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 지크프리트Die Nibelugen: Siegfried, 1924

친애하는 무연이 영화 보자고 해서 봤다 바쁘다고 뭔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갔음 늦게 가서 [10월]을 못 본 게 이제야 후회되네 일찍 자고 일찍 쳐일어나ㅜㅜ 무연의 글은 개인적인 회고와 기대: 한국영상자료원의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기획전

 

영화에 대해서 쓰려는 건 아니고... 영화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겠따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솔직히 넘 우스운데 이게 노린 건지 내가 맥락 이해도 못 하고 무식하게 웃는 건지 모르겠는 거다ㅜㅜ 그런 느낌은 정말 처음이었어ㅜㅜ 그래서 웃을 때엔 무연 눈치를 봤다 그가 웃고 있는 가 아닌가... 다행히 웃고 있긔< 뭔가 나는 웃어야 하는 장면이 아닌데 사람들이 웃는 걸 정말 싫어하고, 그래서 영화관에서 많은 사람들이랑 영화 보는 걸 싫어한다 근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내가 너무 싫잖아 -_-

 

내용도 난 뭐 이거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이렇게 막장인 줄 처음 알았네...; ㅋㅋㅋㅋ 나는 보면서 계속 '지그프리트가 잘못 했네~' 이러면서 봤음 -_- 지그프리트는 미녀 크림힐데를 얻기 위해 걔네 오빠인 왕 이름 기억 안 나는 유비같은 놈 우유부단해 빠진 놈이 시키는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저기에 존나 강한 브륀힐데 여왕이 있는데 걔랑 꼭 결혼하고 싶은데 걔는 강한 남자 아니면 결혼해 주지 않는대 날 그 여왕님과 결혼하게 도와주면 내 동생이랑 결혼시켜 주지

 

그래서 지그프리트 이 놈이 브륀힐데 여왕님과의 체육 겨루기에서 몸을 가려주는 가시모자를 쓰고 오빠놈을 도와줘서 브륀힐데 여왕님이 왕 속아넘어감 근데 딱 봐도 오빠놈이 맘에 안 드는데 약속을 지켜야 해서 어거지로 시집 와 억울해 죽겠는 와중에 이 미친 왕놈이 첫날밤도 못 치뤄서 어떻게 좀 해달라고 -_- (물론 직접 지시는 '하겐'이라는 신하가 내리는데, 그 사람 왕좌의 게임의 하운드 닮았다) 그래서 왕으로 변신하고 여왕 방에 들어가 제압함

 

근데 나중에 신난다고 지그프리트랑 결혼한 크림힐데년이 브륀힐데랑 싸우면서 우리 오빠같은 놈이랑 사는 너따위...하고 천시하고 여왕님을 화나게 함 결국 지그프리트랑 왕놈이랑 기타등등이 짜고 날 농락했음을 알게 된 여왕도 사기 쳐서 결국 지그프리트 뒤짐 

 

죽을 것까진 없지만 뭘 잘했다고 크림힐데는 복수하고 지랄이야 지기미 억울하면 브륀힐데가 억울하지 지가 뭘 잘 했다고 애초에 사람을 속인 니가 개놈이고 니가 속인 바로 그 사람때문에 죽으니까 인과응보다 요놈아 이런 마음으로 봤당<

 

게다가 여행 초행길에 말타고 우연히 발견한 멀쩡하게 가만 있는 용한테 가서 존나 찔러 죽임 개썅놈의 새끼...-_-;;;;;;; 용을 죽이고 그 피로 목욕하면 불사신이 되는데 보리수잎이 닿은 자리만 불사신이 아니다 (아킬레스건처럼) 근데 그걸 아무도 안 봤는데 음유시인이 퍼뜨리고 적들이 그 보리수잎 닿은 자리를 알아내려 애쓰고... 그거 애초에 그럼 지 입으로 나는 불사신인데 한 군데만 불사신 아니라고 퍼뜨리고 다닌 거 아닌가... 뭐 생략된 이야기들이 더 있을까 싶다만.. -_-

 

암튼 내용은 이런 식으로 티비 드라마 보듯이 봤는데, 이번 상영에서는 현장에서 피아노 연주가 있었다. 근데 나는, 라이브 실황에 대해 크게... 아니 물론 라이브 들으면 좋긴 한데, 소리가 녹음된 소리랑 엄청 다르다는 걸 몰랐는데, 현장에서 울려퍼지는 그 피아노 소리.. 그랜드 피아노라서 그런가요 너무 좋아 영화 초반에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너무너무 좋아서 피아노만큼은 끝까지 너무 좋았다. 영화 중간 중간 삽입된 타이포그래피도 좋긴 했음 특히 첫 글자에 동물 그림 넣는 거 아유 귀여워 너무 좋아 >ㅆ<

 

마지막 문단만 있으면 되는 글이었다...< 암튼 무연과 함께한 시간이라 햄볶았으며 아울러 결혼 준비로 바빠서 2부는 못 볼 것 같아 걱정하였으나 내가 본 1부가 재밌었으면 어떻게든 시간 내서 2부도 보러 갔을텐데 그냥 가지 말자는 마음으로 결혼 준비나 하였다 ㅋㅋ 프리츠 랑 영화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본 적이 없다는 걸 확신하겠다 이렇게 재미없어하는데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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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팔레스타인, 이라크

오늘 어떤 사람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다가 약간의 추측이 생겨서 적어본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유가 뭔가?라는 게 질문이었는데, 일단 대답은 일방적 점령 상황이 아니라 분쟁 상황으로 미디어에서 보도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는 거였는데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나 빈약하다.

 

2003년 이라크 침략 전쟁을 계기로 한국에 평화운동 단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도 그 때 생겼다 (나는 2004년에 조인) 근데 나는 왜 이라크 문제로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단위가 없는데 팔레스타인 문제로 활동하는 우리 그룹이 탄생하고 지속되었는지 궁금했다. 거기에는 창립자들의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그건 중요해 보이진 않음 다른 평화활동가들 많으니까. (*이에 대해 아래에 씀)

 

2003년에는 나도 그렇고 평범한 사람들이 반전 집회에 대거 나왔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 침공해서 학살할 때에는 최고 많이 나왔을 때가 300명, 평소에는 100명쯤 나왔다고 기억함.

 

이라크는 지금도 장난 없는데도, 어느 시점 이후에는 사태가 소강 상태로 접어든 듯 느껴졌음 (사실 여부를 떠나서). 팔레스타인은 항상적 상황으로 인식됨. 그런 차이? 그니까, 전격적으로 이라크가 공격당할 때는 분노해서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는데, 뒤에 소강 상태라고 인식돼서 안 나오고, 팔레스타인이 전격 공격당할 때는 그 공격 상황 자체가 소강 상태와도 같은 항상적 상황이라서...

 

뭐 그런 추측을 해봤다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단 일 개 추측.

 

그 뒤로 평화 운동이 발전하면서, 한 편으로는 혹은 전체적으로 운동은 분화/전문화되고, 왠지 평화 운동은 국제 이슈가 우리랑 상관 없는 운동같고, 안전한 운동 같고... 국내 문제랑 동떨어져 보이고..

 

저번에 남의 페북 글에서, 북한이랑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한국에 평화 운동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걸 읽었는데 나도 그게 궁금하다. 무책임한 말이지만 정말 모르겠고, 나도 거리로 뛰쳐나가고 집회를 조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냥 패배감에 쩔어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무뎌서? 그것조차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따. 아니면 내가 이 이슈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거나... 근데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닌듸 뭐뭐지

'

쿠르드 출신 한국인이 같이 있었는데, 국제 이슈 중 팔레스타인은 겁나 메인 이슈인데 쿠르드는 완전 같은 시기에 시작된 문제지만 듣보잡이라는 현실을 성토하기도 했따. 나도 오늘 메모 중에 그런 걸 혼자 하고 있었는데. 이건 항상 고민이다. 그나마 조명이라도 받는... 예전에 노조 사업장에서도 그런 얘기 들었었는데.. 민노총에서 한 번만 회사 앞에 와서 집회 조직해 주면 해결될 작은 사업장들이 맨날 다른 집회 동원되며 자기 현장 비워야 해서 고립감 느낀다고.. 뭐 그런 느낌으로다가. 왠지 나는 운동을 그만 두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네 무능해

 

팔레스타인 문제로 활동하는 우리 그룹이 구성원이 계속 바뀌어 창립 멤버가 일인도 안 남아도 계속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계속 굴러가는 것은 이슈 자체의 힘의 비중이 크리라고 여겨왔는데, 그 이슈 자체의 힘은 누가 만드는가? 쿠르드 사람들이 덜 탄압받고 버마 사람들이 덜 고통받고 파푸아 뉴기니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살고 그런 것도 아닌데. 남아시아 활동가들 만나서 얘기 들으면 장난 없다 근데... 몰라 잠이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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