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XX기방난동사건

휴우... 정말이지, 여균동 감독 영화라서 봤는데, 이럴 수가 싶을 정도로 놀라울 만치 엉망진창이었다.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니까 슬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밖에 못 만들지?? 드라마 시청자 일 인이 스토리 써도 이것보단 나을 것이다. 개연성없는 건 둘째 치고 전혀 웃기질 않으니, 게다가 등장인물들도 전혀 즐거워 보이질 않으니.

영화를 보면서 내내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이 직접 출연해서 영화 내내 기절해 있다 마지막에 깨어나는데.. 당신이 영화 찍는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는 말밖에 더 되는가.

이정재씨 나오는 영화는 절대 안 보는데, 배우의 영화 선택이 나랑 전혀 안 맞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 아주 많다, 최민수, 차승원, 임창정, 차태현 기타 등등 어허 거의 남자배우네? 왜지? 암튼 이런 사람들 나오면 무조건 안 보는데, 감독이... 여균동씨 영화 본 거 하나밖에 없구나 옛날에 본 건 기억이 안 나고. 인권무머뭐 5개의 시선에 단편 <대륙횡단>이 너무 너무 너무 좋았어서 그 기억을 안고 봤는데 전혀 놀라울 만치 뭐 이렇게까지... 저렴하게 찍어서가 아니다, 저렴하게 찍기 위해 양수리 세트장 거의 그대로 다시 쓰고(활용도 전혀 안 되었다) 씨지티 팍팍 나게 찍은 건 중요하지 않다(대나무숲). 대나무숲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 그걸 왜 씨지로... 아니다 이렇게 말하자면 맨처음부터 한도 끝도 없이 지적해야 한다...

김옥빈&이원종의 <무쓸모> 커플 부활을 내심 기대했건만.. 그래서 이정재, 김석훈이라는 마이너스(나한테)가 있어도 개봉 당일날 봤다긔. 오히려 이정재씨 연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자연스러워졌고(혼자만 자연스러운) 김석훈씨는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 열심히 한 거 같은데... 스토리 뿐 아니라 영화 내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빈약해서.

컬트로 해석해 줄 수 없을까 고민고민하며 봤지만 도저히 나로선 안 되겠다. 또 하나의 한국영화가... 이렇게 참혹스런 마음을 만들어주는구나. 영화 중간에 나갈까 했지만 끝까지 안 보고 단정하면 안 된고 추슬르며 간신히 자막까지 다 보았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몇 달을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너무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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