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력 갱신

 

Many children get involved in drugs and prostitution. Why does God allow these things to happen to us?

Pope Francis embraces girl after she asks: 'Why does God allow children to become prostitutes?'

 

어제 이 기사를 읽고 미친듯이 슬퍼졌다. 필리핀 어디 대학을 방문한 교황에게 전에 (아마도 부모로부터?) 버려져 길을 떠돌았던 어린이가 많은 어린이들이 마약과 매춘을 하고 있다고, 왜 신은 이런 일이 일어나게 놔두는 거냐고 물었다. 배경은 모르지만, 이 어린이에게 교황님 곤란하게 할 이런 질문 하라고 교황님 맞이 행사장에 데려다놨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질문이 배당돼서 한 게 아니고 그냥 그 자리에 있던 어린이는 너무 궁금해서,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서 물었던 게 아닐까?

 

내 상상일 뿐이지만 절망에서 나온 궁금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났는데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약간은 아기를 가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괜히 더 어린이들의 처지가 마음에 다가와서기도 하고.. 예전에 봤던 이러저러한 아동 착취 영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저 어린이가 저런 질문을 해야하기까지 그냥 손놓고 있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뭔가 건강하게 쑥쑥! 뭔가 해야지라기보다 그냥 슬펐다. 뭐 할 것도 아니면서,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지금처럼 있을 거면서.

 

같은 방을 쓰는 ㅁ이는 내가 우는 걸 보더니 오랜만에 위선적인 모습을 보는군, 이라고 평했다. 나를 공격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말한다. 나 역시 꼭 나만이 아니라 이런 것이 기만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ㅁ이는 가차없이, 너는 눈물을 흘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해소되는 게 아닌가, 같은 이유로 울어야 한다면 매시간 일어나는 고통스러운 일들에 너는 하루 종일 울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얘기한다. 문제는 이런 게 뼈아픈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고 그냥 익숙해서 사실은 나도 내가 그렇다고 인정하고 있고, 더 나아갈 생각이, 이런 글을 쓰면서도 진실로는,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눈물이 나는 걸까? 마음의 가장 연약하고 아름다운 부분이 아니라, 나의 인간적인 부분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고, 울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혹은 어쨌든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니 충격을 완화하고 건강한 자기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기 몸뚱이를 안전하게 만들어줄라고, 그런 방어기제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건 아니다. 꼭 나를 두고, 나 자신은 특별하게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이라서,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했는데 발전이 없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내가 우는 걸 보는 게 너무 싫다. 끔찍하다. 아마 엄마 돌아가시고나서 그렇게 된 것 같다. ㅁ이는 별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이 안 된다, 나 자신과 동일시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가 우는 걸 본 사람들의 예상되는 반응들, 내가 보고싶지 않은 그 반응들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주니까, 그래서 걔도 내가 울든지 말든지고, 나도 쟤가 보든지 말든지 이럴 수 있어서. 암튼 오랜만에 위선력을 갱신하였다.

 

신이 있다면 이 세상은 왜 이렇게 부정의한 걸까? 신앙은 믿음을 자신의 행복의 수단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구원의 신이 아니라면 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에 정말로 발전이 없는데, 이 얘기를 십년 전에 독실한 무슬림 친구랑 했었지만 서로 납득을 못했었고 그 뒤로 내 생각은 그냥 그대로이다. 그러니까, 신이 있다고 해도, 도대체 그런 신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온갖 부정의가 승리하도록 그냥 지켜보는 신을 어떻게 믿고 섬길 수가 있는가? 이런 생각들이 저차원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저차원적인 생각조차도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 뭔가 서로 아다리가 안 맞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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