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 등록일
    2005/06/02 15:46
  • 수정일
    2005/06/02 15:46
  • 분류


토니 마이어스 지음. 영국살암

 

지젝의 <진짜 눈물의 공포>를 읽고 있었는데 1장만 2번 읽은 시점에서 도서관에 신청한 이 책이 벌써 도착했으며 내가 제일 먼저 빌려갈 수 있다고 해서 먼저 읽었다. 전에도 잉여 쾌락의 시대-지젝이 본 후기산업사회라는 지젝 해설서를 읽었지만 어떤 선배가 그 책은 완전 별로-_-고 이 책이 좀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서평도 읽었는데 잼있을 것 같기두 하고.. 그랬다.

 

<잉여 쾌락..>은 지젝을 전혀 모르면서 신승원이 얘기한 것 듣고 궁금해서 해설서부터 편하게 읽어야지 하고 빌렸었는데.. 아니다 지젝의 <이라크, 빌려온 항아리> 먼저 읽었구나. 그 책은 1장을 죽어라 간신히 다 읽고 기쁘게 2장에 들어갔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멈추고 해설서를 읽는데 영화 얘기는 재미있었고 각각의 문장을 분명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뭐가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단지 이라크 빌려온 항아리의 1장 결론으로 나온 "자본주의 어찌할 수 없다"에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해라는 것을 오늘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읽으며 확인했다.

 

크윽 요즘엔 정말 지젝만 읽고 있다. 소설도 재미없고.. 그렇다고 하루종일 열심히 읽는 건 아니고-_- 하루에 3~4시간? 물론 글자 한 자 안 읽는 날은 패스...-ㅂ-

 

오해임은 이 책, 제목이 비장한^^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를 읽고 알게 되었다. 제 3의 길이라는, 중도적 좌파라는 것은(클린턴 같은 사람도 중도적 좌파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네) 그냥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며 우파랑 한 개도 다르지 않다고 지젝은 비판한다.

 

오오 그러니까 지젝이 자본주의를 그런식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구나. 지금 생각에 자본주의를 철저히 긍정하는 것만이 자본주의를 파멸(-_-?)시킬 방법이라고 말하는 거라고 받아들였는데.. 자본주의는 내적으로 애초에 썩어 있고 모순된 존재로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이 부분 아직 모름-_-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그 미치광이(보다 자서 기억은 안 나지만)가 철저히 군대적 생활방식대로 행동하였는데 그가 군대 내에서 제거돼야 할 존재가 된 것처럼, 어떤 소설에서 가장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온 사람때문에 어떻게 질서가 붕괴되는지 보여주는 것처럼.. 이란 예를 위 책에서 든다.

 

하지만 좀더 공부적인 얘기는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읽으며 쓰려고 준비중.. 지금 1장은 한 번 봤는데 맑스가 증상 개념을 고안해 냈는데(그들은 모르고 행한다) 지금 그것은 냉소적 주체들에겐 적용되지 않고(냉소적 주체들은 알면서 행한다) 환영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까지 나왔는데 다음장에서 그러므로 증상은 후기 라깡적 의미의 '증환'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던데 나는 이 얘기를 나의 언어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의 제한된 단어수로 표현하는 참된 세상... 뭐라는지 헐. 그러니까 이데올로기, 이 책은 더 세밀히 읽어야지.

 

이데올로기를 읽게 된 것은 <누가..>에서 이게 제일 쉽다고 해선데 서문을 읽으며 너무 어려워서 경악했지만 지젝의 다른 책 몇 권을 1/3 씩 읽다 그만둔 나에게 확실히 쉽다. 내용이 쉬운 게 아니고, 다른 책들에서는 라깡이나 헤겔에 대한 사전적 지식이 있거나 지젝식 독해를 독자가 알아야만 하는데, 그래서 <라깡의 재탄생> 읽느라 꺄악 기절할 뻔 했는데(아직도 다 안 읽음-_-), 게다가 헤겔도 읽어야 되나 짜증났는데, 게다가 맑스까정...=_= 그랬는데 이 책으로 해결이...

 

물론 지젝때문에 나는 내 평생 읽을 계획 없던 헤겔도 맑스도 라깡도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지젝이 밑줄 그은 곳에 나도 그을까봐 겁난다는 딴 얘기는 왜 하냐면 승원이가 인터넷에서 읽었다는 "들뢰즈부터 읽고 칸트를 읽으면 들뢰즈가 밑줄 친 곳에 똑같이 친다. 순서가 틀렸다"는 말을 듣고 으응 그렇구나 나랑은 상관없네라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이렇게 되었다는...

 

뭐냐면, 나는 지젝을 읽으면서 특히 헤겔 부분에서 경악했다. 변증법과 전체성에 대해 지젝이 말하는 바 변증법은 전체와 부분의 상호작용이라는 거, 그러니까 고정적 전체란 없고 각 부분이 전체를 규정한다는 그 긴장이 변증법이라는 것을 읽고 난 대체 왜 변증법을 정반합이라고 생각했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지젝의 말이 헤겔의 말이라고 완전 생각했는데=_= 그건 지젝의 생각이다.

 

지젝이 헤겔 칸트 아도르노 라깡 프로이트 맑스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는 건데 나는 그게 마치 진리라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더라는.

ㅡ_ㅡ

 

그런데 이 글 또 왜 이리 기냐... 이 책을 읽고 지젝이 얼마나 신선한가를 알게 되었다. 물론 기존의 이론(반이론도 포함해서)을 전혀 모르는 나에게도 무척 신선했는데 이 책에서 기존 이론은 대애충 어떻게 해석해 왔다고 얘기해 줘서 오오 지젝... 이러면서 맹신... 푸헉-_-;;;;;;

 

그리고 지젝에 대한 비판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저자가 나보다 더 지젝의 맹신도라서-_- 지젝에 대한 비판을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그려놨지만(우파다, 애매하다, 전체주의자다의 모순상관관계).

 

나도 맨 처음에 잉여쾌락 읽을 때(근데 잉여쾌락 그 책만 쥬이상스를 쾌락이란 말로 번역한다. 다른 모든 책이 향락으로 번역하며 <누가..>에서는 쾌락과 향락은 다르다고 분명히 말한다. 헐;; 향락에는 성적인 요소가 들어 있댔나? 지젝 책에서 확인하려고 대충 넘어감=_=) 지젝.. 우파 아냐-_-?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건 처음에 써놓은 오해때문.. 그리고 그의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이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그리고 사고방식도, 정말 은유와 환유의 씨줄 날줄이 마구 엮여서 나를 실타래로 휘감는... 그래서 누에고치가... 왜 이리 오버..-_-

 

너무 좋았지만 섣부르게 나는 그의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깔아놨다. 어떠한 현실가능한 타개책을 내놓아도 다다다 불가능하다(냉소적 주체-_-;;). 이 점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결론에 대한 동의 여부는 쉬운 말로 지젝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유보하겠다.

 

그런데 나 지젝 너무 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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