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5

  • 등록일
    2008/02/28 03:35
  • 수정일
    2008/02/28 03:35
  • 분류
    마우스일기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다다가 전화를 받으면 헤이,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외쳐야지 ㅋㅋ 생각했는데 여보세요. 뎡야핑? 야 우리 아빠 돌아가신대 끊을게 울먹이며 전화가 끊겼다. 슬퍼서 울다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팔연대 사람들에게 연락해달라고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다. 조금 울고 누리한테 전화했더니 안 받아서 문자로 돌렸다. 누구한테까지 보내야 할까를 고민하다 그사람의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갈 것인가를 고려해서 몇 명한테만 보냈다.

힘들어하는 다다한테 빨리 가봐야지 생각했지만 절망하고 있을 모습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가고 싶지 않았다. 빈둥대다 순이에게 같이 가겠냐고 했더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너나 나에게 다른 사람이 절망하는 걸 보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순이는 안 왔다.

아빠한테 부조하게 3만원만... 돈을 받아 서울에 가는 동안 이것저것 생각했다. 절대 울지 말아야지. 봉투에는 뎡야핑이라고 써야돼 실명 써야돼. 크리스마슨데 순이하고 만나야 돼 말아야 돼. 가서 얼마나 있어야 하지. 다다한텐 뭐라고 말해야 하지. 다다 엄마 처음 보겠구나. 동생도.

서울대학교 병원 오지게 크네. 장례식장 구역이 기억 안 났지만 대충 가니까 찾을 수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은정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아니 뎡야핑 왔구나 하고 붉어진 눈으로 다다가 말했다. 나는 너무너무 놀라서 손을 뻗는 다다와 그냥 마주안았다. 한번도 은정이라고 부른 적이 없는데. 심지어는 니 성이 뭐냐.하고 물은 일도 있었는데.

다다를 보면 펑펑 울까봐 걱정했는데 당황스러워서 눈물도 안 나고 뻣뻣하게 굳어 망설임없이 실명을 써서 부조하고 다다가 시키는대로 절했다. 어? 눈물이 안 나.

다다는 동생에게 얘는 뎡야핑이야 나보다 어리지만 내가 이뻐해서 친구 먹었어라고 내 어깨를 끌어안고 자세히 날 소개했지만 동생은 무관심해 보였다. 그동안 나는 다다 동생 훈남이야... 우와... 이러고 있었다.

먼저 밥먹는 데에 들어가 있으라고 너 디디 아냐? 너가 아는 애도 있을 거야 하고 다다가 나를 대충 떠밀고 사라졌다. 다다 친구들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는데 모두에게 인사도 하기 전에 갑자기 눈물이 나서 울었다. 아 뭐야 챙피해 닥쳐 진정하려는데도 눈물이 막 났다 뭐야 이거 너무 슬퍼 계속 울다가 날라져온 밥을 먹는데 먹는 동안도 계속 눈물이 나와서 먹다가 울다가. (아마도 홍드릭스일) 누군가가 휴지를 줬다. 저쪽에서 내가 아는 애일 다다의 옛날 애인이 니가 왜 우냐 너 왜 울어 하고 소리지르는 것도 들렸다. 와 쟤 진짜 오랜만이잖아 디게 궁금했는데 고개를 들고 얘기하고 싶은데 눈물이 계속 나서 혼자 계속 밥먹으면서 울었다. 들어온 다다가 너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야? 하고 물어서 아니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왜 우는 거야? 언제나 집요한 다다... 다다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우는 거야. 다다는 아냐 그렇지만은 않아 이것저것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어. 나를 관찰하기도 하고... 라고 말해서 이 때엔 엄마의 장례식이 떠올랐다. 나도 조금 그랬거든.

테이블에 앉은 다다의 친구들은 진보불로거 디디, 디디 애인 홍드릭스, 메이님이었고 저쪽에 다다의 전애인과 아직 안 온 다다 친구분의 전애인이 앉아 있었다. 전애인 패밀리...;

대충 울음이 멈춰서 다시 인사했다. 메이님과 디디 얘기는 다다에게 많이 들었었다. 메이님께서 다다가 당신을 소울 메이트라고 부른다고 하셔서 저는 아니에요. 그랬다가 농담이라고 정정했는데 나중에 다다 돌아왔을 때 그 얘기를 하셨다. 헐

메이님은 먼저 가시고 두 분과 담소를 나눴다. 디디는 진불 파티 때 나 들어오자마자 춤추러 다녀오겠다고 나가는 모습을 살짝 봤었다. 홍드릭스님과 애인 사이로 엄청 다정해 보였다. 놀이 문화라든가 밴드 얘기, 중국에 가니 다다랑 놀러와라, 진심으로 쓰인 무술 교본 등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홍드릭스님은 얼굴이 기억 안 났는데 작년 진불 생일 파티 때 나한테 팬이라고 말했다고 하시는데도 그런 사실이 기억이 안 났다. 나중에 생각났다. 자리에서는 이분 나한테 덧글 한 번도 안 달았는데..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들어온 다다는 홍드릭스님에게 뎡야핑 실제로 보니까 어떠냐고 물었고 홍드릭스님은 엄지를 세웠다. 다다는 뿌듯한 눈빛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다는 알고 있어? 심지어 외국인들한테서도 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다다의 마음을. 외국인들한테 그랬을 때는 정말 시껍했다.

화장실에 가니 얼굴은 붓고 울긋불긋하고... 무서웠다. 그사이 일번 만난 아북님과 눈인사만 했는데 아북님은 없었다. 어디...

헤어질 때 다다가 절망할까봐 오기 싫었어. 했더니 무슨 소리야 아니야 그리고 뭐라고 했는데 기억 안 난다. 꽉 끌어안고 발걸음을 떼는데, 어? 전애인은 한참 배웅해줬으면서 나는 잠깐만 안아주네?

훌륭한 디홍 커플은 이주노동자 영화제 명동에서 오늘 하는데 시간되면 오라고 했다. 시간도 되고 이 커플과 얘기하는 동안 기분이 많이 좋아졌는데, 게다가 순이가 안 만나겠다고 하는데도 안 갔다.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다다의 말로는 나중에 혼자 온 ㄸㄸ도 나처럼 막 울다 갔다고 한다. 귀여운 소리도 하고 갔다. 너무 웃겨서 인권보호(?) 차원에서 생략이다.


다다에게 관심이 많고 다다를 잘 알지만 뭘 생각해 주었던가. 아빠가 자주 아프셨는데, 아프실 때마다 시간이 지나면 퇴원하시고... 완쾌는 아니어도 괜찮으신 것 같아서 심지어 간병하다 나온 다다를 만날 때도 별 생각 없었다. 잠깐, 진심으로 걱정하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미친듯이 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게 아니다. 항상 힘들겠구나. 하고도 금세 잊었다.

다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에 그렇게 울면서 그 전에 다다가 계속 힘들었을 것임은 왜 생각 못했는지. 내가 기분이 단절적이라서, 힘들다 | 재밌다 | 발아프다 이런 식으로 그냥 분기별로 한 가지만 있어서... 계속 힘든 와중이라는 걸 생각 못했다. 이 점은 항상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불쑥불쑥 아빠가 돌아가신 날에도 다다가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거나 나처럼 영혼이 분리되어 객관화를 경험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고... 아빠의 죽음이 단절적인 사건이 아니고 주욱 이어진 것이구나, 내가 전혀 생각도 안 했던 것이구나 깨닫는다. 정확히 못쓰겠지만 계속 힘들었겠구나 내가 몰랐구나 그걸 알겠다.



쓰고 디디님한테 가보니까 친구들이라고 사진 올리셨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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