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더로즈 4권

아침에 새삼 또 감탄.

너무 무섭다.

 

견딜 수 없는 폭력을 계속 당해야만 하는 그 미세하게 뒤얽힌 모순들. 정상적인 건강함을 믿는 사람의 마음 혹은 경험의 일그러짐.

 

무엇보다 4권 초반부터, 레이첼 선생님만이 검다. 주변 세계는 정상인데 선생님만 토하고 검다. 그러다가 하녀 손의 화상을 보고 퍼뜩 정신이 들었을 때의 그 정상적인 당당함은 더한 고통과 절망을 위한 계단 한 개였다, 의도되었던. 그 절망은 계속 되지만 아름다운 일도 행복한 일도 귀여운 일도 계속 생기니까 절망에도 익숙해진다. 그건 자신이 제일 당혹스러울 거야.

 

선생님을 어떡해ㅠㅠㅠ

 

3권을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4권을 보면서 확실히 윌리엄은 엄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은 듯. 로랜드 일가에 빨간 실처럼 무섭게 조금씩 휘감는 모순... 형은 말이다 이미 1권에서 개새끼다. 근데 한 사람은 개새끼기만 한 게 아니다. 그 뒤로는 줄곧 그의 지극히 정상적이고 인간적인 모습만 나오고 있다. 유연하게 아름다운 모습만.

 

해결된 줄 알았던 그레이스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외전에서 더 격한 궁금증을 부르고.. 형이 의심하듯 그것은 자살이 아닌 것인가?(물론 네타 덕에 알고는 있다만;)

 

몇 세기인 건지 암튼 19세기일려나 그 때 귀족 집안의 진짜 리얼하고 무섭고 완전 타당성있는(?) 이야기를 집중력 있게 그리고 있다. 완전 암울하고 놀랍다. 뭐 하나 군더더기가 없고 뭐하나 쉽게 읽고 넘어갈 수가 없다.

 

라이너스가 2권에서 맞닥드린 진실이 충격적이었는데 작가는 계속 껍질을 깐다. 까고 깐다, 나의 모순도 지적받는 것 같아서 무섭다. 그게 아니어도, 폭력의 희생자의 심상... 그런 걸 검게 표현하는 것을 많이 보아 왔지만 이렇게까지... 불안하다. 이 암울한 분위기는 우울하다기보다는 심해의 불안함?

 

무섭다.......

작년에 건진 최고의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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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도 될까?

  • 등록일
    2007/02/08 00:50
  • 수정일
    2007/02/08 00:50
  • 분류
    마우스일기
레이님의 [2007_02_06_심란할..그녀의 삶. 생활. 인생.] 에 관련된 글.

아.. 읽고 생각난 게
옛날에 밤에 신호등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옆에 술마신 남녀 중 남자가 여자를 때릴 것처럼 손을 자꾸 치켜드는 거에요.

그래서 내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어요. 저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 남자를 발로 차 버리고 존나 텨야지. 각오하고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는데 결국 때리지는 않았어요. 둘이 페이드 아웃..

취해서 잘 안 들리는데 부부같기도 하고 연애하는 사이만은 맞는 것 같은데.
거기선 생각 못 했지만 티비에서 보면 지나가다 만약 내가 때리면 여자분이 왜 때리냐고 날 때린다던가<

그 상황에서는 남자가 취했으니까 싸우면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존나 때릴라 그랬는데 술 많이 안 취한 남자가 그런다면 ㅠㅠㅠㅠ

근데 어ㅤㅉㅒㅆ든 내가 때려도 되나? 안 되려나? 모르겠다 암튼 그 상황에선 때린다

예전에 원룸에 살 때 한 층에 집이 네 갠데 어느 집에선가 여자가 죽여라 죽여라 소리지르는 거 듣고  복도를 서성이다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신고했다가 아무 일도 아니면 어쩌지라거나 우왕좌왕하다가 위에 사는 식구들한테 가서 말하고 내려오니까 잠잠해져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신고라든가 기타 개입은 어떻게 해도 되는 걸까? 했다가 아무일 아니어도 안 했다가 일인 것보다는 나으니까. 어쩌면 맞는 사람은 간절히 누군가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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