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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07
    게토화, 가옥 파괴 – 인종청소의 다른 이름
    뎡야핑

게토화, 가옥 파괴 – 인종청소의 다른 이름


※ 2017년 여름, 이스라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마을 ‘깔란사와’와 ‘움 알 히란’ 방문 후  2018년 1월 일본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는 모임’의 회지 『미단』에 기고한 글입니다. 번역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지라 영어 단어가 많습니다;;

현대중공업(현중)의 굴삭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불법적으로 부수는 데에 사용된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 BDS 운동(이스라엘을 보이콧Boycott, 투자 철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s하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장내도록 압박하는 운동 )을 시작하기 위해 「이스라엘-한국 관계 보고서」를 준비하던 즈음이었다. 그때까지 이스라엘이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문제를 한국에 알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팔레스타인인의 집을 부수는 노란 굴삭기에 새겨진 ‘현대’ 로고는 충격이었고, 자연스레 현대중공업을 주요한 BDS 운동의 타겟으로 삼게 됐다.

현중 측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현중 본사 앞에서 가옥 파괴 퍼포먼스를 하고, 현중 굴삭기에 집이 부서진 피해 가족을 인터뷰해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등 현중 보이콧 운동을 조금씩 전개해왔지만 중장비를 소비자들에게 불매하자고 제안할 수도 없었고, 제대로 현중을 압박할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그때그때 당면한 이슈에 집중하느라 현중 보이콧 캠페인은 답보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2017년 2월, 이스라엘 내 베두인 마을 주민들로부터 현중 보이콧 요청을 받았다. 1월 18일, 현중의 굴삭기에 의해 14채의 집이 부서진 네게브 사막의 움 알 히란Umm al-Hiran 마을 소식은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올 여름 현대중공업 보이콧 캠페인의 재가동을 위해 Umm al-Hiran을 방문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정기적으로 현지에 활동가를 보내고 있다. 이번 방문에선 4명의 활동가가 현중 피해 마을 방문 외에도 ‘올드 시티’ 사진 촬영, 팔레스타인에 대한 한국의 독립 다큐 『올 리브, 올리브』 현지 상영, 핑크워싱Pinkwashing 운동 세력과 연대 구축 등의 활동을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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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에 앞서 이스라엘, 즉 ‘48년 팔레스타인’에서 새롭게 BDS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BDS48’ 그룹을 만났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을 운동의 중요한 타겟으로 삼고 있다. 이미 이전 현지 활동 때 120번(현재 기준) 가옥이 파괴된 네게브의 Al-Arakib 마을을 방문·조사한 적이 있어서 가옥 파괴 문제가 점령지 팔레스타인만이 아니라 48년 팔레스타인에서 역시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년간 파괴된 가옥이 5천 채에 달하는 등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방대했다. BDS48 활동가들의 추천으로 Umm al-Hiran이 공격당하기 8일 전인 1월 10일에 대규모로 가옥 파괴당한 깔란사와Qalansawe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깔란사와Qalansawa로 가는 길

그동안 현지 활동에 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달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 영역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집중돼 있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체류한 경험이 없어 교통 시스템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주로 점령지 팔레스타인에 체류하며 servees라는 미니버스나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뿐이라 차를 렌트하지도 않았다. Qalansuwa에 가기 전 서안지구 나블루스에 머물던 우리는 나블루스와 깔란사와가 거리상 가깝단 걸 지도를 통해 확인했지만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대중교통이 없는 줄 알았기 때문에 약속 전날 예루살렘으로 가서 하루를 묵었다.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구글 지도 어플이 제시하는 대로 버스를 타고 깔란사와에 가던 중 갈아타야 할 버스 시간표가 구글 시간표와 오차가 있었고, 그 결과 한창 공사중인 고속도로 옆 정거장에 2시간 가까이 서 있어야 했다. 깔란사와로 들어가는 버스의 배차 간격이 1-2시간에 한 대 정도로 길었던 탓이다. 그나마 이 버스도 최근에 생겼단다. 여담으로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내 settlement를 잇는 settler bus 73번이 나블루스 인근 settlement 앞 정류장에서 깔란사와를 거쳐 간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하지만 이 버스는 깔란사와에 정류장을 만들어놓지 않아 유대인 마을까지 더 가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약속 시간에 늦은 탓에 깔란사와는 이후 재방문해야 했다.

깔란사와 – 마을 확장을 막고 게토화하기

깔란사와는 주민 23,000명의 소도시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마을이 확장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스라엘 내 여느 팔레스타인 마을과 마찬가지로 깔란사와의 땅을 몰수해 건설한 주변 유대인 마을과 고속도로에 둘러싸여 확장이 막혀 있다. 땅을 몰수한 명분은 군사 지역으로 선포됐다거나, 공원 등 녹지를 조성할 거라거나(이스라엘의 공원 기타 녹지의 60%가 팔레스타인 마을 위에 지어졌다), 전기 시설을 설치하겠다거나 하는 둥 다양했지만 마을 발전에 투자된 돈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주변의 settler들 듣기 시끄럽다며 사원mosque에서 아잔도 울리지 못하게 하고, 보기 안 좋다고 놀이터 하나 못 짓게 만들었다.


깔란사와 마을의 부서진 건물 잔해

주로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며 새로운 집이 필요해지지만 당국은 어떤 건축 허가도 내주지 않는다. 대부분이 가족 단위로 땅을 이미 소유하고 있어 그 땅위에 집을 짓고 싶다고 요청해도 허가해 주지 않는다. 운이 좋아 허가를 받더라도 최소 5년은 각오해야 한다. 더 이상 한집에 스무 명씩 부대끼며 살 수 없어 건축 허가 없이 소유한 땅 위에 집을 지은 11개 가구가 1월 10일 화요일 새벽 5시, 800여명에 달하는 경찰과 9대의 불도저의 습격을 받았다. 72시간 내 떠나라는 철거 명령을 받은지 48시간도 안 지난 때였다.

마을 청년들은 불도저가 들어오는 입구에 자동차를 세워 경찰의 호위를 받는 불도저를 막아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자동차는 부서지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철거 명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라는 항의에 경찰은 건축 허가를 받더라도 집을 부수러 올 거라고 대답했다. 이날 전례 없는 대규모 가옥 파괴로 각 집마다 60,000 shekel(약 2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집을 부수는 데에 이스라엘 당국이 지출한 비용 역시 피해 가구가 지불해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지은 집은 파괴됐어도 대출금은 계속 갚아야 한다.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많은 이 시스템은 서안지구, 예루살렘 어디든 동일하다. 그래서 차라리 직접 자기 집을 부수는 이들이 곳곳에 늘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11개 가구가 끝이 아니다. 7월 기준으로 이미 60여개 집이 철거 명령을 받았다. 간혹 철거 날짜조차 적혀 있지 않은 명령서도 있다. 우리가 만난 Ismael씨가 짓고 있는 집은 올 10월에 철거 예정이었다. 20년간 모은 돈에 500,000 shekel의 대출금을 더해 지은 집을 부수는 것은 삶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며, 그는 집이 눈앞에서 부서지는 걸 보느니 죽어 버리겠다고 말했다. 12월인 지금까지 그의 집은 철거되지 않았지만 다행이랄 수도 없는 것은 이젠 언제 철거될지 알 수 없이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거 명령을 아직 받지 않은 집도 마찬가지로 내 차례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움 알 히란Umm al-Hiran – 인종 청소

48개 가구가 사는 네게브 사막의 작은 ‘미승인’ 마을 움 알 히란. 사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모든 아랍인이 이스라엘 軍政 통치를 받던 1956년, 軍令에 의해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주당했다. 이스라엘 대법원High Court도 이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애초에 건물 짓고 定住하란 뜻이 아니었다고 우기고 있다. 움 알 히란은 총 35개의 네게브 미승인 마을 중 하나로 분류돼 수도, 전기 등 일체의 기반 시설을 갖출 수 없었다.


마을이 부서진 움 알 히란

1969년 이스라엘은 아랍인 땅 소유자들에게 소유권을 등록하라고 강제했지만 네게브 베두인의 신청은 한 건도 받아주지 않았다. 지금 네게브 주민에겐 건축 허가를 신청할 관할 기구가 아예 없다. 당국은 미승인 마을의 약 3만명에 달하는 베두인을 7개의 베두인 계획 도시(planned town)로 강제 이주시킬 계획만 갖고 있다. 그나마 미승인 마을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이 계획 도시들 역시 Qalansawa와 마찬가지로 확장은 금지돼 있다.

철거 당일, 노인, 아이 포함해 주민 500여명인 마을에 14채의 집을 철거하러 쳐들어온 경찰은 500명에 달했다. 요아브(Yoav) 경찰 특수 부대는 베두인의 강제 이주를 위해 그 총체적인 계획인 ‘Prawer Plan’이 의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구성됐다. 명찰도 달지 않은 채 요아브 경찰은 철거 당일 차를 운전하던 마을 주민에게 발포했고, 콘트롤을 잃은 주민은 경찰 한 명을 치었다. 두 사람은 모두 숨졌다. 비디오 판독 결과 선후가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스라엘 경찰은 여전히 주민이 IS에 연계된 테러리스트였고 고의로 경찰을 죽이려 들어서 발포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철거된 집의 잔해가 나머지 집들과 함께 남아 있는 풍경이 보이는 언덕 반대편으론 유대인 outpost가 보인다. Golden Dog이라 불리는 이 외딴 농장(lone farm)의 인구는 4명에 불과하지만 전기, 수도 등 기반 시설은 물론 개를 위한 호텔과 묘지까지 갖췄다. 우리를 안내해 준 베두인 청년 단체 Haraki Shababi(حركي شبابي) 활동가들은 ‘움 알 히란에 가면 와이파이에 연결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언덕에서 보이는 풍경보다 실상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대조적이었다.


Golden Dog이라 불리는 외딴 농장(lone farm). 유대인 Settler 4명이 산다.

당국은 움 알 히란을 부수고 지워버린 위에 여전히 마을 이름 ‘Hiran’인 정통 유대인 settlement를 짓겠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7월에 이미 마을 주변에 불도저를 비롯한 건설장비들이 들어와 settlement를 세우기 위한 작업을 재개한 상태였다.

마치며

이번 방문을 통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너무나 닮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48년 팔레스타인 커뮤니티, 골란 고원(시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랍-팔레스타인인들이 가옥 등 건물 파괴와 인종 청소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8년 국경을 넘어 가옥 파괴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운동은 없었다. 점령지 내에서도 A와 C의 사법 관할이 다르고, 이스라엘 내 법적 절차는 또 다를 것이다. 또 공통의 문제로 연결해 대응하지 못하는 건 비단 가옥 파괴만도 아니다.
다만 한국에 있는 우리는 다양한 가옥 파괴의 현장에 현대중공업의 불도저가 사용되는 만큼, 현중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통해 현장을 우리 나름대로 연결해 보고자 한다. 여담으로 깔란사와에서는 현중이 아닌 다른 곳의 불도저가 사용됐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깔란사와의 가옥 파괴에 관심을 덜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현대중공업 보이콧 캠페인의 목적은 단기적으로는 가옥 파괴에 쓰일 장비를 이스라엘에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이 군사점령을 끝내고 아랍-팔레스타인 시민권자의 동등한 권리를 승인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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