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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공무원노조, MB정부의 하수인을 거부한다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 통합공무원노조의 핵심축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0월 20일 노동부의 한 마디에 ‘노동조합으로서 합법적인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행정안전부의 ‘복무규정’ 개정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못하게 되었다. 공무원은 더 이상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고, 말과 행동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는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지난 9월 21일 이명박 정부의 방해를 뚫고 조합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결의하며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조직을 건설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통합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뉴라이트 등 특권세력의 기득권 유지에 의한 대대적인 탄압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공무원노조 탄압을 위한 행정체제 구축 및 제도 정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저지하지 못하자 국정감사 과정에서 뉴라이트 세력을 중심으로 전임자, 해고자 및 공무원 정치중립, 상급단체 가입 금지 등의 문제를 꼬투리 잡아 공격했다. 심지어 지자체에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들의 근무실적과 연가ㆍ출장 내역까지 요구했다. 또한 한나라당을 통해 공무원노조법, 공무원법 등의 개악안(정치활동 금지강화 및 벌칙강화, 공무원노조 상급단체 가입금지, 선관위 공무원노조 가입 금지 등)을 발의해 공무원 노동자의 단결권을 봉쇄하는 제도적 정비에 나섰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인사실 윤리복무관 산하에 10여명으로 구성된 ‘공무원 단체과’, 지방행정국에 ‘지방공무원 단체지원과’를 신설해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기로 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의 ‘노조관리 지수’(단체협약 위법성, 해직자 노조활동, 근무시간 노조활동, 비자격자 노조 가입 등)를 만들어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지자체는 교부금 삭감 등 행정ㆍ재정적 불이익을 주기로 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조탄압을 위한 행정체제를 정비했다.

개별적 민주노총 탈퇴 공작
정부와 한나라당은 선관위 공무원을 노조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분류하는 법안을 입법 발의하였다. 이와 더불어 선관위본부 대의원들을 동원하여 대의원대회 소집 서명을 조직하여 대의원대회가 개최되었으나, 선관위본부 대의원들은 ‘통합노조 탈퇴 조합원 총투표 실시의 건’을 1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정부는 선관위본부의 통합노조 탈퇴를 통한 민주노총 탈퇴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10월 26일부터 선관위 본부장, 사무처장에 대한 부당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임원사퇴를 종용했다. 정부의 선관위 본부에 대한 집단탈퇴 선동 결과 조합원 1,800여 명 중 대부분이 탈퇴하고 20여 명이 남은 상황이다.
또한 중앙행정기관본부에서는 시국광고와 관련하여 소속 9개 지부장 전원이 해고당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소청에서 복직시켜주겠다는 기관 측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결과 환경부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지부가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여 결국 환경부 지부는 통합공무원노조를 탈퇴했다. 이 과정에서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투표 현황을 시간대 별로 보고하라고 지시한 메일이 발각 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심지어 기관 측이 수시로 “투표를 하라”는 구내방송으로 통합공무원노조 탈퇴 투표를 독려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찬성이 2/3에 이르지 못해 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도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직원이 투표에 영향력이 있는 노조 간부가 속해 있는 부서장에게 전화해 “노조 간부의 활동을 자제시켜 달라” 당부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비판 금지
=권력의 하수인, 영혼 없는 공무원 요구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령인 공무원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치 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주장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금지’, ‘근무시간 중 정치적 구호가 담긴 조끼·머리띠·완장 등 착용 금지’가 핵심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의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의 목적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시절처럼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 정권의 홍보자로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중의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63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규정하고 10월 23일 간부토론회와 11월 8일 간부결의대회에서 진행된 민중의례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는 10월 20일 통합공무원노조의 핵심 축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합법적인 노조의 지위를 박탈했고 이에 맞춰 행정안전부는 대정부교섭권을 박탈하고 11월 20일까지(현재 12월초까지로 연장) 노조사무실 폐쇄, 조합 활동 봉쇄, 조합비 원천징수 거부 등을 이행하는 신속한 지침을 현장으로 내려 보냈다. ‘해직된 6명의 간부 활동’을 이유로 조합원 5만여 명의 단결권 내지 결사의 자유마저 박탈하는 억지를 쓰는 것은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시 해직자 문제 등 철저히 특별법의 울타리에 묶어 통제 가능한 노조, 특별법에 순응하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명백한 정치탄압
이렇듯 이명박 정부가 기본적 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이성을 잃은 탄압을 자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장기 집권 기반 강화, 정권 창출을 위해 100만 공무원 노동자의 입과 발을 봉쇄하고자 함이며 공무원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통제하고자 하는 명백한 정치탄압이다. 이 탄압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으며, 1%의 부자만을 위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며 정당한 기본권을 말살하는 이명박 정권 독재에 맞서, 이 땅의 노동자 민중과 함께 당당하게 투쟁할 것이다. 지도부 선거가 끝나는 11월 18일 이후부터 민주노총 가입 결의를 모아준 조합원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 나갈 것이며, 12월 12일 여의도 1만 이상의 대규모 조합원이 참여하는 공무원 노동자대회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이 진정한 칼날이 되어 이명박 정부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통합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의 투쟁 의지를 다시 세우는 과정과 이를 통한 현장조직사업과 현장투쟁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교조, 공공운수연맹 등 공공부문 노동자와 연대투쟁을 통해 공무원노조 특별법의 틀을 벗어 던지고 보다 확장된 연대투쟁을 진행해 나갈 때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명박 정부의 통합공무원노조 탄압을 분쇄하고 노동3권 쟁취 투쟁으로 전선을 확장시켜내자.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의 선봉에서 이명박 정부와 맞짱 한번 뜨자. 투쟁!
 

신창화(통합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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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운동전망토론회


비정규직 운동 10년, 치열한 투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법 통과 뒤 비정규직이 정상적인 고용형태라 인식되고, 유연성은 보장하되 안정성을 더 보태자는 등의 황당한 논의도 확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정규직 운동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이런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2년 동안 ‘비정규직 운동 전략 토론’을, 올해 초에는 ‘비정규직 운동의 전망을 밝히기 위한 연속토론회’로 이어왔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라는 단행본도 출간했습니다. 그 문제의식은 몇몇 사람들의 몫이 아닙니다. 그동안 비정규직 운동을 해온 동지들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비정규직 운동 10년의 전망을 함께 열기를 기원합니다.

1부비정규직 운동의 의미와 전략적 원칙
발제 :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
 토론 : 사회진보연대,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2부 향후 비정규직 운동 10년의 과제
발제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토론 :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오민규 전비연 정책위원, 김소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 송경동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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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사태, 공공의료의 부실이 가져온 예견된 재난

신종플루사태를 통해 본 한국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재난대책이 지난 11월 3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되었다. 이에 따라 범정부 대책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되어 운영중이다. ‘심각’단계로 격상되었다고 해서 정부차원의 대책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달라지는 점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대응체계 강화 △중증환자 진료체계 강화 △학교예방접종 조기 완료 △항바이러스제 적극 투약 등의 대책을 발표했는데, 사실 중앙차원의 대책본부가 부처별 업무를 조정하고 상황을 통합, 관리한다는 것과 지역차원의 대책본부가 꾸려지는 게 달라지는 점일 뿐이다.
신종플루의 감염속도에 비해 치사율이 일반 계절독감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지 않은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로 그동안 정부의 대책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이 예견된 2005년에 정부는 이를 인지했음에도 4년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들어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고 있음에도 우왕좌왕하고, 국민들에게 너무 동요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결과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 공급이 지연되거나 부족을 초래하였고,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의 비축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치료거점병원만 지정한 채 나몰라라 하여 병원현장의 혼란만 야기하여 국민의 불신과 의료인에 대한 불만만 키웠다. 이러한 정부대책의 문제점에 의해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신종플루를 통해 드러난 의료체계의 문제점
정부대책의 미비함에 더하여 더욱 중요한 점은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표출되었다는 점이다.

첫째,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기관이 일찌감치 신종플루에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부족하고 역할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격리병상과 음압시설을 갖춘 병원은 몇 개 지나지 않았고, 병실도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영남과 강원, 충남북에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신종플루 중환자가 크게 발생했을 시 국가가 강제로 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전염병 같은 질병에 대한 대책에는 일정부분 국가의 행정력이 힘을 발휘해야 하는 데, 민간의료기관에는 이를 강제할 힘이 재정지원같은 인센티브 말고는 없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이를 실행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거점병원 및 1차의료기관의 혼란으로 인해 신종플루의 확산을 방지하기는커녕, 병원에서의 감염마저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환자와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섞이는 걸 막아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이 없다” “오늘 신종플루 진료를 봤던 의료진이 그 다음날 일반 병동 환자를 진료하기도 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 환자는 폭증했고 의료진은 그대로이니 방법이 없지 않나” 등이 직접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하소연이다.
또한 1차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은 신종플루환자를 보건소로 보내고, 보건소에서는 병원으로 보내고, 병원에서는 다시 보건소로 보내는 등의 혼란이 발생하는 등 의료전달체계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

셋째, 지역사회에서 1차의료기관의 혼란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사람이 모여있는 학교와 직장에서의 보건시스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임이 드러났다. 학교에서는 기껏해야 교문앞에서 효과가 의심스러운 발열검사를 하거나 휴교조치를 취할까 말까 갈팡질팡하는 등 체계적인 감염 및 위생관리, 발생환자에 대한 보호조치, 감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업장 노동보건도 마찬가지이다. 신종플루 대책마련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심지어 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은 예방백신접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넷째, 치료 및 검사, 예방접종에 드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국민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국가 의료기관이다 보니, 신종플루 검사비가 다른 병원에 비해 싸다. 그러다보니 전화로 검사비가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거의 검사비도 댈 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아, 이 사람은 돈이 없어서 못 오겠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결국 진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병원에 오지 못한다.”(“밖에서 떠는 환자들... <대장금> 방불 인력 태부족... 공익이라도 배치해 달라”, 오마이뉴스, 2009.11.3)

즉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해 더욱 더 전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점병원지정을 하고, ‘동요하지 말라’는 립서비스와 상황관리만 하고, 병원은 병원대로 불만을 표출하고, 의료인은 아무것도 안하고 책임을 넘기는 정부를 욕하고,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언론은 스포츠 중계하듯 늘어나는 사망자수를 보도한다. 무책임한 정부의 대응 속에 국민은 불안해하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대처법을 마련하는 지혜를 짜내느라 골몰하고 등의 모습이 신종플루를 통해서 드러난 한국보건의료시스템의 모습이다. 

강동진(포럼 [사회복지와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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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의료재난, 우리의 해법은?

의료의 공공성과 노동자민중의 건강은 정비례

 
국가적 재난 수준의 신종플루사태는 한국사회의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과연 대안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전염병이나 신종플루같은 감염성질환의 경우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방, 치료, 건강증진 같은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공의료 비중을 높여라
우선 무엇보다 공공의료의 비중을 높이고, 공공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라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공공의료의 비중은 10%가 채 안된다. 이런 비중으로는 신종플루같은 대유행을 하는 전염성 질환에 대한 대책이나 관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최소한 30%정도는 되어야 한다. 1차 의료를 담당할 도시보건지소를 확충하고, 지역별로 거점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국립대학교병원같은 경우는 광역단위 거점중심병원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건지소에서는 환자상담 및 일차적 수준에서의 검사와 치료, 정보제공 등을 수행하고 거점병원에서는 격리병실 등의 운영을 통해 입원치료를 담당하고, 대학병원에서는 광역차원에서 치료기술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주치의제도를 도입하자
둘째, 1차의료시스템이 구축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1차의료는 ‘동네의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환자들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에 대해 의뢰할 시 제일 먼저 만나면서도 가장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체계의 ‘첨병’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수준에서는 주치의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평소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고, 자신에게 걸맞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일회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료의 책임성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진료의 지속성, 책임성, 포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주치의제도이다.
아울러 집단적으로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데에 학교나 사업장 수준의 학교보건, 노동안전보건 시스템이 확충되고 체계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양호실에 보건교사를 갖춘 정도이거나,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발생한 사업장에서의 재해와 질환을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는데 예방, 치료, 재활 등 건강증진 및 관리의 제 단계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1차의료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가 쿠바이다. 쿠바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1차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된 결과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미국보다 더 높아서 1차의료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으며, 1차의료인력은 베네수엘라, 콩고 등 의료체계가 열악한 나라에까지 파견되고 있기도 하다. 신종플루에 대한 대책에서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과 멕시코와 비교되기도 한다.

정부와 사회가 비용을 부담해야
셋째, 전염병의 예방 및 치료에 드는 비용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항바이러스제의 투약 및 백신접종에는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두고 있다. 비록 몇만원이라 할지라도 이마저도 부담이 되어 접종과 치료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검사비용에는 수십만원이 소요되어, 확진이 안될 경우 신종플루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전염병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은 민간제약회사가 아니라 공공적으로 개발되고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지금의 신종플루대유행처럼 질병의 확산과 환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약자본의 배만 살찌우는 현재의 특허제도를 일시 중지시키고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강제실시의 요건이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 제약자본의 돈벌이에 국민의 건강이 좌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의료민영화의 가속화는 더 큰 재앙을 부를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윤추구 중심의 민간의료체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신종플루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긴 하지만 일회적인 수준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는 이윤추구를 더욱 확대하는 의료민영화를 ‘선진화’란 이름으로 포장하여 추진하고 있다. 신종플루사태가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민영화추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지만 정부는 눈과 귀뿐만 아니라 머리마저 사고하기를 멈춘 듯하다.
 
강동진(포럼 [사회복지와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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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쿠바, 공공의료시스템으로 신종플루를 잡다

전 세계가 신종플루의 공포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쿠바의 의료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플루의 진원지였던 멕시코, 미국 등과 인접해 있지만 피해 수준은 어떤 나라보다 크지 않다.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쿠바의 뛰어난 공공의료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 쿠바는 1,100만 명 인구 중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800여명에 사망환자는 7명이라는 집계가 나오고 있다.
쿠바가 신종플루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지역의 1차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것과 의료혜택의 평등성에 있다. 무상의료체계가 신종플루 환자의 조기 발견을 가능케 했고, 바이러스의 2차 확산을 막았다는 것이다.
쿠바는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160여명으로 한국의 630여명, 미국의 390여명보다 훨씬 앞선 다. 특히 1차의료 중심으로 가정의사들이 전체 국민들의 대다수를 담당하고 있다. 쿠바에서는 아프고 나서 병원을 찾는 치료 중심의 의료가 아니라, 몸이 건강할 때부터 가정 의사에 의한 관리가 이뤄지는 예방중심의 의료가 이루어진다.
무상의료는 쿠바의 가장 큰 강점이다. 모든 병원에서 이뤄지는 진료와 처치는 무료다. 미국의 경제봉쇄조치 이후 약을 구입할 때는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지만, 이것도 노인이나 장애인, 만성질환자, 중증질환자에게는 무료다. 돈이 없어 고통 받고,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쿠바 유전공학생물기술센터는 전염병 치료 의약품 30여종을 비롯해 모두 100여건의 백신을 만들었다. 또 쿠바정부는 이번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해서도 지역의 1차 의료 기관들로부터 날마다 의료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정교한 공공모니터시스템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고 관리하는 방식의 의료시스템이 신종플루 대처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가장 의료기술이 뛰어나다는 미국의 신종플루 사망자는 4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공공의료시스템으로 적은 돈을 들여도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쿠바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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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뒤에...

[포토에세이]

 


바람 뒤에...

저 바람 뒤에 숨어사는 사람이 궁금했다.

바람에 지워지고 닳고 닳아진 生같았지만
그 모두가 빛이었다.

빛 속에 숨겨진 깊고 깊은 이야기들
숨 막히게 절제된
그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 저 검은 눈동자 속에 찰랑거렸다.

넘치지도 흐르지도 못하는 풍경이라 여겼다.
보여 지는 것이 전부인 풍경이라면..
병풍에 갇힌 풍경이 전부라면 차라리 죽음일 것이다.

죽은 듯 침묵하는 바람 끝, 생명의 숨결
그 숨결이 바로 사람이었다.

....지금 이 앞에 선 사람의 숨결이
찰나에 멈춰진 모든 사람의 숨결을 깨운다...
이것이 산 자의 믿음이다...

사진전을 준비하던 2006년 라오스 아카족 아이의 찍은 사진을 보고 글을 보내왔다.
이 자리를 빌려 시인 김미영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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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숨어 있는 민주대연합, ‘묻지마 통합’에 가둬진 진보정치

[대표칼럼]

진보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현 시기 진보는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과 보수에 반대하는 세력을 뭉뚱그려 ‘진보’라고 통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보의 범주에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추종하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민주적인 대중조직은 물론이고 계급적 좌파까지도 이 범주에 넣고 ‘범진보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진보’규정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편의적 발상에 의해 규정되는 지금의 ‘진보’라는 개념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용어가 생겨나 ‘진보’의 개념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은 자유주의 정치세력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범진보’ 속에 이들을 포함시키고 싶은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진보개혁세력이라는 것은 ‘민주대연합’ 론을 전제하는 것으로 여전히 민주대 반민주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한 치도 뛰어넘지 못하는, 그리하여 노동자민중운동을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이중대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진보’의 규정은 좀 더 분명해 져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의 ‘묻지마 대동단결’이 유행을 타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및 진보단체 대표, 원로를 초청해 ‘진보정당세력 대단결·대통합과 2010년 승리를 위한’ 간담회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담회는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되었고 향후에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노동자계급의 치열한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진보정당들의 이념과 노선은 물론 이행경로와 전망에 대해 차이가 있다. 더욱이 복수의 정당이 현실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정치세력이 단일한 정당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될 수도 없다.
각 당에 속해있는 당원들은 자신들의 이념과 노선에 따라 조직을 선택했고 이는 자신의 전망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차이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전임자문제와 내년 지자체 선거를 들먹거리며 당의 해산과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수정당들이 ‘권력’을 위해 ‘대의와 명분’으로 포장해 이합집산했던 신한국당 창당,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과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반MB’, ‘현장정서’를 ‘대의’인 것처럼 앞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적어도 ‘진보적’ 정당이려면 당대표에 의한, 상층의 합의에 의한 이합집산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권력의 주체로 세우는 운동이 돼야 한다. 그래서 만약 단일한 정치세력으로 결집되어야 한다면 첫째, 민주노총 스스로 정치조직과 대중조직과의 관계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둘째 각 당의 성격과 이념, 노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가 확인해야 하며, 특히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10년간 함께 활동하다 왜 분당되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근거를 찾아야 한다. 그 결과를 통해 ‘이념과 노선이 같다’고 확인되는 정당들이 있다면 해당 정당들은 당원들의 토론을 통해, 그 결과로 논의테이블을 구성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현재의 일방적 통합논의는 각 당에 속해있는 당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있다.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합의 속에 진행됐던 ‘진보정당 대단결 TFT’는 민주노총의 일방적인 통합촉구 결의와 사업진행으로 이미 파행을 경험한 바 있다. 그 속에서 이른바 진보정치세력들간의 연대의 필요성조차 그 자리에서는 논의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의 행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FT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으로 말미암아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본질은 물론,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의 특성들이 부각되기 보다는 매몰되는 거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은 각 당의 태도가 좀 더 분명해 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동의하지도 않으면서 대중조직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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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명박+미친 세종=이상한 나라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전체 인구 50%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나라. 면적은 좁은데 산이 많아 인구 밀집도가 세계 챔피언인 나라. 권력기관이 지방이나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라. 말은 태어나서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돈과 교육과 권력이 미어터지는 서울 하늘 아래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올라가기만 하는 아파트 한 채 사야 사람대접 받는 나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데 건설로 땅값 만 올라가고 가난한 사람만 도시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나라.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그런데 명박과 세종이 만나자 이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이명박은 졸지에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나쁜 놈이고 돈에 미친 세종은 이명박의 사기를 한탄하면서 삭발과 단식까지 한다. 명박은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고 세종시는 아니 충청도는 졸지에 땅값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반은 미쳐버렸다. 세종시를 구하겠다는 이상한 울림도 여기저기 솟구친다. 자유선진당은 죽어가는 세종을 살려야 한다고 외쳐대는 지역의 투사로 변했고 민주당은 세종시를 살리는 길이 죽은 노무현을 살리는 것인 양 ‘세종시는 살리고 4대강 개발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까지 수도 이전반대에 성공했던 한나라당은 남북통일 이후에나 수도를 평양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앞세운다. 진보적인 정당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짜부가 되어 말 한마디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무능력한 세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죽은 노무현은 지역균등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특별도시, 혁신도시, 행정복합도시 등을 건설하기로 했었다. 이명박이 ‘4대강 살리기 건설’의 앞잡이라면 죽은 노무현은 ‘전국 도시화 건설’의 앞잡이였다. 도시 재개발 사업에선 죽은 노무현이 길을 닦고 살아있는 이명박과 오세훈이 그 길을 걸어가는 형국이다. 살 길이 막막해진 자본이 ‘자본의 지역화와 지역의 자본화’를 이끌 행동대장을 앞세웠던 것이다.
도시화나 산업화는 지방과 농촌을 먹이로 하면서 성장해왔다. 자본주의 자체가 지역 간 불균등 발전전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방과 농촌도 이제 희생만 하면서 살지 않겠다고 아우성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땅값을 올려 그 땅을 팔아버리고 고향을 떠나 도시의 또 다른 주변에 머무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땅값은 오르지 않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을 자기 집에 끊임없이 오가게 하는 것이 진짜 돈을 벌면서 잘사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자본의 논리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이성적으로 그 대안을 생각해보자. 그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청와대와 행정부를 함께 특정한 지방으로 이전하되 행정부의 주무부처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방의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와대와 행정부를 강원도로 이전하되, 행정부 주무부처를 강원도의 다양한 지역으로 각각 분산하는 것이다. 강원도 전체가 행정수도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회와 사법부를 이전하는 방안이다. 남아공에는 수도가 네 개다. 대통령이 일하는 수도, 행정부 수도, 국회 수도, 그리고 사법 수도가 각기 다른 지역에 존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아공의 살림살이는 아주 잘되고 있다. 국회와 사법부가 지방으로 이전하고 기관별 기능에 따라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시킨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전국 곳곳에 권력기관을 분산시키는 전략, 이것이 바로 권력을 국민의 품속으로 돌아오게 디딤돌이고 전국의 땅값 거품을 걷어내는 길이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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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간부 성폭력사건의 재판부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

3년 전인가 일천한 경험으로 어떤 지역에 반성폭력 교육을 간 적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만 그 때는 더욱 ‘배우는 입장’이라 누구에게 여성억압과 반성폭력운동에 대해 교육할 주제도 아닌데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무거운 발걸음을 땠다. 교육을 시작하자마자 첫 마디를 뗀 것이 “조직내 성폭력 사건의 해결이 바로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그 길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교육하겠다고 서 있는 지금 순간도 터널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이들은 내 말에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들도 그 캄캄한 터널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그 굴속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한동안 말이 없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조직적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토론을 하고, 수 개 월에 걸친 토론에 지쳐 찜찜함이 있어도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마무리됐던 무수히 많은 성폭력 사건을 기억한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비로소 그 과정에 피해자에 대한 고민과 배려, 치유와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고민은 말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올바른 해결을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은 함께 분노했고, 함께 울고, 함께 반성폭력운동의 주체되기를 결의했지만 그 속에서도 적어도 나는 고백컨대 피해자가 정말 당당하게,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운동으로, 자신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사건 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지독하게 아팠다.
성폭력사건이 벌어지면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있어도 피해자의 상처치유와 복귀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동사회 역시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한 올바른 해결을 말하지만 이것이 조직논리와 부딪히는 순간 많은 이들은 조직의 수호자가 되어 피해자의 주장을 과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그 조직을, 혹은 관련된 공동체를 떠나기가 일쑤다. 그 결과 사건을 처리해도 피해자는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가고, 조직혁신과 반성폭력운동의 주체되기를 주장하며 조직논리와 맞서 싸웠던 활동가들은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조직운동에 절망하기도 한다.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징역 3년’ 의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에서 1.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모든 행위는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 2. 술로 인한 심신미약이 감경요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 3. 성폭력사건은 금전배상으로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으며 공탁이라는 방식은 오히려 피해자를 욕되게 하고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출했다.
내가 헤깔리는 것일까. 사법부가 헤깔리는 것일까. 사법부 해체를 외치는 입장에서 이번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주목하는 것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해체되어야 할 정치권력자들의 하수인인 사법부가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운동조직보다 더 피해자의 고통과 맥락을 고려해 판결문을 작성했다면, 그래서 그토록 성폭력사건을 둘러싸고 수 많은 논란과 조직논리 속에 피해자의 고통과 맥락조차 잃어버렸던 결코 적지 않았더 우리의 경험을 돌아본다면  그 진보적인 운동조직의 정체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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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300일, 300인 1인시위

 

 

 

 

11월 15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 되는 날이었다. 용산범대위는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용산참사 300일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청와대를 비롯한 10개의 정부기관 앞에서 300인이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를 개최했다. 사노준은 9일, 10일에 시청 앞 광장과 청와대 앞 총리공관 앞 1인 시위를 담당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 회원들이 참여했다. 10일 시청 앞 광장 1인 시위 과정에서 경찰들이 방해를 시도하기도 했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이 1인 시위를 방해한 근거는, 지나가는 시민과 이야기를 해도 1인 시위가 아니고, 시위를 교대하며 두명이 피켓을 주고받는 동안도 1인 시위가 아니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하기 때문에 1인 시위가 아니고, 여러 명이 릴레이로 하기 때문에 1인 시위가 아니라는 듣도 보도 못한 판례까지 있다는 농담이었다. 총리공관 앞에서는 10명 넘는 경찰관들이 길건너 편으로 1인 시위자를 밀어내기도 했다. 경찰의 영양가 없는 방해는 결과적으로 1인 시위의 효과를 더 높여주었다.
그리고 사노준은 14일 “참사 300일 범국민추모대회”와 “아프간 재파병 반대 공동행동” 집회 뒤 참여자들과 함께 명동 일대에서 1천 여명이 동시에 1인 시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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