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에서 찾기시험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5/14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10)
    뎡야핑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 등록일
    2010/05/14 12:06
  • 수정일
    2010/05/14 12:06
  • 분류
    마우스일기

초등 3학년 때 선생님은 나를 유독 좋아하셨다. 왜 좋아했는지는 이해가 안 된다. 엄마가 촌지를 줬을까? 평생 거짓됨 없이 산 줄 알았던 엄마가 초딩 담임들에게 촌지를 몇 번 건넸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어 얼마나...-_- 하지만 3학년 때는 아니었을 것 같다. 왜냐면 엄마가 촌지를 준 건 내가 남자애랑 싸우고 문제를 일으켜서 소환당했을 때 뿐이라 들었고 3학년 때는 아직 그러지 않았었으니까...;

 

암튼 시험을 마친 어느 날 엄마랑 언니랑 놀러가고 있는데 퇴근 중인 선생님과 마주쳤다.(학교는 우리집에서 코앞 5분 거리) 선생님은 빵긋 웃으시며 뎡야핑*-_-*이 올백을 맞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한 번도 올백을 맞은 일이 없었고, 시험에 몹시 집착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내가 걸렸던 문제를 교과서에서 찾아봤기 때문에 한 문제가 틀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고3때까지는 시험 끝나면 쉬는 시간에 다음 거 공부 안 하고 아리까리했던 문제 정답 확인하는 데만 시간을 보냈다. 그때에는 시험에 집착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졸업한 뒤에는 후후후)

 

하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거고, 엄마는 또 엄청 기뻐하고 얼떨떨하면서도 나도 기뻤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각자 시험지를 돌려받고 잘못 채점된 점은 없는지 검토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린이들이 양심적이기에 믿는 건가? 맞은 문제를 틀리게 채점했거나 그 반대라고 선생님한테 자진납부(?)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과연 내가 아는대로 한 문제가 틀렸다. 나는 정직한 어린이로 소문이 난 어린이였다. 암튼 그런 명성 때문이 아니라 이걸 어째야 하나 너무나 고민스러웠다. 더군다나 내가 1번이라고 했으면 정답이 4번인, 그래서 고치는 데에 지우개도 필요없고 정말 손쉽게 슬쩍 고칠 수 있는.. 각자 정답 확인하느라 교실은 시끄럽고 정신없고 아무도 모르고 엄마는 기뻐하고 아무도 모르고

 

그래서 고쳤다!! 

 

그런데 자연 시험지 정답 체크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틀렸고, 틀린 문제를 선생님은 맞다고 채점을 해놓았다. 두 번째 시련 앞에서 어쩌쓰까잉 짧은 시간 동안 ㄷㄷ 어쩌지 하다가 이건 주관식이라 지우개를 써야 한다는 점에 착안, 그냥 틀렸다고 선생님한테 말했다. 그때 선생님의 표정은 싹 굳었고 나는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뭐 그 뒤에도 계속 예뻐하셨심. 그때 틀린 자연 문제를 나는 평생 기억하는데-_- 물고기의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충 이런 문제에 정답은 "비늘"이거늘 나는 "비닐"이라고 썼다 ;;;;;;;;;;;;;;; ㅋㅋㅋㅋㅋㅋㅋ

 

엄마를 실망하게 해서 나는 너무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1, 2학기 학년말 성적에 선생님을 올수로 답해주셨다;; 어릴 때는 체육을 못 해서 항상 올수는 안 됐는데. 지금은 체육 잘함 왕잘햄 공부를 못함< ㅋㅋ

 

아침밥 먹다가 이때 생각이 났다. 무엇에서 연상이 되었을까? 이미 과거를 싹 회상하고 난 뒤라 뭐에서 연상했는지 추적할 수가 없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