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에서 찾기정직이즈더베스트정책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3/10
    다르면서 같은(8)
    뎡야핑

다르면서 같은

다르면서 같은 - 교포 만화가 데릭 커크 킴의 섬세한 성장기록
다르면서 같은 - 교포 만화가 데릭 커크 킴의 섬세한 성장기록
데릭 커크 킴
이미지프레임(길찾기), 2005

 

자기 얘기를 하면서 위악적이지 않기는 정말 힘들다. 반성적이다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은 위악적이 되는 게 훨씬 쉽다.

 

이 만화를 출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보지 않았다, 자기 얘기를 하는 작품류는 대부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조금의 위악만 보아도 나의 모습과 겹쳐서 그렇게 추해 보이고. 견딜 수가 없다. 자기반성적이다가 위악적으로 되는 거 말고, 자기연민이 뚝뚝 흘러나오다가 자기찬양하는 건 더 쉽고, 그딴 건 절대 안 읽는다 열라 토해 웩

 

이 만화도 그냥 그런 만화일 줄 알았다. 적당히 자조적이고 위악적인.. 전혀 아니야-ㅁ-!! 맙소사. 뭉크의 해골바가지 얼골이 나와야 하는 순간이라 부득이하게 책 표지를 가져다 쓴다;; ㅋㅋ

 

에드바르드 뭉크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만담을 하는 두 사람이 일상적인(?) 작은 악을 행한다. 그리고 그 악의 결과가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어디< 간다. 가서 자기네가 저지른 악의 실체를 보는데 그게 그렇게 막 대단히 엄청난 일이 아니라, 그냥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사람이.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 온다. 아... 너무 좋다 ㅇ<-<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줄거리이다 ㅋㅋ

 

근데 그게 그렇게 또 예술적인 듯 심심한 구성이 아니고, 일단 두 사람 만담이 완전 재밌어서 페이지가 막 넘어간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과거에 저지른 작은 악이 새로운 악과 같이 진행되는데.. 세상엔 그런 일이 있잖아, 가해자는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는데 오히려 피해자는 관심도 없는, 나만 아는, 마음 속의 죄책감.. 아아.. 그런 걸 너무 잘 그렸어 ㅇ<-<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사실 이민자 2세대들이 어떤 상황일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다가 몇 년 전에 걸작 야오이 장목단님의 미보소... 미소본가?? -_- 암튼 그거 읽고 처음으로 우와 힘들겠구나-ㅁ- 하고 첨 알았는데 그런 2세대 이민자로서의 삶이 독자가 부담스럽지 않게 나온다. 이런 건 자기가 노력해서 되는 걸까?? 아아 뭐 또 시작이야 이따구로 쓰고 있어 ㅜㅜㅜㅜ 자기 감정의 완급 조절을 잘 하는 건가?? 자기 객관화가 넘치게 잘 되는 건가??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ㅇ<-<

 

정성스러운 그림도 좋았다. 사실 정지 화면을 의도한다고 해도, 만화에서 한 컷을 그리고 그걸 몇 컷에 걸쳐 복사해서 붙여넣고 쓰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게 심지어 만화적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싫은데, 만화적 의도도 없이 게을러 터져서 그런 식으로 하는 거 진짜 싫다 그것도 잡지면 이해나 하지 단행본용으로 수정 안 하고 그렇게 내는 거 완전 자기 작품 직접 모욕/훼손하는 거임

 

왜냐면 한 컷에서 다음 컷으로 갈 때, 방금 전 컷의 시간은 지금 컷의 시간과 다르다. 그게 심지어 마음이 정지했다고 해도. 그 달라진 시공간을 복사&붙여넣기 신공으로 망치는 걸 참을 수가 없다고. 이 작가님은 배경이랑.. 똑같은 컷 쓰는 게 많이 있었지만, 이것이 바로 복사 붙여넣기가 필요한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카메라는 가만히 있고 등장 인물들이 화면을(상황을) 이어나가니까. 좋아하는 수법은 아니지만;;;; 납득은 되었다.

 

한 가지 취향에 맞지 않았던 건 너무 빽빽한 배경.. 배경을 너무 꼼꼼하게 그려서 페이지로 볼 때 아름답지가 않았따. 뭐 이건 나의 취향이다.

 

위에 얘기한 건 중편으로 책의 2/3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초기 씨리어스 단편과 엉뚱발랄한 단편들이다. 다 재밌는 거였다. 모든 만화가 정직하다. 다른 만화도 읽고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