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문제

  • 등록일
    2007/08/05 10:01
  • 수정일
    2007/08/05 10:01
  • 분류
    마우스일기
예전에 <팻걸>을 보고 잘 이해 안 돼서 감상문을 찾아서 읽으면서 이 영화가 강간을 합리화했다고 개분노하는 글을 읽었다. 다른 글을 보니 글쓴이는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분노가 굉장히 불쾌했는데, 뭐 내 생각엔 그 사람의 해석이 틀렸다. 이 영화에서 강간은 일반적으로 부여되는 의미와 층위가 다르다. 그래서, 난 그게 궁금해서 찾아본 건데, 다짜고짜 강간으로 여자가 된다고?? 말이 돼??? 라며 아아 강간이 아니고 화간이라는 거지?? 막 이랬다.

뭔가 이렇게 강간이란 소재를 쓰려면 반드시 강간이 갖고 있는 사회적/언어적 의미를 고대로 갖다 써야 하는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은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영화적 맥락보다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을 듯... 뭐 그런 경우에는 영화가 잘못 만들어졌거나, 보는 사람이 생각이 부족하거나, 영화적 비유체계를 잘 아는가 여부가 관건이거나...

또 논란이 됐던 영화가 <아빠>라고, 성행위 없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정확히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정황상..??? 까먹음;;;)로 인해 자해를 거듭하는 장애여성인 딸을 위해 아빠가 성행위를 해줄 남자를 찾아다니다가 결국울면서(맞나?) 딸과 성행위를 하는... 이것도 성폭력이라고 많이 해석했다. 나는 이것이 현실의 뉴스다.라면 아빠의 의도에 관계없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에서는 폭발적인 장치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돼다가 터져버렸다.

심지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도(이 영화가 그렇진 않다) 영화적 장치로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그다음은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그다음을 얘기하고 싶은데, 이걸 폭력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다음 얘기가 안 된다. 나는 굉장히 새로워서 내 느낌도 잘 알 수 없었는데. 또 보고 싶다.

반면에 <핑크 팰리스>는... 그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어떤 영화든지 무조건 감상문을 적었는데. 최소한 엉망이라고 쓸지라도 무조건 적었는데 이 영화만 안 적었다. 나는 이 영화는 등장인물과 여자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지 않다고 읽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었다. -ㅁ-

중증장애남성, 역시 성행위 경험이 없는 사람을 카메라가 사창가로 몰아간다는 점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나는 그게 아니더라도... 카메라의 시선 자체가 폭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정확히 쓰기에는 모든 것을 까먹었다. 나는 너무 화가나고 불쾌해서 의도적으로 영화를 잊었다. 다시 보고 비판하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음

이렇게 해석이 완전히 갈릴 때. 난감하다. 또 폭력에 대한 생각도 다들 달라서... 나는 때리고 부수는 게 직접적으로 나왔다고 그게 다 폭력이란 생각이 안 든다. 그보다 오히려, 적지 않았었지만, <화려한 휴가>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소설 <한 뙈기의 땅>같은 게 정말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광주나 팔레스타인이어야만 하는 특수성은 없고 세계 어디에 갖다 놔도 상관없는 일반적인 것들만 있을 때. 그게 잘못된 것은 거기에 광주나 팔레스타인은 없다. 그냥 가벼운 소재일 뿐이다. 사람들이 많이 죽고 두들겨맞고 억압받는 전형적인 상황과 휴머니즘 짬뽕이라는 그릇에다 광주나 팔레스타인일 수 있는 국지적인 소재만 배치했다. 그건 광주나 팔레스타인이 아니어도 되고, 광주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무 생각도 읽을 수 없다. 그래놓고 마치 이것이 광주나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인 냥 하는 것은 폭력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역시 별로 안 통하더라. 뭐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그런 건가??



그런데 이런 해석을 나의 해석이 옳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나는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ㅇ<-<
당연히 그렇다고 항상 옳다고 끝난 게 아니고. 아주 대표적인 오독으로 생각나는 게, 도리스 레싱의 무슨 아이... 제목 까먹음-_- 그런 소설이 있다. 나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는데, 이게 중산층의 붕괴... 뭐 이런 거라고 듣고 너무 놀랐었다. 나는 그반대로 읽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도 해석도 자세히 생각은 안 나지만 나의 오류에 관한 최초의 인식이었고... 오류를 지적하는 인간에게 엄청나게 반발했심. 그 인간은 역시 순이...;;

내가 오독이라고 어떻게 확실히 말할 수 있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왜 너만 옳고 나만 오독이냐?? 그때 내가 생각해 낸 게 내가 모르는 소설이나 영화의 비유체계가 있다고. 일상생활에도 있고. 그래서 습득했다. 아직도 부족하다만.

그럼 뭐 다른 사람이 반대되는 해석할 때, 당신은 그 비유체계를 모르는 거지롱~~~ 이렇게 말할 수 있나.. 아무리 섬세하게 말한대도. 이미 내가 그러고 있는 거 아닌가.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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