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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6
    [이탈리아 여행] 치비타 디 바뇨레조(2)
    뎡야핑

[이탈리아 여행] 치비타 디 바뇨레조

다른 버스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왼갖 안내에 따르면 오르비에토에서 하루에 몇 대 다니지도 않는 버스 잡아타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여러 모델 중 하나로 유명하다. 가뜩이나 사방이 절벽인 작은 마을인데 그나마도 무너져서 더 작아졌다. 지금은 보수 공사를 해서 안전하다고 한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도착 즈음에 보면 다리 아래에 시멘트가 흉하게 덧발라진 걸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어떤 보수도 이런 식으로 미관을 해치는 걸 본 일이 없어서 의아했다.

 

치비타와 바뇨레조는 사실 다르다. 바뇨레조라는 크고 비교적 신시가지랄 수 있는 마을이 있고, 치비타는 그 옆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돌아보는 데에 15분도 안 걸린다더니, 그냥 걷기만 할 거라면, 정말 그랬다. 무슨 꿍꿍인지 최근 입장료 3유로를 받기 시작했다. 마을 보수를 위해서라는데, 많은 집이 부자들 별장이라는 얘기와 상충된다. 상충될 건 없나? -_-

 

오르비에토에서 버스 타기

 

오르비에토의 구시가지는 오르비에토 기차역에 내려 맞은 편의 푸니콜라레(등산 열차)를 타고 5분간 올라야 나온다. 치비타 디 바뇨레조에 가는 버스는 푸니콜라레를 타고 올라서 내린 카엔 광장(Cahen Piazza)에서 출발해, 오르비에토역을 거쳐, 중간 중간 오만 군데 서면서 달려간다. 그런데 카엔 광장에서 도대체 어디서 타는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푸니콜라레 매표소에서 물어보니 다른 회사라며 더이상 물을 여지도 안 주고 쳐다도 안 봤다. 기분이 상해서 더 묻지도 않고 여행책자랑 인터넷 검색, 다른 버스 회사의 기사님들께 물어보며 알아보는데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일단 티켓은 카엔 광장 왼쪽편, 오르비에토의 주요 길인 Corso Cavour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 타바키에서 편도 2.2유로로 구입해 뒀다. 타바키는 버스 어디서 타는 거고 시간표 어디서 확인하냐고 물으러 간 건데, 버스 티켓을 판다며 준 다음 시간은 탑승장에 있다면서 또다시 대답을 안 해줬다. 아.. 진짜 이렇게 황당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기타 여러 사람에게 미친듯이 길을 물어도 못 알아내서 결국 안전하게, 등산열차를 타고 내려가 기차역 앞에서 버스를 탔다.

 

돌아올 때 보니까 탑승장이 변경된 것 같다. 너무나 빡이 치는데, 버스 회사 홈페이지는 이태리어로 된 pdf만 주고, 카엔 광장으로 검색도 안 되고.. 아 몰라 다시 생각해도 화딱지 난다. 여기에 그 버스 정류장의 위도 경도를 표시해 둔다: 42.722695,12.117536 커다란 주차장에 과연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었다 (이태리어로 fermata)

 

버스 회사는 Cotral사고 파란 차다. 

 

마침 나는 하교 시간에 탄지라, 오르비에토 역 다음에 어떤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잔뜩 실어 가며 한두서너명씩 여기저기 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다른 주에서까지 여기로 학교를 와야 하다니 안타까운 한편으로 그래도 여기저기 젊은 피가 살아가는 게 보기 좋더라는.. 여튼

 

바뇨레조 종점에서 내리는 그 자리가 오르비에토로 돌아가는 기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치비타 앞까지 데려다주는 마을 버스 같은 것은 과연 여러 안내문에 적힌대로 잘 안 다녀서 걸어갔다. 나중에 보니 완전 만원 버스였다. 다리 아프면 기다려서라도 타야지 별 수 있겠는가..

 

치비타 구경

 

치비타 가는 길에 벨베데레 까페가 있는데 거기 전망대도 있는 모양이다. 여행 책자를 대충 본 탓에 전망대는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거기였... ㅠㅠ 높은 곳에서 치비타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걸 놓쳤다.

 

치비타는 놀랍게도 2500년 전 에트루리아인들이 살기 훨씬 전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에도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성벽 및 집 모양이 갖춰진 건 중세고, 옛날엔 이보다 넓었다고 해도 이런 깎아지른 곳에 와 살던 이들은 과연 어떤 상황이었는가 궁금했다.

 

성당 앞 피아짜(광장)는 역대급으로 조그마하다. 건물들은 다 이쁜데, 길들이 연결이 안 되고 다 막다른 길이다. 골목을 들어가면 대부분 여긴 사유재산이다, 란 팻말에 막힌다. 실거주자는 적어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큼 까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엄청 늘어나 조용한 마을을 즐기기는 어렵다. 관광객 만큼 일하는 사람도 많다. 

 

입장료가 있어서 그런지 마을 초입구에 공중 화장실은 무료다. 내가 갔을 때 화장실 문은 고장났지만 냄새도 안 나고 깨끗했다. 지도는 안 봤는데 그냥은 화장실 표시가 따로 없어서 로컬에게 물어봐야 한다.

 

리코타 치즈와 젤라또를 파는 가게가 있길래 안내문을 잘 읽지 않고 치즈랑 젤라또를 같이 주겠거니, 하고 3유로나 주고 시켰는데 그냥 리코타 치즈였다. 안내문을 자세히 보니 현지의 양젖으로 만들었단다. 토핑으로 꿀과 시나몬을 골랐는데 완전 최악의 조합이었다. 아니 그보다 리코타 치즈가 넘나 내 입맛에 안 맞고 냄새나고 이게 뭐야... ㅠㅠㅠ 이태리 와서 첨으로 반도 못 먹고 버렸다. 첫술부터 '이건 아니다' 알았지만 돈 아꾸워서 꾸역꾸역 더 먹었더니 내내 속이 안 좋았다 -_-

 

성당은 작은 마을임에도 제법 크다. 어느 성당을 가도 이 정도는 된다. 다만 금칠된 그림과 금장식 없이 소박한 모양이 참 좋았다. 오르비에토 성당들도 그렇고, 이쪽 지방은 프레스코화가 대단히 훼손돼 있는데 굳이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맨살이, 아니 뼈가 드러난 것 같은 모습으로 그 뼈가 풍화되고 이제 아프지 않은 것 같은 느낌으로, 그대로 둔 게 나 보시기에 참 좋더라...<

 

집들이 다 예쁜데 막눈이라서 중부 지방의 집들이랑 뭐가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이 느껴지고 근데도 너무 예쁘고 좋았다.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시간이 좀 떴는데, 나는 그냥 이런 마을 구석진 데 찾아서 조용히만 있어도 좋겠더라. 아니면 와인바 있던데 와인이나 주구줄창 마셔도 갠춘..

 

바뇨레조

 

치비타에서 나와 버스타는 곳까지만 봤을 뿐이지만 바뇨레조도 마을이 예쁘다.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안 예쁜 마을이란 없는 것.. (로마 제외 -_-) 버스 정류장 아주 가까운 곳에선 까페를 못 찾아서, 버스 왔던 방향으로 좀 내려가다보니 bar가 있었다. 역대급으로 저렴하다. Peroni 작은 거 한 병을 1.5유로에 마셨다. 말이 됨???? 아란치니(쌀+치즈 튀김)도 1유로 내고 하나 먹었다. 어머니 드신 작은 컵 콜라는 비록 김이 빠졌으되 0.5유로였다. 의자에 앉아 따로 자리세도 내지 않고 20분 정도 앉아 있다 버스 타러 갔다. 바뇨레조 같은 마을도 한 번쯤 들러서 지내보고 싶다. 그런 기회가 올까. 치비타 안에 숙박업소는 단 1개 뿐인데 거기 묵어도 괜찮고, 바뇨레조에서 묵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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