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선배

  • 등록일
    2004/10/02 13:16
  • 수정일
    2004/10/02 13:16
  • 분류
    우울한일기

* 이 글은 이러나님의 [정말 싫은 말]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아는 사람이 있다. 제대군인이다.

1학년 때 얘기할 때는 아주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일체의 구속을 거부하는.

군대 간 동안은 휴가 때 얼굴만 아주 가끔 보고 얘기는 한 번도 못 나눴는데

제대 후 함께 한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변하지 않는 한 나는 보수적으로 내 이익만을 위해

살겠다"라며 "군대 다녀오지 않은 너희는 모른다"며 "북한과 대치상태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며 "나도 한때는 진보적이었지만 그건 누구나 한번쯤 겪는 철없는 시절"이라며...

 

도저히 대화가 되질 않았다. 함께 있던 장교 근무 중인 선배는 너 왜이렇게 변했냐고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더라. 군대가서 변한 게 절대 아니라고 하더라.

 

그 선배는 나더러 "너처럼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사람이

모두 공존을 위해 손해보지 않는 한 내가 손해볼 수 없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함께 살기 위해서 뭔가(?) 변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은 군사적 현실-_-에서 볼 때

꿈같은 소리이고 모든 사람이 그에 동조하고 양보하지 않는 한 자신은 그럴 수 없고

사실상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다는... 아 또 열받아ㅠ_ㅜ

 

그날 나는 폭주하고 말았다. 그러나 폭주할 때 그 선배는 없었다=ㅅ=  애꿎은 누군가만 고생;;

그날은 심하게 언쟁을 했지만 그 뒤로 나의 비겁함은 극을 달려 그냥 안 마주치고 살기로 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아는 것이 한 개도 없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사람의 애인인

동기도 피하게 되었다=ㅅ=;;; 내가 이런 인간이지 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성매매

  • 등록일
    2004/10/02 12:31
  • 수정일
    2004/10/02 12:31
  • 분류
    다른 운동

* 이 글은 헤헤님의 [[펌] 성매매운동의 새로운 모색을 위하여]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원래 가진 생각은 "성매매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자"에 가까운데

마르크스가 말했다는 지식노동자, 육체노동자, 성노동자(어쩌면 육체노동자 범주에 넣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일반 노동자랑 뭐 다를 거 없이...

 

성매매나 포르노에 대해 말할 때 인신매매나 강제구금 등 원치 않는 상황에 강제로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어 착취당하는 매춘여성들의 반인권적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고,

그 외에 직업성을 인정할 것인가, 포주없이 내지 공창제가 도입되어 자유 의지에 따른(?) 매춘이

가능하다 해도 성매매는 여전히 근절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는 것 같다.

 

노동자로 인식되면 좋지만... 일단 내가 간과하고 있던 것은 이 글에서 지적하는 바

남성들은 섹스를 살 때, 남성이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상, 다시 말해 종속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성 역할도 함께 산다는 것과

매매춘이나 포르노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차별주의적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 한다는 것,

성차별적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질적으로 높은 삶의 수준을 성취할 기회나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또한 그들이 주로 성적 대상으로 이미지화되고 역할 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용한 것이 진분홍)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그 다음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한 거다.

빨리 답답한 생각을 버리고 자유롭게 포르노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이란 강력한 소망을 남기며...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여성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포르노를

즐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여자인 나는 의식적으로 남성용 포르노를 여성용으로

재해석해서 수용할 수 있지만, 그리고 무수히 만들어지는 여성용 포르노라 곡해되는 것들에서도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지만, 기존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차별주의적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

지금 마음으로는 섹스워커운동에 소소하나마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그거 말고 도통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요새 이룸에서 이메일도 안 오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