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PFLP : 세계전쟁선언Red army/PFLP: Declaration of World War, 1971

 

감독 일홈 : 아다치 마사오足立正生, 와카마츠 코지若松孝二

 

캬하하 참세상 영화와 혁명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오늘 아트 씨네마에서 보고 왔다. 일본 평론가가 와서 상영 전에 간단히 이것저것 설명해 주기도 했다. 몇 가지 메모를 하고 영화 볼 때도 메모하며 봤지만 메모지가 저쪽 방에 있다=ㅅ= 그러니까 기억력에 의존해서~~

 

고다르의 영화(뭔지 모름)때문에 일본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중 적군(공산주의자들)의 감독 두 명이 71년 칸에 초청받아 갔다가 팔레스타인에 들어가서 찍은 거라고. 아다치 감독은 74년 팔레스타인 무장투쟁에 몸을 불살르다 97년 붙들려 2000년 일본으로 강제송환당했다고 한다. 우와 살아 있는 공산당...=_=

 

이 영화는 프로파간다임을 스스로 명확히 하고 있다. 내용은 무장투쟁을 위해 온몸 바쳐 싸워야 한다, 우리의 적은 제국주의자들과 시오니스트들이다, 전세계 단결해 공동투쟁하자,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은 계급투쟁이다, 인민 쵝오>_< 등이다.

 

영화는 적군 내 교육 선전용 필름이라 추정되는데, 장영혜 중공업을 연상케 하는 대빵 큰 글씨로 무장투쟁은 뭐뭐뭐다 하고 커다랗게 써대다가 마지막에 혁명=세계전쟁이라는 도식을 보여주는 놀라운 센스를 발휘했다;;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도 3차 세계대전을 바란다는 식으로 쓰윽 지나가며 말했는데 으음... 무서워=_=

 

전세계 공산당 일치단결해 세계전쟁으로 혁명하자!!!는 주제는 대략 안 와닿았으나 영화를 흥미롭게 본 것은 싸우자!!!고 외치는 각종 인터뷰나 나레이터의 선전선동과 달리 화면은 혁명의 물결이 넘실대는, 마구 고취시키는 그런 씬이 아니라 밥먹는 거, 어른 아이 모다 함께 모여 총 다루는 방법 배우는 거, 가만히 쉬는 거, 조용히 토론하는 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등 평온한 모습을 보여줬다. 투쟁하는 장면으로 나온 것은 총을 들고 산속을 조용히 지나가는 거. 물론 보기와는 달리 현실상황에선 대단히 긴박하고 긴장되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혁명하려는 마음에 도화선이 될 어떤 자극적인 장면도 없었다.

 

특히 처음에 나를 혁명가로 이름짓고 개인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한 혁명가의 인터뷰 장면은 도대체 이 혁명가 말을 뭐로 듣는 건가 싶을 정도로 혁명가의 거처를 밀착해서 보여줬다;;; 분홍색으로 코디된 아기자기한 침대와 소품이 있는 방... 침대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혁명가다운 귀여운 총;;; 혁명가가 거주하는 집에 구멍이 뚫린 모습, 그 구멍 사이로 보이는 하늘;;; 커헉 너무나 그 혁명가가 고유한 개인으로 보이지 않는가!!! 그 커다란 클로졉들은 대체 모얌!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입으로 와아아아악 하고 소리지르는데 화면은 풍경도 자주 보여주고... 전시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인민들을 전쟁으로 몰아넣기에는 너무 맹맹한 화면들을 찍은 것이 놀랍다. 감히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슬픈 말이지만 이들은 너무 순진했다. 개인을 지우라는 요구를 들어줄 인민은 없는데. 하이잭킹과 전쟁에 대한 무비판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을 차치하고서도 싸우자의 동어반복일 뿐인 말들은 설득력을 상실한지 오래. 이미 그 당시에도 적군 외에는, 어쩌면 적군 내에서조차도 어떤 이들에겐 전혀 설득력이 없었을 것 같다. 68 이후에 좀더 풍요로워지고 좀더 우경화되고 좀더 좌절한 세대들에게 전쟁으로 혁명을!이라니. 이미 사그라들었다고요.

 

팔레스타인을 별세계로 상정하지 않고 일본 현실과 오버랩시키며 스스로 혁명군이 된 감독은 감동스럽지만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정확히 이용하지 못하고 낡은 무력투쟁론으로 옛날 영화 속으로 사라진 오직 진실되기만 한 마음들이 답답하다. 좀더 실용적인=_= 방법을 모색할 순 없었을까. 그것은 진실된 자세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올까?

 

 

 

+ 크흑 뭐가 뭔지 고다르의 영화에 대한 문의에 대한 피박 유저 스테이크보이님의 답변 :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화는 1976년에 지가 베르토프 그룹(장 뤽 고다르, 장 삐에르 고랭 등)이 만든 다큐멘터리 Ici et ailleurs가 있군요. 70년에 장 삐에르 고랭이 찍었던 팔레스타인 저항군들에 대한 기록이 기초가 되었고, 프랑스 가정과 팔레스타인 가정의 평행선을 그리는 생활을 각각 보여주는 내용이래요. 영어 타이틀은 Here and Elsewhere.

적피란 말은 적군 PFLP 줄임말인가보다. 장뤽고다르 영화는 미완성되었다고 메모에 적혀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 어떻게 영향을 줬다는 건지? 버스 한 대를 붉게 칠해 대학을 돌며 상영한 영화는 이 영화 적/피 얘기였구나. 난 고다르 영환 줄 알았잖아... 통역분이 너무 실망스럽게도 성의없게 주어를 빼고 대충 통역해 줘서 이런 일생일대의 혼란이 오고야 말았네 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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