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 등록일
    2010/08/06 02:03
  • 수정일
    2010/08/06 02:03
  • 분류
    우울한일기

큰아빠가 돌아가셨다. 뭐라고 할까... 난 방금 송신도님이 나오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감명 깊게 보며 눈물을 쳐흘렸는데 그래서 그런 거 같다 지금은 눈물이 나오네. -_-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놀라기만 하고 전혀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생판 남이 죽어도 눈물이 철철 나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그게 너무 놀라웠는데 바빠서 까먹고 있었다. 바쁘다고 까먹을 정도로 아무 타격이 없었다.

 

남의 인생은 무엇이지... 어릴 때는 친했다. 그래 어제는 무등 타려고 어깨에 기어오르던 거나 업어달라고 매달린 걸 생각하며 눈물이 조금 났는데 전철이라서 콧물만 한 방울 흘리고 참음. 뭐 이렇게 안 슬퍼해? 진짜 뭐 이런...

 

큰아빠는 오랜 시간 아프셨다.. 항상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다. 몇 년 전에 쓰러지셔서, 아마 돌아가실 거 같다고 전원 소집해서, 병문안을 갔는데 목이 거대하게 붓고 낯선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데 너무 슬펐다. 그 폐.. 무슨 병에 걸리면 뇌에도 문제가 생긴다는데. 아 인간은 뭐 이러냐. 정신이 진짜진짜 물리적인 것에 좌우된다는 게 너무 슬프다...

 

그 고비를 잘 넘기시고 농사를 계속 지으셨고 어른이 되면서는 명절/행사 때나 뵙고... 근데 뵐 때마다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 진상 오브 진상. 아 아니구나 나만 명절 때 몇 년을 안 내려간 일이 있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뵈었더니 완전 진상이 되어 있었다. 뭐 구구절절........ 그래도 오직 나(와 언니)에게만은 수치심을 느끼시는 듯, 큰아빠 왜 그러세요, 그러면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가시고 그랬는데... 왜 그는 나에게만 수치심을 느꼈을까? 자주 못 봐서?? -_-

 

정신/몸이 아주 안 좋아지신 뒤에도 나를 보면 수줍게 웃으시면서 왔냐고... 그러셨는데...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일이 없어서...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전혀 모르는 채로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는 최근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따. 세상에는 용서받지 못할 일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증오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된 건 그가 아프기 때문이잖아? 신체가 망가지고 정신도 무너지면서... 그냥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다. 그리고 이제야 처음으로 펑펑 우는구만. 돌아가셨으니까... 편안해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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