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외침: 바레인

  • 등록일
    2012/08/21 11:19
  • 수정일
    2012/08/23 13:47
  • 분류
    다른 운동

 

* 위 영상을 누가 번역해 주면 내가 자막 싱크를 맞추겠음. 내가 번역도 하고 자막도 만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니면 누가 자막 만들어준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 번역을... 할 수 있을까-_-

 

아랍혁명이 막 폭발하던 작년처럼 하루 종일 아랍 뉴스를 읽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긴 하지만 최근에 바레인이 어떤 상황인지 너무 모르고 있다. 트윗에서 팔로하는 몇 계정으로 통해 오늘도 누군가 다치고 체포되고 살해당했다는 것만 간혹 확인할 뿐... 사람들은 더욱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세계는 더욱 침묵하는데...

 

1783년에 칼리파 일가가 페르시아로부터 승리, 바레인 차지 1800년대에는 영국과 여러 조약을 맺어 영국의 피보호국이 되었다가 1971년 완전 독립. 인구 약 125만명 중 54%가 외국인(2010년 기준: 자세한 건 CIA factbook).

 

나는 바레인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종종 인구의 다수는 시아파인데, 순니 왕가가 통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사실이지만 그럴 의도가 아니더라도 상황을 종교 문제로 환원하게 된다. 위 다큐를 보며 더욱 깨달았다: 시아/순니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당연하지만, 시아, 순니가 아닌 바레인의 시민들이, 바레인인이 아니더라도 바레인 거주민들이 폭정에 항거하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하는 말이지만 아랍 혁명은 일거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90년대에도 지금보다는 약한 수위지만 봉기가 있었다.

 

바레인은 교육 수준도 높고 석유는 별로 없으나 석유 정제업과 금융업으로 부유한 걸프 국가이다. 바레인은 잘 모르겠지만 아랍에미리트같은 데 사는 사람들은 아랍 혁명에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은 매우 부유하고 삶의 질이 높다. 아랍 혁명이 한참이던 와중에 대다수 사람들이 민주 국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바레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왕국이고 민주국가는 절대 아닌데, 그래도 그 서구화된 분위기에서, 국가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있던 게 아닐까?

 

시위대는 맨몸으로 나와서 맨몸으로 스러진다. 영상에서 최대한 잔인한 영상을 제거한 노력이 보이지만, 약간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었던 대규모 비무장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가 시작되고, 살해당한 자들의 시신을 운구하며 행진하는데 왕의 군대가 또 다시 발포하고, 사람들이 픽 픽 쓰러지는 걸 볼 수 있다.

 

어느날 펄 광장에서 자다가 새벽에 깨어난 사람들은 전화가 안 되는 걸 알게 된다. 왕놈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신도 끊고 모이는 것도 금지한다. 왕자라는 작자가 티비에 기어나와서 쳐하는 말을 좀 보라. 프로파간다도 심각하지만 도대체 저 작은 나라에서도 반혁명에 가담하는 개놈들은 뭐야 도대체? 활동가들을, 반대파 정치인을,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수배때리고 그들의 얼굴을 수집해서 페이스북을 통해 조직적으로 풀면, 동조자들이(많지는 않음) 신난다고 같이 날뛰고... 

 

칼리파 따위 지옥에나 가버려. 왕의 삼촌이라는 칼리파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무려 40년간 해쳐먹었다. 1971년부터 2011년까지 쭈욱 같은 얼굴. 시위대가 요구하는 건 칼리파의 사임과 입헌군주제인데 바레인 왕가는 처음엔 대화를 할 것같이 굴더니 사우디랑 아랍에미리트에서 군대 보내달라 해서 외국 군대가 존나 진압. 그 와중에 파키스탄에서 용병 불러와서 진압하기도.(후자에 대해서는 파키스탄 용병들이 바레인 시위 진압을 돕는다)

 

아 아무튼. 이렇게 열심히 혁명을 해도, 내부 정치로만은 안 되는 것 같다. 시위진압이 너무 일방적이다. 남녀 가리지도 않고. 시위대가 같이 총을 들더라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걸프 국가들이 바레인 혁명을 좌시할리 없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는 건가? 양놈들이 정신차리고 걸프에 고마해라 하고 지네랑 손잡을 수 있는 정권 찾기를 기도해야 하는 건가?

 

나는 바레인에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무섭다. 한국에서의 무관심도.. 근데 한국 정부가 뭘 할리가 없는데(원래 없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음) 한국에서 여론 조성해서 정부 차원에서 뭘 하게 압력을 넣자는 것도 헛소리고.. 한국에서 시위대에 발포했다고 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너무 놀라겠지. 바레인에서의 발포는? 이것도 경천동지할 일일텐데... 게다가 외국 군대를 불러오다니. 한국에서 시위하는데 이명박이 자위대에 시위 진압 요청하는 꼴이라고 선전선동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좀 가질까? 뭐 근데 한국에서 관심 가지면 뭐 하냐고. 도대체 이건 뭐... 어쩔..

 

끝으로 바레인만이 아니라 아랍 혁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소스 추천.

 

  • http://www.crisisgroup.org -> 세계 각국을 다루는데 다른 데는 안 봐서 모르겠고 아랍 쪽 괜찮음. 너무 많고 최근엔 읽은 게 없어서 특색도 기억이 안 남. (이런 식으로 나중에 뭐 모아서 추천해야지 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안 나서... 닥쳐)
  • http://jadaliyya.com/ 아랍계 좌파 엘리트들과 서구 좌파 엘리트들(상대적으로 듣보잡(?))이 만듬. 여기도 정말 좋은데 단어도 어렵고
  • 그리고 알자지라는 여전히 유효하다. http://www.aljazeera.com
  • http://www.bahrainrights.org

 

참고로 아랍어/이태리어/스페인어/영어/일어에 능한 친구에게, 특히 아랍 쪽 소식에 대해 물어보니 영어로 안 나오는 자료가 없으니 영어로만 봐도 된다고 함.

 

이 글을 쓰다가 시리아에 있던 일본인 저널리스트 야마모토 미카山本美香씨가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위 영상을 찍어준 분들께도 고맙고,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나같은 사람이 소식을 알 수 있게 전해주는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가족들은 얼마나 황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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