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대회 첫출격 >> 실패

  • 등록일
    2016/07/06 01:04
  • 수정일
    2016/08/05 18:38
  • 분류
    라이딩

항상 자전거 대회 혼자 다니던 ㅁ이가 웬일로 여름 휴가로 한라산 등반 대회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휴가라지만 인천에서 여의도로 쟈철 이동 > 버스타고 목포항 > 배 타고 제주항 > 버스 타고 대회 장소로 이동... 하는 데만 12시간 넘게 걸림ㅋㅋㅋㅋ -_- 목포에서 제주 가는 데에는 6시간도 안 걸리는데 그 사이에 잠을 자야만 하는 하드한 코스...

 

ㅁ이가 계속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며 이 장마 와중에 대회가 있는 토요일 제주도에는 비가 안 온다네~♬ 씬나했지만 대회 전날인 출발일에 비가 계속 내렸다... 대회날 비온대... (그리고 제주도에선 토-일 내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내가 대회에서 완주할 것인가 여부로 ㅁ이랑 내기도 건 상태였는데, 비 맞으며 자전거 탈 자신이 없어서 대회 출장은 안 되겠다 싶어서 가지 말까보다.. 하다가, 집에 있어봤자 잠만 잘 것 같아서 존나 집에 있고 싶어 죽겠는 마음을 억누르고 같이 나왔다. 미친듯이 기침하고 코 푸는 둥 건강도 몹시 빻은 상태라 내기도 취소하고 대회는 안 나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는 것이 곤란한 건지.. 가격 차이 얼마 안 날 것 같은데 서울 가서 대절 버스 타고 목포 가서 배 타구 제주도에 가야만 하는 걸까... 다음에 제주도 대회 가게 되면 어떻게든 뱅기 타고 갈란다. 대회도 안 나가는 판국에 비도 오고 자전거 가져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잠깐이라도 돌아다닐 때 자전거 있는 게 편해서 가지고 갔다. 잘했다<

 

자전거부터 화물칸에 싣고 배에 탔는데 대회측에서 빌린 방이 두 개였다. 사실 보통 여행 준비는 내가 하는데, 이번엔 자전거 대회 가자고 한 게 ㅁ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준비 안 하고 나오기 10분 전에 대충 짐싸서 따라나섰는데.. 배정받은 일반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열명 넘게 뙇... 나만 여자였다... 게다가 짧은 바지를 입고 있어서 누우면 팬티 보일 기세... 냄새나..  바닥 차가운데 이불은 없어... 누우면 앞사람이랑 발이 닿을 것 같아... 그리구 누군지 발냄새나.. 이게 뭐야 총체적 난국ㅜㅜ 정녕 이런 데세 5시간 자고 인나 담날 대회 출정 가능한 부분?1

 

혹시나 침대칸 남나 인포 가봤더니 이미 대기자들 명단이 쫙 있었다. 출항해야 남는 칸 있나 알 수 있다규 그때 오래서 혹시 침대칸 없으면 안마의자에서 잘 요량으로 자리잡고 한참을 기다려도 출항할 낌새가 없었다. 안마칸은 엔진 진동이 심해서 엔진 바로 위인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그럴 리 없음ㅡㅡ;) 누가 배 출항했냐구 친구한테 물으니까 벌써 출항했지... ㅡㅡ 란다. 몰랐;; 인포 가서 확인하니 오직 1인실 1개 남았단다...ㅜㅜ ㅁ이한테 미안하지만 혼자 편히 자기로 했다가 들어가 보니 싱글보다 좁은 침대지만 둘이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불러서 같이 잤다. 완전 찬바닥에 있다가 침대에 누우니 꿀맛 같은 것... 역시 엔진의 진동이 느껴짐 첨엔 추웠는데 1인실에 두 사람이 이산화탄소 내뿜어서 나중엔 더웠닼 그러고보니 배에서 잠잔 거 첨인 듯? 신기한 게 문 닫으면 방 안에서 폰 신호가 안 잡혔다. 글구 밖이랑 일반실에선 몰랐는데 방에 안내문도 일어고 전압도 11자인 게 일본에서 수입한 배였다. 내부가 세월호랑 엄청 비슷하게 생겼다 싶었는데.. 배 이름은 씨스타 크루즈.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인이 함께 한 1인실

 

여차저차 행사장인 고등학교에 갔다. 개일찍 도착했기 또래 현지 참가자들은 아무도 안 와서 운동장이 휑덩그랬다. 비 피할 겸 행사텐트에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비를 노놔줌. 여자분들이 마구 챙기길래 나도 두 개 낚아챔(하나 ㅁ이 줌) 참가자 중 우비 입은 사람이 나 외에 1도 없길래 나만 좆밥이구나...;;; 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좆밥이긴 했음 행사 진행 요원들 노놔준 거였음ㅋㅋㅋㅋ 입으면 공기저항 세니까 아무도 안입는 거 아니겠냐며 ㅁ이도 안 입었는데. 하지만 난 감기가 심해서 잘입었규.

 

몸도 너무 빻고 컨디션도 날씨도 빻은 상태라 원래는 ㅁ이 대회 참가하는 동안 근처 한라수목원이나 갈까 한라수목원 맞은편 앤젤리너스에서 잠이나 자구 있을까ㅡㅡ 싶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싶어서 걍 출전했다. 미니 벨로 부분은 세 사람 출전한 듯ㅋㅋㅋㅋ 한 사람은 나중에 봤구 웬 붙임성 있는 스트라이다 타는 청년이 완주만 해도 2등이라며 말도 걸어주고(이 분은 참가자 2인인 줄 아심. 나중에 이분 혼자 완주하고 1등했지러...) 남친이랑 먹으라며 에너지바도 줬다. 끌바도 되니까 화이팅하라구 해주며 첨엔 같이 가려고 좀 기다려줬는데 내가 워낙 느리니까 가 버림ㅋㅋ ㅜㅜ 일단 스타트가 늦었다. 꼴찌로 출발했다. 가다가 소수명 제꼈는데 그들은 금세 낙오한 듯.. 금세 내가 꼴찌가 되고 말았다.. 꼴찌에게는 경찰차+행사차량+낙오자의 자전거를 실은 트럭+낙오자를 실은 버스가 줄줄이 꼬리를 물고 쫓아오는데, 이게 조온나 압박이 된다. 더군다나 자전거 행사를 위해 도로를 전세냈다더니, 너무 느린 꽁무니들은 중간중간 차량통제 안 해줘서 차 옆으로 달려야 했다. 나는 걷다 타다 그랬지만 기어를 가장 낮게 하구 같은 속도를 유지한 채, 왠지 그렇게 낮은 기어로 완주하려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하시는 것 같은 분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러다가 내내 뒷서거니ㅡㅡ하며 가고 있었다. 주최측에선 나보고 힘들면 버스 타라구 오십번은 말했다(물론 과장). 나는 거센 비바람을 뚫고 완주할 것 같은 근자감이 든 상태였는데 자꾸 그러니까 짜증났다. 결국은 "규정 위반도 없는데 왜 그러냐"고 따졌다. 신발 젖는 걸 조온나 싫어해서, 이젠 너무 많이 신어서 완전 빻은 크록스2를 신고 왔는데, 한 번은 그 신발이 미끄럽기 때매 규정 위반이라는 거다 존트 짜증남 ㅜㅜㅜㅜ 하지만 앞서거니하던 동지가 낙오한 뒤로ㅜㅜ 압박을 혼자 견디다 견디다, 너무 느려서 규정위반이라고 떼놓고 가겠다고ㅡㅡ 하는 데에 굴복하고 말았다. 대회는 12시까지고, 아직 11시도 안 됐고, 난 더 달릴 수 있는데. 민폐도 아니라규 어차피 차는 금세 올라가잖아. 버스 타서 확인하니까 반도 넘게 왔더구만. 암튼 기분이 완전 상해서 뭐라뭐라 하시는 데다 대고 무성의하게 알았으니 그만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입에 쉿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꼴찌라서 제거당했다는 게 너무 기분 나빠서.. 하지만 내가 실력이 빻은 것 뿐이쟈나ㅜㅜ 그래도 꼴찌인 채로 존트 버텼으니 선빵한 셈ㅋㅋㅋㅋ<

 

근데 나도 사진 찍히고 싶었는데... ㅜㅜㅜㅜ 넘나 느려서 아무리 가도 찍사가 1인도 없었다ㅜㅜㅜㅜ 찍사 있는 포인트까지만이라두 달리고 싶었거늘, 무엇보다도 미니벨로쟈나!! 장비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ㅜ ㅁ이 말로는 비와서 찍사 1분밖에 못 봤다지만... 느므 아쉬운 것...

 

빻은 기분으로 버스 탔지만 먼저 낙오한 자들이 수고했다고 박수 쳐주고 물도 주고ㅋㅋㅋㅋ 악수도 했닼ㅋ 낙오자들 탈 때마다 고생했다구 엄청 화기애애했다. 나랑 앞서거니하시던 분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 엿듣자니; 행사차량 등 뒤에 딱붙어 오는 차량들이 엄청 압박이 됐다고 한다. 역시 압박 전술인 듯... 과연 버스는 차례대로 꼴찌를 계속 제거해 나갔다. 마지막에 제거당한 사람은 정말 아쉬웠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그렇게 버스 탄 채로 천백고지에 갔음... 비가 억수로 쏟아짐.. 나 달릴 때도 비바람이 여러 번 거세게 불었지만 시야는 확보됐는데, 올라가니 시야 확보가 안 되었다. 1시간 내에 완주한 ㅁ이 말로는 10미터 앞도 안 보였다고 한다. 뒤에 압박이 없었어도 결국 나는 포기했겠짘ㅋㅋㅋ 하지만 나도 로드 탔다면...!!!!! 로드였으면 나도 해냈다규!!!!

 

감기(심한 기침 및 가래,콧물) + 몇 시간 못 잠 + 내내 오르막이라는 악조건(?) 속에 나름 선빵했다 자평한다. 그리고 대회 전에 연습을 거의 못 했지만 조금 하면서 알게 된 게, 오히려 자전거를 타면 기침을 전혀 안 하게 된다능.. 깜놀했다. 그래서 오히려 한라산 오르는 중에는 상쾌한 공기 마시며 가래 퉤악 뱉어가며 기침 안 하고, 또 코와 목이 미친듯이 마르는데 습하니까 코와 목이 아프지 않고.. 전반적으로 좋았다. 로드만 탔어도....< 아니 사실 로드보다 엠티비. 미끄러질까봐 좀 무서웠음.

 

대회 끝나고 밥 먹으니까 1시 좀 넘어서, 쟈전거 타고 호텔로 이동했는데 관광할 기분이 1도 들지 않았다. 대회 중에도 그렇고 호텔 가는 길에도 내내 비를 맞았기 또래... 호텔에서 씻구 신나게 잤다. 일어나서 호텔 주변에 동네 사람들이 가는 맛집을 검색해봤다. 외도 '사방팔방'이라고 고등어회 파는 집이 나왔다. 스키다시가 풍부한 걸 좋아해서 갔는데.. 진짜 고등어회로 유명한 모슬포에서 먹었던 거랑 고등어회는 똑같이 맛있구, 스키다시는 훨 더 많고, 진짜 완전 만족스러웠다. 태어나 고등어회 첨 먹어본 ㅁ이도 대만족★ 담날 떠나는 배가 1시 반 거고, 12시까지 집합하라길래 아침에 일어나서 여행하든지 자전거 타든지 하려고 했는데 걍 잠ㅋㅋㅋㅋ 이런 여행 처음이야. 언제나 짧은 시간을 쪼개서 알차게 보내던 나인데.. 이런 건 처음인데 이런 것도 좋더라고 걍 푸우우욱 쉬는 거. 푸우우욱 쉬고 배 타고 올라오고 버스 타고 올라오느라고 개고생해서 다시 빻았지만...ㅜㅜ 그리고 참 미니벨로라서 버스 아래 짐칸에 실었는데 페달도 부서지고 지금 중요한 부품이 하나 빠졌다.. ㅜㅜㅜㅜㅜㅜㅜㅜ 작년에도 자전거 여행길에 빠개졌는데... 내 자전거야 고생이 많다...ㅜㅜ 주말에 꼭 고쳐야긔

 

아 왤케 늘어지게 썼지...-_-;; 첫대회라 의미가 있었다. 다음엔 반드시 로드로 출정하리라... 아니 자전거도 잘 타지도 못하는데 미니벨로로 업힐 대회 나가는 게 말이 되냐고오오오.... 글구 사진 넣으려고 하다가 관뒀다 작년에는 여름에 더워서 안 탔는데 올해는 계속 탈라고. 대회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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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왠만한 사람들보다 불평불만이 많고 잠자리 가리고 좀 짜증나는 캐릭인 부분..;텍스트로 돌아가기
  2. 크록스는 젖어도 금세 마른다. 실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지금 신발은 너무 신어대서 발바닥이 다 닳았는데.. 같은 디자인이 없어 ㅜㅜㅜㅜ 내 신발이 제일 예쁜데 너무 오래 신어서 우리 가족들이 다 싫어함 더럽다고....;;; 더러운 게 아니고; 이거 신고 자전거 타느라고 기름이 쩔어서.. 기름은 닦이지도 않아서 더러워 보이는 효과가...-_- 아니 무엇보다 발바닥이 다 닳아서 버리긴 해야 됨 ㅜㅠ텍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