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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팔레스타인에 다녀와서는 조금 힘들었다. 진부하지만 몸의 절반을 팔레스타인에 떼어놓고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고, 멀리 있는 동안 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어떤 시간을 견뎌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떠날 때면 항상 슬프긴 했다. 재작년엔 이전보다 조금 더 길게 팔레스타인에서 시간을 보내며 많은 어린이랑 십대 소년들을 알게 됐고 그래서 떠나는 게 더 슬퍼졌다. 출국하며 공항에서 파디와 메세지를 나눈 뒤의 그 기분이 한국에 와서도 사라지질 않았다.
돌아와서 잠을 잘 못 잤다. 처음에는 시차 적응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는데 갈수록 잠을 못 잤다. 내가 불면증 같은 것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 고생한 뒤로 옛날처럼 잠을 잘 못 잔다.
가장 큰 변화는 팔레스타인 뉴스를 읽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누가 다쳤다는 뉴스만 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사진 속 인물이 내가 아는 사람일까봐 너무 무서웠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안도하는 것도 끔찍했다. 너무 괴로운데 괴로워도 멀리서 외면할 수 있는 위치라는 것 때문에 또 괴로웠다. 이런 증상은 팔레스타인을 다녀간 많은 활동가들이 겪는 것이고, 이미 나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 내가 그럴 줄은 몰랐다. 이미 여러번 다녀와서 아무 일 없었으니까.
헤어질 때 와엘을 끌어안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울었다. 잡혀가지 말라고, 죽지 말라고. 와엘은 죽지 않겠다는 약속만 해줬다. 친구들이, 친구 애기들이 위험한 공간에 있는데 나만 안전한 곳에 있다는 괴로움은 단순히 죄책감만으로 표현이 안 된다. 물론 나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이 위험하기만한 공간이 아니고 삶이 있다고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렇다. 헤어질 때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와엘은 돌아가서 여행도 가고 바다 사진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려달라고, 자기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해 달라고 내 삶을 살으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해왔고 항상 나 자신을 돌보며 멘탈 케어하며 살아왔는데 새삼 미칠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며 기약 없는 재방문을 기다리는 와엘의 심정을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그런 와엘 앞에서 절대 울지 않는다는 와엘 앞에서 미친듯이 울어서 와엘도 울게 만들다니 미친 지 생각밖에 안 하는 나... 자기 슬픔에 취해서 염병
괴롭고 자시고 돌아와서 원래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그냥 이 세상이 너무 부조리하고 이해가 안 간다. 나는 항상 팔레스타인에 가고 싶다. 다음에는 중동 다른 나라에 가봐야지, 하고는 막상 다음 기회가 오면 거기까지 갈 시간과 돈이 있다면 팔레스타인에 가서 활동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안 다니는 건 아님
별로 이런 얘기가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누군가에게는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써봤다.
어제 무무랑 인왕산을 다녀왔는데, 무무의 페친 중 내가 무무를 대장님이라고 부르며 페이스북에 태깅하는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 웃겨서 무무 대장님 대장님 하는 개소리를 정성껏 쓰고 사진을 올렸는데 시간대가 마침 팔레스타인에서 페이스북을 하는 시간인 건지 ㅋㅋㅋ 에크람과 파디가 보고 싶다고 댓글을 달고, 파디 엄마한테 하트 메세지가 왔다. 좋아요도 팔레스타인 친구들이 누르고;;; 개소리를 너무 정성껏 써놔서 뭔가 기분이 요상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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