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처녀 아제드의 밤

  • 등록일
    2004/09/09 16:52
  • 수정일
    2004/09/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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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노예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사실 그 자매는 둘 다 매춘을 하는 셈입니다. 다만 한 자매는 단 한 사람의 고객밖에 없는데, 그는 돈도 지불하지 않고 사랑 외에도 떨쳐버릴 수 없는 다른 일을 시킨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천일야화의 패러디? 페스티쉬? 암튼 모티브로 삼은 거.

카말과 카밀 형제는 부정한 부인의 행적에 충격을 받아 여자에게 복수하기를 꿈꾸는데

돈많고 집요한 형 카말이 천일야화의 샤리야르가 되어 매일 처녀와 결혼하고, 다음날 그 처녀를

헌신짝처럼 버림으로써 여자에게 나름대로 복수하며 산다.(카밀은 착해서 이제 안 나옴)

이에 영리한 아제드라는 처녀가 매일 이야기를 듣는 조건으로 결혼을 해서 결국은 이 아저씨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그 방식이 오묘하도다.

 

 

너무 이쁘네? 모형같아

 

 

천일야화랑 달리 아제드는 한 가지 이야기를 해서 당최 헤어질 수 없게 만드는데,

음... 천일야화보다 재미있었다. 고1땐가 아라비안 나이트 야한 거를 집대성한 세 권짜리

책을 샀는데, 장난 아니다... 하나도 안 야하다... 그냥 그 마을 내지 그 나라 최고의 선남선녀가

만나자마자 눈에 불똥 튀겨서 섹스한다는 얘기... 한 개도 빠짐없이. 너무너무 재미없다=_=

 

아제드의 이야기는 모크하타르라는 남자가 주바이다란 정부와 부인 파테마 몰래 여행 갔다가

사기꾼들한테 걸려 돈을 왕창 뜯기고, 대부호인 부인 몰래 돈을 구하다가 부인 보석을 훔치고,

알고보니 정부 주바이다는 사기꾼들과 한 패이며 그 대표사기꾼 라르비를 짝사랑 하고,

메사우라는 경찰서장은 모크하타르를 돕는 척 보석을 압류했다가 주바이다한테 도난당하고,

주바이다는 사랑하는 라르비와 라르비가 사랑하는 청년 파딜과 함께 그 보석으로 멀리

떠나다가 파딜에게 보석을 주며 도망가라 하며 혼자 라르비를 독차지하려 했는데 배가

난파당해 혼자 살아남고, 대부호 파테마는 남편 모크하타르를 내쫓고 잘 살아간다는...

 

너무 슬픈 얘기였다.

파테마가 남편과 사건 관계자 모두를 응징을 가하거나 불행의 나락-_-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녀가 돈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점에서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슬프다.

 

모로코산 미용 흙비누 가슬☞☜ 이 세계는 글로벌이다

 

 

맨 위에 쓴 건 경관 드리스가 창녀에 대해 이야기 한 건데 모로코에는 포주가 없다고 한다.

경관 신분으로 거리의 여인을 잡아와서 사진을 찍다가 쳐바른 분이 지겨워서 화장 지우고

오라고 냅다 소리쳤는데 화장 지운 얼굴이 너무 순수해서 그 뒤로 화장지운 거리의 여인들의

얼굴사진을 찍어서 얼굴만 방에 한 가득 걸어놓고 그들을 사랑하며 사는 로맨티스트 드리스.

그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나오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캐릭터다. 예술가는 역시 저런 사람인

것 같다. 관음의 절정. 예술가까지 아니더라도 예술애호가 쯤?

왜 사진에 얼굴만 가득하고 몸은 없냐는 질문에 드리스가 말하길 육체는 얼굴을 망친다고.

크 그 말도 적어올 껄. 그 집요하고 섬세한 미적 감각이 마음에 든다.

 

천일야화가 어떻게 끝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제드는 남편에게 순수한 사랑, 이딴 걸

가르쳐주지 않고 증오의 해소, 이딴 걸 일으키지도 않고 '버림받은 여자가 얼마나 비참하게

살 것인가'를 주바이다를 통해 일깨워 준다. 깨달음을 얻은 남편에게 그간 그가 버린 여자들을

재취한 여자 빼고 다 데리고 오겠다며 부인들로 구성된 '하렘'을 이루기로 합의 보고

다만 4명의 여자만 부인으로 둘 수 있으므로 나머지 세 명은 아제드가 직접 골라서 결혼하고

해피엔딩~

 

"법이 옳아. 한 남자가 제대로 살아가려면 네 명의 여자가 필요하니까" 이게 마지막 대산데

대체 누구 대산지?? 아제드는 하렘을 꿈꾸었고, 카말은 그에 동의했으나 부득이하게 법률적

제한을 받은 건데, 네 명의 여자가 필요하다는 건 무슨 소리지?? 우음... 진짜 모르겠다.

 

일부다처제의 질서 속에서 여성해방은 일부일처제를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맨 위에

드리스가 말하듯이 결혼을 한 여자는 한 남자의 전용창녀로 살아가게 된다. 그 남자가 재력이나

여타 능력이 있어서 부인을 넷을 두든, 능력이 없어서 한 명만 두든간에 그런 건 상관이 없다.

게다가 모로코에선 때리고 내쫓고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에 여자가 맞설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나온다.

아제드 이야기 속에서처럼 힘과 돈을 가지거나 아제드의 경우처럼 슬기로 폭군을 제압하기.

아제드의 방법이 놀랍다. 전부인이 30명은 될 것 같은데, 아니 넘을 것 같은데 그들 모두와

함께 살아가기. 아직도 이혼당한 여자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자립할 기반이 전혀 없는

모로코에서 사실상 그 여성들 모두를 끌어안으려는 아제드가 눈물겹다.

 

일부다처제가 이슬람교의 교리는 아니라는데 이슬람권 문화를 잘 모르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억압받는 현실에서 가장 억눌린 생활을 하고 있을 이슬람 여성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어떻게 그들과 대화할 수 있을까? 아랍어를 빨리 배워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고 싶다.

 

작가는 로트피 아칼라이. 역자는 안 써옴-_- 작가분 역자분 모두에게 감사를.

 

 

 

 

* 이미지 찾을라고 엠파스에서 모로코 검색했더니 CIA의 모로코 소개 페이지가 떴다 크헉 열라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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