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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화가』 (존나 김 주의

category BL의 심오한 세계 2017/10/02 20:10

※ 와병 중 만화 『대리화가』 읽고 감기가 낫고 피부가 깨끗해지고 호랭이 기운이 샘솟으며 건강을 되찾은 후기 (BL 주의

 

며칠간 아프다는 핑계로 주구줄창 잠자고 만화만 봤다. 침대 생활 하느라 어떤 자세로든 볼 수 있게 폰으로 보다보니 거의 웹툰 혹은 이북 중심으로 보게 됐는데, 그 중에 가히 한국 BL 만화계의 신성이라 부를만한 (내가 이제야 알게 됐을 뿐;) 무나무 작가님의 『대리화가』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 리디북스(대리화가 링크)에서 워낙 평이 좋아서 궁금해서 미리보기 조금 보다가 연휴 시작 직전에 단행본 3권 질러서 책으로 읽고 뒷 내용 넘 궁금해서 4권 분량부터는 대여해서 봤다. 폰으로 만화 잘 안 읽는 편이라서 책으로 나오면 보고 싶었지만 3권 출판된지 1년도 넘었고 그 뒤 연재 분량만 해도 4권은 되는 분량이라서 대여로라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대여는 3일인가 밖에 안 돼서 미친듯이 또 읽고 또 읽음 세 번 읽음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 더 읽어야지. 그냥 구매할 걸 그랬다...... 책으로 살 거라서 구매 필요 없음ㅎ 하고 생각했는데 책 언제 나오냐고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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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뒷모습 ;ㅁ; 출처: 작가님 블로그 대리화가 연재시작합니다!

 

막 여러 사람이 봤으면 좋겠는데 영업글을 워낙 못 써서... 뭐부터 적으면 좋을까 그래 4권 되는 분량 내내 3권(22화)까지 봉인해 두셨던 음란마귀가 폭발한다!부터 -ㅅ- 사실 씬을 엄청 좋아하면서도 사실< 씬을 너무 많이 봐서 사실< 그렇게까지 안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긴 좋아하는뎈ㅋㅋㅋ 질려... 천년의 욕정이 돋아서 신나서 보다가도 새롭지가 않아서 흥이 쉽게 식는다. 그런데 이 만화는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이 진짜 씬에 엄청 공들이신 게 팍팍 느껴진다 같은 씬이 없엌ㅋㅋㅋㅋ 어떻게 된 거죠 ㅋㅋㅋㅋ 없던 욕정도 솟아납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재밌어!! 내용이 엄청 막, 막장 요소 없이 흥미진진해!!!

 

씬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흠, 흠 몇 개 캡쳐하고 싶었는데 리디북스는 캡쳐 막아놨네 어쩔 수 없네 쩝... 내가 씬을 재미 없게 읽는 건 내용 전개상 그냥 한 번쯤 할 타이밍에 나와서(예정된 전개) 심드렁해지거나, 아니면 너무 만날 천날 똑같은 두 사람이 하는 거 후웅.. 반복적이라고 느껴서인데, 대리화가의 씬들은 내용 전개상 꼭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연애만화라면 두 사람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행되는지가 제일 중요하지 않음? 그게 씬을 통해서도 당연 느껴지는데 그 씬이 어제 감정 다르고 오늘 감정 다른데 어제의 쎽쓰랑 오늘의 쎾스가 같을리가 없잖아? 그게 다양한 체위와 함께 선명하게 그려져서 넘나리 좋은 것이다. 내용에 녹아드는 쎾쓰... 오랜만이야... 기존에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하고 내 만화책방을 한 번 훑었는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메이지 카나코 정도.. 메이지 카나코도 그냥 씬이라기보다 왜 이것이 SM이 아니면 안 되는가를 씬을 통해 보여주시니 내용에 녹아드는 에쎔... 맞네^^; 하지만 요즘엔 순정만화 그리심 (왜죠

 

그리고 연재분 49화까지 읽은 지금 뒷부분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고 먼저 괜히 으 찌통 ㅠㅠㅠㅠ 찌르르하고 기대된다. 밑에서 스포로 다룰 거임

 

하지만 본격 씬이 나오기 전인 1~3권부터 이미 내용이 재밌다. 일단 공의 얼굴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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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내린 레이먼드님< ㅠㅠㅠㅠㅠㅠ 미친 존멋존섹존잘남 얼굴로 다 하심 개인적으로 올빽 안 좋아해서 올빽이 바람 기타 쎆쓰< 등의 사정으로 흐트러졌거나 아예 내린 머리 나올 때 넘나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

 

줄거리<

시대상은 대충 18세기 어드메인 것 같고 평민이지만 부자였던 레이먼드네 집안은 귀족 양반의 개수작에 놀아나 풍비박산 나고, 그 귀족에게 복수할 일념으로 레이먼드는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세상만사를 내 복수에의 이용가치라는 척도로 재게 된다. 그런 그가 우연히 명문 화가 집안에서 학대받으며 대리화가 노릇을 하던 이안의 이용가치를 알아보고는 구해내고, 이안의 천재적인 재능을 이용해 복수의 대상에게 다가가고 이윽고 성공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안의 이용가치가 다 했다는 계산에도 불구하고 이안을 내치지는 않는데...<

 

레이먼드에겐 태초부터 부지불식 중의 연애감정이 있었다

학대당해서 불쌍하고 외양이 이쁘장하다고 해서 남자 어른이 남자 어른한테 이렇게 스킨십하는 거 아니잖아요... 보면 우리 할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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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 초장부터 걱정한다. 레이몬드님 자신도 모르는 꿍꿍이를 독자와 할멈은 간파했던 것<

 

(이하 1~3권 스포 스포)

 

#1 이안은 내내 그림만 그리도록 학대받다 탈출한 뒤 그림 그렸던 과거를 부정하며 시종이 되어 집안 허드렛일을 하며 살게 해달라고 레이먼드에게 부탁한다. 트라우마가 심한 이안에게 그림을 강요하지 말고 좀 지켜보려 했지만 그림만 그리고 밥도 잘 안 줘서ㅠㅠㅠㅠ 몸에 히마리가 없던 이안은 시종일을 잘 못한다. 저녁도 굶고 잘못된 도끼질을 하던 이안에게 다가간 레이먼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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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을 백허그하며 도끼질을 말리는데.. 보통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면 무릎을 탄력 있게 굽히고 머리를 언제 날아들지 모를 도끼로부터 보호하려 팔꿈치를 들며 "어이쿠, 조심 조심!" 이래야 되는 거 아님? 원래 도끼가 뒤로도 날아간다구여. 근데 대뜸 가서 안아버림

 

#2 이안이 사실은 그림을 그리고 싶을텐데 계속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걸 본 레이먼드는 이안이 대리화가 적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전시회 비스무리한 데에 이안을 데려가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남의 그림으로 알고 감탄/찬양하는 걸 본 이안은 오열한다. 그때 손이 빠른 레이먼드는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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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을 진정시킨답시고 그를 강하게 끌어안는데...< 그래, 위로할 때 끌어안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저 "쉬- 진정해 이안." 컷에서 이안 머리통에 코 박고 있지 않음??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행동임 동성이고 이성이고 간에 저러면 간지럽잖아!!!!!!!! 나만 간지러움? ㅎㅎㅎ;;; 더군다나 이안은 학대의 상처 때문에 남자와 닿기만 해도 흠칫거릴 땐데.. 물론 레이먼드는 예외였다. 불길 속에서 기절한 이안을 들어안아 구해줬던 게 무의식에 남아설까 왜 때문에 레이먼드한테만...< 여튼 저건 내가 이용해 먹을 건데 좀 짠하기도 한 성인 남자한테 흑심이 없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단 말이다. 여튼 이를 계기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이안을 레이먼드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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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잘 때도 애지중지 다룬다. 애초에 이안에게 다정하게 대해서 나중에 이용해 먹을 때 더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던 속셈이 있었지만, 깨어 있지 않을 때도 애지중지 아주 그냥 누가 아무리 말랐어도 성인남자를 공주님 안기까지 하면서 작업실에서 방까지 넓은 거리를 이동하냐고 아주 그냥 이미 사랑이잖아 그걸 할멈과 독자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암

 

#4 한편 이안은 세상에... 이안이 레이먼드님에게 사랑에 안 빠지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음? 어린 시절부터 독방에 갇혀 온갖 학대만 받으며 살던 나를 어마어마한 존멋존섹존잘님이 구해줬어.. 그림 못 그리겠는 상태도 벗어나게 도와줬어.. 내 얘길 들어주고, 글을 가르쳐 주고, 내 영양 상태를 걱정해 주고, 세상 천지에 이렇게 다정한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규.. 남자고 여자고를 떠나서 이런 구원자, 단독자를 좋아하지 않고 배기겠냐규ㅠㅠㅠㅠ 그런데 자기 마음 잘 모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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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허그 또 당하며 깨닫지 아니할 수 없음 아 이거 사랑이구나... 하구 ㅠㅠㅠ 게다가 귀에다가 속삭이잖아 아유 보기만 해도 간지러운 것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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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레이먼드는 아무 생각 없이 이안의 손목과 손 부분을 꼭 붙잡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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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학대당하던 시절의 악몽을 꾸는 이안을 위로하는 레이먼드는 그냥 팔뚝이나 등 토닥여도 되는데 굳이 얼굴을 쓰다듬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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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학대자를 마주하고 벌벌 떠는 이안의 손을 매만지며 위로하는 레이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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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냥 팔 잡아땡겨도 되는 걸 꼭 끌어안는 레이먼드. 옆에 잘렸지만 그걸 유리가면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서브공 타이틀도 못 달아줄 ㅠㅠㅠㅠ 비운의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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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미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 마음 설레게 개수작 부리는 레이먼드님

 

쓰다보니 뭔가 ㅋㅋㅋㅋ 레이먼드 디스하는 것 같지만=ㅅ= 절대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어진(?) 후 레이먼드는 이안 머리랑 이마에 뻑하면 뽀뽀하는데 좋아죽겄다 겁나 달달해부러 ㅜㅜㅜㅜ 캡쳐 안 돼서 진짜 아쉽다. 나중에 단행본 사면 또 찍어 올려야지 정수리랑 관자놀이 뒷통수 기타 머리 전역에 쪽 하는 컷들에서 지도 모르게 레이먼드가 이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23화부터 스포 있음)

 

배덕의 쾌감

배덕 말고 다른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 안 남..ㅜ 비밀스런 애정행각을 통해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는 데서 기쁨을 얻는 씬이 있는데 일단 레이먼드는

 

백작 당신은 모르겠지. 당신이 경애애 마지 않는 화가가 지금 내 밑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신음을 흘리고 있는지.

그래. 당신이 탐내는 이 아이는 내 것이다.

 

갸아아악 꺄아아앙ㄱ 

 

이안 역시 레이먼드를 '운명의 상대'라 부르는 공주님을 보고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상상도 못 하겠지. 지난 밤 바로 이곳에서 자신이 감사해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운명의 상대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러는데, 이안의 경우 자기는 나쁘다고 수도 없이 자책하고, 이런 우월감 느꼈다고 또 다시 자기는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ㅠㅠㅠㅠ 겁나 찌통임 더군다나 계속 기대하지 말아야지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하잖아 난 괜찮아 난 괜찮아 하고 주문을 거는데 하나도 안 괜찮아 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찌통이다. 넘나 좋은 것...<

 

그리고 캡쳐가 안 돼서 넘나 아쉬운데, 레이먼드가 공주님이랑 성에 가는 날에도, 밖에 공주 대기 타는 같은 페이지에서 이안을 기절///ㅅ///시켜 놓음 배덕 쩜 레이먼드 존나 나쁜 남자아아아아 갸아악 갸아아아아악

 

향후 전개에 대한 나의 기대

내가 관찰한 바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유부남공을 용서 못하지만(이혼남은 익스큐즈됨), 그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뭔가 사연을 가진 복흑공이 그래도 주인수를 택해주기를 바라지만, 나는 레이먼드가 공주랑 결혼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후회공으로 으 찌통< 이 남자는 이안을 사랑한다는 걸 인정한 순간에도 '재밌군. 사랑이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순간의 흥미일 뿐이다.' 이러고 있다(이 깨달음을 끌어낸 일등 공신, 이안의 문하생 니콜라스는 레이먼드를 향해 "당신 쓰레기구나" 감탄조로 본심이 튀어나옴. 니콜라스 맴=내 맴). 레이먼드는 자기 마음의 밀도를 모른다. 그리고 진짜 마음은 뜨수하겠지만< 권력욕이 있는 남자다. 그니까 공주님이랑 결혼해 버렷...!!! 젭라!!!! 존나 찌통 노선으로...!!!! 그리고 사랑은 이안이랑 하겠다며 이안을 안 놔줌ㅋㅋㅋㅋㅋㅋ 이안 도망가 버렷ㅋㅋㅋㅋㅋㅋ<

 

이안이 넘나 불쌍하겠지만 하지만 이안이야말로 레이먼드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편, 그림의 방향, 즉 자기 인생의 노선이 레이먼드랑 갈리잖아. 이안은 민중 화가 쪽으로 가닥 잡았던데.. 사실 이 지점이 넘 재밌는 것.. 많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은 러브 스토리가 넘나 다른 두 인생이 투닥투닥 연애하고 결혼=_=하는 데까진 그려도 그 이후의 생활에서의 충돌이 어떨지 안 그리잖아. 그냥 대충 사랑 만쉐 하고 봉합해 버리잖아. 근데 각자 서 있는 위치가 다르고, 충돌하는 욕망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쪽이 다른 한쪽으로 통합/흡수되지 않는 이상, 사랑만으로 살 수가 없다. 이 만화에서는 이걸 다룰 것 같다. 지금 당장 그 배신이 없었어도 (아유 넘나 스포쟈나ㅠㅠㅠㅠㅠㅠ) 혁명이 실패해서 죽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가정으로 익스큐즈될 수 없이, 바로 그 배신 때문에 죽은 동료들이 직접 언급된다. 결국 레이먼드를 용서할 수 없는 건, 사적인 관계에서도 괜찮지 않고, 공적인 영역에서도 괜찮을 수 없는 이안일 것 같다. 이안이 성장하지 않은 채였다면 몰라도, 이안은 이미 레이먼드가 보여준 세상보다 더 넓은 세상을 가진지 오래다.

 

그럼 이런 두 사람이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모름< 아무튼 나는 항상 시간으로 떼울 수 있다는 주의인데.. 10년 후 20년 후 더 넓은 세상을, 더 많은 사람을 경험해 새로운 사람이 된 이안과 그새 혁명의 성공으로 인생 파산<한 레이먼드가 역전된 관계로 재회해서... 아냐 싫어 ㅠㅠㅠㅠㅠㅠㅠ 레이먼드 도대체 막 나가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규. 내가 막 나가길 바래놓고 답이 없다;; 후회공으로 가려면 참혹하게 부솨져 버릴 수밖에 없던가...ㅠㅠㅠㅠㅠㅠㅠ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예정된 찌통이 넘나 기대되고 즐거우다. 넘나 작가님 사는 동안 많이 버시고 어시 열 명 두셔서 작품 활동 많이 해 주소서.

 

이북? 연재? 딴 얘기

나는 대본소 시절 만화는 안 봤고(만화방도 거의 안 가 봄) 중고딩 때인 90년대 중후반에 많은 만화잡지를 구독했었다. 그런데 소년/청년 만화 쪽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순정 만화 쪽엔 잡지에 연재하지 않고 단행본이 바로 나와버리는 시장(?)이 따로 있었다. 만화 잡지만 보던 나는 그런 시장이 따로 있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도 그럴 게, 나로선 접할 통로가 없었다. 만화책을 사기 시작한 뒤로는 대여점도 잘 안 가서, 더 몰랐다. 아마 권교정 작가를 좋아하게 되고, [도깨비 신부]라는 작품을 알게 되면서 그런 쪽이 있다는 걸 2천년대 들어서야 알게 됐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잡지 연재 없이 단행본으로 바로 내는 게 대본소 만화의 잔재인가 싶기도 한데, 출판 만화 역사를 잘 몰라서 그건 모르겠지만, 연재를 통한 원고료를 받지 않고 단행본을 바로 낸다는 게 어떤 상황인 건지 잘 가늠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지만, 비정규직이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같은 시스템 속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다른 처우에 놓인. 그래서 단행본 출판 경험 있는 작가들도 다시 잡지 공모전을 통해 데뷔했던 것 아닐까? 아마도 인세는 잡지 연재 없는 쪽이 더 높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근데 만화 잡지란 건 애초에 선전용도가 대단히 커서, 신인이면 본격 연재 전에 단편으로 인지도를 쌓아서 연재에 들어가고, 특정한 메이저 작품을 보기 위해 잡지를 집어든 독자들에게 잡지 연재만으로도 광고가 된다. 그리고 연재 기간 동안 매달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된다. 그런데 바로 단행본을 낸다는 건 뭘까? 잡지에 여러 만화 단행본 광고가 실려서 거기에 실렸을 수도 있지만, 4년간 10여종 내외의 만화 잡지를 구독했던 나는 전혀 몰랐다. 물론 나는 광고면을 꼼꼼히 훑지 않았었다. 내가 연재를 보지 못한, 좋아하는 작가의 옛날 작품이 신판으로 나올 때 광고 보고 사는 정도였지.. 그렇지 않아도 97년에 신인이었던 권교정 작가가 데뷔 전 작품이 있었다는 게 뭔 상황인지 몰랐는데 그걸 2천년대 들어서 알게 됐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만화잡지가 있지만, 아마도 성인BL을 연재할 곳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선지 이 작품은 그 옛날 잡지 연재 없는 단행본들처럼, 매우 하드하게(추정), 매 화 독자들의 결제가 원고료 및 인세를 대체하는 것 같다(단행본 인세 제외). 다행히 이 작품은 출판 지원을 받아서 단행본으로도 나오게 됐는데, 무나무 작가님의 전작 [사장님의 고뇌](개그 BL이고, 역시 재밌다!)는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작품 매 화 연재분 끄트머리에 역시 매 화 독자들의 결제가 수입원 전부일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작품들의 광고가 실려 있다. 다시 한 번 내가 시스템을 잘 모르고, 지금 그나마 남은 만화 잡지는 몇 개 없는 걸로 알아서 오히려 이쪽이 일반적인 것일 수 있지만, 만화 잡지 연재 기회 없이 바로 단행본을 출간하던 그 옛날 시스템을 떠올리며, 현 시스템이 작가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북으로 바로 바로 연재한다는 게 작가가 매 회 결제량에 좌지우지되는 불안정한 시스템인 걸까봐.. 이미 웹툰계가 그런 걸까? 웹툰을 거의 안 봐서, 그래서 그쪽 생태계에 아무 관심이 없던 차에 요즘 트위터에 불거져 나온 레진 사태를 보며, 그리고 연휴에 침대 속에서 몇 개 웹툰을 지속적으로 볼 결심을 하며 몰랐던 불합리한 시스템들에 대해 알아 보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관심 가져야겠다.

 

덧붙여 『대리화가』의 단행본은 책으로서 퀄리티가 좀 실망스러웠다. 편집부가 너무 신경을 쓰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대사 폰트가 서울남산체라는 건 뭐 나만 거슬린다고 치자. 하지만 단행본의 유일한 컬러 페이지를 바르디가 3인으로 한건 진짜... 왜죠...;;;; 흐름을 끊어줘야 하는 부분에 아무 표식 없이 지나가는 것도 이상했다. 전문 용어로 뭐죠...? 몰라 내지도 아니고 간지도 아니고 암튼 그 전 연재분 마지막 내용을 새 연재분에서 반복하며 시작할 때 그거 원래 끊어주는 거 있잖아 전문 용어로 뭔데여< 암튼 그 편집이 전혀 없어서 이상했고, 이미 이북으로 연재했기 때문에 기회가 더 있을 것 같은데도 교정이 덜 돼 있는 것도.. 편집부에서 이렇게까지 신경 안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알 수가 없으니 무성의한 단행본 편집을 이해할 길이 없다.

 

다만 이렇게라도 책으로 읽을 수 있는 건 좋다. 나 옛날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작품은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기 또래.. 뒷권들 안 나올까봐 조마조마한데ㅠㅠ 출판 지원 받았으니 꼭 나올 거라 믿어버림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은 사람 있으면 책 사주라주라

대리화가 1
대리화가 1
무나무
대원씨아이(만화), 2016
대리화가 2
대리화가 2
무나무
대원씨아이(만화), 2016
대리화가 3
대리화가 3
무나무
대원씨아이(만화), 2016

 

+ 헉 ㅠㅠㅠㅠㅠㅠㅠ 글 쓰고 나서 대원 트윗에 4권 이후 발매 어렵다는 트윗 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짓말 그짓말이야 빨리 사죠 빨리 구입들 해주라 광광

 

+ 작가님 블로그에 불펌 관련 공지에 써있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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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입이 없으면 저는 연재를 이어나갈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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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20:10 2017/10/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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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진 2017/10/04 09:34

    헐 그림에 치이고 갑니다

    • 그슨대 2017/10/04 17:47

      갠적으로 앞모습 그림은 그냥 그런데 옆모습 예술이라구 생각해여 우리 시진이 한국 오면 내가 단행본 사줘야지! 이북으로 빨리 봐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