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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13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
    뎡야핑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

팔연대에서 격주로 한국일보에 글을 쓰게 됐다. 둘이 번갈아쓰기로 해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몇 번 쓰게 될 것 같다. 첫번째 원고라 분량을 좀 넘겼고, 기자분이 문장 수정을 많이 보셨는데 내가 쓴 것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다. 수정된 한국일보 버전은: ‘저항의 돌’ 던지는 팔레스타인 어린이…한해 700여명 수감


 

“아빠, 나 때리지 말라고 해줘, 나 중간고사 봐야 돼요. 나 잡혀 가지 않게 해줘-”

한밤중에 들이닥친 이스라엘 군인들은 돌을 던진 혐의로 팔레스타인 소년 무한나드(13세)를 연행했다. 군인들이 공포에 휩싸인 아이의 등 뒤로 수갑을 채우고 눈에 덮개를 씌워 군용 지프에 실어갔지만 부모는 속수무책이었다.

중동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 탱크에 맞서 맨몸으로 돌을 던지는 소년의 사진을 한 번쯤 봤음직하다. 2000년도에 시작된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의 상징이 된 이 소년은 사진이 찍힌 열흘 뒤 다시 돌을 던지다 이스라엘군에 살해당했다. 같은 해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가둔 팔레스타인 소년·소녀는 1만 2천명을 훌쩍 넘는다. 그 중 압도적인 다수의 죄명은 돌을 던졌단 것이다. 2015년 이스라엘은 형법을 개정해 투석행위를 최대 20년 징역이 가능한 중범죄로 만들었다. 실제로 한 소년은 3년 3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돌을 던지는 걸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령 통치 속에서 일상적으로 극심한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오래고 강력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확장일로를 걷는 불법 유대인 정착촌, 그 정착민들이 저지르는 방화·발포 등 범죄행위, 정착촌 확대를 위해 집과 상하수도 및 기타 시설물에 무단으로 가해지는 철거, 국제사법재판소의 불법 판정에도 건설을 멈추지 않는 서안지구를 둘러싼 분리장벽, 사망자만 2200명이 넘는 2014년 공습을 포함한 주기적 가자지구 침공, 10년간 계속된 가자지구 육·해·공 봉쇄, 국제법상 불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에 근거한 토지 몰수 및 불법 영토 병합 등등. 그래서 점령지에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는, 설사 어린이더라도, 점령국에 돌을 던질 이유가 있다.

국제아동보호 단체인 ‘DCI 팔레스타인 지부’와 법률가 단체 ‘군사법원감시’가 기록한 많은 사례들이 다음을 증언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주로 자정을 지난 새벽에 들이닥쳐 아이들을 체포한다. 체포를 막으려드는 부모들은 이스라엘 군인에게 두들겨 맞기 일쑤고, 이를 본 아이들은 체포당하는 공포에 더해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경험한다. 하교 길에 연행당할 경우엔 부모에게 바로 알려지지도 않는다. 지프에 실려 이스라엘군의 구치소로 향하는 동안에는 소총 개머리판이나 손발에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맞고 모욕당한다. 구타는 심문 과정에서도 계속된다. 많은 경우 부모와 변호사의 동석 없이도 심문당하며, 이해할 수도 없는 히브리어로 쓰인 자백서에 사인할 것을 종용받는다. 심문관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아동을 독방에 감금하거나 자백하면 바로 풀어주겠다는 사탕 발린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불법적으로 받아낸 자백서는 이스라엘 군사법원에서 유죄판결의 증거로 쓰이고, 기소된 범죄는 99%가 유죄판결을 받는다. 그런데 군사법원? 왜 어린이와 청소년이 군사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까? 바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군사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해 군정을 실시했다. 그 뒤 군정 산하에 민정 기구가 설치되고 일부 지역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들어섰으나 여전히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군법을 적용받고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다. 12세 이상이라면 어린이와 청소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성년자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다른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이스라엘 미성년자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 일도 없다.

선고를 받은 아동의 절반 이상은 이스라엘 내 감옥으로 이감되는데, 이는 유죄판결을 받은 피점령국 주민은 피점령국 내에서 복역해야 한다고 규정한 제네바 협약 76조에 위배된다. 이감 후엔 부모조차 면회가 어렵다. 점령당국이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이스라엘 방문 허가증을 잘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체포·구금을 최후의 수단으로, 최단기간에 제한하지 않는 것 자체가 UN 아동권리협약 37조 위반이다. 이스라엘은 이 두 조약 모두 가입한 당사국이다. 유니세프는 2013년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 아동 수감자에 대한 학대가 전 과정에 걸쳐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자행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나마 군사법정은 사법 제도의 테두리 안에라도 있지만, 그 바깥에 ‘행정구금’이란 게 있다. 이스라엘군정령(令)은 군 사령관에게 기소·재판 없이 팔레스타인인을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행정구금은 6개월마다 갱신되어야 하지만, 갱신 횟수에 제한이 없어 무기한 연장되곤 한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첼렘은 작년 8월 기준으로 10명의 청소년을 포함한 64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행정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돌을 들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참고 자료


기사가 네이버 세계 뉴스 메인 화면에 잠시 걸려서 댓글이 엄청 많았다. 그 중에 중국인...이냐는 내용도 엄청 많아서 웃겼다 ㅎ 중국인권이나 혹은 티벳 문제나 해결하라는 댓글들도 있던데 한국에 티벳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다니 고무적인 건가.. 여튼 중국인이 남의 나라 정치적/인권 문제를 얘기하는 게 모순적이라는 지적은 일부 수긍이 간다. 지금 여기 내가 살아가는 곳의 얘기를 도외시하고 다른 사회만 얘기하는 건 마치 여기엔 문제 없다는 합리화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의 문제로 소급되는 건 아니다. 운동은 자기비판이 필수적인데 그건 다른 운동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해야만 하고 할 수밖에 없고.. 지금 여기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운동은 지금 여기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이런 얘기는 뭐 됐고 나중에 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얼마전 사직동에 티벳 난민 후원하는 까페에 가서 밥먹고 왔다. 한국식/인도식/일본식과 다른 달 컬리 맛있었다. 티벳에 관심 있는 분들 거기 까페 가보시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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