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

어제 티비에서 하길래 조금만 보려다가 다 봐 버렸다. 뭐가 어쨌든간에 이 영화에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게 있어서, 그거 보려다가. 아빠가 엄마 묘지에 꼽아둔 인형을 뽑아서

세계 여행 시키고, 사진 찍어서 아빠한테 보내는 거! 우리 아빠한테는 전혀 안 통할 낭만적인

방법이다 ㅋ

 

영화 볼 때 극장에서 숭구리가 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전날 한숨도 못 자서 내 어깨에다

얼굴 박고 자는데 무거운 와중에도 영화가 너무 좋았다. 어찌나 행복하던지.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는 나는 그 행복을 전혀 못 느꼈다. 소부르주아의, 소부르주아에 의한,

소부르주아를 위한 영화. 나는 이런 거 별로 안 싫어한다. 자기 계급에 충실한 거 아니겠어?

게다가 항상 찰나의 진실 어쩌고 생각하는 만큼 모든 걸 제껴두고 그 행복은 행복은 행복이다.

그래도 남의 불행에 민감한 아멜리가, 왜 더 큰 고통들에는 눈감아 버리는가. 어차피 그 계급의 마지노선이 거기까지라면서도 나는 왜 욕하지 못해서 안달인가.

 

그래도 기분 나쁘다-_- 사소한 일, 사소한 일을 나도 언제나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다. 거대 담론은 필요없다. 아멜리처럼 사소하게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면 된다. 그러나 온갖 고통은 외면하고 요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감히 말해서야 되겠는가?? 라지만 그것이 그들의 마지노선이다. 아우 기분 나빠.

나에게 아멜리는, 모든 불의를 눈감다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당하자 갑자기 집회 나가고

정치 게시판에서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랑 똑같이 보였다.

 

그리고 개봉 당시나 지금이나 그 일회용 사진 찍어 찢어 버린 사람은 기계 수리공이었다는 게 김빠진다. 두근두근 거리며 기대했었는데. 거기서 환하게 웃어 버린 아멜리는 대체 모다냐... 내 생각엔 내가 잘 써먹는 수법- 거기까지만 -같다. 그 다음은 나도 모르므로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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