 다르고 정치스타일도 다른 만큼 차이점도 존재한다. 우선, 유럽 내 4대 강국으로서 이탈리아는 미국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자존심이 더 강하다. 따라서 SB는 오바마의 피부색 언급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는 등 노선이 다른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딴지를 걸기도 한다. 그러나 MB는 대통령과 그 정책이 무엇이든 미국이라면 먼저 접고 들어간다. SB가 동일한 부류가 아닌 한 누구에게도 뻣뻣한 안하무인(眼下無人)형이라면, MB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억약부강(抑弱扶强)형이다. 12월 11일 이탈리아에서 SB의 교육 및 공공 정책에 반대해 교육자와 공무원들이 전국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 대한 정부의 유연한 대응과, 우리나라에서 전교조 시국선언교사에 대한 징계 및 이 징계를 거부한 교육감에 대한 징계가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2B의 정치경제적 배경의 차이도 간과할 수 없다. SB가 전통적 기업의 사각지대에서 범죄조직과 부패정치의 음지에서 성장한 신흥재벌로서 자신의 사단을 이끌고 정권을 장악했다면, MB는 전통 재벌을 숙주로 성장한 기업인으로서 정치적 보수를 인계한 신개발독재를 추구하며 정통 개발독재 세력과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SB는 피아트와 같은 전통적 기업들과 경쟁하면서도 사적인 권력 집단을 이끌고 유아독존의 권력정치를 구사하는 반면, MB는 당내 헤게모니 투쟁을 아직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 세력 탄압을 통해 그 기선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B는 이탈리아 제1공화국을 붕괴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사법부와 대립하는 데 반해, MB는 사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 SB는 이미 1998년에 탈세와 공무원 매수 등으로 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았고 여전히 계류 중인 재판을 앞두고 면책특권법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와 달리 한국의 사법부는 BBK 재판과 촛불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보듯이 여전히 권력을 비호하는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이탈리아의 경우 공산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이 제도권 안팎으로 폭넓게 포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진보정당운동의 정치력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른바 견제의 역량이라는 조건에서 SB와 MB는 중요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MB와 SB의 부박하고 괴망한 정치를 청산하지 않는 한, 한국 정치와 이탈리아 정치는 머피의 법칙을 따를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견제 역량이라는 조건의 차이에서 볼 때, 한국 정치의 위험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최근의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민생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 정운찬 총리는 이날 방송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었다”면서 “자신감이 넘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셔서 많은 국민이 공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평가와는 달리 이날 이 대통령은 말바꾸기와 일방통행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세종시 원안추진 공약 왜 했나?
세종시 수정논란에 대해 MB는 대통령 당선을 위해 거짓을 얘기했음을 시인했다. “사실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표를 얻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지니 말이 바뀌더라구요” “당당하게 제가 말 못한 게 있죠”
이제 와서 고해성사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 구차하다. 수정을 넘어 이젠 행정기관 이전은 아예 백지상태로 되돌릴 태세다. 이게 원래 내 생각인데, 당당하게 말 못해 미안하다는 건가. 허위공약을 유포하고, 국가가 지역주민과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삶의 터전까지 떠나게 만든 사기를 친 셈이 됐는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부자감세?
여론조사에서 가장 잘못한 일이 부자감세라는 질문에 MB는 뭔가 오해가 있다는 표정으로 “기업하는 분은 이런 질문 안했을 것이다. 잘 아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말은 맞는 말이다. 돈 많고 기업하는 사람이 부자감세에 대해 무슨 질문을 하고, 비판을 하겠는가.
교묘하게 MB는 부자들 세금깎아 준 이야기는 빼놓고, 친서민 흉내내기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학자금 상환 변경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이해해달라는 이야기만 장황하게 되풀이했다. “아무튼 나는 기업이 잘되게 하는 것”을 이해해달라는 것인가. 이미 우리는 MB의 부자감세, 친기업 정책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청년실업, 눈높이를 낮춰라?
방청하던 여대생이 청년실업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지 말고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했다. MB는 이에 “낮추지 말고 맞추라는 것입니다.”라며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안하면 경험을 못쌓습니다”고 훈계를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연습을 많이 했는지, 말솜씨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눈가리고 아웅식의 답변에 불과하다. 스스로 밝혀왔듯이 MB 본인은 안해본 것이 없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는 게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청년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낳은 문제다. 눈높이를 낮추던 맞추던 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정부가 이윤을 위해 인력구조조정에 앞장서는 마당에, 청년들의 일자리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4대강 살리기?
MB의 거짓말은 4대강 사업에서 정점에 달했다. 방송이후 운하반대 교수모임은 “물을 가둔 시화호도 지금은 수질이 개선됐다”는 발언에 대해 “시화호는 물막이 공사 2년후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떼죽음하고 수질이 계속 악화돼 해수유통을 전면적으로 해 수질을 회복했다”며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라고 질책했다. “잠실과 신곡수중보로 가두어진 한강의 수질이 깨끗하다” MB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질이 오히려 나빠졌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강 복원 기술(수질개선 기술)은 세계 최고이며 보건설로 수질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발언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하천수질 개선을 위해 과거에 설치된 댐과 보를 철거하는 중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퇴적물로 강바닥이 높아져 해마다 홍수피해로 4~5조원이 들어간다”는 발언도 4대강 본류의 대부분은 지자체의 재정수입사업으로 준설을 한 관계로 오히려 하상이 낮아져 있고, 홍수가 난 곳도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방중소하천이라는 점에서 거짓말이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한마디로 국민을 무지몽매한 대상으로 여긴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훈시였다. 용비어천가도 아니고 그것도 거짓말까지 하면서, 두 시간 씩이나 그것도 생방송으로 지상파 3사를 포함 전국 35개 채널을 통해 전파를 낭비했다. 또 혹시나 하고 그 방송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짜증과 분노를 일으킨 피해는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 제발 이런 방식으로 소통할 거면 차라리 하지마라.
연일 세종시 문제로 정치권과 언론, 지역의 여론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세종시 원안 반대논리로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시하고 있다. 청와대와 입법, 사법부는 서울에 남아 있으면서 행정부 일부부처만 이전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이라는 것이 정부의 반대논리다.
현재도 광화문, 과천, 대전 등으로 쪼개져 있는데 세종시까지 생기면 정부기관이 4군데로 분산되어 수시로 열리는 부처 간 회의, 국가비상사태 대응, 장관들의 국무회의 참석, 행정부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 출장 등 업무추진에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어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전에 계획할 때는 그런 우려는 없었는가. 그럼에도 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건설을 추진했는가. 세종시 건설은 단순히 충청권의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쇼가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는 것이다.
행정의 효율성?
회의나 국회 출석 등 공무원들의 출장을 용이하게 하는 것만이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국가행정의 효율성은 단순히 업무의 효율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전제한 국가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효율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행정의 비효율성은 업무의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더 이상 단순할 수 없는 억지에 가까운 논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업무의 효율성조차도 IT강국을 자임하고 있는 정부 당국자의 논리로는 설득력이 없다. 각종회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굳이 출장을 가지 않더라도 가능하며 국회출석 등 출장이 불가피한 경우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고속철도 노선을 변경활용하면 오히려 교통난이 극심한 서울시내에서의 이동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의 효율성조차도 비용의 측면을 제외하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4대강 사업부터 중단해야
비용의 측면조차도 출장비 등 비용의 증가와 수도권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얻어지는 국가적 이익을 상정해보면 그 기대효과는 크다. 또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된 장기적인 국가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정책변경에 따른 행정의 낭비를 감안한다면 비효율성은 오히려 세종시 건설계획의 변경에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설득력 없는 행정의 효율성을 내세워 세종시 건설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보다 훨씬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다.
사노준 4차 총회, <강령초안> 제출 심의
강령건설에 대한 문제의식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사노준)은 그동안 강령에 대해 궁극적인 목표로서 “실현 가능”하고, 노동자의 권력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또 노동자 스스로 그런 정치의 “주체”, 실천의 “주체”로 서게 하는 강령 건설을 목표로 토론하고 있다.
한국의 좌파, 진보 정치조직들은 지난 10년간 강령적 수준의 입장은 물론 강령도 제출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강령이 ‘호주머니 속 강령’, ‘증명사진’, ‘카핑 트로츠키’ 혹은 ‘카핑 사민주의’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이는 한편에서는 각 조직이 내놓고 있는 입장의 차이와 강령논쟁을 본격화할 만한 이론적 완성도의 부족 때문이고, 더욱이 어느 정치조직이든 ‘강령적 실천’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노준은 이에 대해 강령과 정치적 실천이 분리되지 않고 변증법적 긴장과 동력을 확보하면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강령건설과정을 밟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강령의 체계와 구성에 있어서는 ‘기본강령-정책강령’으로 할 것인가?, ‘최대강령-최소강령’으로 할 것인가? 등의 쟁점에 대해 기계적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강령건설을 말해왔다. 즉, 하나의 강령으로서 현실 계급투쟁의 진전, 우리의 인식과 실천과 논의의 진전 정도에 따라 바꿔 나갈 수 있는 체계와 구성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안이 제출되다
사노준은 출범(2008년 10월 11일)이후 ‘강령작성을 위한 특별위원회’(강령특위)를 구성하고 조직 안팎으로 강령토론을 진행해 왔다. 2차 총회(2009년 2월 21일)에서는 <강령(초안) 토론용 자료>가 채택되었다.
이후 강령(초안) 작성을 위한 의제별 회원토론을 통해 내용정리들을 해나갔다. 국제주의, 민주주의, 문화, 노동운동, 페미니즘 등 강령에 담겨질 주요한 의제들에 대한 회원토론회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지역별 강령토론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3차 총회(2009년 6월 27~28일)에 <강령 초초안>이 제출되었다.
하지만 제출된 <강령 초초안>에 대해 강령특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분량, 서술체계, 문체 등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컸다. 이견을 제출한 특위위원들은 “강령은 준비모임 내 사상적 지향에서 최소한의 합의수준을 반영하면 된다” “사노준의 지향과 요구, 현재 좌파의 정체성을 간결하게 드러내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단지 양이 길기 때문이 아니라 끝없는 나열식 묘사 때문에 틀린 말은 거의 없겠지만 심의가 어렵다” 등의 의견을 냈다.
그 결과 두 가지의 새로운 안이 제출되면서, <강령 초안>수립을 위한 토론은 세 가지의 개별안을 갖고 토론이 진행되는 상황을 낳았다.
진통 끝에 단일안으로
사노준의 각 지역모임에서는 10월 초부터 3개의 안을 놓고 회원토론을 진행했다. 강령특위에서 분량, 서술체계, 문체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던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긍정적인 의견과 비판적인 의견 모두가 있었다.
그러나 지역 별 토론의 과정에서 강령안이 단일안이 아니라 3개의 안으로 제출된 것에 대한 회원들의 문제제기가 많았다. 내용에 대한 쟁점이나 서술체계 형식의 이견이 있더라도 단일안으로 제출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동안의 강령특위가 논의를 모아 강령을 공동으로 작성하는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진통 끝에 현재 강령특위는 회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를 받아 단일안으로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4차 총회(11월 28~29일)에는 단일화된 <강령 초안>이 제출되어 토론될 예정이다.
지역토론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내용에 대해서도 지역토론에서 많은 질문과 의견들이 쏟아졌다. ‘21세기 자본주의 표현’, ‘21세기 사회주의 표현’, ‘일국혁명과 세계혁명의 문제’, ‘국제주의’, ‘계급동맹의 문제’, ‘생산수단의 사회화’,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한반도 통일과 평화’, ‘북한사회에 대한 규정’, ‘시장경제의 점진적 해소’, ‘총고용보장, 생존에 대한 국가책임 요구’, ‘국가와 당의 관계’, ‘노동자계급 중심성과 동맹전략’, ‘대체권력 형성과 과정’, ‘민주주의 실현과정과 전략’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각각의 내용들에 대한 질문과 토론 속에서 수정과 보완해야 할 것과 쟁점으로 토론해야할 과제 등이 정리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쟁점과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민주적계획경제의 상’, ‘노동자계급 중심성과 계급동맹’에 대한 쟁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인 주제들이다. ‘당원의 책임과 의무’, ‘국가에 대한 입장’에 대해 보완해나갔으면 하는 의견도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발전하는 강령
이번 사노준 4차총회에서 심의될 예정인 <강령초안>은 ‘기본강령’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부문정책강령’은 이후 계속 주체들과 함께 별도로 정리하는 과정을 밟아갈 예정이다.
<강령초안>은 말 그대로 초안이다.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자기 과제로 삼는 하나의 주체로서 사노준은 앞으로 내부만이 아니라, 여타의 사회주의정치조직들과 개별주체들과 함께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위한 강령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강령초안>은 사노준의 기본적 입장이 되지만, 논의와 토론을 통해 상호 수정, 보완되고, 얼마든지 새롭게 재작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애초 강령건설에 대해 이제 본격적인 첫 걸음을 시작한 사노준은 앞으로 회원 내부 뿐 아니라 사회주의정치진영, 나아가 전체 노동자민중진영 안에서 활발하게 강령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또 이것이 현실의 계급투쟁과 변혁운동의 실천들과 긴밀히 결합해가면서 변증법적으로 상호 발전하는 과정으로 이어져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은 사회주의정치진영이 ‘강령적 실천’을 담보하기에는 미약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주의정당 건설의 열정과 희망으로 살아있는 강령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희망해 본다.
[강령건설, 이렇게 하자]
[강령건설, 이렇게 하자]
[강령토론]
[강령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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