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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15
    파꾸스, 팔레스타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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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06/11
    서안지구 통과해서 티베리아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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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7/03/13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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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6/10/04
    이스라엘의 점령 반세기에 다다른,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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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꾸스, 팔레스타인 소년

나는 아직도 아랍어를 못 한다.

어찌된 일인지 한참 열심히 하다가, 오기 전엔 완전 손놓고 있었다. 매일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X일이면 배운 거 다 복습하고 갈 수 있어' 하고 매일 하루씩 줄어드는 디데이를 세며-_- 그 안에 이케이케 하면 다 할 수 있다고 계산하다 영원히 안 했다. 그래서 다시 아랍어 더듬더듬 몇 마디 건네고, 상대가 너 아랍어 할 수 있어? 하고 물으면 아니...; 라고 대답하는 발전 1도 없는 상태로 팔레스타인에 다시 온 것이다. 넘 아쉬웡...

 

팔레스타인에 몇 번 왔지만 이스라엘 쪽에는 이동을 위해서, 혹은 특정한 약속이 있어서가 아니면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 이스라엘, 즉 48년 팔레스타인(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전후한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이란 국가가 들어선 땅) 쪽 얘기는 다음에 자세히 적겠지만, 거기 있다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들어오니 역시 공기부터 다르다 ㅎ 국경을 넘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

 

오랫동안 그리던 친구를 만나 친구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시골길에 친구가 차를 세우고 '파꾸스'를 사주겠댄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로변에 점점이 과일 행상들이 많았는데, 그 중 소년 몇 명의 행상 앞에 섰다. 아랍어로 친구가 뭐라고 얘기하는데 '남한에서 왔다'고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 들렸다 -ㅅ- 아마 남한에서 온 내 친구한테 파꾸스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내용이었을 거다. '남한'이라는 단어가 들린 순간 소년이 "아흘란 와 싸흘란(반갑다, 환영한다)" 해줬다. 후다닥 행상으로 돌아간  소년이 파꾸스란 걸 잔뜩 가져왔다. 가지고 있던 생수로 친구가 파꾸스를 씻더니 바로 먹어보란다. 딱 봐도 오인데 씹어보니 오이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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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먹나 눈을 반짝거리며+_+ 쳐다보던 소년한테 아~ 이거 한국에도 있다니까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다. 황급하게 한국 오이보다 맛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살짝 단 맛이 나고 연해서 오이보단 맛있는데 여튼 오이였다; 그리고 둘이 뭔 대화를 짧게 나누더니 인사하고 소년이 사라지고 차가 출발했다. 읭? 너 돈 안 냈는데? 하니까 한국에서 왔으니까 선물로 준 거라고 한다. 아놔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갑자기 주책맞게 눈물이 막 났다. 타고 이동하는 내내 주책맞게 눈물이 나서 몰래 우느라 혼났네 아니 나는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어버버 거리는데 차는 이미 저만치 가버렸고.. 아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야핑????!!!!!!!!" 존나 반겨주고 ㅋㅋ 넘 좋다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밥먹고 똥싸고 돈 쓰는 것도 죄책감 느끼고 불편했는데 완전 팔레스타인 너무 좋쟈나.. 물론 길거리 성추행 좀 당하다 보면 아오 썅!!! 지랄 발광을 떨겠지(나)만 아직 나중 일이길 (기원합니다) 어디 짱박혀서 아랍어 수업 받고 싶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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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지구 통과해서 티베리아스 가는 길

예루살렘에서 티베리아스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통과하는 루트(961번)를 찾았다. 예루살렘에서 서안지구 최대 불법 유대인 정착촌인 '말레 아두밈'을 지나, 오슬로 협정상 C지구로 분류돼 이스라엘 군정의 통치를 받는 요르단 계곡을 지나는 루트였다. 이전에 티베리아스에 가본 적이 없기도 하지만, 그냥 이렇게 평범한 버스가 서안지구를 통과할 거란 생각은 못 해봐서 엄청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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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 맞닿은 유대인 정착촌 '말레 아두밈'까지 아마도 불법 정착민들만 사용할 수 있는 유대인 전용 도로를 타고 가는 것 같다. 열심히 사진 찍었는데,  사실 사진 봐선 알 수 있는 게 잘 없고.. 솔직히 아직도 차 타고 다니면서 이게 유대인이 불법 정착촌 짓고 사는 건지, 팔레스타인 마을인 건지 모를 때가 많다. 이럴 때 도움되는 게 UN OCHA에서 만든 서안지구 검문소, 불법 유대인 정착촌, 유대인 정착민 전용도로 등이 표기된 지도인데, 놀랍게도; 2014년 내가 방문했을 때 이후로 업데이트는 안 됐다. 암튼 이번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거라 기대하고 싶은데 파일이 15메가나 돼서 열 때마다 로딩 시간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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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신은 저런 산이랄지 언덕이랄지 이런 걸 다 막무가내로 절단하고 그 사이로 유대인 전용 도로를 냈길래 찍은 건데.. 이건 개인적으로 넘 싫지만, 꼭 군사점령당국 아니어도 하는 짓거리겠지.. 

 

맨위 지도 아랫부분 출발지가 예루살렘이다. 위로 급격히 꺾어지는 데부터 요르단 계곡이랄 수 있다. 요르단 계곡은 가서 활동(이랄 것도 없는 뭔가지만 여튼)을 한 적이 있어서 익숙하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버스가 달린 대부분의 구간은, 무작정 세르비스(팔레스타인 미니버스)에서 내려 막막할 때 만난 친구 파디랑 처음 만나서, 또 나중에 같이 제리코 가며 달려본 데라 익숙했다. 그런데 아무리 이스라엘 군사점령당하고 있다지만 휴게소도 있는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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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안은 놓치고 표지판만 찍었다. 이스라엘 버스를 타고 서안지구를 통과하는 기분도 이상했는데 휴게소라니... 내리지도 않았지만 기분 나빴다. 글쎄.. 중간에 군사기지도 들러서 휴가 나가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태우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 군인들은 두말할 것 없이 장총 들고 버스에 올라탔고. 이스라엘 거리 아무데서나 마주치는 이 군인들 때문만이 아니라, 몇 번을 다녔어도 몰랐던 점령의 새로운 면을 또 보는 게, 항상 새롭다 정말.. 새롭게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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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네들 다니는 길은 아무 문제 없이 아주 편하게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거다. 일반 외국인 여행자로서도 서안지구에서 교통 때문에 발이 묶여 동동 댄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서안지구 주민들은 말도 안 되게 못 다니게 통제하면서 자기네는 편하게 다니는 게, 원래 군사점령이란 게 그런 거라곤 해도, 미친 것 같다. 일반 여행자라도 예루살렘이나 제닌을 통해 서안지구 들어가고 나갈 때 귀찮게 검문하고, 짐 뒤지는데, 자기네가 통과하는 길은 아무 문제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안지구 지역 어딘가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구글 지도 검색하면 안 나오는데, 서안지구 내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으로 검색하면 버스가 제대로 나오곤 한다. 쿠프리 깟둠 같은 마을은, 주요 도로로 통하는 길이 10년 가까이 폐쇄돼서, 열어달라고 매주 집회를 하는데, 그리고 2014년에 집회 참여했을 때도 무슨 이번에 평화(!) 집회 하면 열어준다고 이스라엘 측이 협상 제시해서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집회도 했었는데 아직도 막혀 있다. 10분 거리를 40분씩 돌아가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왜 감수해야 하는 걸까? 군사점령이라고 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폭력에 더해, 이렇게 별로 알려지지도 못하는 촘촘한 고통들의 총합은 얼마나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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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 같은 루트를 따라갔지만 도착한 갈릴리해는 정말 아름다웠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 정리되면 나중에 꼭 올려야지 구글이 모르는 길로 막 올라가서 ㅋㅋㅋ 본 갈릴리해 정말 멋있었다. 종교가 없어도 아 청년예수가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생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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