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해

  • 등록일
    2010/03/31 23:50
  • 수정일
    2010/03/31 23:50
  • 분류

밤에 올테니 먼저 자라던 우리 엄마

안 오시네 시든 해 든 지 오래

학교 갈 시간이 다 돼도 안 오시네

쉬는 시간 집에 전화해도 안 받으시네

너무하시네 진짜

 

 

기형도 시 읽다가 해는 시든지 오래가 너무 좋아서 패러디했다 나는 해가 시든 게 아니고 아침해가 뜨는데 엄마가 없으니까 그게 시들어 보이는... 

 

해가 시들었다니 너무 좋잖아... 시를 안 읽은지 오래 되었는데 하필 한창 시 읽을 때는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기형도가 지금은 너무 좋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어렵게 읽었지?? 어려워서 재미도 없고 싫었는데. 지금은 기형도의 많은 시를 기억하고, 한결같이 나를 건드린다. 별로 저런 시 써놓고 말할 만한 얘긴가 모르겠다만.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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