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쟈씨

  • 등록일
    2006/04/23 18:02
  • 수정일
    2006/04/23 18:02
  • 분류
    추억팔이

내가 중3 때 좋아했던 아저씨는 눈이 크고 부리부리하면서 쌍꺼풀이 없어서 꼭

야차같았다.

 

당시엔 야차가 뭔지 잘 몰랐는데도 야차같다고 생각했다.

외모는 너무 남성적인 것이 꼭 마초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런 성격 아니었다. 좋은 사람이라서 대화할 때마다 즐거웠다.

 

대학 때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다쳐서

한 쪽 다리를 절게 되면서 요리사가 되었는데

난을 좋아했다. 나한테 난초도 선물해 줬었다.

 

뭔가 내기를 했었는데 내가 이겨서

그때 내한한 마이클 잭슨 공연 티켓을 사주겠다고 했다.

엄마가(엄마네 가게 요리사였다) 아저씨한테 불같이 화를 내며

무슨 그렇게 많은 돈을 주냐고 그래서

티켓값 8만원은 반 잘라서 나한테 4만원 주고 암 상관없는 언니한테도 4만원을 줬었다.

 

그래서 결국 공연은 못 갔지.. 엄마가 극렬 반대해서-_- 갑자기 슬픈 기억이;;

 

그때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여기저기 생겨날 때였는데,

한번도 천연아이스크림같은 거 먹어본 적 없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몇 정거장을 걸어서 사간 적이 있다.

아저씨는 맛없다 그랬지만.

 

나를 위해 불고기도 만들어줬었다. 엄마한테 혼날 때 슬쩍 갈비탕도 만들어준 아저씨;ㅁ;

너무 좋아서 자꾸 보고 싶어서 엄마한테 혼날 것을 각오하고 가게에 찾아가면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곤 하셨지...

 

그 뒤에 아저씨는 호텔 요리사로 떠나가고 어이없게도 떠나 버리면서,

어차피 나는 애니까ㅠ_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래서 어처구니없게 짝사랑이 끝나고 말았다.

 

나는 그 뒤로 다리 저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주 심각한 편견이지만, 굉장히 섹시하게 느껴진다.

 

어제 신승원한테 마구 얘기한 건데, 왠지 쓰고 싶어져서 써봤다. 말로 한 번 한 건 안 쓰게 되던데..

아 그래,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걸 그 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본디 좋아하면 마구 소문내고 다니는 타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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