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대한 글을 쓰다 참고용으로 예전에 쓴 글 찾아봤는데 내 블로그에 옮기지 않았던 글이 있어서 가져온다. 2015년 글이지만 트럼프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 후 48년 안팎 할 거 없이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리는 작금의 상황과 닮았다.

 

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 팔레스타인에 다녀온 뒤 좀 이상해졌다. 이번에 알게 된 팔레스타인 청년들, 어린이들이 죽을까봐, 다칠까봐 너무 걱정이 되고 무섭다. 아는 얼굴이 집회 사진에 보이면 반가운 게 아니라 덜컥 겁이 난다. 그리고 모르는 얼굴 역시... 너무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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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bed Hashlamoun

 

트럼프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20명이 넘는 이스라엘 군인들에 눈을 가린 채 연행당하는 열여섯 살 팔레스타인 소년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얼굴이 상처 투성이다... 멀리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 아래 글도 새삼 슬프네 청년들의 몸이 무기가 된다는 거 자체가.

 


※ 이 글은 사회주의 정치신문 해방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글 링크)

작성일 2015.11.14

 

팔레스타인에서 들려오는 소식

9월 이래 팔레스타인에서 들려온 소식들은 여느 때보다 충격적이다.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이 피 흘리며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소년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차를 타고 가는 70대 할머니에게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났다. 칼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외치는 지근거리의 비무장 대학생과 눈앞에서 항의하는 할아버지에게도 발포하였다. 이스라엘 경찰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팔레스타인 여성에게 6발을 쐈다.

10월 한 달 동안만 7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당했고 921명이 피격돼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며 길거리에 나온 이들 중 1,195명이 체포·구금당했다. 5000명 이상이 최루가스로 인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한 활동가는 결국 사망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9월,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의 무슬림 단체 참배를 금지했다.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비단 무슬림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상징적인 이 공간의 방문을 금지한 것은 명백히 팔레스타인을 자극할 목적에서였다. 이를 기화로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시위가 시작됐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투석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며 실탄 발포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시위대를 최소 4년, 최대 20년간 감금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팔레스타인 전역이 들끓는 와중에,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차로 들이박아 11명을 살해했다.

요즘의 정세를 1987년, 2000년에 이은 세 번째 민중봉기(인티파다)라고들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식민화’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책임이 없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 행위는 잘못이라며 비난한다. 강조하건대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팔레스타인 청년 어느 누구도 목숨을 부지할 것이란 기대를 해선 안된다. 대부분은 현장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즉각 살해당한다. 산 채로 붙들려도 평생 절대로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 이것을 너무 잘 아는데도, 자기 몸을 무기 삼아 이스라엘인을 공격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왜 계속 생겨나는 걸까?

팔레스타인에게 이스라엘은 점령자일뿐

오스만 제국에 이은 영국의 점령을 받던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를 세우겠다는 시오니스트들이 UN의 승인을 받아 이스라엘을 건국한 게 70년 전 일이다. 이스라엘이 건국 전쟁을 벌이며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죽였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여전히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점한다. 이들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경우부터,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군사점령당한 점령지(동예루살렘, 서안지구,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그리고 쫓겨나 주변 국가에서 빈민촌에 다름없는 난민촌에서 원조에 의지해 세대를 거듭하며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까지, 이들이 전쟁과 점령으로 국적과 지위가 달라지고 왕래가 불가능해졌어도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정체성과 유대감을 유지 하고 있다.

단지 특정한 전쟁, 특정한 점령자가 나쁜 거라서 목숨 걸고 저항하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자체가 학살과 추방을 기반으로 세워졌고, 그리고 지금도 그 정책을 유지하는 이상, 중무장한 군인들이나 불법 정착민들이 아니어도 이스라엘은 불법 점령국이고, 그런 이상 팔레스타인 땅의 모든 이스라엘인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점령자인 것이다.

특히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립 이후 오히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화는 더욱 노골화되었고, 제네바 협약 등 온갖 국제협약, 국제기구의 판결 및 온갖 유엔 문서들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강제당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에게 어떤 비난이 가능한 걸까.

이스라엘을 보이콧해 점령을 그만 두도록 압박해 줄 것을 요구하는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와 그에 호응하는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 전부터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이 무허가 건물이라며 부수는 데에 현대중공업의 굴삭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는 현중 측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강도를 더해가는 이스라엘의 야만적 점령과 식민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에 함께 해야 하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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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23:06 2017/12/1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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