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에서 찾기성폭력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8/08/14
    안희정 무죄 판결 사법부 규탄한다
    뎡야핑
  2. 2018/06/25
    성폭력 대책위에 참가했던 이유
    뎡야핑
  3. 2012/01/03
    어떤 유명한 성폭행 사건을 읽고(6)
    뎡야핑

안희정 무죄 판결 사법부 규탄한다

  • 등록일
    2018/08/14 18:31
  • 수정일
    2022/03/15 21:10
  • 분류
    다른 운동

+ 2019/09/09 정의는 살아 있고 안희정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 받았다.

(경) 안희정 완전 유죄 (축)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주신 김지은 님 감사합니다ㅜㅜㅜㅜㅠㅠ

[김지은씨 발언 전문]

세상에 안희정의 범죄사실을 알리고 554일이 지난 오늘, 법의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마땅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파하며 지냈는지 모릅니다. 진실이 권력과 거짓에 의해 묻혀버리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날까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증거와 사실관계를 꼼꼼히 파악해주신 재판부의 공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통해 진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립니다.

고통스러운 순간순간마다 함께해주신 변호사님들, 활동가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 압력과 어려운 속에서도 진실을 증언해주신 증인들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차 가해로 거리에 나뒹구는 온갖 거짓들을 정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발 이제는 거짓의 비난에서 저를 놓아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분들의 곁에 서겠습니다. 그분들의 용기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희정 페이스북에 아직도 남아있다.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먼저 기본적인 위력의 존재와 행사가 있는지. 위력이라고 할 만한 지위와 권세가 있었는지를 보면 피고인은 유력 정치인. 차기 유력 대권주자.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에서 위력에 타당. 다만 증거조사 결과에 따를 때 자신의 사회적 일방적으로 항시 행사해 왔다거나 이를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 자체로 억압해 왔다고 볼 만한 증거는 부족. 
출처: 안희정 무죄 판결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부분 보고 이 피켓 문구 만들었다. 넘 길지만 ㅜㅜ

위력은 있는데 위력행사는 없었다? 사법부는 있는데 정의는 없다!

그런데 피고인이 인한 신체접촉이 맥주를 들고 있는 피해자 언어적으로는 외롭다고 안아달라고 말했다는 것. 위력에 의한 것으로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음.

백원 주기로 약속했으면 천원 강탈해 가도 ok입니꽈? 안아달라고 했다면 강간 ok 입니까? 뭔 개소리야??

연안부두파 자매들에게 아이디어 구했더니 연극인이 연극적 대사를 쳐줬다 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희정아, 권력가진 남자가 그럴 수 있지. 우리도 다 그러고 산다"

피켓 두 개 만들어서 시위 나감 ㄱㄱ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해자분 입장문 펌

어둡고 추웠던 긴 밤을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서웠고 두려웠습니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사람들과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에 지독히도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제가 생존해 있는 건, 미약한 저와 함께해주는 분들이 있어서였습니다. 숱한 외압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목소리를 내주셨고, 함께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생 감사함 간직하며 저보다 더 어려운 분들께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어쩌면 미리 예고되었던 결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굳건히 살고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입니다.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저를 지독히 괴롭혔던 시간이었지만 다시 또 견뎌낼 것입니다. 약자가 힘에 겨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이 아니라, 당당히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혀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초석이 되도록 다시 힘을 낼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공대위 성명서 펌

[1심 판결에 대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대위 성명서]

무수한 '위력 성폭력'에 대한 허용 면허인가?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한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세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가지고 업무현장에서 비서인 직원을 추행, 간음한 사건이며, 피해자의 사회적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피해자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8개월 동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를 하면서 수차례 성적인 침해를 경험했다. 피해자는 정치리더의 수행비서라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었다. 수행비서는 업무의 특성상 수행하는 상사의 맞춤형 수발, 상사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감정노동, 정치영역에서 벌어지는 특수성이 감안된 비정형화 된 업무방식 등을 수행하고 보좌한다. 그래서 안희정 전 지사는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라는 점을 주목할 때, 수행비서의 위치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발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알려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음으로서, 피해회복과 사회정의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8개월간의 강요된 침묵을 깨고 세상을 향해 용기있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위력은 3월 5일 피해자의 사회적 고발 이후에 더욱 행사되었다. 안희정 지지자들을 비롯하여 측근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위 ‘찌라시’가 인터넷을 점령하고, 언론은 재판에서 흘러나오는 가해자측 피고인의 피해자 비방성 증언을 고스란히 퍼뜨렸다. 미투 선언 이후 피해자에게 더 큰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그대로 방치되는 이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권세를 가진 가해자가 자신이 보유한 모든 자원을 가지고 피해자의 일상을 침해하고자 할 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대책은 무엇인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피해자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자의 형사사법절차과정에 대한 밀접한 조력을 하고, 피해자의 파괴된 일상의 시공간의 안전을 위한 지원을 하였다. 5개월동안 공대위와 피해자는 소통과 지지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힘을 공유했다. 이 과정을 통해 본 판결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 법원은 피고인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은 성폭력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위치에서 피고인의 권세와 지위 영향력이 행사되어 피해자가 저항을 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상황을 법원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성폭력이 일어난 그 때, 그 공간에서의 유형력 행사에만 초점을 맞춘 좁은 해석과 판단은 강간에 대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두루살피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흐름 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제재하겠다는 입법취지는 무색해지고, 위력 간음 추행 조항은 다시 사문화된 상태가 되려고 한다.

성폭력을 인지하고,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번 고민하기를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이 판결은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 권력자를 보좌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성적침해, 성희롱, 성폭력을 겪더라도 침묵하라는 언질이 될 것이다. 가해자의 피해자비방, 허위소문유포, 개인신상 허위사실 유포가 다 이루어질 거라는, 위력 행사는 계속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선언이 될 것이다. ‘진짜 가짜 강간’ 찾아내기, ‘꽃뱀’으로 몰아가기 등이 심화될까 우려한다. 온갖 유형력 무형력을 행사하며 괴롭히는 상사들은 이제 ‘허용면허’를 갖게 된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성폭력으로 고발되지 않고, 고발된다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지 ‘매뉴얼’을 갖게 된 것인가?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는 더욱 강화되는 것인가? 사법부는 이 책임이 어느 정도의 범위인지 인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왜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행포를 묵인하는가?’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법은 미세한 힘, 권력, 지시, 조종을 읽어낼 수 없는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만연해 있는 문제이며, 이것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안희정은 정치, 사회, 경제적 권세를 가진 자의 대표적 사례이며, 이 사건에 대한 제재는 우리 사회 변화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검찰은 즉각 항소해야 한다. 우리의 대응은 항소심, 대법원까지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인권침해는 없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욕설, 비방의 댓글과 허위 찌라시의 무분별한 유포는 우리 사회 인권감수성의 현주소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 고발을 비롯한 여러 대응을 할 것이다. 5개월동안 여기까지 왔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서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꺼내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지지하고 연대하며,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제대로 제재되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스스로 자책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아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1심 판결의 한계를 뛰어 넘는 의미있고 정의로운 사법부의 다음 응답을 기다린다. 우리 사회에 정의와 변화, 희망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갈 것이다.

2018.8.14.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18일 집회 때 대독된 김지은씨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김지은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오늘도 힘을 냅니다.

살아 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합니다.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했습니다. 8월14일 이후에는 여러차례 슬픔과 분노에 휩쓸렸습니다. 살아 내겠다고 했지만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겹습니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 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 할까? 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습니다.

큰 모자, 뿔테 안경, 마스크 뒤에 숨어 얼마나 더 사람들을 피해다녀야할까.. 이 악몽이 언제쯤 끝날까.. 일상은 언제 찾아올까.. 늘 생각합니다.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한 것입니다.

저는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습니다.

저는 그날 직장에서 잘릴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날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내지 않고 업무를 했습니다.

저는 그날 안희정의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저는 그날 안희정의 범죄들을 잊기 위해 일에만 매진했습니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법원의 이상한 질문에도 성실히 대답했습니다. 일관되게 답했고, 많은 증거들을 제출했습니다.

세분의 판사님.

제 목소리 들으셨습니까?

당신들이 물은 질문에 답한 제 답변 들으셨습니까?

검찰이 재차, 3차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 읽어보셨습니까?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실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습니까?

세분의 판사님.

안희정에게 물으셨습니까?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차례 농락하였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검찰 출두 직후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했느냐 물으셨습니까?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셨나요?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왜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셨나요?

왜 제게는 물으시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십니까?

왜 제 답변은 듣지 않으시고, 답하지 않은 가해자의 말은 귀담아 들으십니까?

그동안 정말 성실히, 악착 같이 마음을 다잡고, 수사 받고 재판 받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그 질문 앞에 다 답했습니다.

이제 제게 또 무슨 질문을 하실 건가요? 이제 제가 또 무슨 답변을 해야할까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해줄 수 있는 판사님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제가 기댈 곳은 아무 곳도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게 지금 제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치적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의견 표명해주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는 전관 법조인도 없고,

저는 아는 유력 정치인도 없습니다.

저는 아는 높은 언론인도 없고,

저는 아는 고위 경찰도 없습니다.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노동자이자, 평범한 시민일 뿐입니다.

지금 듣고 계신 수많은 평범한 시민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권력자와 상사에게 받는 그 위력과 폭력, 제가 당한 것과 같습니다.

판사님들은 ‘성폭력만은 다르다.’고 하십니다.

무엇이 다릅니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무수히 많은 그 폭력과 무엇이 다릅니까?

제발 함께해주십시오.

관심 가져주십시오.

자극적인 제목과 거짓 이야기들만 보지 마시고, 한번만 더 진실에 관심 가져 주십시오.

여전히 만연한 2차 피해에도 수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저들은 지난 5개월간 그랬듯, 앞으로도 저열하게 온갖 거짓들을 유포할 것입니다. 그 유포에 앞장서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인의 보좌진도 있고, 여론전문가도 있습니다.

강한 저들의 힘 앞에 대적할 수 있는 건 여러분들의 관심 밖에 없습니다. 제발 관심 갖고 진실을 지켜주십시오.

위력은 있지만 위력은 아니다.

거절은 했지만 유죄는 아니다.

합의하지 않은 관계이나 강간은 아니다.

원치 않는 성관계는 있었으나 성폭력은 아니다.

그때는 미안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뭐가 아니라는 것인가요?

바로 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 내겠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지은 올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성폭력 대책위에 참가했던 이유

  • 등록일
    2018/06/25 18:26
  • 수정일
    2018/06/25 18:27
  • 분류
    다른 운동

피해자 포지션으로도, 대책위에 참여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너무 피곤해서 도망가고 싶었고, 내 문젠데 외면하고 싶었다. 편한 길을 가고 싶고, 싸우고 싶지 않고, 트러블 만들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날 잡아끄는 비겁한 마음이 여전히 있음을 본다. 딱 2년 전에 썼던 글인데, 더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서 올려 봄


저는 패션에 신경을 쓰는 타입입니다만, 무수한 날들 중 내가 뭘 입고 있었는지까지 기억하지는 못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 상담해 왔을 때, 같은 가해자가 내 허벅지를 만졌을 때 내가 어떤 바지를 입고 있었는지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티셔츠도 신발도 기억나지 않는데, 가해자가 내 허벅지를 만진 날, 내가 그 얇고 착 달라붙는 ‘냉장고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게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그 느물거리는 불쾌한 느낌도 같이요.

심지어 저는 가해자인 남자사람에게 불쾌한 일을 당했다는 걸 잊고 싶었고, 그건 어느 정도 성공적이어서 그냥 하고 많은 기분 나쁜 날들 중 하나로 지나간 줄 알았습니다. 웃기지만 냉장고 바지가 떠오르기 전까지요. 그리고 비겁하게도 나와 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선뜻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가뜩이나 바쁜데, 내 시간과 에너지를 그 자 상대하는 데에 쏟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번에 내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때는 지난번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피해자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미 나 아닌 다른 피해자의 얘기를 들은 판국인데도, 왜 생각을 못 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야말로 내가 당한 일을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지만, 그건 사후적 평가고,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갖가지 피해를 입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충격 받았습니다. 그 때 내가 왜 그냥 지나갔던 걸까? 귀찮아서? 트러블을 피하고 싶어서? 별 거 아니라서? 개인적인 거라서? 그 때 내가 잘 했으면 그 뒤에 여러 사람이 피해 보는 일은 없었을 텐데. 물론 제가 여러 사람을 성추행한 게 아니고, 그 자의 이후 성추행은 절대 제 책임이 아닙니다. 제가 책임을 느끼는 것은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제가 나름 설정한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지고 있다고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책무를 게을리 했다는 부분입니다. 적정한 활동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거나, 쥐어짜이지 않아야 한다거나 하는 안정적 활동의 조건, 환경을 만들어나갈 책무 말이죠.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저는 대학교 학생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 모두 내 동료고 친구였지, 선배나 후배랄 만한 관계를 형성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겐 선배가 없다고 단순히 생각했었습니다.

언젠가 한 활동가와 이야기 나누며 예전에는 나이 든 남성 활동가가 ‘젊은 여성이 따라주는 술이 맛있다’며 여성 활동가에게 술을 따라달라고 하는 일이 있곤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한 여성 활동가들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어제 남성 활동가 혹은 손님이 마시고 간 컵을 씻는 일이던 적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제가 ‘여성 활동가’기 때문에 저에게 술 따라 달라 한 사람 없었고, 출근해서 컵을 씻어야 한다는 가벼운 압박도 받은 적이 없는 것은, 그게 당연하기 때문에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님을 그 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없고, 싸우지 않고선 얻어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내가 지금 ‘누리는’ 이 환경은 나보다 먼저 활동한 여성 활동가들이 싸워서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 때 저는 지금껏 “예민하다”부터 시작해 온갖 욕을 들어먹으며 활동해 온 여성 활동가들,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준 이들이 내 선배들이구나, 하고 감동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관여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고, 너무 바쁘고, 세상엔 중요한 일이 맨날 뻥뻥 터지고, 개인적 삶에서 중요한 일도 많다, 라며 계속해서 다른 여성 활동가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을 누리고만 있었습니다. 내가 나와 다른 활동가들을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여성 활동가’로서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상상 속에 분업 체계를 만들어, 내가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는 노릇이고, 이런 저런 역할들을 내가 하고 있으니, 다른 일, 다른 역할을 다른 이들이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천박하지만,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진작 문제제기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후속 사건들을 알게 되고, 책임감을 느꼈고, 우리 모두가 찝찝하고 불쾌했는데도 건건히 불편해지기 싫어서, 혹은 바쁘고 귀찮아서, 여타 다른 이유로 넘어가는 이 일들을, 새로 유입되는 활동가들도 계속 겪게 할 것인가. 내가 지금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지고 있는 책임만큼 새로운 활동가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 내게 낯모르는 수많은 선배 활동가들이 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선배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내가 남성 동료들이 마시고 남은 컵을 씻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가벼운’ ‘실수로’, ‘무의식적으로’, ‘술김에’, ‘부지불식간에’ 저질러놓고 미안하다고 하면 끝나는 성추행이 별다른 제재 없이 행해졌던 걸, 앞으로 활동할 사람들이 그런 때가 정말 있었냐며 상상할 수도 없는 걸로 만들어야 한다. 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습니다.

저는 지금도 바로 그 냉장고 바지를 즐겨 입습니다. 입을 때마다는 아니고, 가끔씩 그 일을 떠올립니다. 바지가 내가 성추행당했던 낙인이 아니라 내가 여성 활동가로서 스스로의 책임을 인식한 계기로 제게 더 의미가 남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이든 어떤 소수자든 활동하기 '안전한' 공간을 만들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