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는 끝났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등록일
    2004/12/11 13:41
  • 수정일
    2004/12/11 13:41
  • 분류

유희는 끝났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



사랑하는 나의 오빠, 언제 우리는 뗏목을 만들어

하늘을 따라 내려갈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나의 오빠, 곧 우리의 짐이 너무 커져서

우리는 침몰하고 말 거예요.

 

 

 

사랑하는 나의 오빠, 우리 종이 위에다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철로를 그려요.

조심하세요, 여기 검은 선(線)들 앞에서

연필심과 함께 훌쩍 날아가지 않게요.



 

사랑하는 나의 오빠, 만약 그러면 나는

말뚝에 묶인 채 마구 소리를 지를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어느새 말에 올라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와,

우리 둘은 함께 도망치고 있군요.




집시들의 숙영지에서, 황야의 천막에서 깨어 있어야 해요,

우리의 머리카락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군요.

오빠와 나의 나이 그리고 세계의 나이는

해로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교활한 까마귀나 끈끈한 거미의 손

그리고 덤불 속의 깃털에 속아넘어가지 마세요.

또 게으름뱅이의 나라에서는 먹고 마시지 마세요,

그 곳의 남비와 항아리에선 거짓 거품이 일거든요.

 

 

홍옥요정을 위한 황금다리에 이르러

그 말을 알고 있던 자만이 승리를 거두었지요.

오빠한테 말해야겠어요, 그 말은 지난 번 눈과 함께

정원에서 녹아서 사라져버렸다고 말이에요.



 

많고 많은 돌들 때문에 우리 발에 이렇게 상처가 났어요.

발 하나가 나으면, 우리는 그 발로 펄쩍 뛸 거예요,

아이들의 왕은 그의 왕국에 이르는 열쇠를 입에 물고

우리를 마중하고, 우리는 이런 노래를 부를 거예요:

 



지금은 대추야자 씨가 싹트는 아름다운 시절!


추락하는 이들마다 날개가 달렸네요.

가난한 이들의 수의에 장식단을 달아준 것은 빨간 골무,

그리고 오빠의 떡잎이 나의 봉인 위로 떨어지네요.


 

우리는 자러 가야 해요, 사랑하는 이여, 놀이는 끝났어요.

발꿈치를 들고. 하얀 잠옷들이 부풀어오르네요.

아버지 어머니가 그러는데요, 우리가 숨결을 나누면,

이 집안에서는 유령이 나온대요.

 

 

 

 

------------------------

자꾸 생각나는 시

"" 분류의 다른 글

세포 단위의 사랑2022/03/27
반영구적으로 안아줘2020/10/05
야오이 소설 읽는 여자2016/04/10
신랑 냄새2015/12/08
중년의 시2015/04/2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