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독촉

  • 등록일
    2008/01/20 11:26
  • 수정일
    2008/01/20 11:26
  • 분류
    마우스일기

어제 블로그에서 빚독촉에 대한 얘기를 읽고 너무 무섭고... 급기야 눈물도 났다. 괴로워서. 왜 이래? 그랬는데 엄마가 죽기 전에 빚독촉했던, 사건으로 그걸 기억해내지 못했어도 감각으로 남아 있어서??? 뭐 그래서지 싶다.

 

엄마가 죽기 몇 주 전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엄마는 전화로 빚독촉을 하고 있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욕을 해대면서. 가끔씩 채무자는 자기네 어린 자식들에게 부모가 집에 없다고 말하라고 했다. 어린이를 상대할 때는 부드럽게 부모를 바꾸라고 종용했다. 그 부모는 어린이한테 시켜놓고 결국은 전화를 받고, 심한 욕을 먹으면서 항상 집에 없는 척을 했다. 항상 도망다녔다.

 

엄마가 죽자 빚쟁이들이 잔뜩 나타났다. 뭐 그렇다고 집에 쳐들어오고 그런 건 아니다. 아빠 모르게 엄마가 끌어쓴 돈이 장난이 아니라서 확인차(?) 나타난 거 같다. 사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엄마가 빌려준 돈도 많았지만 이 역시 아빠가 몰랐고 채권자는 잔뜩 나타났어도 채무자는 일인도 안 나타났다. 다행히(?) 엄마 친구가 엄마의 돈관계를 뚫고 있다고 했다. 그뒤로 어떻게 해결됐는지도 역시 모른다.

 

빚이 너무 많아서 집이 휘청거렸다. 휘청거리는지 어쨌는지 사실 나는 몰랐다. 빚도 그렇고 병원비도 그렇고... 쓰러진지 일주일만에 돌아가셔서 병원비가 엄청 많이 나오지는 않았겠지...라고 해도 수술도 여러번 하고...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아빠랑 같이 살아서 먹고 자는데 지장이 없어서 집이 휘청거리는 줄도 몰랐다. 멀리 살았던 언니가 고생한 거 나중에 들으니... 뭐 언니 생활비도 못줄 정도는 아니었겠지 거기 신경쓸 여유가 아빠한테 없었겠지

 

시간이 지나고 보험금으로 빚은 거의 다 청산됐다. 다 청산하고 몇 천만원 남았다고 들었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그것도 다 청산했다. 자세한 건 모르겠다.

 

엄마는 혈관이 터져서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했던 그 끔찍한 독촉을 엄마도 당했던 걸까. 생각하면 무섭고... 엄마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은 절대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말라고 했다. 다른 집은 보증 서지 말라는데 우리집은 보증은 안 섰는지 그런 얘긴 없었고-_-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돈을 빌려주고 빌린 돈 메우려고 빚독촉하고, 또 빌리고... 나름대로 괜찮게 살고 있었는데도 왜 그렇게 악다구니같이 살았는지 불쌍하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술마시는 데는 안 아꼈던 거 같은데...-_-

 

현재 돈도 못버는 나이기에 큰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없지만... 나는 안 받을 돈 아니면 빌려주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건 그렇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눈을 꼭 감고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이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항상 생각하고 그러고 항상 맞았다. 그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졌다. 하지만 이 방법은 먹고 자는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유효하구나. 라고 생각하다보면 먹고 사는 게 편안해도 괴로움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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