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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28
    캔터베리 이야기A Canterbury Tale,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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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2/28
    살인청부업자The Killers,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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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最古) 한국영화 <미몽>(1936) 발굴 공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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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2/26
    사랑니 | 주홍글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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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삼국지 6 삼국의 정립

접때 반쯤 읽고 나중에 읽으려고 접었다가 오늘 다 읽음.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 마등, 그 아들 마초는 "하얀 얼굴에 눈은 별처럼 빛나는" 귀티나는 청년이었다고 한다. "잘 다듬어 올린 머리에 수염을 날리며 나온, 누가 봐도 잘 생긴 장년 남자의 얼굴"의 소유자 조조님이 옷도 벗고 상투도 자르고 말에서 내리면서 추잡하게 도망치도록 엄청나게 추격한다. ㅋㅋ 너무 좋아

 

하지만 숙부인 한수와 마초의 갈등으로 조조님을 쳐부수지 못하고 마는데... 한수와 마초는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한채 상대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지만 근친이라는 인륜과 무뚝뚝한 성격, 질투심에 서로 고백 한 번 못하고 끝나고 만다. 안타까워라.

 

한중이라는 지방의 지배자 장로는 장송을 조조에게 보내 한중을 바칠까하는 궁리를 하는데 장송이 난쟁이에다 얼굴이 추하고 말도 약간 재수없게 하니까 조조님은 장송 얘기 들어보지도 않고 가라 그런다. 얼씨구 잘하는 짓이다. 그래도 6권 말미에 결국 한중을 먹어 버린다.

 

이 한중을 장정일 삼국지에서는 다른 지방과 같게 전쟁하다가 항복하는 모습만 그려놨는데, 내가 맹신하는; <삼국지가 울고 있네>를 보면 한중 지방은 오두미교라는 도교의 일종인 종교를 가지고 관리없이 도덕경의 가르침에 근거한 제주들이 일을 처리하는 원시 사회주의의 실험체였다고 한다. 세금도 없이 자연경제 생활을 했다고. 백성들도 너무나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고...

 

외세와 단절되어 자기네끼리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어이구 유비가 촉에 쳐들어오면서 완전 이렇게 망하고 말았네... 내가 생태 공동체 사회를 아름답게 여기다가 실현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린데에 완벽히 들어맞는 상황이다. 이 사람들은 평화지향적이지만, 조조나 유비 등의 외세가 가만두질 않는다. 전세계 인간이 좋은 마음을 먹지 않는 한 평화 공동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상향의 공동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다른 사람들 다 아는 결론이라도 스스로 내릴 때에는 좀 힘든 결론이라는 변명이 하고 싶어지네-ㅁ-

 

그런데 이런 한중지방에 대한 고찰은 전혀 없어서 섭섭..

 

뭐 그 이상 다른 건 그냥 그랬고;; 방통 쉽게 죽어서 좀.. 낙봉파에서의 방통의 죽음이 제갈량이 함정을 파서라는 설이 있다는데 어떤 근거가 있는지 되게 궁금하다. 제갈량은 방통의 출군을 멀리서 편지로 막았다. 유비한테 별자리가 안 좋으니 절대로 출군하지 말라고. 근데 방통이 무슨 걔말만 듣냐며 밀어붙여서 지가 선봉으로 나섰다가 죽는다.

 

그런데 제갈량이 자기네 장수들의 능력 상승을 위해 잘 쓰는 수법이 있다. 예를 들어 "황충 장군은 너무 늙어서 좀.. 젊은 위연이 나가면 될 것 같은디.." 그러면 황충이 진노해서 내가 뭐 고기를 몇십근을 먹고 힘도 장사고 어쩌고 하면서 평소보다 훨씬 잘 싸운다. 이런 식으로 음양을 적절히 활용해 넘치는 사람은 가라앉히고 가라앉은 사람에겐 힘을 불어넣어 최상의 기량을 끌어내곤 한다. 이걸 생각하면 방통한테 "그러면 죽어, 나가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나가 죽어!!!!!!"라고 말하는 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는데 방통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얼굴 한 번 못 본 적장의 반응에 대해서도 세세히 장악하고 있는데, 잘 아는 방통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제갈량은 조조로부터 동천을 지키기 위해 손권에게 합비를 치라고 제안하는데, 이에 대해 동오는 다 알지만 합비를 취하는 것도 좋겠다고 여기고 그에 응한다. 그새 촉을 먹은 유비일당들은 나라의 기반을 다진다.

 

이에 그간 제갈량의 제안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제갈량의 술수에 다른 사람들이 넘어가서 서로 전쟁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제갈량은 언제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제갈량이 노리는 것을 상대방도 다 알지만, 안다해도 거절할 수 없는 그런 제안들... 캬아 점점 더 훌륭해 보여.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영화 <대부>에서 우리 패밀리의 귀염둥이 보스 돈 꼴레오네님의 표현에서 따온 것.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구체적으로는 말머리를 잘라 침상에 넣어버리는 것을 지칭하나 좀더 넓게는 말그대로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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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A Canterbury Tale, 1944

시네마의 비전은 이렇게 인물을 중심으로 한 구심적인 모드와 원심적인 모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드가 섞여 작용하는 예로 마이클 파월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1944)의 씬을 들 수 있다. 평범한 어느 마을의 집회에서 벌어지는 이 씬은 곧 이상하고 진지한 의식으로 발전한다. 의식의 내레이터는 주술인지 최면술인지 모르는 말로 초서가 캔터베리로 가는 도중에 만난 과거 유령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광을 받은 실루엣의 그는 관중들에게 “여러 분이 보는 것은 바로 오래 전 그들이 본 것”이며 “가만히 누워서 들으면 그때의 소리가 다시 들릴 것”이라고 친근하게 말하며 사람들을 꿈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비상한 씬에서 보는 몇 가지의 디테일은 이것이 곧 기억이나 상상, 또는 꿈과 같은 내면의 이미지로 이어진다는 것을 예고한다. 카메라의 포커스가 한 여자에게 맞춰지면서 그의 자세는 부드러워지고 몸은 약간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지금 당신을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인물의 얼굴은 거의 블랙으로 페이드 되고 그녀의 눈만 내레이터의 눈과 마찬가지로 하이라이트 된다. 내레이터가 꿈과 같은 운율의 말을 계속하는 동안 인물은 거의 눈을 감고 몽상이나 잠에 빠진 모습이 된다. 씬은 곧 이 픽션의 인물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상상의 이미지로 옮겨 갈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 순간 파월과 프레스버거는 이 몽환적인 상태에서 별안간 관객을 끌어낸다. 내레이터의 강의는 끝났고 이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물의 머리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영원히 알지 못하는 우리는 그것을 상상만 할 따름이다.

내레이터의 주술이 불러오던 꿈, 우리에게 약속되었던 그 상상의 이미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다음의 씬에서도 이것은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적어도 특정 인물이 상상하는 내면의 이미지로서는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보는 것은 지극히 매혹적인 현상인데 머리 속의 그 꿈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뿌려져 스토리의 구석구석, 모든 인물과 사물에 그 자취가 담기는 것이다. 인물들은 내레이터가 권유한 대로 풀밭에 누어 귀를 기울이고, 어느덧 캔터베리로 가는 길을 가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히 과거의 영혼들과 언덕이나 교회에서 생각을 주고 받게 된다.

 

출처 : 씨네 서울

 

이토록 중요하다는 이 앞부분은 한 개도 못 보고 말았네-_-


볼까말까하다가 봤는데 잘 봤다! 일단은 이야기(tale)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다. 무슨 세계문학사의 최고라는 책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은 적도 없고 내용도 전혀 모르고 제프리 초서가 썼다는 것만 아는데, 이 영화는 그 옛날 얘기를 2차대전 중의 영국을 무대로 가져와 아기자기 재미나게 보여준다.


난 이 두 사람이 썸씽이 생길 줄 알았는데... 정말 냉정한 영화야-_-;;; 애인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알리슨(여자)를 두고 판사(남자)가 사라지는 걸 보여주긴 하는데 관심도 안 보여준다, 남자가 어떤지. 불쌍햄;ㅁ; 난 다 알아 사랑한 거지?

 

이마 이치코의 만화 중에 물이 끊긴 마을에 강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을의 처녀가 물의 신 하백이 사는 곳까지 한 발 한 발 걸어서 가면 감동한 하백이 처녀의 발자국을 따라 강길을 터준다는 씨리즈가 있다. 이 영화도 캔터베리 성당에 가는 순례자들에게 축복을 준다. 원래 책 내용이 그런가보다. 다만 이 네 명의 주인공은 기차를 타고 간다-_- 격세지감... 그래도 신께서는 선하기도 하시지 이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신다. 맨오른쪽 남자만 빼고-_-;;; 대체 그에게 무슨 축복이 왔다구 그래. 알리슨이 축복받는 바람에 혼자 비극이 됐구먼 헐

 

등화관제를 실시해 어두운 마을의 밤길이 "글루맨"때문에 위험하다! 무려 11명의 여자의 머리에 순식간에 풀(글루)을 뒤집어 씌우고 달아난 글루맨! 글루맨의 정체는 무엇이며 목적은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은 그냥 조심하고 말아버린 일에 이방인 세 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푼다. 영국인 하사인 오르간 연주자는 좀 싫은; 캐릭터였는데 미국인 병사 밥 존슨과 도시에 환멸을 느끼는 발랄한 알리슨은 너무 좋았다. 덧붙여 비운의 판사님도 좋았다;

 

알리슨은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농장의 일을 너는 모른다고 무시하는 대장간 아저씨에게 "나는 백화점에서 계산하는 사람이었고 거기에 당신이 있었다면 당신도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요지의 말을 멋지게 날린다. 애인을 떠올릴 때면 정말 슬픈 분위기를 풍기고, 상냥하고 사심없이 밝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글루맨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다니고, 말을 놀래킨 탱크 군인들을 따끔하게 혼내주고, 기타 등등 대활약을 펼친다.

 

아.. 아주 재미있게 보았으나 앞부분을 놓쳐서 무척 아쉽다. 이야기 이상의 영적인 분위기는 도저히 모르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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