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는 목자

이시하라 사토루.

그림이 날림이라고 독자들의 성토가 대단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었는데, 예전 책을 보니까 확실히 날림이다-ㅁ- 그림체도 많이 바뀌었고.

하지만 나는 예전에도 이 분 그림이 예쁘게 보이진 않았다. 특유의 섹시함은 눈빛이나 입꼬리같은 데서 나오는데, 입이 엄청 찢어지긴 했으나 웃는 모습은 여전히 섹시하다. 그래서 적당히 만족.

내용은 엄청 재미있다. 나는 목자가 무슨 뜻인가 했는데 양치기...=ㅂ= 목자라는 말 잘 안 쓰지 않나? 교회에서만 쓰지 않나? 암튼 이 두 사람은 목사님이다. 목사님이니깐 뭐 연애도 하고 그러는 거지.

성경구절을 인용해서 스토리와 맞물리면서 에피소드를 끝내는데 그게 재미있다. 찾아서 다 쓰려고 했는데 귀찮구만... 근데 마지막 장만 안 그렇다. 대체 왜...????

연출은 원래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림도 원래 예쁘다고 생각지 않고, 씬은 워낙 없기로 유명하고, 하지만 이 바닥에서 중견급인 만큼 씬없어도 스토리 간지나고, 치고받는 대사도 여전하고, 어른의 냄새도 여전 ㅠ 너무 좋다. 어른의 연애! 어른 남자의 연애!!!!!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질펀한 씬보다는 역시 등장인물의 사고와 행동이 어른같아야 진정 어른의 연애지. 물론 3P라든가 4P라든가 SM이라든가 그런 어른의 연애도 좋긴 하다만;


검은 목사는 왕날라린데 동성 친구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상담하러 온 학생을 추행하는 부분 졸라 프로다.

"눈을 감아보렴."
"지금부터 내가 시련을 주마. 마음에 느껴지는대로 솔직하게 말해보렴.(손으로 턱을 만짐)"
"앗, 목사님..."
"조용히... 이것은 하느님의 손이야. 어떤 느낌이지?"
"조금... 무서워요..."
"만약 이게 그 친구의 손이라면?(손으로 찌찌를 만짐)"
"앗... 아아..."
"이걸로 알겠지? 넌 하느님보다 친구를 사랑하고 있어."

허억... 그리고 하얀 목사가 좋아했던 신부 얘기하는 부분도.

"자네 첫 남자지?"
"상스런 말투군요." "나를 인도한 사람이란 의미라면"
"다이도우에게 어떤 사진을 찍힌 거지? 이 남자와 자는 장면?"
"그렇다고 하면?"
"그럴리 없지... 넌 못 박힌 그리스도상에 흥분할 타입이 아냐."
"성에 흥미가 있는 나이였고 이것저것 배웠어요."
"이것저것?"
"(다가가며) 키스라든가 여러가지요."



허허... 대사만 글로 옮기니 유치해 보이네=ㅂ=;;;; 만화나 영화를 볼 때 유혹하는 부분을 열심히 보는데, 혼자서 가만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어떤 식으로 말하면 유혹이 되는 건지. 보면 알겠는데, 뭔가 지어낼 수가 없다. 아조 고민이얌.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에서 남창을 그만두고 날 따라와 달라고 널 이해하겠다는 이안에게 제르미가 "넌 내가 있는 곳까지 내려올 수 없어!"라고 소리지르니까 이안이 키스하고 같이 자는데, 이런 것도 참... 나중에 제르미가 자기가 나쁘다고 자기가 유혹한 거라 그래서 깜짝 놀랐다. 뭔가 삼국지 오나라 주유가 손권을 유혹하는 걸 생각해 내려고 머리를 쥐어짜도 이런 것들을 도저히 알아낼 수 없어서 수학처럼 좀 데이터를 취합해서 공식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딱 보면 감탄스러운데 말이다아.

이시하라 사토루상은 이런 도발하는 걸 참 잘해서. 도발이라... 대체 현실세계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은 도발하며 사는 건가아??

이렇게 보니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연애라는 건 도발하고 째려보고 그러는 거네=ㅂ= 이 작가님은 거기에 적확히 들어맞는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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