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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추천] 전쟁전야, When the War Comes, 2018

슬로바키아에 극우파 십대 청소년 중심의 준군사조직(민병대, 의용군)이 생겼다. 한국으로 따지면 일베 성향의 청소년들이 오프라인에 군사 조직을 만들었다는 건데.. 슬로베키아는 산이 많은 국가라, 그냥 야산에 자기네끼리 주말마다 모여서 군사 훈련이란 걸 한다. 진짜 너무 조악하고 어설퍼서 저딴 게 무슨 군대야, 라며 우스워 보이는 한편, 정말 평범한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걸 보고 너무 무서워졌다. 이들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일탈 세력으로 취급받는지도 잘 모르겠다. 영화의 주요 인물인 두 십대 소년, 리더격의 페테르랑 신입병사(?) 한 소년의 부모들은 이들의 사상과 활동을 지지한다. 부모와 자기가 하는 일을 공유할 만큼 사이가 좋고, 개하고도 놀고, 술 취하면 웃고 춤추고 떠들고 영락 없는 평범한 십대로 보이는데 이들은 "무슬림이 쳐들어온다"면서 자체적 군사 훈련을 통해 조국을 "침략"하는 난민들로부터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믿고, 실행하고 있다. 이들이 적이라고 말하는 무슬림들이란 주로 시리아 출신의 난민들이다.

내가 뉴스를 제대로 팔로업하지 못 해서 유럽의 난민 문제, 라고 하면 그리스 이태리 독일 등등만 생각했는데, 슬로바키아에서도 난민을 조금 수용하게 되면서 난민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슬로바키아는 2015년 8월 유럽연합의 특히 시리아 난민을 회원국에서 수용하라는 결정에 대해 크리스챤 200명만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여기엔 이슬람 사원이 없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와봤자 불편할 거라면서.. 그 뒤로 난민을 더 수용하게 됐는데, 이들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점점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다.

170여명 규모의 군사조직을 만든 후, 이들은 극우 정당을 만들어 의회진입을 노린다. EIDF에서 상영되며 방한했던 감독과의 GV요약글에 따르면 그 제도권에 진입하려는 시도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다큐 초반에 야산에 훈련하러 가기 전, 마을에서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이들에게 위압감을 느낀 주민들이 이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나오는데, 이들을 규제할 아무 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경찰이 군복에 붙은 슬로바키아 정규군과 관련된 표식을 제거하라고 충고하는 정도로 일이 마무리된다. 그 뒤 우익 단체들의 행사에서 경비 업무도 맡고, 초등학교에 민족주의에 대한 강연도 하러 가고, 범슬라브 민족주의자들과 접촉하며 세를 확장해 나간다. 그러다 결국 국회 진출까지 노리게 된 것이다.

이들은 아직 창당 후 초기 단계지만, 이미 슬로바키아 국회 의석 150석 중 17개석을 극단적 극우 정당 Kotlebists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극우의 제도권 진출은 성공적이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도, 이미 우파 조직들조차 상종도 해선 안 된다고 할 정도의 극우 정당들이 예전부터 의석을 얻었고(이스라엘 총선, 강화되는 인종주의와 헤브론 참조) 유럽에서 극우주의의 부상이야 세계 금융 위기 전부터 이미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함께 문제돼 왔던 건데, 그런데도 평범한 청년들의 어설픈 군사놀이가 사회적 승인을 얻어가는 과정을 본 게 처음이라 충격적이었다. 아마 히틀러도 이렇게 시작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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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창당하고 행진할 때 나치 독일의 괴뢰 국가였던 슬로바키아 공화국(지금의 공화국과 관련 없음)의 깃발을 내건 것도 충격적이다.

슬로바키아에 대해 아는 거라곤 여행지로 엄청 좋아하는 체코와 같은 나라였다가 분리됐다는 것 뿐인데, 내가 읽는 국제 뉴스가 중동, 북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미국에 편중돼 있어서기도 하지만 타임라인에 슬로바키아 뉴스가 뜬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냥 내가 전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동유럽의 인구 6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라서 극우주의 흐름이 이렇게 크다니 보는 내내 계속 깜짝 놀랐다.

사실 난민 규모가 지금처럼 커지기 이전에 이미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한국에도 있을 만큼 신자유주의 이후 만연했다. 이들이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우리 국민(민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들 말하는 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이주 노동자들이랑 일자리가 겹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2013년 이후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주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던 혐오와 차별이 고대로 난민에게 향해졌는데, 너무 빤한 소리지만 대규모 난민을 만들어 난민수용국들에 난민 혐오를 자양분 삼은 극우 파시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것도, 그 난민들 중 반미반제를 이유로 또다른 극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만든 것도 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정말 너무 화가 난다. 난민이 발생하지 않을 조건을 만들라고... 난민 수용이 싫다면 난민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게 최선이라고. 에휴

감독이 어떻게 이렇게 내밀한 내용까지 찍을 수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위 GV내용에 나온 바 이 리더격인 페테르와 파워 게임 비슷하게 했다고.. 영화가 이들을 더 비판적으로 다뤘어야 한다는 비평이 많았나본데 왜 때문에 더 비판적인 감독의 시선이 필요하죠...?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시고 할 여지도 없이 감독이 이들을 비판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지 아니한가.. 안 자명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저런 비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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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영화 추천] 왈라의 선택 What Walaa Wants, 2018

What Walaa Wants (Trailer) from NFB/marketing on Vimeo.

- 마스카라도 금지야
- 마스카라를 해야 속눈썹이 풍성해지는데요?
- 하지 말라면 하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경찰이 되고 싶다는 주인공 '왈라'는 '발라타 난민촌'에 사는 난민 소녀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에 위치한 발라타 난민촌은 서안지구 난민촌 중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이스라엘 군사점령에 맞선 1987년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가 처음 발발했던 곳이다. 그만큼 이스라엘군에 많은 이들이 살해당하고 투옥당한 곳이기도 하다. 왈라의 엄마도 이스라엘 감옥에서의 8년간의 수감 생활 끝에 2011년 수감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풀려났다.

영웅의 딸도 영웅일까? 당연히 그러라는 법은 없다. 팔레스타인에 산다고 누구나 투사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엄마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다면 정치적인 문제에 다른 또래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정치 의식화가 많이 된 것 같지만, 근데 십대 소녀 특유의 깨발랄함 때문에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형태는 아니다. 왈라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슬림 소녀에 대한 전형을 와장창 깨뜨린다.

예를 들어 자치정부 경찰이 되고 싶은 이유는 총을 합법적으로 소지하고 싶어서다 ㅋㅋㅋㅋㅋ 아오 그런 얘기를 멋있게 포장하지 않고 계산 없이 솔직하게 할 수 있는 10대 소녀인 것이다 ㅜㅜ (엄마가 석방된 시점에 왈라는 불과 15살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협약(오슬로 협정)에 따라 자체 군대를 가질 수 없고,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만 있다. 이 경찰을 팔레스타인인 스스로는 soldier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아랍어 몰라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맥락상으로도 자신들을 군인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군대는 아니다. 이거 뭐냐고 전에 문의받은 일이 있어서 써봄)

그리고 막상 경찰 지원하러 가서, 신체검사하기 위해서 피 뽑아야 된다니까 무섭다고 엄마 부르고 난리남ㅋㅋㅋ 경찰 신입생 키우는 데서도 사고뭉치 진짜 고등학생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같은 귀여움이 넘쳤다. 맨위에 쓴 것도 그런 일부.. 아니 화장하지 말라는데 다 화장하고 있음ㅋㅋㅋㅋ 아이라이너랑 마스카라도 금지야! 라고 교관이 얘기하니까 "마스카라를 해야 속눈썹이 풍성해진다"고 받아침 어쩌라고 ㅋㅋㅋㅋ 너무 귀여움

다혈질에 물불 안 가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훌륭한 직업인이 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경찰이라는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투쟁하는 공적 집단이 아니고 국내 팔레스타인인들의 범죄를 관할하는 공권력이다. 즉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학살을 규탄하는 집회를 제압하고 이스라엘에 의해 테러범으로 지목된 자들을 체포/감금하는 기관이다(물론 기타 치안 관련 잡범도 잡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과, 특히 투사인 엄마랑 갈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팔레스타인 경찰이 되고 싶은 소녀..라는 시놉시스를 보고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었는데.. 팔레스타인에도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욕망을 갖고 서로 충돌하고 변화하며 살아간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비판의 여지는 남을 것이고, 가족들이 잘 견인해 주시길..<

영화 초반과 후반에 경찰이 되기 전후의 왈라가 집에서 나와 동네를 걷는 장면이 있는데, 발라타 난민촌은 높은 인구밀도만큼 집들이 붙어 있어서 골목이 한 사람 지나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곳도 많고, 그만큼 프라이버시가 없고 삶이 열악한 대표적인 난민촌이다. 영화에서는 군사점령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데, 팔레스타인을, 팔레스타인 사람을 다룬 어떤 영화도 의도하지 않아도 군사점령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팔레스타인 관련 영화를 많이 봤음 좋겠다.

2018년 EIDF 상영작.

왓챠에도 있고, EIDF 홈페이지에서도 유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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