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잊을 수 없는 선물 [맥주, 소주, 사이다]

  • 등록일
    2009/08/21 14:43
  • 수정일
    2009/08/21 14:43
  • 분류
    마우스일기

 

   몇 년 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정부에서 그해 여름 유난했던 태풍 피해 농가 자녀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주었습니다. 마침 우리반 학생 하나가 혜택을 받게 되었지요. 그래서 면사무소에서 태풍 피해 증명서를 떼 오라고 했는데, 서류 제출 마지막날 물어보니 친구들 보기 부끄러워 집에 이야기도 안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오쯤 학부모님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지금이라도 서류를 갖춰 오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퇴근 무렵이 다 되어서야 어머님이 오셨습니다. 농사일을 하다 오셨는지 흙먼지가 묻은 옷차림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주시고는 부끄러운 듯 주저주저하시다가 뒤이어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사양하면 무안해하실 것 같아 받아서 열어 보니 봉지 안에는 맥주 한 병, 소주 한 병, 사이다 한 병, 과자 한 봉지, 쥐포 몇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농산물인 줄 알고 받았다가 뜻밖의 선물이라 정중하게 "무얼 이렇게 많이 사 오셨습니까?" 했습니다. 어머님은 선생님이 무엇을 드실지 몰라 처움에는 맥주 한 병과 과자를 샀는데, 혹시 소주를 좋아하실지 몰라 소주와 안주로 쥐포를 사셨답니다. 그러다 혹 술을 못 드시면 어쩌나 싶어 사이다 한 병을 도 사신 거였고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토록 정성스런 선물은 처음이었습니다.그날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 모두 감격해했고, 퇴근 뒤 소주, 맥주, 사이다를 서로 조금씩 골고루 나눠 마셨습니다.

   학생들에게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꼭 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때 농사일이 바쁘다며 급히 가시는 어머님께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제게 그런 정성스런 선물과 추억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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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 활동했던 사이트에 들어가서 퍼왔다. 너무나도 감동적이쟈나;ㅁ;

 

이소선과 김대중 / 오도엽에서. 시계 이야기 너무 슬펐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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