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Walden, 1969

 [주안미디어문화축제] 결국 조나스 메카스의 월든밖에 못 보았다 크윽 ㅠ_ㅜ

with P. Adams Sitney, Tony Conrad, Stan Brakhage. 그래 생각난다 이 사람들-_-
 

이 영화는 사건들, 사람들(친구들)과 자연(계절들)에 관한 일종의 개인적인 기록들이다. 나는 1950년 이후로 영화 일기를 쓰고있다. 나는 Bolex와 함께 산책하거나 현재의 현실에 역행하고 있기도 하다. 상황들, 친구들, 뉴욕, 그해의 계절들. 어느날에 나는 10프레임을 찍었고, 10초당 다른 프레임들, 계속해서 10초에 다른 프레임들을 찍었다. 혹은 나는 아무것도 찍지 않았다.
WALDEN은 1965년에서 1969년까지의 소재들을 포함하고, 연대순으로 배열하였다. 목소리들, 지하철, 시끌벅적한 거리 소음, Chopin(나는 감수성 있는 사람이다)의 일부들, 다른 주목할만하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음향들
_ 조나스 메카스(Jonas Mekas)

 

 


 음악은 쇼팽의 곡, 소음들, 지하철이나 자동차의 굉음 세 파트로 나눠진다(고 본다). 굉음이 완전 시끄러웠는데 내가 이 시끄러운 소리는 뭐냐고, 폭탄 소리냐고 지하철 소리냐고 물으니까 통역자도 감독(조나스 본인이 아니고 절친한 사람)도 뭘 일컫는지 모르는 것으로 보아 저 굉음이 굉음으로 안 들렸다는 건데 헐... 뉴욕의 저 모든 소음들(굉음까지 포함하여)을 조나스 매커스가 완전 사랑했다고 하니 내가 생각한 굉음은 역시 아닌 것이다=ㅅ=

 

그러나 뭐 내 마음이지러... 등산하는 사람들의 얼굴 면면은 웃고 있었지만 고속촬영에다 굉음이 덧씌워지니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이 말에 대한 숭당의 반응 : 그렇게 보다니 너는 재앙이야! 완전 싸이공)

 

마치 <파타 모르가나>의 헤어초크처럼 음악을 컷에 맞추어 자르지 않고 딱히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은 편집시의 즉흥적 감상에 따른 사운드(노래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소리들이 들어가는)가 재미있었다. 일상을 담는데 그러니까 그 굉음이 바로 일상의 소리였구나. 그러나 내게 전혀 일상이 아닌 그 소리는 베트남의 전쟁과의 대비로 느껴졌다.

 

그냥 지하철 소리를 확대했다기에는 완전 폭탄 터지는 소리-_-

 

이 볼렉스 카메라라는 것으로 계속 영화를 찍는다는데 이 카메라 설명만 들어도 너무 매력적이야... 내년에 돈을 조금 벌어서 최고 싼 디지털캠코더를 사려했던 계획은 수정. 이런 카메라는 얼마일까? 동시녹음이 안 되고, 고속촬영이 되고, 오버랩촬영이 된단다. 이런 건 편집에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동시녹음이 안 되니까 마치 프랑스영화처럼, 아니면 무성영화처럼, 역시 무성영화의 느낌이 강한데 중간중간 글씨가 들어간다. 자기 나레이션도 막판 쯤에 마구 들어가 있는데 번역을 안 해줘서 뭐가 뭔지...-_- 알아들은 것은 씨네마는 라이프다라는 정도. 이미지의 총합이다.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씨네마 다이어리를 쓰는 작가는 5년간 찍은 것을 장장 3시간 짜리로 만들어놓았다-_-(볼렉스 카메라의 특징인 건지, 한 릴(Reel)은 45분까지이고, 4개의 릴이 상영되었다=ㅁ=). 물론 작가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중간에 다른 볼일을 봐도 무난하다는 말에 따라 나는 초반에 잠시, 숭당은 1시간 반을 잤다. 그래도 아무 지장 없는 영화, 드라마도 서스펜스도 없는 정말 일상적인 일상들의 고속배열.

 

그치만 나의 일상이랑 많이 달라서 나는 마음대로 생각하고 말았다네... 일단 왜 이렇게 긴 걸까. 무려 5시간짜리 영화도 있다고 한다=ㅁ= 무슨 영환지 까먹고 말았다네. 일단 일상의 굉음, 조나스에게는 굉음이 아닌 사랑스러운 뉴욕(조나스에게는 소로우의 '월든'인)의 소리들인 굉음은 내 일상에 비유형적으로 끼어드는 타인의 고통으로만 느껴져. 마지막 풀밭을 밟는 소녀 씬에서의 굉음은 숭당은 아주 좋았다라는데, 나는 소녀를 조각조각 찍은 것이 신체절상으로 느껴진다. 이거 완전 내가 변태네.

 

플럭서스...라고 행위예술 감상법 읽을 때 처음 안 그룹의 일원이래~~ 와아~~ 그래서 같이 논 아티스트들이 잔뜩 나와서 어찌나 결혼식도 많이 하는지... 정말 나도 남의 결혼식에 가서 비디오 저렇게 찍어봐야지 너무 재미있겠다. 그나저나 정말 왜 이렇게 긴 건지는 도통 모르겠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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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박스

-열린 책들에서 펴내고 황금가지판 셜록 홈즈의 번역자 곽영미 씨가 번역한 이스라엘의 국민작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워낙 역자의 해설이나 비평가의 해설은 책에 붙어 있는 경우 안 읽는데 곽영미 씨라서 읽었다. 아주 셜록 홈즈에 열광했어서. 그런데 등장인물간의 비꼼같은 걸 모두 관심의 표현이라고 따뜻하게 읽어서 완전 당황했다.

 

내가 좀 이스라엘 사람이라서 미워서 그런가?

주요 등장인물 간의 편지, 전보와 아주 가끔의 메모로 이뤄진 책 한 권은 서로 얽힌 관계가 약간 씩 다른 만큼 비꼼도 차원이 다르게 보였는데.

 

냉철한 세속적 유태인으로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학자인 알렉에게 전처 일라나가 편지를 보내온다. 당신 아들 보아즈가 말썽을 피워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일라나는 재혼을 해서 남편 미셸과의 사이에 애기딸 이파트를 두고 있다.

 

일라나는 문학적인 묘사를 마구 써대는데 난 진짜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현남편 미셸에게 조종당해 슬쩍 돈을 요구하는 꼴 때문에. 알렉 기드온 교수는 처음엔 거부하더니 왠일인지 어마어마한 돈을 보내주고... 암튼 일라나는 자꾸 알렉을 유혹하려다가 자기네 인생에서 사라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가 이것저것 아름답게 묘사하다가...

 

블랙 박스라는 비행기 추락원인을 해독한다는 것과 달리 부부가 왜 깨졌는지, 아니 일라나는 왜 그렇게 바람을 피운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렇지만 둘 사이가 기본적으로 애증으로 뒤얽혀 있어서 단지 일라나가 이상한 게 아니라 서로 뒤엉킨 관계가 그렇다는 건 알겠다. 그래서 두 사람의 서신교환은 따뜻하다고 볼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알렉의 이스라엘 현지 변호사 차크하임이 미셸과 결탁하여 극우 애국 시온주의자로써 알렉의 땅을 비싸게 팔아서 기부를 하라는지 어쩐지 천국에 보내주겠다던지 헛소리를 하면서 자신이 알렉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알아왔다는 인정에 호소하면서 한국식으로는 "늙으면 다 죽어야지" 신공을 구사하는 모습이 완전 기분 나빴다. 자기 이해대로 움직이면서 간사하게 모두 너를 위해서라고 내가 라스푸틴이냐고 블라블라 완전 이상한 사람이얌-_-

 

게다가 미셸이라면 완전 더러운 타입인데 어찌나 더럽게 돈을 요구하면서 그게 천상의 왕국을 짓는 데에 쓰인다는 개소리나 작작하고 이런 천벌받을 인간... 이 자가 쓴 모든 편지는 애정을 가장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동일하다. 나는 너를 이해하고, 나는 선량하고, 나는 옳다. 가끔 자기가 얼마나 가난하게 살았으며 프랑스에서 아랍인처럼 보이는 외모 때문에 멸시당했는지같은 구구절절한 신세한탄 + 지가 역경을 견뎌온 위대한 유태인이라는 얘기. 내가 최고 경멸하는 더러운 인간. 이 인간이 쓴 어떤 편지에 도대체 따스함이 있다는 건지?

 

 

이스라엘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peace now라는 평화단체를 설립한 아모스 오즈의 이력을 알고 보았는데 잘 모르겠다. 아들인 보아즈의 마치 예수와도 같은, 공동체에서 얼마만큼의 희망을 보아야 하는가?(역자에게 하는 소리이다;) 좋긴 하지만... 보아즈는 여전히 시온주의자고 아랍인은 여전히 천한 민족이고. 예수에 비견될 만한가? 모르겠어 내가 너무 이스라엘 사람들을 싫어해서.

 

이스라엘의 군대문화나 엄격한 유태교의 여자 억압을 약간 엿보았다.

 

이 모든 맥락을 떠나 알렉이 미쉘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은 마음에 박힌다. 선생도 알겠지만, 내 죽음은 꽤 합당한 것으로 보이오. 내 말을 곡해하진 마시오. 내가 죽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오. 전혀 다른 소망을 얘기하는 거요. 결코 존재하지 않기를. 시간을 되돌려 내 존재를 지우기를. 내가 태어나지 않았기를. 처음부터 다른 모습이었기를. 가령 유칼립투스이거나. 갈릴리의 벌거숭이 언덕이거나. 달 표면의 돌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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