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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파디와는 2012년에 처음 만났다. 요르단 계곡에서 2시간 기다린 끝에 잘못 탄 버스에서 대책 없이 어딘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내려버렸을 때, 나를 먼저 발견하고는 차에 태워줬다. 파디는 회사 차를 끌고 여러 외진 지역까지 다니며 핸드폰 및 관련 물품을 영업하는 회사원이었다. 그날 알칼릴(헤브론)에 데려다 준 뒤에도 파디는 자주 전화를 걸어오고 만나자고 했다. 그땐 나 혼자였어서, 그리고 워낙 찝적거리는 남자들이 많아서, 파디도 그 중 하나일까 경계하면서 만났다. 만날 때마다 밥 사주고 커피 사주고 돈 1원도 못 쓰게 해서 더 미심쩍었다-_-. 매일 같이 전화를 걸어와 짧게 안부를 묻고, 뭐 필요한 건 없냐고 묻던(필요한 건 항상 없었다;;) 어느날이었다. 이스라엘 심카드를 사용하느라 이틀간 팔레스타인 심카드를 사용하지 않다가 바꿔 끼웠는데, 그날 전화를 받자 파디는 엄청 성을 내며 왜 연락이 안 됐느냐고, 연락이 되었으니 이제 됐다며 전화를 끊었다. 경계심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일행이 팔레스타인에 도착한 뒤에야 같이 제닌에 있는 파디네 집을 방문했는데, 파디의 부인과 아이들, 엄마, 동생들, 동생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비로소 안심하고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파디와 연락이 끊겼다. 전화번호가 있어서 안심했고, 페이스북에서 당연히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번호는 바뀌었고 페북에선 못 찾았다(동명이인 진짜 많은 데다 페밀리 네임을 몰랐다...). 2년 뒤 다시 방문했을 때, 그때 기억을 더듬어 파디가 일하던 회사로 찾아갔다. 다른 일행들을 햄버거집에 데려다 놓고, 밥시키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무래도 여기 어디 쯤이었는데, 싶어서 나가서 찾아봤다. 한 번 가봤을 뿐이고 따라다니기만 해서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용케도 찾아냈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천재라고 추켜세우지 않을 길이 없었따< 사무실에 가서 파디를 찾아왔다고 하니 아무도 이해하지 못 했다. 당시에는 파디 패밀리 네임도 몰랐으니 -_- 그래서 아이들 이름을 대며 탈라랑 아흐메드 아빠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 하고 연락해 줬다. 근처 시장에서 휴대폰 액세서리 노점을 하고 있던 파디는 한 걸음에 달려왔다. 같이 식당으로 돌아가서 밥을 먹고, 나의 천재적 기억력을 내가 제일 열심히 찬양하고, 그리고 파디네 집에 두 번 갔다. 하지만 처음도 두번째도, 파디가 원하는 건 좀더 많은 시간을 자기 가족들과 같이 하는 거였다. 초대 전화가 올 때마다 나는 여기 일하러 온 거라고, 미안하다고 거절했다. 그게 너무 미안했다. 세상 나만 바쁜 것처럼 매일 일정이 있다고.. 그래서 다음에 오면 무조건 놀러오겠다고, 그때 많은 시간을 보내자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페친도 맺었따 ㅎ
파디하고는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 전화통화를 하곤 했지만, 가족들과 만난 건 몇 회 되지 않아서, 가족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다 이전에 만났다고 모두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만이 아니고 지난 번에 왔던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물었다. 돌아와서 옛날 사진을 찾아보니 막내 동생 남편도 왔었네 처음 본 줄 알았는데 ㅎ 지난 번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여동생 남편이 셰프라고 여동생네 집으로 초대해, 그 남편과 남편의 동생;이 차려주는 엄청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 여동생이 6개월 전에 암으로 죽었다고 한다. 너무 젊은데, 어린 자식들 남겨두고... 이번에 가니 자식 중 둘째 아들 와라드는 외할머니, 그니까 파디네 엄마 댁에 살고 있었다. 와라드는 수많은 어린이들 중 하나로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자길 기억 못 하는 걸 알았는지, 머리끈 같은 팔찌를 4개 주며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했다. ㅎㅎㅎㅎ 귀여워 ㅠㅠㅠㅠ 이번에도 많이 만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와라드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네 ㅎㅎ
동생의 죽음 외에도 파디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이스라엘 고용 허가증을 사려다 사기를 당하고, 허가증 없이 일하다 밤에 숙소에 기습한 경찰에 붙들려 한 달간 실형을 살았다. 한국일보 기사에 썼던 것처럼 한동안 택배 기사였는데,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로 내가 있는 동안 관뒀다. 그리곤 중고샵을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 안 된다고 야채 가게로 바꿀 거라더니 페이스북 보니까 가게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갑작스레 1달 안으로 집을 비우라고 해서 이사까지 했다. 그래서 전처럼 전화가 자주 오지 않았고, 여유가 그렇게 없다는 게 정말 마음 아팠다. 항상 내가 바빴는데 이번엔 너가 바쁘네, 그랬더니 그러게, 하고 한숨을 쉬었다. 서안지구 들어가기 전에 페이스북 메세지로 연락하고 있었는데, 메세지 확인을 잘 안 하고, 내가 제닌에 간다는 것도 확인을 안 하고 있었다. 제닌에 들어가서 전화했을 때, "야핑!!!!!!!" 하고 엄청 반가워하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택배 차량을 타고 숙소 앞에 와서는, 시간이 없으니까 같이 다니면서 얘기하자고 했고 자세한 건 기사에 썼다.
파디가 바빠서 엄마나 아이들하고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는데, 사실 나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놀 수 있는지 지금도 잘 모른다; 파디 가족들이랑만 있으면 불편했다. 그래서 여럿이 방문하는 게 좋은데 이번엔 몇 번 봐서 그런가 애기들이랑 친해졌다. 특히 엄청 너 따위엔 노관심이다 ㅎㅎ 라고 보이는 오마르... 파디 동생 히바네 둘째 아들램.. 역시 기억 못 하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옛날 사진 보니까 생각났다 ㅎ 사진 찍을 때 엄청 움직이던 애기. 암튼 오마르네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오마르하고도 친해졌다! 얼마나 친해졌냐면, 밤에 다 같이 모여자는 방에 자기 옆자리를 톡 톡 치며 옆에서 자라고 할 정도였다!! 완전 넘나 기뻤지만 잠은 손님에게 마련해 주신 에어컨 나오는 방에 가서 자버림...< 전날 더워서 거의 한숨도 못 잔 상태라서 =ㅅ= 다음날 "보고싶을 거야"하고 인사하는데, 내 아랍어 발음이 구려서 못 알아듣고는 자기 엄마를 데려왔다. 뭐라는 거야? 다시 말해 봐;;; 해서 엄마가 니가 보고싶을 거래, 지금 갈 거야, 라고 말해주니 갑자기 완전 시무룩해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갈게 보고 싶을 거야, 그러면서 인사 뽀뽀를 하려는데 땅만 쳐다보면서 가만히 앉아서 양볼에 뽀뽀를 받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으윽 찌통 ㅠㅠㅠㅠ 뽀뽀하는데 눈물 날 것 같았다. 그리고는 동생 함무디한테 뽀뽀하려는뎈ㅋㅋㅋㅋㅋ 애기가 끝까지 뽀뽀 못 하게 으으으 하면서 뒤로 피하는 거 보고 웃겨서 눈물 쏙 들어감ㅋㅋㅋㅋ 함무디하고는 못 친해짐 옛날에 같이 사진도 찍은 사이라서 함무디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ㅅ-
돌아오기 전 라말라에 지내면서, 파디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파디가 "뭐 필요한 거 있어? 뭐 해줄까?" 하고 묻는데 내가 또 깔깔 웃어버렸다. 파디는, 근데 왜 내가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웃는 거야? 하고 물어왔다. 그냥 맨날 물어보는 게 너무 웃겨서, 하고 대답했던가. 모르겠다, 항상 정말로 뭐라도 내가 말하면 그게 뭐든 해 줄 것 같아서 웃긴 건데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파디는 진지한 남자라서 -ㅅ-;
벤구리온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파디와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공항이라니깐 한국이냐고, 해서 아니 벤구리온 공항이라고, 했더니 네가 팔레스타인에 있지 않으니 이젠 내가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볼 수가 없구나, 하고 답장이 왔다. 이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그 메세지를 보고서 공항부터 뱅기 타서도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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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구 개월 전에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 그때도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뭔가 사건이 터지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 할 일도 없어서 미촤버릴 것 같았다, 요르단 계곡에서. 그래가지구 요르단 계곡을 벗어나고자 팔레스타인의 대중 교통 수단인 세르비스를 잡아타려는데 오지 않아... 한시간 반 동안 땡볕에서 기다려도 한 대가 지나갔을 뿐이고, 그 한대도 사람이 까득 차 있었다. 팔에는 교통 시스템이 잘 안 돼 있는데.. 그건 나중에.. 암튼 세르비스는 사람이 가득 차지 않으면 기착점에서 아예 출발하질 않는다. 그래서 완전 빡쳐서 한 밤 더 자고 다음날 또 기다리는데... 또 같은 상황이었음. 땡볕에서 한 시간 반... 후... -_- 그래가지고 그냥 아무 세르비스나 잡아탔던 것이다. (기억 안 나는데) 내가 나블루스로 가려고 했다는데.. 그 차는 제리코로 간다고 했고, 그러면서 예루살렘도 얘기했다. 나는 아 그럼 예루살렘 가서 다시 돌아가지 뭐 하고 차를 탔는데 차가 한참을 마을을 빙빙 돌아 표지판이 가리키는 예루살렘으로 안 가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거임 -_- 그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만< 너무 화가 나서 짧은 아랍어로 미친듯이 화를 냈다, 예루살렘 간대매 지금 어디 가는 거냐! 그랬더니 제리코 가서 갈아타고 갈아고 그러는 거임 ㅠㅠㅠㅠ 그리고 내가 아는 단어를 총동원해서 화냈는데 잘 기억 안 남; 북쪽 남쪽 동쪽 서쪽 이런 얘길 막 했음;
암튼 내가 내리겠다니까 기사 아저씨는 너무 황당해하면서도 얘가 여기서 어쩔려고 저러냐..는 표정으로 내가 내리고나서도 나를 바라보다가 갔다. 쓰다보니까 뒤늦게 죄송합니다...ㅠㅠ 어딘지도 모르는 데서 내려서 이 일을 우짜나 세르비스 정류소를 마을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는데 소를 탄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들 떼거리가 뭔가 나를 비웃으며 지나가고 있었음 -_- 그래가지고 더우니까, 커다란 나무 아래서 일단 이 일을 우짜지 멍때리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멈춰섰다. 내가 히치하이킹하기도 전에 먼저 타라고..!! 타라고!!!! 신이시여!!!!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그렇게 날 태워준 사람이 '파디'였다. 그날 날 헤브론 가는 길에 아무도 없는 도로에 누워서 사진 찍고.. 진짜 웃겼음;
그때 그냥 헤브론으로 이동한 뒤 요르단 계곡에서의 무료한 날들과 달리(팔레스타인이라고 매일매일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헤브론에서는 바빴는데 파디는 틈틈이 전화하고 만나러 오면서 나를 돌봐줬다 왜 그랬지 내가 불쌍해 보였니... =ㅅ= 한 번은 심카드를 다른 걸로 갈아놨다가 오랜만에 켰더니 전화가 와가지고는 여태 뭐 했냐고 왜 전화 안 받냐고 막 화를 내고는 알았다고 바로 끊기도 했음 ㅋㅋㅋ 헤브론의 팔레스타인 사람들만 알 만한 식당도 데려가주구. 나중에 같이 온 친구랑 제닌의 파디 집에도 방문을 했었는데, 제닌에 세르비스 타고 가서, 마중 나온 파디를 따라 파디 사무실에 갔다가, 파디 차를 타고 파디 집에 갔던 거였다. 파디는 제닌을 구경시켜주고 자기 엄마네 데려가서 형제 조카까지 다 보여줬다. 그렇게 즐겁게 노니고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내 명함은 줬는데 어째 페이스북 친구를 안 맺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날 찾으라고 하고, 서로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한국에 와서 몇 번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았다. 딱 한 번 통화가 됐는데, 자기가 갖고 있는 내 명함의 사무실(진보넷)로 전화한다고 했는데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내가 거기 써있는 이멜로 메일 보내달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했는데 메일이 오지 않았다. 왜 파디네 집에서 페북 친구를 안 맺었었는지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제닌에 갔다가 기억에 의존해서 파디 사무실을 찾아봤다. 커다란 쇼핑몰 안에 있었는데.. 이건 거 같다 싶어서 들어간 건물에서 모바일을 파는 파디를 찾는다니까, 그 사무실이 닫았다며 사람들이 파디라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물어물어 알아낸 뒤 전화를 막 걸어줬다. 에구 고마워라. 팔레스타인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다. 여기가 맞는지 확신이 없던 차에 파디가 있다니까 기뻐서, 두근두근 전화를 했는데... 그 파디가 아니었다 ㅠㅠ 다른 사람들이 아침 식사하러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한 번만 더 파디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또 막 막 걸어가서 왠지 이건 거 같은 건물을 찾아서 들어갔다. 이건 거 같았다. 핸드폰 판매하는 회사. 네 사람이나 있는 비교적 큰 매장이었음. 파디 있냐고 했더니 무슨 파디냐고 했다 (성도 까먹음 -_-) 부인은 메이고, 라고 얘기하니까 아 파디~ 하면서 파디는 여기 없다고 전화해준다고 기다리라고. 그래가지고 진짜로 오분 정도 기다렸더니 파디가 뙇!! 나타났다!!!!
정말 감동적인 재회였다. 내 대가리 속 기억이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으로 사무실을 막 찾아냈음 ㅠ 파디도 나를 천재라며 기뻐하고 지난 번과 같은 만찬이 이어졌다. 파디는 여전히 다정하고, 너무 좋다. 아이들은 여전히 이쁘고 착하고(아이들도 나와 당시 같이 방문했던 친구 이름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파디는 나와 있었던 일을 농담으로 막 얘기하면서, 메이하고 내 얘기를 많이 하며 그리워했다고 하는데.. 파디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루하루의 삶에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숫자로 들었는데. 오늘 일하지 않으면 내일 먹고 살 수 없는 상황. 예전에 만났던 파디는 경제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삶이 더 갹박해졌구나.. 뭐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얘기를 자세히 쓰려고했는데 프라이버시기도 하고 기냥 관둠. 암튼 파디를 찾아낸 게 기적같고 솔직히 나도 제닌 가면 찾아봐야지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찾을 줄은 몰랐긔. 모두 나를 위대하다 칭송하고 스스로도 위대하다고 느낀 내 인생 최초의 순간이었다 ㅋㅋ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시다)를 몇 번이나 외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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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식을 듣게 돼 기쁘네요. 가지고 갔던, 그리고 잊고 있던 퍼즐들을 많이 맞추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