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먹지 말고 밥 먹어

  • 등록일
    2014/01/17 13:21
  • 수정일
    2014/01/17 13:21
  • 분류
    의식주

사무실 근처 작은 라면 가게에서 점심으로 4500원짜리 해물라면을 먹었다. 손님이 들어와 그냥 라면은 없냐니까 일하시는 두 분이 입을 모아 우리 가게는 그냥 라면 스프가 아니고 해물을 넣고 야채를 넣어서 육수를 끓인다고, 정말 맛있다며 가려는 손님을 만류했다. 가게가 한산해지고 요리하시는 분이 딸이랑 통화하시는 걸 들었다. 점심 먹으러 간다는 딸에게 아주머니는 "면 먹지 말고 밥 먹어"라는 엄마 전용 레파토리를 발산했다. 아침도 안 먹었어니 밥 먹어. 뭐? 칼국수 먹는다고? 아 그럼 비빔밥도 주겠네? 가게 주인인지는 모르겠는데, 과연 그 철학에 걸맞게 라면집도 라면 먹으면 공기밥은 꽁짜이다(배불러서 밥은 못 먹음)

 

듣고 있자니 멋쩍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나도 아침 안 먹었는데...< 많은 한국 사람은 면이나 빵같은 밀가루를 먹으면 왠지 한끼를 먹은 것 같지 않은 허전함을 느낀다. 나는 그런 거 모르고 살다가 팔레스타인에서 매일매일 빵을 먹으면서 정말 미치고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은 느꼈다. 그냥 굶기도 했었다 너무 빵 먹기가 싫어서(좀 다른 문제긴 하다). 팔레스타인에서 매일매일 같이 빵을 먹던 양키 친구는 행복하다고 했었다 한국에서 쌀 위주로 먹다가 빵 위주로 먹으니까.. 여담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쌀로 만든 요리는 부귀한 요리다< 음식점에 가면 너무 비싸서 먹어본 일이 없고 집에 초대받았을 때만 대접받아봤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피자 스파게티 빵을 먹으며 자라서 그런 음식들이 밥이 못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매일 아침으로 빵을 먹는다거나 하루종일 쌀을 안 먹으면 좀 거시기 하고 좀 그렇다. 우리 신랑은 한국식 음식을 진짜 안 좋아해서 나는 걔를 생각할 때마다 그래도 그건 왠지 사람 사는 것 같지 않고-_- 한국 전통의 몇첩 반상을 기본으로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점심에 면 먹었는데 저녁도 면 먹으면 좀 그렇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우리 식구끼리(ㅁ이 빼고) 동태탕이다(언니가 사주기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