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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7
    자학의 시(6)
    뎡야핑

자학의 시

오랫동안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굳이 죽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왜 살아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학의 시> 1권에는 유키에가 걸핏하면 밥상을 뒤엎는 남편 이사오를 진정 사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1권을 앞부분을 보면 남편은 전형적인 건달 마초로, 돈을 벌지 않고, 싸움을 잘 하고(척 봐도 전직 깡패), 경마나 파칭코, 마작 등에 미쳐 있으며, 술을 많이 마시고, 집안일은 전혀 할 줄 모르고, 때리기까진 안 하지만 완력을 휘두르고, 돈을 뺏고, 무엇보다 걸핏하면 밥상을 뒤엎는다. 

 

하지만 무뚝뚝할 뿐 유키에를 정말 아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끼는 것으로 마초 완성이다. 그리고 유키에는 어서 빨리 혼인신고 하고 싶어하고, 남편의 수발을 다 들며 안돼, 안돼 하면서도 돈을 다 빼앗기고, 일 하라고 부탁했다가 밥상 뒤엎음을 수시로 당하고.. 기타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전형적으로 순종적인 일본 여자로 보인다.

 

초반에 이런 구도가 묘하게 폭력적이지 않아 보였는데, 아무래도 4컷의 힘이 아닐까. 이건 잘 모르겠다 정말 황당하고 마초 맞지만 게다가 나쁜 점이 백가지도 넘지만 관계가 폭력적으로, 일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1권에서 간간히 나오던, 못생기고 가난해서 왕따당하던 어린 시절의 유키에 이야기가 2권에서는 훨씬 본격적으로 나오며 결말을 향해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사랑받은 기억이 없는 유키에... 유키에의 절도, 배신, 고립과 상경의 이야기는 정말 웃으면서 울게 한다.

 

1, 2권 통틀어 상경후 이사오를 만나기까지 20년 가까이 유키에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나오지 않아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끔찍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만화에서의 그 공백의 시간이, 유키에와 이사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뭐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고... 만화를 읽었다고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유키에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얻었다. 그리고 이런 만화를 볼 수 있다니 살아 있어서 참 행복하다. 요즘같이 전철이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깔깔 웃으며 행복하게 해주다니 너무 감사.

 

4컷 만화의 구태의연함에 오랜 시간 취미를 붙일 수 없었는데, 역시 만화의 세계는 넓다 4컷에 대한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깨주었다.

 

4컷은 그림이 싫다. 표정이 절대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구태의연하다. 그러므로 표현 스펙트럼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이 만화에서는 어떠한가? 과연 내가 싫어하는 명랑하고 개구진 표정들이 나온다(과연 4컷 만화) 하지만 그 덕분에 웃으면서 울을 수 있다. 또 약하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밥상 뒤집는 건데, 실사체로 밥상을 뒤집으면 아무리 재밌어도 이사오가 도저히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4컷이라서 넘어갈 수 있다 이건 중요한 표현력인 듯.

 

4컷의 아름다움이 없는 단순무식한 선도 싫었는데 음. 이건 잘 모르겠다; 딱히 싫지는 않았다 역시 재미가 있으니까...< 또 아주 이상한 소리인 줄 알지만; 4컷이면서 각 만화가 완결성을 가지고 끝나지 않고 이야기가 연결되어 진행되는 걸 대단히 싫어했는데-ㅁ-;;;;;;; 이 만화를 보고 누가 그딴 소리를 해?! 눈물 펑펑 엉엉 집에 오는 눈길에도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생각만 해도 눈물난다ㅜㅡ

 

리뷰하고 싶은 게 엄청 많은데 다대한 감동을 받으니 집에 와서 바로 쓰게 된다. 딴짓하고 쓰긴 하지만; 자학의 시. 아 만화를 안 보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다. 이렇게 좋은 만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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