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인생기<

기분이 우울하다.. 종합적으로 우울하고 지친 심신을 영화로 달래본다. 영화 보는 거 말고 쓰는 걸로. 아픈 몸이 마이 아프신 무연의 글 영화와 인연: 군대, 친구 그리고 영화.를 읽고..

 

내가 씨네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나에겐 큰 불행이다. 비단 영화를 얼마나 많이 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나의 삶과 어떻게 엉켜 있는지를 보면 나는 씨네필이 아니다. 내가 영화를 아무리 좋아해도 영화를 내 삶에서 분리해 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아쉽고 슬프다.

 

뭐 그래도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어릴 때 영구 씨리즈나 별똥별, 우뢰매 등 극장에 많이 다녔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어린이 영화만 보다가 드디어 어린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게 된 첫 영화가 박남정이 출연한 <박남정의 새앙쥐 상륙작전>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어린이 영화는 졸업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 후에도 수많은 어린이 영화를 봐야만 했지...;

 

찾아보니 내가 9살때였네. 한강 다리 위에서 박남정이 떨어져 죽겠다고 난리 피우던 것과 대학생들이 라면을 냄비 뚜껑에 받혀 라면을 너무 맛있게 먹길래 집에 와서 엄마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집에는 냄비뚜껑이 없었어...

 

그다음은 중학교 시기까지가 공백이다. 뭘 봤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중2 때 나는 내가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포레스트 검프>때문이었는 듯.. 지금은 숲을 달리고 대통령이랑 악수하는 쪼다같은 검프라는 것 외엔 기억이 안 나는데, 우리집에서 친구들과 이 비디오를 보는데, 애들이 전멸했다; 혼자 끝까지 보고 나선 나만 영화를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영화를 당일 반납했더니 옛날 영화 중 하나 공짜로 더 빌려줘서 <고스트 바스터즈>를 봤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때 배트맨 엄청 좋아했구나... 우리 집에선 엄마아빠가 딴 걸 봐서 1층 외할먼네 집에 내려가서 봤던 게 생각나네. 뭐 그 이상은 모르겠따.

 

암튼 그때 노는 그룹이 달랐던 반친구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같이 양파링 먹다가 우연히 알게 돼고, 같이 영화를 보러 다녔다. 나에게 극장을 다니는 즐거움을 알려준.. 이름이 뭐지ㅜㅜ 그 친구의 지론은 영화는 무조건 앞에서 봐야 한다는 거였고, 나는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도 그 원칙을 잘 지켰다. 그리고  앞 4번째 줄에서 봐야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아직도 있다-_-;;

 

그때 봤던 건 진짜 그냥 가벼운 할리우드 영화들, <프렌치 키스>나 <아폴론 13>?? 이거밖에 생각이 안 나네. 암튼 영화는 맨앞쪽에서, 그것도 무조건 두 번 씩은 봐줘야 한다는 친구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영화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다시 보래도 못 볼 영화들을 황홀경에 빠져서 경외감을 가지고 충실하게 보았다. 비디오 가게에 나오는 신작은 전부 섭렵하고, 매달 나오는 다종의 비디오 소개 잡지에 (이 영화는 본 거라고) 줄을 긋는 게 너무 큰 즐거움이었다. 

 

매주 극장에 다녔다. 지금은 문닫고 사라진 부평극장. 옛날 극장들은 두 번 세 번 볼 수 있었는데.. 이 친구랑 그날 본 영화 얘기를 하느라 500m도 안 떨어진 서로의 집을 서로 데려다주며, 심지어 7번이나 왔다갔다 한 적도 있었다. 뭐 영화 얘기만 했던 건 아니겠지만. 걔네 언니 남자친구 얘기가 기억나네; ㅋㅋ

 

고등학교 때는 나름 영화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쉰들러 리스트>나 <대부>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역시 영화를 엄청 좋아하며 영화감독지망생인 친구를 만나서 열심히 영화 얘기를 나눴따 얘한테 많이 영향 받았던 거같다. 같이 <졸업>이나 <플래툰>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졸업은 각자 밤에 보고 만나서 너도 어젯밤에 그거 봤냐며 마지막의 그 허무함에 같이 공명하고.. 플래툰이나 풀매탈재킷같은 전쟁 영화를 보고... 아 이거 쓰다보니까 생각났따 초딩 때 뭐 봤는지.

 

후레쉬맨 바이오맨 뭐 이딴 거 봤음;;;;;;;; ㅋㅋㅋㅋㅋㅋ 못말리는 람보 졸라 좋아했어 ㅋㅋㅋㅋㅋㅋ 아 제일 좋아했던 건 단연 <터미네이터>. 1, 2는 20번도 넘게 봤다. 글구 중딩 때는 <데몰리션맨> <져지드레드> 등등과 당대 유행했던 홍콩 멜로 액션은 다 섭렵했는데 펑펑 울었던 기억밖엔 없다...;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맞아 그랬구만.

 

고3때는 pc통신을 시작하면서 영퀴방에 빠져들었다. 프리미어나 스크린, 키노 등 당시에 보던 잡지들을 뒤져가며 보지도 않은 영화를 문제로 내고 맞추고-ㅁ-;; 그랬다. 거기서 한 대학생과 아주 친해졌다. 처음 들어가서 아무도 말도 안 걸어주는데 말을 걸어줘가지구.. 대화를 하다보니 내가 봐야 할 리스트로 뽑아놓은 영화를 전부 다 본 사람이었다. 위대하잖아... -ㅁ- 너무너무 좋아했는뎅.

 

그 사람이 추천해 준 영화가 <블루 벨벳>이었다. 나한텐 너무나 충격적이었어... 이 영화를 많은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런 영화는 완전 처음 봐가지구, 너무너무 놀랬다고. 근데 가장 놀란 점은 이자벨라 롯셀리니(수정;)가 뱃살이 ㅜㅜㅜㅜ 뱃살이 있다니 ㅜㅜㅜㅜㅜㅜ 이거였음;

 

히히 이렇게 쓰다보니 햄볶아졌다. 20살 이후에는 사실은 훨씬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봤지만, 이제는 영화에 대해 10대 때 가졌던 경외감이 사라졌다. 경외감이 있긴 있는데 그때랑 질적으로 비교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나는 씨네필이 아니다.란 사실이다.

 

20대에도 할 말 많은데 힘들어서 그만...; 무연의 글에 대한 소감을 적는다. 뭐야 나보다 영화 늦게 봤는데 훨씬 많이 보고 훨씬 많이 알아 억울해 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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