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들

괜히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어쩌다 많이 읽어 버리고 다운받은 후 오래도록 방치하다가 갑자기 봤다고요. 며칠 전인데. 뭐라고 쓸까 며칠 간을 하루 약 10초씩 고민... 뾰족한 마음이 떠오르지 않아서

 

항상 주인공한테 감정이입하거나 실패하거나 이도저도 아니거나 뭐 그런 식으로 영화를 봤는데 이전에 베르톨루치의 영화 한 개도 못 봤건만 이거저거 읽어서인지 감독한테 감정이입해서 봤다ㅡ_ㅡ

 

돌뗑이를 던지는 걸로 혁명하자는 마지막보다 쌍둥이끼리 사랑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 이 영화가 무서운 아이들에 오마쥬랬는지 페스티쉰지 그냥 패러딘지 암튼 나 기억력 왜 이래? 암튼 그거 갖다 썼다고 해서 무서운 아이들 보고 있는데 영자막이라서 참말.. 어휴-_-

 

무서운 아이들 처음에 눈싸움하는 거 나오는데 그거 거의 <시인의 피>에 3부랑 같다. 글구 남매 사이가 거의 몽상가들이랑 비슷하더이다. 그런데 무서운에서는 아빠는 없고 엄마는 죽는다. 거기까지 봤다. 크윽

 

근데 그런 얘기는 무서운 아이들 다 보고 해도 되고 이 영화에서 나는 쌍둥이 여자 캐릭이 좀 마음에 안 들었다. 과장된 동작이 희극적이었다. 웃기게 연극하는 것 같더라는. 그런데도 그 와중에도 왜 저렇게 우아해 보이나 생각이 들었는데 방금 쓴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에서 퍼온 글의 블로그에서 그 이유를 알아채고 말았다. 이 여성분은 내가 좋아하는 "말론 브란도"랑 눈이 닮았어!!!

 

커헉 진짜 닮았다. 눈빛 공격! 맨밑에 발가벗은 미국청년 매튜가 나난 참으로 마음에 안 들..쿨럭

그런데 둘이 정말 눈매가 닮았구나! 말론 옵빠까지 셋이!!! 눈이 닮았다 멋있다;ㅁ;

 

 

그래서 어깨를 심하게 흔들며 사뿐사뿐 걷는 그 웃긴 모습이 우아해 보인 거더라는... 나른한 눈빛조차 카리스마+_+!!!

 

복제..보다는 자기동일시라고나 할까 존재는 일자래나 뭐래나.. 푸흡 뻥이고 영화에서 가져다 쓴 장면들 맨 처음에 나온 네 멋대로 해라밖에 모르는데도 왠지 나도 씨네필(영화광-ㅅ-)이 된 것처럼 두근두근 거렸다.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를 끼워 보여주면서 배우들이 그거 따라하며 맞추기 놀이하는 거, 그게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너무 좋고

 

그 좋아하는 영화들에의 끼워넣기식과 전체적 오마쥬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근데 그보다 좋아하는 영화들과 같고 같고 쌍둥이도 같고 사랑하는 것은 내가 닮은 대상뿐이고 결국 나만 사랑한다는 극도의 나르시시즘이 감독이 도달한 결론이 아닐까라는 말은 지금 지어낸 것뿐이지만 그럴싸하다는...

 

나르시즘인지 뭔지 늙어서도 젊은이랑 나를 동일시할 수 있는 마음가짐 아주 좋다. 영화에서 삼면 거울이 나오지만 사실 거울은 두 개였고 다시 하나였고 결국 거울같은 건 없이 나는 안과 밖도 없고 뭐 그런 야시꾸리한 생각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추가 : 이자벨이 매튜랑 벌칙으로 잘 때 처음이었던지라 피를 흘리고 매튜랑 감동의 포옹을 하는데 마치 첫경험을 알에서 깨고 나온, 테오와의 관계에서 독립하는 뭐 그런 식으로 묘사했지만 결국 이자벨은 테오를 사랑한다며 울부짖고 함께 시위 현장에 뛰어들고 테오에게 예속된다(물론 테오 역시 이자벨에게). 그래서 그런 식의 커밍아웃은 오통 실패였다는 의미가 아닐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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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메드왕자의 모험Die Abenteuer des Prinzen Achmed

'프린스 & 프린세스'가 국내개봉을 하였을 때, 많은 분들이 실루엣 애니메이션이 미셸 오슬로에 의하여 최초로 시도된 새로운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오해하였지만, 사실 실루엣 애니메이션은 이미 '프린스 & 프린세스'로부터 80년전인 1919년 독일여인 롯데 라이니거에 의하여 시도되었었습니다. 롯데의 남편이자 예술사학자인 칼 코흐는 촬영을 맡으며 영화제작을 도왔으며 (유리 놀스테인부부나 알렉시예프부부처럼) 배경과 특수효과를 맡았던 두명의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세계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인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이 3년간의 결실끝에 1926년 베를린에서 탄생하였습니다. (남편은 최초의 실루엣 애니메이션인 1919년작 '사랑스런마음의 장식'으로 롯데와 함께 작업을 하게되었으며 1921년 결혼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일 뿐만 아니라 디즈니에 의하여 최초로 시도되었다고 알려진 멀티플레인 방식의 촬영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롯데 라이니거는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그리고 최초로 애니메이션에서 멀티플레인방식의 촬영을 사용한 감독도 되는 것이죠.

출처 :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 vs 프린스 & 프린세스

 

아크메드 녀석.. 후훗 죠았겠다 선녀랑 뽀뽀도 하고>_<

무성 영화로 중간중간 독일어 글자가 보였으나 몰라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독일어 읽을 수만 있는 솜씨로 뜻은 몰라도 다 읽으며 봤다고라.

 

위에 써있듯 이토록 훌륭한 세계최초장편애니메이션을 보고 말았다. 만화를 볼 때 앤티크한 거나 그.. 아방가르드도 아니고.. 그 뭐지 숭당이 좋아하는 거 있는데 미술사조같은 거

암튼 그런 정교하고 미세한 걸 그리는 그림을 보면 나는 정말 경악하고 마는데 실루엣 애니면

정교하게 그려서 다 오린 건가? 엄청 놀라면서 봤다. 오오 섬세해...

 

배경은 그림자가 아니던데 도대체 그런 건 무슨 원리인지 전혀 모르겠고. 내용은 여러 개가 짬뽕된 건데 으윽 그 말타고 하늘에 올라가는 신화가 어느 나라 꺼더라.. 모르겠지만 그거랑 선녀이야기랑 알라딘 얘기랑 그 사원에서 여인들한테 붙들린 거랑 중국 왕한테 잡힌 거 등등 대충 다 어디서 본 이야기를 잘 섞어놨다(자세한 줄거리는 저기 출처 포스트에..)

 

이제 딴얘기로 남편이랑 공동작업하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예전에 숭당과 소설도 같이 써보고

세미나도 같이 해보고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다 싫더라는. 마음이 참 안 맞아 우리.

맞아 정말 우리 마음 참 안 맞어 ㅋㅋ ㅡ_ㅡ

 

1시간 가량의 경악의 시간이었다. 난 정말 섬세한 것이 좋아 미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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