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의 땅, 중동의 ‘매춘바람’


[한겨레] 어느 나라나 극성, 윤락가도 버젓이 성행…

외국인 매춘여성이 많으나 현지인도 늘어

 

 

▣ 암만= 글 · 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금욕의 땅, 중동에 매춘이 넘실거리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 거리, “아가씨가 필요하세요? 하룻밤에 ○○달러입니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호객군들의 입질이 이어진다. 모로코의 한 도시 중급 호텔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들어온다. " 아가씨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리지요."

중동은 이제 성매매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번져가는 성매매로 전통 가치관과 충돌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성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 전통적 가치관으로 따진다면 지탄의 대상이다. 여성들은 가족들에 의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설마 중동에서 매매춘이 가능할까요. 있다고 해도 외국인 여성들 일부가 흘러들어와서 그러겠지요.” 중동의 매매춘 실태를 끄집어내면 흔히 듣던 이야기이다. 지금 중동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매매춘 산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카이로, 두바이, 암만, 다마스커스, 그리고 베이루트 같은 중동 주요 도시에는 나이트클럽도 전례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두바이에는 별 3개 이상의 호텔이면 어디나 나이트클럽이나 바가 들어서 있다. ‘바’는 성매매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장소로 각인되고 있다.

“싼 호텔에서는 잠을 못 잔다”

야간 업소들의 공연이 끝날 무렵인 새벽 2~3시께면 성을 사고 팔려는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두바이 시내의 광장 주변도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 넘쳐난다. 이 한밤중에 웬 인파인가 싶지만 성을 사고 파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요즘 성매매는 주로 중국이나 구 소련 지역 등지에서 온 여성과 현지인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진다. 얼마 전까지는 하얀 피부의 러시아 여성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요즘은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많다. 한 광장 거리에서 호객을 하던 여성의 휴대폰 벨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조금 한적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여성은 얼마 뒤 차를 몰고 등장한 남자들과 동승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 한 외국인 여행자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난 밤에 호텔을 몇 차례나 바꾸었는지 아느냐? 별 다섯 개짜리 호텔로 옮기고서야 방해받지 않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사연은 이랬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저렴한 호텔로 가자고 했다. 택시는 얼마 뒤 한 호텔로 안내했다. 여장을 풀고 쉬려는데 번거로울 정도로 방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몸을 팔기 위해 호객하는 여성들의 방문이었다. 다른 호텔로 옮기고도 마찬가지였다. 고급 호텔로 옮기기까지 호객과 성매매 알선 행위는 이어졌다. 바레인 공보부 산하의 관광국 관계자를 만났다. 앞서 말한 사례를 언급하자 “아, 룸 서비스 말인가요….” 이 관계자는 성매매를 룸 서비스라는 은어로 되받아쳤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특정 호텔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성을 사려는 외국인들도 있기에 단속에도 번거롭다는 반응이었다.

“여름철이면 물이 안 좋아져요.” 이집트나 요르단 등 일부 아랍 국가의 여름철이면 걸프 지역 등에서 들어온 ‘기생 관광객’들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을 만난다. 요즘은 이집트나 요르단보다 시리아 등을 더 선호한다고 귀띔한다. 사실 여름 휴가철 호텔 주변에는 평소와 달리 걸프 지역 아랍인들과 같이 움직이는 현지인 여성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모로코의 한 도시 휴양지 주변에는 호객을 할 요량으로 노출이 심한 옷으로 거리를 오가는 여성들과 쉽게 부딪힐 수 있다. 그들에게 다가서서 뭔가 흥정을 하고 합의에 도달하는가 싶으면 자리를 뜨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일들은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여성 차별적인 법 집행 여전

현지인 여성들의 성매매가 늘면서 윤락가도 생기고 있다. 현지인들은 성매매가 주로 이뤄지는 지역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하고 있다. 요르단의 여고생은 암만의 한 매춘 거리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고 오해받고 오빠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윤락가도 존재한다.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라크의 성매매는 바그다드 함락이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는 아니다. 바그다드 한 지역에는 여전히 윤락가가 존재한다. 이곳에서의 성매매는 낮 근무 시간에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출장 성매매도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신변의 위협도 느끼곤 하지만 출장 성매매가 더 돈이 된다”고 한 이라크 매춘 여성은 증언하고 있다. 요즘은 10대 매매춘 여성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이라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다른 중동 국가들도 성매매 여성들의 나이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중동 각국은 매매춘 단속을 벌인다. 그런데 매매춘 여성 자체가 처벌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요르단에서는 해마다 100건 이상의 매매춘 관련 사범이 사법 처리를 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법 처리된 이들은 매매춘 장소 알선 혐의로 구속된 경우이고 매매춘 행위 자체로 처벌받은 남성이나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네 사람 이상의 증인이 확보되어야 범죄 요건에 해당한다. 단속 경찰들이 매매춘 관련 정황을 알고 있어도 현장 증인 확보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 연행된 여성들 중에는 혹시나 명예 범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보호감호소에 수용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중동 각국은 매매춘 행위에 대해서도 여성 차별적인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성을 샀다는 이유로 남성이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인 여성들이다.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속아서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여성들도 있고, 스스로 선택한 종사자들이 뒤엉켜 있다. 아직까지는 외국인 여성들 중심의 성매매가 더 많지만 모로코를 비롯한 일부 중동 국가들에는 현지인 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남편에 의해 윤락 행위를 강요당한 여성 관련 기사도 눈에 띈다.

사실 중동 지역에서 성매매 역사는 낮설지 않다. 4천년이 넘는 바벨로니아 문명의 고대 역사 기록에도 매매춘 여성들이 나온다. 계약 결혼 형태의 합법을 가장한 성매매 형태도 존재했다. 중동 지역에 혼인 관계 밖에서 성행위가 이뤄지는 경우 간음 행위 등으로 남녀 모두 실정법의 저촉을 받는다. 물론 관습법에 의해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해 여성들이 겪는 고초는 더욱 크다. 그런 이유로 약식 결혼 문서에 서로의 이름이 등재된 결혼 계약서를 가지고 성을 사고 팔 경우는 이런 법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이란 같은 나라에서는 ‘씨게’라는 제도로 계약 결혼이 허용된다. 최고 40명까지 계약 결혼을 할 수 있다. 다만 계약 결혼 상대자가 미혼 여성은 안 된다는 제한 규정이 있다.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계약 결혼이 있고, 최근에는 비공식 결혼 관행이 유행하고 있다. 계약 결혼 자체가 불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혼이라는 합법적 틀을 이용하는 탓에 달리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 이제는 합법을 가장한 성매매의 번거로움(?)도 벗어던지고 노골적으로 성을 사고 판다.

계약 결혼으로 법의 제재 피해

“말세다, 도덕이 무너지고 있다.” “아니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은 것 아니냐?”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의 이슬람 사회 붕괴를 노린 음모다.” “이슬람 정신이 이미 상실한 세속 정부의 지나친 개방과 개혁의 부작용이다.” “이제 뭐 새로울 게 있나, 오래된 풍조 아니냐?” “서구에 비한다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건전하다.” 성매매 증가 추세를 두고 말도 많고 이론도 많다. 젊은이들의 성개방 풍조, 경제난 등으로 인한 생계형 매매춘, 현실도피성 성행위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은 성매매 폭발 현상은 중동의 전통적 가치관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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