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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핑 더 그레이트

이년 구 개월 전에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 그때도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뭔가 사건이 터지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 할 일도 없어서 미촤버릴 것 같았다, 요르단 계곡에서. 그래가지구 요르단 계곡을 벗어나고자 팔레스타인의 대중 교통 수단인 세르비스를 잡아타려는데 오지 않아... 한시간 반 동안 땡볕에서 기다려도 한 대가 지나갔을 뿐이고, 그 한대도 사람이 까득 차 있었다. 팔에는 교통 시스템이 잘 안 돼 있는데.. 그건 나중에.. 암튼 세르비스는 사람이 가득 차지 않으면 기착점에서 아예 출발하질 않는다. 그래서 완전 빡쳐서 한 밤 더 자고 다음날 또 기다리는데... 또 같은 상황이었음. 땡볕에서 한 시간 반... 후... -_- 그래가지고 그냥 아무 세르비스나 잡아탔던 것이다. (기억 안 나는데) 내가 나블루스로 가려고 했다는데.. 그 차는 제리코로 간다고 했고, 그러면서 예루살렘도 얘기했다. 나는 아 그럼 예루살렘 가서 다시 돌아가지 뭐 하고 차를 탔는데 차가 한참을 마을을 빙빙 돌아 표지판이 가리키는 예루살렘으로 안 가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거임 -_- 그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만< 너무 화가 나서 짧은 아랍어로 미친듯이 화를 냈다, 예루살렘 간대매 지금 어디 가는 거냐! 그랬더니 제리코 가서 갈아타고 갈아고 그러는 거임 ㅠㅠㅠㅠ 그리고 내가 아는 단어를 총동원해서 화냈는데 잘 기억 안 남; 북쪽 남쪽 동쪽 서쪽 이런 얘길 막 했음;

 

암튼 내가 내리겠다니까 기사 아저씨는 너무 황당해하면서도 얘가 여기서 어쩔려고 저러냐..는 표정으로 내가 내리고나서도 나를 바라보다가 갔다. 쓰다보니까 뒤늦게 죄송합니다...ㅠㅠ 어딘지도 모르는 데서 내려서 이 일을 우짜나 세르비스 정류소를 마을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는데 소를 탄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들 떼거리가 뭔가 나를 비웃으며 지나가고 있었음 -_- 그래가지고 더우니까, 커다란 나무 아래서 일단 이 일을 우짜지 멍때리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멈춰섰다. 내가 히치하이킹하기도 전에 먼저 타라고..!! 타라고!!!! 신이시여!!!!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그렇게 날 태워준 사람이 '파디'였다. 그날 날 헤브론 가는 길에 아무도 없는 도로에 누워서 사진 찍고.. 진짜 웃겼음;

 

그때 그냥 헤브론으로 이동한 뒤 요르단 계곡에서의 무료한 날들과 달리(팔레스타인이라고 매일매일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헤브론에서는 바빴는데 파디는 틈틈이 전화하고 만나러 오면서 나를 돌봐줬다 왜 그랬지 내가 불쌍해 보였니... =ㅅ= 한 번은 심카드를 다른 걸로 갈아놨다가 오랜만에 켰더니 전화가 와가지고는 여태 뭐 했냐고 왜 전화 안 받냐고 막 화를 내고는 알았다고 바로 끊기도 했음 ㅋㅋㅋ 헤브론의 팔레스타인 사람들만 알 만한 식당도 데려가주구. 나중에 같이 온 친구랑 제닌의 파디 집에도 방문을 했었는데, 제닌에 세르비스 타고 가서, 마중 나온 파디를 따라 파디 사무실에 갔다가, 파디 차를 타고 파디 집에 갔던 거였다. 파디는 제닌을 구경시켜주고 자기 엄마네 데려가서 형제 조카까지 다 보여줬다. 그렇게 즐겁게 노니고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내 명함은 줬는데 어째 페이스북 친구를 안 맺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날 찾으라고 하고, 서로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한국에 와서 몇 번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았다. 딱 한 번 통화가 됐는데, 자기가 갖고 있는 내 명함의 사무실(진보넷)로 전화한다고 했는데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내가 거기 써있는 이멜로 메일 보내달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했는데 메일이 오지 않았다. 왜 파디네 집에서 페북 친구를 안 맺었었는지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제닌에 갔다가 기억에 의존해서 파디 사무실을 찾아봤다. 커다란 쇼핑몰 안에 있었는데.. 이건 거 같다 싶어서 들어간 건물에서 모바일을 파는 파디를 찾는다니까, 그 사무실이 닫았다며 사람들이 파디라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물어물어 알아낸 뒤 전화를 막 걸어줬다. 에구 고마워라. 팔레스타인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다. 여기가 맞는지 확신이 없던 차에 파디가 있다니까 기뻐서, 두근두근 전화를 했는데... 그 파디가 아니었다 ㅠㅠ 다른 사람들이 아침 식사하러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한 번만 더 파디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또 막 막 걸어가서 왠지 이건 거 같은 건물을 찾아서 들어갔다. 이건 거 같았다. 핸드폰 판매하는 회사. 네 사람이나 있는 비교적 큰 매장이었음. 파디 있냐고 했더니 무슨 파디냐고 했다 (성도 까먹음 -_-) 부인은 메이고, 라고 얘기하니까 아 파디~ 하면서 파디는 여기 없다고 전화해준다고 기다리라고. 그래가지고 진짜로 오분 정도 기다렸더니 파디가 뙇!! 나타났다!!!!

 

정말 감동적인 재회였다. 내 대가리 속 기억이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으로 사무실을 막 찾아냈음 ㅠ 파디도 나를 천재라며 기뻐하고 지난 번과 같은 만찬이 이어졌다. 파디는 여전히 다정하고, 너무 좋다. 아이들은 여전히 이쁘고 착하고(아이들도 나와 당시 같이 방문했던 친구 이름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파디는 나와 있었던 일을 농담으로 막 얘기하면서, 메이하고 내 얘기를 많이 하며 그리워했다고 하는데.. 파디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루하루의 삶에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숫자로 들었는데. 오늘 일하지 않으면 내일 먹고 살 수 없는 상황. 예전에 만났던 파디는 경제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삶이 더 갹박해졌구나.. 뭐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얘기를 자세히 쓰려고했는데 프라이버시기도 하고 기냥 관둠. 암튼 파디를 찾아낸 게 기적같고 솔직히 나도 제닌 가면 찾아봐야지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찾을 줄은 몰랐긔. 모두 나를 위대하다 칭송하고 스스로도 위대하다고 느낀 내 인생 최초의 순간이었다 ㅋㅋ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시다)를 몇 번이나 외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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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인형

  • 등록일
    2013/05/23 12:32
  • 수정일
    2013/05/23 12:32
  • 분류
    추억팔이

신혼집으로 내 짐을 옮겨야 하는데 내가 안 싸니까 아빠가 막 싸서 막 옮김. 그 중에 중딩때부터 모은 편지함을 버린 줄 알았는데 집에 있었다!(중딩까지 모은 건 엄마가 실수로 버림;) 아침에 아빠가 짐싸며 흘린 만화책 없나 할머니 방에(*옛날엔 내 방) 살피러 들어갔다가 기타 피스랑 묶어놓은 걸 찾았다.(아빠가 내 만화책 두 권을 책장 받침용으로 무단으로 사용한 걸 발견했다. 다행히 내가 버릴 책들이기에 망정이지 용서못해 글치 않아도 책이 조금씩 없어진 거는 아빠가 어디서 흘리거나 이런 식으로 써먹은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데 아빠는 그 두 개만 한 거라고 발뺌<)

 

아무거나 꺼내서 두 개 읽어보았는데 하나는 짝꿍이 짜증내서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말해서 깜짝 놀랐다, 꼭 화풀고 답장해라 물어볼 게 있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가 두 사람 관계에 대한 거였다. 그러고보니 걔에 대해서 쓴 적이 있을 것 같은데..

 

언제 같은 반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편지 내용을 살펴보니 고2때부터인 것 같긴 한데.. 수능 몇 주 전부터 전주까지 며칠간 써서 보낸 편지였다. 같이 영화 보고 얘기하는 유일한 친구였다. 각자 티비에서 해준 <졸업>을 보고 다음날 달려가는 마음으로 만나서 열정적으로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서울로 영화도 보러다녔던 것 같은데.. 그런 퀴퀴하고 뜨거운 분위기에 대해 걔가 많이 얘기해줬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의 내 영화 보기는 걔랑 피씨통신 영화채팅방으로 점철되어 있었는데 이젠 기억도 잘 안 남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는데라고 쓰고 이름이랑 영화라고 검색해봤는데 없긔

 

다른 친구들이 나를 독점하려고 든 데 반해 얘는 나에게 매우 쿨하게 굴어서 약간 해방감을 느꼈었는데 어느날 다가와서 자기에게 솔직해지겠다며 나를 꽉 끌어안고 너무 좋다고... 스스로가 변한 자기자신에게 적응하지를 못 하다가 혼자 멀어졌다. 수능 끝나고는 대학 때문에 바빴던 걸까, 수능 전에 편지 받은 기억도 없지만 끝난 뒤 얘와의 관계는 전혀 기억에 없다.

 

그렇게 갑자기 나를 솔직하게 좋아하기로-_- 한 기간 중에 쓴 편지였다. 거기에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네가 유리인형같다, 네가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인 걸까? 아니었어도 그랬을 것 같다 뭐 그런 얘기가 적혀 있었다.

 

내가 유리인형같다는 얘기를 들었었다니... 웃기다. 엄마가 돌아가신 건 1년 전인데 그럼 1년이나 나를 유리인형으로 생각했던 거늬... 그 때 얘 마음을 무심히 지나쳤던 건 내가 사랑받는 데에 너무 익숙해서였을까 아니면 내 불행에 붙들려서 나밖에 생각을 못해서였을까? 편지에 관계가 역전이 된 것 같다는 말이 있는데, 확실히 나는 무심했던 걔를 좋아했고 나를 좋아한다고 전격 고백한 뒤에는 관심이 식었던 것 같다. 아, 너도. 너와의 관계도 특별한 게 아니었구나 하고. 사랑받는 데에 익숙한 미친 여고생이었음 여담이지만 지금 예비남편도 무심한 것에 반했다. 그러고서는 끊임없이 관심을 표명할 것을 지치지도 않고 매일 요구함... 이젠 미친 여고생도 아닌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가끔 회상하고는 하는데 대체로 예쁜 애들... 그래서 카테고리 제목도 미녀 시리즈라고 지었었는데... 어떻게 얘를 별로 회상하지 않고 살아왔는지 신기하네. 스티커 사진집 어쨌더라... 찾아봐야지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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